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5 : 심연의 리플리 리플리 5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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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시리즈'... 무려 36년이란 시간에 걸쳐 총 5부작으로 완성된 연작소설로 주인공 톰 리플리는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란 평을 듣고 있다.

 

솔직히 리플리는 5권이 처음이고 앞의 4권은 읽지 못했다. 그나마 명절 때인가 기억도 희미하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미남으로 알려진 알랭 드롱의 '태양은 가득히'란 고전영화를 통해 리플리에 대해 조금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영화를 통해 재능 있는 리플리 책에 나온 리플리 증후군이 더욱 관심을 받게 되고 알랭 드롱 역시도 세계적인 배우로 단숨에 떠오른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리플리 병' 또는 '리플리 효과' 라고도 한다.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된다.     (두산백과 사전에서 가져옴)

 

톰 리플리는 아내 엘로이즈와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가 저지른 살인은 의문은 받는 상황이 있었지만 하나같이 범인으로 지목되지는 않았는데 자신을 바라보는 수상쩍은 눈길의 프리처드 부부가 이사 오면서 리플리는 자꾸만 예민해져 간다.

 

리플리는 확실하게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는 남자로부터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고 말하는데 목소리만으로 의심만 더할 뿐이다. 이 모든 일은 분명 프리처드 부부의 계략이라 여겨지며 이 부부의 초대에 응한다. 프리처드 부부가 가진 분위기에 이상하다. 남편 데이비드 프리처드는 리플리를 몰아세우며 예전에 알고 지낸 화가의 약혼녀의 이름을 들먹인다.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프리처드 부부로 인해 리플리는 직접 그들 부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죽은 남편, 애인의 죽음과 관련해 알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허나 그 방법이 너무나 특이하고 이상하다. 분명 시간도 흐르고 좀 더 전문적으로 사람을 조사하는 인물을 고용할 수도 있는데 굳이 정상적이지 못한 성애자들을 이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이 부부의 모습 역시도 기이하다. 분명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지만 지대한 관심을 넘어 올인한다.

 

진실을 알기 우해 영국으로 날아가 가짜 그림을 그린 화가의 약혼녀를 만나고 옛동료들을 불러 프리처드 부부에 대해 알려준다. 헌데 데이비드 프리처드에게도 그를 따르는 음대생이 생기고 두 사람은 결국 무엇인가 찾아낸다. 그것을 리플리의 집 현관에 찾다 놓으며 경찰에 신고하는데...

 

리플리 시리즈도 명작 고전 스릴러 소설로서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톰 리플리란 인물 자체가 가진 매력도 있지만 좋은 집안에 남편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되는 일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묵인하고 남편 리플리의 말에 믿으려는 아내 엘로이즈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부부의 모습이라 흥미롭기만 하다.

 

이 소설이 나온 지가 엄청 지났는데도 지금 읽어도 재밌다. 대놓고 살인을 저지른 것에 특별한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과 만나면 직접 부딪혀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리플리를 둘러싼 또 다른 이야기가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열린 결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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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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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의 주인공 열여섯 살의 강태산의 심정이 딱 그러하다. 아버지가 살아계신 그 순간... 아니 아버지와 함께 죽지 못한 그 순간으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지만 현실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 세월호 사건... 일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가고 잠수부들 역시 전부 철수한다는 뉴스를 바로 얼마 전에 본 기억이 있다. 아직도 찾지 못한 어린 학생들의 시신... 자식을 먼저 보내고 가슴에 묻은 부모님의 심정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코 희미해지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은 남은 가족에는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주고 고통스럽다. 강태산의 경우도 그러하다. 아버지가 57세란 다소 늦은 나이에 태산이 태어난다. 5살 어린 어머니는 태산이 겨우 8살이 된 60살 봄에 세상을 떠난다. 일가친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아버지와 태산... 둘 밖에 없기에 두 사람의 부자 관계는 더 끈끈했을 것이다.

 

태산이 열여섯 살 어느 날 쌀집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건강한 신체를 자랑하시던 아버지가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다. 선생님으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 들었지만 태산은 믿어지지가 않는다. 혼자 남은 태산을 위해 열심히 도와주시는 떡집 아저씨, 아줌마... 헌데 오촌이라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분이 나타나자 분위기가 사뭇 험악해져만 간다.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 유언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찾던 떡집 아저씨로 인해 처음 보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태산은 사진 속 미용실을 직접 찾아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물어물어 사진 속 미용실을 찾았지만 주인 미용사는 아버지를 전혀 모르는 듯... 헌데 벽에 걸린 십자수는 분명...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나보다. 남보다 못한 오촌은 태산의 후견인이 되고 싶어하고 가족처럼 느낀 떡집 아저씨 내외는 태산을 양자로 들이고 싶어 한다. 이들의 목적이 돈이란 것이 분명하게 보여 마음이 혼란스럽고 화가 난다.

 

태산은 선생님의 권유로 캠프에 참여했다가 미용을 즐기는 변호사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변호사 아저씨의 이야기는 분명 자신이 갔던 해리 미용실 주인아저씨의 이야기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고 싶은 태산... 잊고 지냈던 과거의 시간 속에 아버지가 한 말이 생각난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담고 있어 가볍게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충분히 스토리가 가진 재미가 있지만 마지막은 열린 상태로 끝이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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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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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로맨스 소설은 풋풋함이 느껴져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바로 전에 존 그린의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을 읽으며 우정, 사랑,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고등학생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름을 말해줘' 역시 청소년의 사랑이 엉뚱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열아홉 살의 신동이라 불리우는 콜린 싱글턴은 열아홉 번째 실연을 당한다. 세상에나 태어날 때부터 일 년에 한 명 꼴로 사귄 셈이 되는 것인데 매번 차이며 이별을 맞지만 콜린이 분명이 매력이 있는 소년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콜린이 여태껏 사귀고 차인 소녀들의 이름은 하나같이 캐서린...  어떻게 같은 이름의 소녀를 매번 사귀는 것인지... 콜린이 혹시 캐서린 이름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 살 위인 아랍계 부잣집 청년 하산은 콜린이 느끼는 실연의 고통과 자책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기 위해서 콜린의 손을 잡아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무작정 떠나는 자동차 여행... 목적도 이유도 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 중에도 콜린은 수시로 얼마 전에 헤어진 캐서린을 떠올리며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녀를 떠올리며 자신만의 이론을 내세운 차이는 사람과 차는 사람으로 나눈 이분법 모양의 수학공식을 만들어낸다. 잡화점에 들어갔다가  점원이자 가이드를 겸하고 있는 린지 리 웰스를 만나게 된다. 증조할아버지가 세운 방직 공장의 오너인 린지의 어머니는 콜린을 기억해 낸다. 두 사람은 린지의 집에서 기거하며 그녀의 어머니가 시키는 지역주민을 상대로 간단한 조사를 의뢰 맡는다. 

 

매번 차인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것을 수학공식으로 풀어낸다는 설정이 흥미로운 이야기다. 단 12일 밖에 사귀지 않은 세 번째 캐서린으로 인해 콜린의 연애 공식은 제 모습을 갖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수학공식으로 풀어내려는 콜린의 모습이 귀엽고 여기에 매력적인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기 재미를 더해준다. 캐서린에게 매번 차이면서 자신을 한물간 신동이라고 표현하는 콜린 싱클턴은 조금은 못나 보이지만 항상 주목 받는 것에 익숙했기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중심에 있고 싶어 한다. 반면에 아랍, 유대인 피가 반반 섞인 하산은 대학에 들어가기 보다는 몸을 찌우며 펑펑 시간을 허비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상당히 뚱뚱하다고 여성들에게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매력적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지고  린지도 콜린보다는 하산에게 매력을 느낀다. 다만 이 여대생이 린지와 관련 있는 인물과 함께 있는 모습을 하산, 콜린이 보게 된 것이 문제지만...  

 

이 책이 성장기 청춘들의 사랑, 이별을 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뻔히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우유부단한 마음이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현실의 아픔도 담고 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으로 살아가기에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콜린, 하산, 린지는 더 나은 어른으로 분명 성장해 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똑같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어른이 될 것이다. 수학공식하면 항상 머리가 아픈 나였는데 콜린이 풀어내는 수학공식은 엉뚱한 만큼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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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리스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7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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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리스트 너무나 친절하지 못한 소설이다. 믿고 보는 작가 제프리 디버의 신작 '옥토버리스트'... 옮긴이의 후기가 가장 먼저 나온 그야말로 역발상의 뭐야 뭐야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마력의 소설이다.

 

매력적인 여성 가브리엘라는 혼자 어린 딸 세라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 어느 날 납치범 조셉이 딸을 데려가고 협상카드로 돈과 함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옥토버리스트란 문서를 요구한다. 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브리엘라를 극도의 불안한 감정의 고통 속으로 밀어 넣지만 그녀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이제 만난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멋지고 잘생긴데다 돈까지 많은 남자 대니얼과 그의 친구들이 있어 위안이 된다. 

 

 

이미 행방을 감춘 오너의 비리는 경찰과 FBI까지 쫓고 있는 사건으로 커져 있다. 한시라도 빨리 세라를 구하고 싶은 가브리엘라는 그만 납치범 조셉이 정한 시간보다 늦어지고 만다. 딸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은 가브리엘라에게 조셉은 더 큰 금액을 제시한다.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가브리엘라를 위해 대니얼과 그의 친구 앤드류는 납치범 조셉을 만나기 위해 나가고 대니얼의 친구들이 가브리엘라와 함께 남는다. 가브리엘라는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대니얼의 친구들을 믿고 싶지만 불안감이 극도에 달한다. 데드 볼트까지 확인하며 마음을 진정시켜 보지만 그 때 현관문 경첩 소리가 들리고 납치범 조셉이...

 

"내 딸은 무사한가요?".... "제발 얘기해줘요! 내 딸은 무사해요?"    -p18-

 

옥토버리스트는 기존의 제프리 디버의 소설과 다르다. 아니 이제까지 읽은 그 어떤 소설과도 같지 않다. 분명 액션, 스릴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무수히 많이 포진되어 있으면서도 가장 큰 포인트이고 스토리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요소가 사건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소설이란 점이다. 처음에 분명 옮긴이가 알려주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잊어먹고 사건 자체에 몰입이 되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헷갈리고 만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주는 묘미를 거스르며 뒷부분부터 읽으면 저자의 의도가 사라지고 책의 흥미를 떨어지기에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역순 소설은 처음이라 처음의 혼란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누어진 시간 속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매순간이 긴장감이 흐른다.

 

기존의 방식을 깨부수고 새로운 형식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준 제프리 디버... 이번 신작 옥토버리스트는 기존의 저자의 작품과 견주어 결코 재미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기존의 구성과 다른 독특하고 신선한 구성에 감탄하며 재밌게 읽었다. 이번 책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에는 저자가 어떤 방식의 구성으로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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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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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유쾌한 인문학으로 많은 인기를 가진 김정운 교수 아니 원장의 '에디톨로지'... 부제목으로 창조는 편집이란 글이 쓰여 있다. 에디톨로지를 다른 말로 바꾸면 '편집학'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새로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어 만들어진다.

 

세상에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김정운님은 오랜 시간 창조는 편집이란 말을 강조해 왔다. 그의 이런 주장은 아무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 허나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본 미국 작가 말콤 클래드웰이 스티브 잡스에 대한 평가를 편집학으로 정리한 파급효과가 가진 엄청난 차이를 표현해 낸 영어권 국가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거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3가지로 나누어진 파트마다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텍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이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다.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 심리학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재미가 조금 차이를 보이겠지만 지적 호기심만 있다면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특별히 더 끌리는 부분은 있지만 김정운 교수의 해박한 이야기에 너무나 재밌고 즐겁게 읽었으며 배울 점도 많았다. 

처음부터 시선을 확 잡아끄는 사진이 등장한다. 이건 뭐지? 싶은 매력적인 여인의 사진이 본격적으로 에디톨로지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부분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곳에 집중된 시선을 타깃으로 둔 아이팟 광고 사진이 놀라우면서도 광고효과는 확실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노홍철의 음주 사건으로 무한도전 하차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들었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10년을 방송하다 보면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무한도전 역시 6개월 정도 파업으로 방송이 중단된 적도 있었고, 리쌍의 멤버 길의 하차도 있었지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수 예능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의 장수를 보면 6명의 적절한 팀윅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PD의 만들어내는 연출력이다. 편집과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자막 처리가 가장 빛나는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고 간단히 유재석과 박명수의 별거 아닌 잡담 같은 출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자막이 가진 힘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몽타주 montage 기법' 때문이다. 서로 다른 맥락의 화면을 이어붙이는 방법을 뜻하는 몽타주 기법은 미술에서 나타난 '콜라주 collage 기법'의 연장선에 있다. 인상파 이후의 피카소, 브라크 등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신문지나 광고 포스터, 엽서 등을 오려붙이는 방법으로 회화의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어 몽타주 기법이 나타났다.              -p117

 

몽타주 기법에 의해서 영화에서 연기는 충분히 커버가 가능해진다. 몽타주 기법을 이용해서 풀어놓는 배우 시걸에 대한 평가는 날카롭다 못해 그의 영화를 두세 편 본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동조하는 헛웃음이 살짝 났다.

 

원근법의 발견은 객관성의 발견이 아니다. '주체'의 발견이다. 인식하는 주체, 즉 '주관성'의 발견이라는 뜻이다. -p155-

 

그림에 대한 관심이 있고 미술관에도 될 수 있으면 시간을 내어 좋은 작품들을 보려는 노력을 종종하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에 그냥 보기에 좋은 그림이 아직까지는 좋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의 원근법으로 보면 나타나는 오류들이 있다. 변증법적 모순이 숨어 있는 그림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 버금가는 혁명적 인식론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이폰 하면 애플이고 애플하면 스티브 잡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스티브 잡스의 놀라움은 그가 시대를 앞서는 정확한 눈을 가졌다는 것이다. 마우스의 발명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일이다. 이를 알아보고 헐값에 특허권을 넘겨받으며 마우스를 대처하는 새로운 개념 터치가 가능한 아이팟을 만들어 낸다. 갤럭시를 비롯하여 스마트폰 모두가 터치를 사용하지만 이 터치에도 차이가 있다.

 

스티브 잡스란 인물 자체만 놓고 볼 때도 그는 살짝 꼬여있고 거만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고 재밌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나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연설을 놓고 비교하는 부분에서 빌 게이츠가 이 정도 평가를 받을 만큼 우아하지만 재미없고 지루한 연설을 쏟아낸다. 내가 들어도 같은 느낌일지...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보다 빌 게이츠에게 호감이 있는 나로서는 영어를 잘 못하기에 그들의 원문 연설문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군데군데 재밌고 시선을 잡아끄는 부분들이 많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를 비교한 앞에서 적은 이야기, 독일의 제복이 일본을 넘어 우리의 옛 교복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김정운 교수 역시 다른 옷을 입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같은 옷으로 보였다는 글에 웃음이 났다.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비교되는 바흐, 헨델,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 서독과 동독의 통일에는 외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자로 촉발된 일, 우리나라의 한동안 충격에 빠트린 메네르바의 학력을 넘어선 시대를 보는 날카로운 편집 능력, 인간으로는 치사한 인물이지만 위대한 편집자란 평가를 내린 프로이트, 책은 될 수 있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머리 깊이 새기고 사는 나에게 책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등이다. 마지막에 인간은 한 번쯤 아주 격하게 외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김정운 교수님 같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평범한 가장, 주부가 이런 외로움을 가진다고 하면 몇 사람의 배우자, 가족이 허락을 할지 의문이 살짝 든다.

 

지금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홍수의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고 편집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분명 무척이나 재밌고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흡입력도 좋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시간이 조금 후에 이 책을 다시 본다면 지금과 같은 느낌일지.. 편집학의 개념을 배우고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고 인문학이 주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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