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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8월
평점 :
과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스쳐 지나쳤던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을 만났다. '사물의 이력' 책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나의 사물이 가진 이야기는 한 번도 사물을 제대로 의식하고 바라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흥미롭기만 하다.
나도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넘쳐나는 사물을 수시로 새것으로 바꾸는데 망설임이 적다. 새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평소에 관심이 있던 품목에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바꾸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쉽게 물건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헌 것보다는 새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호기심을 갖는 나에게 디자이너인 저자가 바라본 사물들의 이력은 단순한 사물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특별함을 간직한 사물로 다가온다.
총 6개의 파트로 사물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물 이야기 하나 : 사라지는 것에 대한 예. 의. 에서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열심히 들었던 카세트, 필카와 디카가 특히나 마음을 끈다. 디스켓과 카세트는 시간이 흘러 신형 모델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휴대폰과 자동차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충분히 이해가 된다. 또한 예전에 사용한 필름 카메라에 대한 잊지 못할 몇 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햇빛이 들어가 못 쓰게 된 사진들, 지금은 디카, 핸드폰으로 찍고 마음에 드는 사진은 인화한다. 순간의 실수로 쓸모가 없어지거나 마음에 드는 장면을 필름을 갈아 끼우는 사이에 놓치는 실수를 없애기 위해 신중함을 낳았으며 다소 불편하고 귀찮을 수 있는 필름 카메라를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깊은 애정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에 나 역시 기회가 되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물 이야기 둘 : 동물을 닮은 것에 대한 고. 찰. 에서는 현관문을 멈추는 데 사용하는 말발굽을 한 번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다. 바닥과의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 고무가 실제 편자와 너무나 닮아 있다니... 또 말발굽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스토퍼, 도어스톱, 쐐기가 있다.
사물 이야기 셋 : 도시의 일상에 뿌리내린 생. 산. 라. 인. 에서는 횡당보도를 지키고 있는 신호등, 현금이나 토큰 대신 사용되는 교통카드, 다수의 사건을 미연해 예방해주는 역활을 하고 있는 CCTV 등..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물들이다. 우리는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적지 않은데 유럽의 거리에서는 신호등이 사라진 곳이 있으며 실제로 교통사고율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신호등을 없앴다면 어떨지... 인구밀도가 높고 빨리빨리를 외치는 민족이라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시간, 이용절차가 줄어드는데 큰 역활을 한 교통카드 티머니... 허나 티머니로 인해 무뎌진 소비 감각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의외로 다가오기도 했다. 눈만 돌리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CCTV... CCTV로 인해 범죄가 줄어드는 면도 있지만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되는 면도 분명히 있다. 편리함 만을 쫓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물 이야기 넷 : 소재가 가진 함. 정. 에서는 지금은 크록스, 헌터 등을 통해 신고 있는 변화된 고무신 이야기가 와 닿는다. 사람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 온 고무 신발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외국의 유명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세 명의 인물을 통해 고무신을 바라 본 이야기도 좋았다.
사물 이야기 다섯 : 숨겨진 디테일의 미. 학. 에서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인상적이다. 중국의 저가폰이 급속도로 성장하지 않았다면 삼성과 애플과의 분쟁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었을 것이다. 모서리 둥근 마무리를 중심으로 한 소송... 선발 주자가 선점한 이미지로 인해 피해를 보는 후발 주자들 허나 모방을 통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이야기는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지만 충분히 진화를 통해 가능하다.
사물 이야기 여섯 : 관계와 상호 작용의 의. 미. 에서는 수저통이 인상적이다. 고춧가루가 붙었는지를 확인하는 김선우 시인,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자연스럽게 놓는 수저, 시대의 흐름 따라 수저통이 식탁 옆구리에 포함되어 수저통을 만드는 회사 이동과 디자인이 변화가 흥미롭다.
각 파트에 속한 이야기들 중에서 특히나 마음을 끄는 사물 이야기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다. 특별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사물이 특별한 이야기로 생명력을 갖게 되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을 넘어 이제부터 사물을 볼 때마다 저 사물은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이 생길 거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 변한 사물 이야기... 눈을 돌리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밌게 다가온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