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감상법
주성철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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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다. 예술분야의 수많은 부수적인 요소들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감독의 역량, 연기 잘 하는 배우도 중요하지만 시나리오, 조명, 사운드 트랙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 그냥 즐기는 영화에서 좀 더 재밌고 행복한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 조금 더 알고 본다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보고 싶은 영화가 나오면 사람들의 평가도 보고 영화에 대해 찾아보기도 한다. 저자 주성철 기자님이 이야기 했듯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에 많이 공감하기에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알고 관람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영화를 보는 일반인들은 대부분 좋아하는 배우, 감독, 장르, 취향에 의해 선택을 한다. 물론 나도 여기에 속한다. 영화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제대로 즐기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영화가 가진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별다른 생각 없이 자신이 선택한 영화를 즐겁게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관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 영화계의 커다란 획을 그른 작품, 감독들에 대해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도 명작으로 남을 작품들을 찾아서 볼 정도로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이제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들까지 세계에서 인정받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박찬옥 감독의 올드보이를 통해 우리나라 영화계는 커다란 전환점을 받았다. 200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면서 영화애호가들 사이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올드보이에 나온 최민식이란 선 굳은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있다는 것도 자랑스럽지만 티켓 파워는 물론이고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송강호, 하정우를 꼽은 저자의 생각에 나 역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릴린 몬로에 대한 이야기 역시 공감도 한다. 감독에게 믿을 만한 배우가 있다는 것은 커다란 힘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저 배우가 나오면 믿고 보아도 된다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있는 것 또한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믿고서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런 배우들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영화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은 한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우는 영화보다는 멀티 캐스팅을 통해 티켓 파워를 보여준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배우들이 있다. 얼마 전에 유채영이란 가수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같은 병으로 먼저 떠난 연예인들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장진영이란 배우의 빠른 죽음이 너무나 안타까운데 이은주란 배우가 가진 색깔도 개성이 있기에 두 배우의 역할, 이미지를 대신할 수 있는 배우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보아야 할 영화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화영연화'에 나온 양조위란 배우는 연기를 잘하기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그의 인간성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오래도록 사귄 연인 유가령에게 닥힌 불행을 이해하고 그녀를 평생의 반려자로 맞은 그의 인간성은 남녀의 사랑, 믿음에 대한 마음을 새삼 돌아보고 배우게 된다.

 

내가 보고 좋았던 영화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게 된다. 대작들도 좋지만 마니아층을 타켓으로 만든 B급 영화들에도 관심이 있다. 평소에 영화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이 감독, 배우, 장르를 보고 선택했던 영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도 한 번씩 찾아서 볼 생각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를 통해서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만나서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대표작도 알게 되었고 전혀 몰랐던 푸른 눈의 독일인 신부이며 영화를 사랑한 임인덕 신부님이 우리나라 영화계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되어 유익했다.  

 

좋은 영화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단지 몇 천원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영화관람이다. 좋은 영화를 보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 매달 두세 편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보는 편인데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도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 9개로 분류되어 영화에 대한 풀어 낸 이야기가 영화를 배우고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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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앤 브래셰어스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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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났다. 앤 브래셰어스의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사랑이 너무나 깊어 시간을 넘어서 계속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존재하는 남자의 애달프고, 뭉클하며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슬프지만 아름답게 다가온다.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들은 심심치 않게 만났다. 책은 물론이고 영화, 드라마까지... 시간여행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소재가 큰 매력으로 느껴지는 작품으로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역시 시간, 환생을 통해 슬프지만 가슴 절절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 다시 살아보고 싶은 시간이 있다. 나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시간은 학창시절이다. 주인공 대니얼은 자신의 생을 이어 반복되는 운명의 소녀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서기 520년대의 첫 생애다. 살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혈기 왕성한 젊은 용사였던 대니얼은 형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한 부족을 무참히 짓밟는다. 부족과 함께 불 속에서 죽음을 맞은 긴 검은머리의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도 퇴색되거나 지워지기는커녕 그를 더욱 수치스럽고 후회스럽게 만들 뿐이다.

 

2004년 버지니아주 호프우드... 언니 데이나의 남다른 행동 때문에 항상 움츠러 조용히 지내던 동생 루시.. 그녀의 마음에 한 소년이 눈에 들어온다. 전학생 대니얼로서 또래 소년들보다 어른스럽고 과묵한 그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이상하게 대니얼을 볼수록 그와 자신 사이에 알 수 없는 기묘한 전류가 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졸업 파티 중 대니얼은 자신을 보고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스토리는 대니얼이 처음 생을 살았던 서기 520대를 시작으로 그가 환생하여 소피아를 찾아다닌 시간과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루시와의 만남을 다룬 두 시점으로 이야기를 교대로 이끌어 가고 있다. 소피아를 찾아 끝없는 생을 이어가기에 대니얼은 제대로 뿌리박지 못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에는 늘 방해꾼 아니면 라이벌이 존재한다. 대니얼에게도 그런 인물이 있다. 자신처럼 생을 이어 나타나는 인물... 이 인물로 인해 루시 아니 소피아와의 사랑이 위험하다. 특히나 누군가의 아내, 간호사로 환생한 소피아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은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자신에게 사랑을 말하는 대니얼을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는 루시와 루시 주변을 맽돌며 그녀를 지키고 사랑을 이야기 하고 싶은 대니얼의 마음으로 인해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으면 생을 이어 사랑할 수 있을지 그 마음이 궁금하고 부럽기도 했다.

 

저자 앤 브래셰어스의 작품은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가 처음이다. 시크한 뉴요커들마저 울린 가슴 절절한 로맨스가 할리우드 영화화된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슬프지만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이다. 광활한 지역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환생을 거듭한 사랑이야기가 특히나 루시란 여성이 가진 심리를 보며 여자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청바지 돌려 입기'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하고 성공을 거둔 작가라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가 좋았기에 이 책에도 관심이 간다.

 

지금은 사랑보다는 다른 이유로 만남, 결혼이 이루어지고 헤어짐에 있어서도 쿨하다. 사랑에 얽매이거나 부담감을 갖지 않고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인스턴트 사랑이 너무 흔한 시대다. 가벼운 사랑이 더 많기에 애절하고 아름다운 천 년의 사랑이 더 빛을 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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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김호경 지음, 전철홍.김한민 각본 / 21세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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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엄청난 금액을 투자한 대작 영화들이 연달아 개봉한다. 바로 몇 일 전에 개봉하여 연일 최고의 예매율을 기록하는 하정우, 강동원 주연의 '군도'와 30일에 개봉되는 최민식, 류승룡 주연의 '명량'이 가장 기대되는 영화다. 특히나 명량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스펙타클한 역사를 다룬 이야기라 무조건 찜해 놓은 영화다. 영화 '명량'이 소설로 나와 영화를 보기 전에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이순신 장군을 둘러싼 이야기야 너무나 익숙하여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임에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투로 불리는 명량해전을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완벽하게 재현해 낸다.

 

시작은 왜군 첩자가 흘린 정보를 두고 원균을 다그친 도원수의 명에 따라 원균은 원치 않았던 칠천량 싸움에서 패배를 안고서 거제도로 도망친다. 조선을 넘어 명나라까지 정복할 계획을 세운 도요토미... 그는 먼저 조선부터 침략을 감행한다. 선조는 바다를 지킬 인물로 이순신을 추천한 유성룡의 말이 미덥다. 허나 이순신만큼 바다를 제대로 지켜낼 다른 인재가 없기에 보내기로 한다.

 

12척과 300척의 싸움... 비교부터 되지 않는 싸움이다. 어느 정도 능력 있는 장군이라 해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고 300척의 배들을 보면 기부터 죽을 것이 너무나 뻔하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에게는 포기란 없다. 왜군의 선봉장 구루지마 마저도 이순신 장군의 배포와 뛰어난 용맹함에 감탄할 정도다. 바다의 물살을 제대로 이용하여 왜군을 물리치는 이순신 장군... 장군을 믿고 따르는 장수, 부하들은 물론이고 지아비의 의도를 파악하고 뜻에 따른 한 여인의 깊은 사랑에 현명한 판단과 행동,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싸우는 아들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죽기를 각오 하였기에 300척의 왜군을 물리친다.

 

이순신 장군이 있기에 명량해전은 승리로 끝이 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긴박하게 전개되는 명량해전의 싸움 장면은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다른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보았던 장면이 떠오르면서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 백성들, 죽은 왜군의 시체, 적장의 수급까지 신경 쓰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갖추고 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임금이 아닌 백성들을 위해 죽을 각오로 싸움을 치러낸 이순신 장군... 그의 남다른 리더십, 용맹함, 나라와 백성을 아끼는 사랑이 없었다면 명량해전은 결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클라이막스가 되는 배의 엄청난 숫자 차이를 넘어 선 싸움의 장면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지고 박진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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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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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말해주는 일본 최고의 여류 작가 여섯 명의 단편작품이 담겨진 '기억 깨물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오래간만에 만난다는 기쁨에 즐겁게 읽은 책이다.

 

사랑의 모습은 다 다르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도 다르다. 기억 깨물기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작가의 개성이 잘 나타난 초콜릿과 관련된 이야기들로 사랑스럽고 감정을 살짝 건드려주는 알싸한 느낌을 준다.

 

 전화벨이 울리면... 연상의 여자의 호출에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대학생)...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알고 있다. 자신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한 남자의 행동에 여자는 흔들리는 여자를 곁에서 보는 나란 인물은 그럼에도 연상의 여자와의 불륜에 중독되어 있다. 여자가 겨우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초콜릿의 알싸하고 달콤한 맛으로 자신과 여자의 만남을 표현하고 싶지만...

 

늦여름 해 질 녘은 에쿠니 가오리가 전해주는 사랑의 색깔이 잘 담겨져 있다. 사랑을 하면 행복함도 충만하지만 두려움도 생긴다. 사랑이 혹시 깨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지난 여행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그의 냄새가 아직도 그리운 여자.. 자신의 몸이 그의 일부라고 느낄 정도로 남자에게 빠져 든 여자.. 남자를 의식하며 행동하는 여자의 마음이 알싸하다.

 

금과 은​ 은 증조외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육촌인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첫 만남부터 강렬한 이끌림으로 그를 바라보는 소녀.. 다시 또 한 번의 장례식에서 육촌을 다시 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남자가 자신의 곁에 없지만 여자는 남자가 돌아오면 사랑을 시작할 생각이다.

 

호수의 성인... ​ 여행 친구로 만난 남녀가 항상 찰떡궁합을 자랑했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가 원인이 되어 헤어진다. 헌데 그들이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에게 들은 아티틀란 호수의 성인에게 초콜릿을 바치고 소원을 빌면 두 사람은 영원히 맺어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는 장소에 남자가 있다. 그의 편지를 읽은 여자는 남자를...

 

블루문... 술과 초콜릿의 조합이 완벽한 바를 찾는 여자... 바에서 만난 한 남자를 떠올린다. 친구 딸을 잠시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현재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한다.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뜨는 날.. 두 번째 보름달이 뜨는 블루문에 그녀는 쉬는 날임에도 남자를 만날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바로 향한다.

 

기생하는 여동생... 남매, 자매, 형제들이 사이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아웅다웅 자질구레한 소소한 다툼을 하며 지내는 경우도 많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갈 곳이 없어 자신을 찾아 온 동생과 살게 되었지만 서로의 생활 방식, 생각이 너무나 달라 언니는 수시로 화가 난다. 더군다나 동생은 혼자가 아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남자친구, 앞으로의 미래를 털어 놓는 동생을 보며 언니가 그 동안 가슴속에 담겨 있었던 동생의 삶에 대한 부러움을 털어 놓는다.

 

인생이란 게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성공하고 멋진 삶을 사는 사람도 분명 자신만의 고민이 존재할 것이다. 바른생활을 한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을 부러워하고 자유로운 사람은 안정된 사람의 삶을 부러워한다. 삶에 가진 모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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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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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통해 넬레 노이하우스란 글 잘 쓰는 독일 작가를 만나 즐거웠는데 '폭스 밸리'의 저자 샤를로테 링크도 독일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간 내면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녀의 심리스릴러의 진수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삶이란 게 자신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학교도 그만두고 동네 양아치로 살아가던 라이언은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한 여인을 납치해 자신이 어릴 적에 발견한 폭스 밸리 동굴에 임시로 가두기로 한다. 그녀의 남편에게 돈만 받으면 여자를 구출하도록 할 계획이었는데... 며칠 전에 일으킨 폭행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폭행사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납치사건은 형량부터 다르기에 라이언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멘붕에 빠지고 만다. 결국 그는 자신의 납치사건을 묻기로 한다.

 

라이언이 모범수로 형량보다 일찍 교도소에서 나온다. 교도소에서 라이언에게 친절함을 베푼 여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라이언은 옛여자친구가 그립기만 하다. 옛여자친구를 찾아간 라이언은 그녀가 두 명의 남자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여기에 오래 전부터 연락을 끊고 지낸 어머니마저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자 이 모든 일이 자신을 노린 범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설상가상 라이언의 납치사건을 모방한 범죄까지 발생하면서 라이언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찌질하고 못난데다 겁도 많고 소심하기까지 한 라이언... 그는 분명 나쁜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는 뼈 속까지 나쁜 인간은 아니다. 사는 방식을 잘못 배운 라이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에 라이언이 납치했던 여자의 남편, 그의 새로운 여자 친구는 물론이고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 능력 있고 자상한 남편, 친절하고 상냥한 아내, 공부 잘하고 착한 자식 등 실제와 다른 모습을 내보이며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 세상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말을 하면서도 우리는 보이는 모습에 눈이 현혹된다. 지나란 인물 역시 친구의 완벽한 업무 능력과 다복하고 안정된 가족들 모습에 부러움을 느낀다. 

 

얼마 전에 쇼윈도 부부로 살다가 이혼 청구소송을 벌인 연예인 부부의 이야기가 뉴스를 타고 화제가 되었다. 남편은 개그맨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아내는 cf 모델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두 사람을 잉꼬부부라 말을 들었는데 갑자기 터진 폭행사건과 이혼소송... 이 사건을 통해 서서히 그들 부부가 오래전부터 쇼윈도 부부로 살아 온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연예인이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는 정, 사랑으로 살고 있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남남처럼 사는 부부도 있고, 쇼윈도 부부도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추리를 골똘히 할 필요는 없다. 혹시하는 이야기가 당연하게 전개되는 형식이지만 그럼에도 책에 빠져 읽게 만드는 힘이 있고 재밌다. 폭스 밸리... 현실 속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인간이 가진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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