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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와 다르다 고해서 그 사람의 생활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다를 수 있기에... 허나 사회규범이나 우리가 가진 정서를 놓고 볼 때 분명 올바르지 않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있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유이카와 케이의 '어깨 너머의 연인' 속 인물 루리코는 일본인의 시각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특히나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루리코와 모에다. 스물아홉 살의 소꿉친구인 두 여성은 여러가지 면에서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모에의 남자친구를 꼬셔 세 번째 결혼식을 올리는 루리코... 자신과는 달리 성실하고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생각에 모에의 남자친구를 빼앗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부터 왠지 김이 빠지고 새신랑에 대한 욕망은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모에는 소꿉친구란 이유만으로 벌써 세 번째 루리코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특별한 감흥 없이 루리코의 결혼식을 보고 있다가 예전에 우연히 들은 루리코의 남자친구?를 만난다. 이야기를 나누다 마음이 맞은 두 사람은 같이 보내는데...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첫사랑으로 인해 남자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믿지 못하는 모에나 예쁜 외모에 애교 섞인 말투로 남자들의 마음은 쉽게 사로잡지만 같은 동성 친구는 모에가 유일할 정도로 여자들에게는 밥맛 없는 여자 취급당하고 사는 루리코... 솔직히 내 옆에 루리코란 여성이 있다면 나 역시 그녀를 좋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무기로 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그 가치가 줄어든다. 루리코 역시 자신처럼 아름답지 않지만 젊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남자들에게 대접 받는 여성의 모습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 분을 삭이기 힘들다. 자신이 가진 모습 그 자체만으로 인정해 주는 모에가 있기에 그나마 위안을 얻고 모에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많이 한다.
모에가 다니는 회사 아르바이트생인 열여덟 살의 가출소년을 안쓰럽게 여긴 그녀는 그를 하룻밤 자신의 집에서 재운다. 이때 들이닥힌 루리코는 임시로 소년을 자신의 신혼집으로 데리고 가는데...
우연히 필연히 되고 필연히 운명을 만드는 것처럼 가출소년이 다시 거리를 떠돌며 일자리를 구하려고 할 때 다시 마주친 모에로 인해 세 사람은 어쩌면 운명적인 관계로 접어 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그들은 하나의 커다란 존재로 인해 운명으로 얽혀지는 일이 발생할 테지만...
책의 두께와 상관없이 책을 읽는데 드는 시간이 고작 2시간 조금 넘었을 정도로 속도감이 상당한 책이다. 배우자의 경우는 서로 다른 사람 성향의 사람이 만나 같이 살면 잘 산다는 말을 종종 듣거나 한다. 헌데 친구는 되도록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기 쉽다. 너무나 동떨어진 친구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에와 루리코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다. 결혼을 통해서 자신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다소 아동스런 성향의 루리코와 그런 루리코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솔직한 면에 모에는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어느 한 쪽이 나쁜 게 아니라 서로가 다름을 인정한 친구사이... 사실 난 개인적으로 모에의 시크한 면이 있는 성격이 더 끌리지만 마지막 모에의 선택에는 의문점을 갖는다.
나는 행복해진다.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죠? 난 항상 행복해지기 위해서 열심인데. 절대 인생을 포기하지 않아요. 열심히 분발하고 있다고요. 그런 내가 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거죠?' -p331-
비록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이 다른 루리코지만 그녀는 항상 행복해지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당당히 살았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왜 토씨를 달 수 없을까? 그녀에게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처럼 당당한 루리코이기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삶에 대한 방식을 인정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상식과는 거리가 먼 모에, 루리코, 가출소년 다카시... 그리고 모에의 일자리 주변 인물들은 실생활에서는 하나같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이란 생각이 든다. 꿈을 갖고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살고 싶은 모에가 먹고 살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현실 속 우리 직장인들과 닮아 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더 이상의 타협을 버리고 스스로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모에, 루리코의 모습에 미소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