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일격 밀리언셀러 클럽 136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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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추리 스릴러 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로렌스 블록...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매튜 스커더 시리즈’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하드보일러 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어둠 속의 일격'을 읽었다. 역시나 얼마 전에 '살인과 창조의 시간'를 읽으며 느꼈던 매튜 스커더의 매력을 다시 확인 한 작품이다.

 

보험 판매원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외모의 중년의 남자가 매튜를 찾아온다. 그는 매튜 스커더의 옛 경찰동료인 피츠로이 형사의 소개로 찾아 온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9년 전 얼음송곳에 의해 끔찍한 죽음을 맞은 자신의 큰 딸 바버라 애팅거의 진범을 찾아 달라고 한다. 3주 전에 우연히 잡힌 범인이 자백이 거짓으로 그가 결코 자신의 딸을 죽일 수 없는 확실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며...

 

범인은 하나같이 백주 대낮에 여덟 명의 여성을 죽였다. 바버라 역시 자신의 집 주방에서 무수히 많은 얼음송곳에 찔려 죽어 있을 당시 임신 2개월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사람들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바버라를 알고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 매튜는 조사를 시작한다. 바버라가 일했던 탁아소 원장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는 매튜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허나 제일 의심스런 인물은 그녀의 전 남편이다. 이제는 재혼을 해 아이까지 있는 남자를 만나는데... 더불어 매튜는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는 남자의 갑작스런 취소요청을 받게 되고 죽은 여인의 여동생을 만난다.

 

바버라 애팅거의 살인에 다가서는 매튜 스커더의 활약은 크지 않다. 오히려 매튜 스커더가 무슨 이유로 경찰을 그만두게 되었는지... 그가 술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아픔이 이해된다. 적당히 무감각하고 적당히 도덕적이며 나름의 기준을 가진 탐정 면허가 없는 매튜...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솔직함에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정직하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아주는 법이 없는 매튜의 끈질긴 근성을 가진 매튜는 이번에도 한 순간 진짜 범인의 존재를 알아챈다. 솔직히 혹시 하는 인물이 범인이었지만 그의 범행 동기는 예상 밖이고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은 있다. 헌데 그 방법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면... 설령 그의 힘든 생활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용서 될 수 없다.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지만 매튜 스커더의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 매튜 스커더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연상이 되어 흥미롭게 느껴졌으며 다음에는 어떤 사건으로 또 우리 곁에 올지 매튜 스커더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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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맨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6
오리하라 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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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파랑색의 커튼에 빨간색 하이힐을 신은 여인의 늘씬한 다리만 보이는 표지가 '그랜드맨션'이란 제목까지 더해져 호텔식의 고급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몇 년 전에 층간소음으로 아래윗층간의 감정 악화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까지 발생했다. 크고 작은 소소한 싸움은 일어났어도 살인사건이라니... TV이를 보면서 내심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허나 이제는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는 TV, 각종매체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우리는 소음에 대해 민감할 대로 민감해진 상태다. 이런 층간 소음 때문에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이혼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리의 정체'... 그가 왜 이렇게 소리에 민감해졌는지... 부모에게서 자행되는 가정폭력과 그랜드맨션에 나기 시작한 냄새에는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 진실이 숨어 있다.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이야기 '304호 여자'는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고 선한 사람도 있지만 남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고 감시하며 곤경에 빠트리려는 악의적인 행동이 어이없으면서도 그나마 좋게 끝나 다행이다 싶은 이야기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허나 그 마음이 순수함을 넘어 다른 양상을 갖게 된다면... 한 사람의 일생이 걸린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자신이 일으킨 돌발적인 행동이 가져 온 엄청난 결과물과 노인연금 부정수급을 다룬 '​선의의 제삼자' 우연히 벽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로 알게 된 금고 안의 거금의 실체와 이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부른 화를 부른 '시간의 구멍'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뉴스를 통해서 노인들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용한 보이스 피싱을 다룬 '그리운 목소리'...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상에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주도하여 일을 벌였다는 것이 안타까웠던 이야기다. 평소에 나는 세상에 그 무엇보다도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중형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이 아무리 친부모라고 하여도... 맞고 살고 싶지 않기에 아버지에게 도망쳐 엄마에게 갔지만 엄마와 두 언니의 싸늘한 반응과 대응... 세상에 저런 자매, 엄마도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여로'는 그랜드맨션을 둘러 싼 모든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매일 자신이 사는 앞 건물이 사라졌다는 말을 반복하는 할머니와 그녀의 말에 무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인물은 그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킨 범인이다.

 

같은 그랜드맨션에 살기에 7편의 단편 속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들로 등장한다. 혹시하며 생각했던 사실과 맞닥뜨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만나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역시 노인인구 증가와 맞물러 재정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 복지비, 의료비가 문제다. 복지를 내세운 각종 공약남용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세수확보를 둘러싼 사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며 지금 당장 서민들 아니 흡연자들로부터 쉽게 세금 징수를 하려고 논의 중이다. 조만간 노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가 있을 것이고 그 곳에서 그랜드맨션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을 섣불리 못한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가 우리 현실 속 이야기와 너무나 닮아 있어 안타까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현대인들... 지금 젊다고 나이 안 먹는 것이 아니기에 노인 분들은 물론이고 내 이웃에 소통하며 관심을 가지고 살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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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꺼내 보는 아버지의 편지
마크 웨버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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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한 번도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 학창시절 친하게 지낸 친구가 결혼을 할 때 아버지의 편지를 받은 이야기를 들으며 살짝 부럽고 참 멋있는 아버지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한 편으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남겨진 아내, 자식, 가족을 생각할 때 그 마음이 어떠할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힘들 때 꺼내 보는 아버지의 편지'의 저자 마크 웨버 씨는 군인으로 자신의 직업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산 인물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에 다양한 나라에서 군사 전문가로 활약하던 마크에게 생각지도 못한 암 발생은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믿기 힘든 병 소식에 저자는 그를 사랑하는 아내,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한 자식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 담담하지만 따뜻한 부정이 절절히 느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운명적으로 이끌린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 했지만 군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결코 녹녹치 않은 삶일 것이다. 마크의 아내 크리스틴 역시 군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에 힘겨워 한 순간도 있었다. 남편이 집을 비우거나 남편이 전출 명령을 받고 지역을 옮기고 이사를 하면서 살아가는 생활... 치열하게 싸우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 모든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며 환자가 아닌 좋은 남편, 아버지로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스물한 살은 내가 아버지의 행동과 말에서 미덕을 이해하기 시작했던 나이란다. 어른이 되어서야 나는 아버지가 371 제곱미터(112평) 크기의 자기 집을 직접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집 짓는 것을 거들면서 나는 어린 시절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지혜를 수도 없이 목격할 수 있었단다.       -p95-

 

진솔한 패배란, 분별력을 갖추고 사실을 직시하려는 시도, 앞서 간 사람들을 향한 신중한 고려, 그리고 솔직하고 객관적인 자기 성찰을 통해서만 찾아올 수 있단다. 겸소한 성공은 최고가 되려는 노력보다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말이 아니 결과로서 보여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138-

 

"마음을 여는 것이 진정한 지혜다."... 저자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이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람이란 게 참으로 어리석어 자신에게는 한 없이 너그러우면서도 남에게는 야박한 사람이 많다. 사소한 오해로 가족과 멀어지고 타인과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일도 흔하게 발생한다. 해결할 방법을 분명 알고 있지만 내 마음을 먼저 열면 되는 것을... 자존심 때문에 쉽지가 않다. 다행히 저자가 발생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이 없지만...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저자의 군인으로서의 삶이다. 직업 군인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저자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가족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특별하고 따뜻함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8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그의 사랑스런 세 명의 자식들은 물론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마음에 새겨 듣기에 충분한 유익한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한동안 연락을 뜸하게 드린 부모님에 안부 전화라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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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위안
랜디 수전 마이어스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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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을 만났다. 랜디 수전 마이어스의 '거짓말의 위안'.. 세 여자의 각기 다른 사랑방식과 가족, 인생에 관한 솔직하고도 가슴이 울리는 이야기라 같은 여자로서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게 된다.

 

세상에는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티아 제네비브 아디지오는 그런 남자 네이선을 사랑하고 만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만 보이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그를 보았기에 네이선이 가진 속마음을 미처 캐치하지 못한다. 티아의 임신은 결국 네이선이 그녀의 곁을 떠나는 원인이 된다.

 

줄리엣은 네이선의 아내다. 남편을 보고 반해서 그의 아내가 되었고 사랑스러운 두 아들을 낳은 엄마다.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던 결혼생활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남편 네이선이 바람을 피웠다는 고백을 듣고서 남편에 대한 신뢰를 잃었지만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서 얻는 안정감을 포기할 수 없어 용서하고 살기로 한다. 헌데 5년이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남편에게 온 한 통의 편지로 인해 그녀는 스스로를 자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캐롤라인은 능력 있는 의사로서 사회적 지위를 갖은 남편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기는 여성이다. 둘이서도 충분히 완벽하다고 느낀 그녀지만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남편이 원해서 입양한 딸 아너 아니 서배너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이 진심인지는 본인도 헷갈릴 때가 많다.

 

누구보다 가장 지탄 받아야 할 남자인 네이선... 허나 그 또한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하고 만다. 젊고 이국적인 매력을 풍기는 티아에게 이끌려 그녀를 욕망의 도구로만 이용한 나쁜 남자... 티아의 뱃속 아기를 외면하고 아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은 쉽게 용서란 말을 꺼내기 불편하다.

 

티아가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옮긴 행동으로 만날 일 없는 세 여인이 서로가 각자의 방식대로 만나게 된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사랑했기에 자신의 사랑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일 것이다. 티아, 줄리엣 역시 네이선의 마음을 확인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시절의 티아의 어리석은 행동에 공감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해는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 더군다나 사랑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기에... 줄리엣의 모습은 내가 결혼을 한 기혼자의 입장에서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육체 관계를 맺은 남편에게 화가 나고 억울한 복잡한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이 가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우리나라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아이를 키우는 데 엄청난 돈이 들기에 자식 없이 둘 만 잘 살자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캐롤라인 역시 그녀는 처음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아이가 부부를 이어지는 끈이라는 말이 진실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자식을 꼭 낳아야 할까?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도 조금씩 의식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티아, 줄리엣, 캐롤라인 세 여성의 모습은 하나같이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되는 인물들이다. 내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게 다가오지만 원수가 아닌 화해의 손을 잡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저자의 충격적인 데뷔작이라는 '살인자의 딸들'에 기대감이 생겨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찜했다. 더불어 저자의 매력적인 작품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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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오늘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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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간절한 사랑이기에 하늘도 감동을 했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는 현상이 발생했을까? 싶을 정도로 한 남자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 담백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그려진 조정희 작가의 '아득한 오늘'은 TV에서 젊은 부부의 비극을 보고서 쓴 소설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고 남은 한 사람의 모습을 생각한 마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이야기다.

 

방송국 다큐멘터리 연출자인 여훈이 2년 만에 증도의 염전에서 계영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한다. 여훈의 카메라가 가까이 와서야 계영은 겨우 그를 알아본다. 헌데 그것도 잠시 계영은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젊은 시절 여훈이 공들인 다큐멘터리 작품 속 주인공이였던 계영과 선혜... 선혜의 폐암 발생이 없었다면 두 사람은 세상이 부러워할 부부로 살았을 것이다. 허나 선혜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계영에 대한 생각은 늘 여훈의 마음에 깊이 남아 존재했다.

 

여훈은 속리산이란 이름을 듣고 별 관심 없던 다큐가 갑자기 끌리게 된다.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간 곳에서 만난 90대의 노부부 낙원과 달래... 예전에 계영과 선혜가 살았던 집을 새집으로 개조해서 살고 있는 노부부... 우연히 그들이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가 벤치에 앉는 노부부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여훈은 설마...

 

방송국 다큐멘터리 PD 여훈을 비롯해 계영과 연관이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계영이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는 그가 가진 슬픈 가족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자신이 기댈 한 명의 존재가 갑자기 사라지자 남겨진 아이는 갈 곳을 잃고 집을 떠나게 된다. 힘들게 살며 원양어선을 타며 위험 속에서 한 여인을 만나 아이를 낳고 살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말없이 떠나 간 남자 형이 꼭 자신을 찾을 거란 희망을 놓지 못하고 산다. 허나 그 바람은 사고와 함께 허망하게 끝나고 남겨진 여자는 남편이 알려준 형을 찾는다. 그녀 역시 목욕바가지를 들고 나갔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남겨진 그들의 자식 계영은 큰 아버지 댁에 맡겨지며 정작 큰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나이차 있는 형들과 교류도 없이 남편에게 불만만 가득한 큰어머니가 주는 불편한 밥을 먹으며 자란다. 독립한 계영이 스포츠센터에서 일하며 난생처음 마음에 품은 여인 선혜... 나이차가 있기에 힘들게 얻은 결혼 승낙도 그녀의 암 발생과 함께 한시 앞을 모르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계영과 선혜가 속리산 집에 터를 잡고 부부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타깝고 안쓰러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세상의 어느 부부보다도 행복하다.

 

계영의 큰아버지 낙원 역시 결코 쉬운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낙원, 남편의 무시함에 온몸으로 거부하고 분노를 가지고 사는 달래, 가정이란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자라는 두 사람의 자식, 계영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엄마... 다른 사람의 고통이 충분히 이해가 되어도 자기 손톱에 박힌 가시가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게 인간이다. 낙원, 달래는 자식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 특히나 배우자, 조카의 고통스런 슬픈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다.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이란 말은 옛말이 되어진지 오래다. 명예이혼, 황혼이혼이란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게 될 정도로 결혼하면 당연히 두사람이 평생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변하고 사랑도 인스턴트처럼 쉬워진 요즘 세대에 계영과 선혜가 보여주는 한 없이 깊고 애절한 사랑은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속리산 깊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낙원, 달래... 그들의 삶 속에 조용히 자리잡은 계영과 선혜... 오래살면 삶의 지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늘어간다는데 지난날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 배우자의 모습을 이해한다. 나 역시도 결혼을 하고 의리로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 배우자 역시 나에게 의리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서로의 아픔, 잃어버린 꿈, 생활이기에 감내했던 것들에 새삼 고마움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 책이다. 속리산, 증도 염전을 비롯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머릿속으로 상상이 되는 계영, 선혜의 모습에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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