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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ㅣ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평점 :
양력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음력으로는 존재하는 날 2월 30일... 제목으로 이 날짜가 있어 강렬한 표지도 인상적이지만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날이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2월 30일생의 주인공은 '현재'란 남자다. 현재란 이름에 맞게 현실에 만족하며 엇나가는 일 없이 현재를 중시하며 살아 온 남자다. 그의 여동생은 열 살 터울이 나는 미래로.. 이런 이름을 지어준 분은 남매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지역의 유지로 현재는 법조계에 몸담았지만 지역 기반이 별로 없는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도움에 힘을 얻어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
현재는 특별한 끌림 없이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서 일하던 구성작가와 알게 되고 외도를 저지른다. 아내에게만 걸리지 않았다면 그의 바람은 언제까지 이어졌을지 모르겠지만 임신 중인 아내는 현재의 외도 사실을 알고 친정으로 떠나 버린다. 이혼까지는 생각지 않는 아내와 별거가 그렇게 이루어진 상태다.
집안의 행사로 현재는 고향집에 내려와 있던 중 헤어진 여자 '혜린'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고향에 연고자가 없는 혜린의 등장은 석연치가 않기에 현재는 그녀가 혹시 자신을 쫓아 고향까지 내려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헌데 이런 혜린이 죽었다. 현재에는 말하지 않았던 임신 3개월의 상태로 동강 근처에서 죽은 것이다. 혜린을 만났을 때 만취상태로 필름이 끊겨버린 현재는 스스로가 완전히 결백하다고 믿기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현재는 자신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행히 그녀의 소지품을 가지고 있는 노숙자가 잡히면서 살인범에서 벗어나는 듯싶었지만...
현재는 혜린의 죽음과 관련해 자신에게 연락을 취했던 최형사를 만나는데 혜린이 죽기 전 찾았다는 '정만리'란 여성에 대해 듣게 된다. 정만리란 여성은 혜린이 죽은 장소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슨 이유로 혜린은 만리란 여성에 대해 알고 싶어 했으며 그녀가 죽은 장소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 만리란 여성에 대해 알기위해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간 현재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여겼지만 할아버지와 만리가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정만리가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도 있었는데...
혜린의 하나 밖에 없는 언니 정희가 던진 이름 중에는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들은 인물이 있다.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자신이 직접 죽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 인물이다. 60년 전의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간 과거의 현재 할아버지 '윤조'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 온 인물로 몸이 성치 않은 누이 '이조'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조에게 남다른 마음을 품은 머슴은 넘보지 말아야 할 이조와 정을 통하게 되고 이를 안 윤조는 격분하게 된다. 이 머슴이 바로 죽은 남자다. 현재는 진실에 다가설수록 혜린이 아닌 그녀의 언니 정희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조, 정만리, 혜린과 같이 여인들의 인생이 왜 이리 안쓰러운지... 같은 여자로 그녀들의 삶에 마음이 아프다.
인간의 끝을 모르는 욕심, 이기적인 욕망이 결국 사람의 본성까지도 파괴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죄의 댓가를 치르기를 바라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스토리는 충분히 흡입력도 있고 다음 이야기를 추리하며 읽는 재미 또한 괜찮다. 결말에 대한 짐작은 할 수 있지만 반전이 있기에 흥미를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60년을 현대사를 통해 한 집안의 어두운 가족사가 흥미로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