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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7
안치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0월
평점 :
요즘 들어 우리나라 작가 분들의 글에 깜짝깜짝 놀라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예전과 달리 장르소설에서 외국 장르소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스토리 구성이나 짜임새, 흡입력이 상당히 좋다고 느끼고 있다. 여기 또 한 명의 신예작가의 데뷔작을 만났다. 안치우 작가의 '재림'은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지 않는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매력적인 여탐정의 매력에 푹빠져 즐겁게 읽은 책이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진행되는 있는데 1부에서는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라진 그의 작업실에는 혈흔 자국이 남아 있는 걸로 보아 분명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몸싸움이 예상된다. 경찰은 쉽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고 행방불명된 화가의 가족들은 애가 탈 뿐이다. 화가의 늦은 노모는 아들의 생사가 걱정이 되어 민간조사원 일명 탐정사무실을 찾게 된다.
괴짜라고 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에 탐정사무실을 운영하는 독 소장, 풍부한 지식과 예민한 감성의 여성스런 면이 느껴지는 남자 승주, 180센티미터의 훨씬한 키에 강인한 체력을 자랑하며 명석한 두뇌에 사건을 바라보는 직관력, 추리력, 집요한 근성까지 가진 여성 권민까지... 세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 가는 팀워크는 탁월하다. 어찌 면 권민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독 소장은 쓸데없는 이야기에 삼천포로 빠지는 면이 있는 듯 보이지만 예리함을 갖추고 있고 여성스런 섬세함을 갖춘 승주 역시 풍부한 학식, 지식을 바탕으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항상 놓치지 않는 인물이다.
피해자 화가의 개인 블로그에 남겨진 비문에서 의심스런 이름을 발견한다. 피해자가 몹시도 따랐던 은인... 은인으로 인해 착실한 크리스찬이던 화가가 종교를 믿지 않게 되어버린 사연이 밝혀지는데... 항상 그렇듯 사건 현장에 범인에 대한 증거는 남아 있다.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 추적했지만...
종교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하철 입구나, 지하철 안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광장을 지날 때면 한 번쯤 종교인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말하는 세기말, 곧 심판의 날이 다가온다는 이야기...
종교가 가진 기본 교리보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 원래 종교가 가진 방향과는 다른 형태로 흘러가는 현실... 솔직히 전적으로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 있는데 승주씨가 종교인과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그랬다. 종교인도 열린 귀를 가져야 하는데 딱 닫고 귀를 막고서 자신들만의 생각을 강조하는 모습에 살짝...
2부에서는 세 사람이 함께 탐정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종된 여대생을 찾아 달라는 부모님의 요청으로 영국으로 날아간 독 소장과 승주... 그 곳에서 능력 있는 여성 권민을 만나고 권민의 활약으로 인해 사건이 단숨에 해결된다. 헌데 신변 안전을 위해 독 소장이 건네는 이야기에 바로 반응을 보이며 함께 서울로 향한 사연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누구에게나 지어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돈키호테와 같은 친구를 잃어버린 권민, 어린 시절의 한 여인의 눈빛을 잊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가진 승주... 전혀 상반되는 신체조건과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이 일하면서 로맨스를 키워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다소 황당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세 사람을 중심으로 한 탐정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세 사람의 개성 강한 캐릭터가 무척이나 좋았기에 시리즈로 나온다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만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