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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평점 :
'몸을 긋는 소녀'... 아름다운 소녀가 무슨 이유로 자신의 몸을 자해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길리언 플린의 데뷔작... 너무나 여리고 예쁜 소녀의 표지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스토리가 충격적이다. 언제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서너 달인가 전에 TV 뉴스를 통해서 보았던 기억이 있는 이야기로 스토리의 구성이나 심리묘사가 잘 나타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시카고에서 네 번째인 신문사 데일리 포스트에서 근무하는 여기자 카밀 프리커는 자신의 고향 윈드 갭에서 발생한 어린 여자아이를 상대로 한 두 건의 사건을 취재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강가에서 죽은 살인사건과 근래에 일어난 납치사건을 다룬 취재... 될 수 있으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이 사건을 기회로 여기는 상사로 인해 어쩔 수 없기에 고향을 이어주는 그녀의 끈인 어머니의 집을 찾아간다.
유달리 폐쇄적인 마을 분위기에 경찰도 카밀의 사건 취재에 호의적이지 않다. 자신이 윈드 갭 출신임을 밝히자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아는 체 하지만 그 눈길과 말투에는 멀리하고 싶어 하는 어색한 불편함이 묻어 있다. 그녀처럼 타지에서 온 형사가 실종된 소녀를 발견한다.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 소녀의 입에는 피가 흐르고... 범인은 무슨 이유로 소녀들의 이를 모조리 뽑았던 것인지... 분명 무슨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만 도통 알 수가 없다.
상사는 수시로 카밀의 취재 결과를 알고 싶어 하고 결정적인 취재를 못한 그녀 스스로도 불편하기만 하다.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범인에 관한 결정적인 목격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곳을 한 소년이 목격한다. 조금은 황당하게 느껴지는 소년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이 무시한다. 카밀은 겨울여왕에 나온 듯 한 범인의 윤곽에 왠지 신뢰감이 간다. 여기에 우연히 만난 옛 친구, 어머니와 함께 알고 지낸 지인들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카밀은 배다른 자매지만 제대로 신경써 본적 없는 소녀 엠마와 죽은 두 소녀가 친구사이였음을 알게 된다. 사이좋게 지낸 소녀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멀어진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카밀의 엄마 역시도 딸의 취재를 목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만두기를 원한다. 으레 그렇듯 의심이 간다고 여기는 인물을 사람들은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카밀은 그가 아님을 안다.
오래 전 죽은 여동생의 기억을 잊고 싶었지만 자신의 몸에 새겨진 글씨들은 오히려 그 때의 기억 속으로 수시로 카밀을 끌고 갈 뿐이다. 동생처럼 사랑받고 싶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어머님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카밀... 그 어두운 기억이 그녀의 몸에 새겨진 상처와 깊은 연관이 있다.
나 역시도 여자이고 아이를 낳은 엄마다. 뱃속에 아이를 갖는 순간부터 여자들은 모성이란 게 생긴다고 한다. 좋은 엄마이고 싶은 많은 엄마들의 바람은 당연한 것이지만 자식이 원하는 좋은 부모는 분명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 항상 인정받는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심리 속에는 그 보다 앞선 또 다른 어머니의 잘못된 양육과 자식에 대한 비틀어진 욕망, 애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 원인이다.
자식은 내 분신이지만 내 소유물이 아니다. 자식을 나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키우고 있는가? 잘못된 양육이 불러 온 끔찍한 살인사건... 올바른 주고받는 사랑과 관심이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자신의 몸에 여전히 상처를 내고 끔찍한 상태로 만들어야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이 되어 애처롭고 안쓰럽다. 드라마로 확정되어 만들어진다니 미드를 보는 편이 아니지만 TV에서 한다면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는지.. 모성이 가진 어두운 면을 잘 들어내어 이런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