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도미난스 - 지배하는 인간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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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정신세계를 지배할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이 선한 사람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처음부터 세계를 자신의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망을 가진 사람, 아니면 선한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능력에 꼼짝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혼자만의 이상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움직인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 중에 재앙이 아닐까 싶다.

 

'호모도미난스'는 다른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조종하는 인간을  지배하는 인간을 뜻한다. 다른 사람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정신조종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둘도 아니고 생각보다 많다. 서로가 가진 힘을 알기에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그들의 세력이 점점 커져가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그들을 저지하려는 인물도 있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할머니, 어머니가 머리띠를 두룬 젊고 잘 생긴 남자에게 끔찍하게 난자되어 살해 된 것이다.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끔찍한 살인 현장에 손자이자 아들만이 피를 묻힌 채 절규하고 있다. 소년이 범인으로 지목되지는 않았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소년이 본 범인의 윤곽이 너무나 약하기에 사건은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 소년의 이름은 스스미... 소년은 돌아갈 집이 없기에 거리를 헤맨다.

 

주인공 안시현은 피부과 페이 닥터로 아내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던 남자였다.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에 아내가 죽게 되자 그는 그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신념, 가치관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슬픔을 잊고자 중국으로 향한 시현은 우연히 쓰러진 사람을 돕게 되고 이를 본 백원단의 리더 류잉춘에 의해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 테스트를 받게 된다.

 

백원단의 리더 류잉춘도과 방바재단의 리더 저우환위이 성주들에게만 전수되어 있는 비상한 능력을 수술실에서 얻게 된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던 능력이 서로가 가진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통하는 정신조종능력이 두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이 틀리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도 다르다. 이들이 가진 능력이 크기에 그에 따른 댓가 또한 엄청나다. 힘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느끼게 되는 강렬한 유혹.. 이 유혹에 굴복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하나다.

 

세상에는 능력을 가졌기에 그것을 힘으로 사용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있다. 한국인 남자 명준과 달리 자신의 욕망에 끝까지 당당한 중국여인 슈란의 모습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명준과 슈란이 꿈꾸는 세계는 시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시현이 가진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이용하기로 한다. 명준이 실패한 계획을 슈란은 성공을 확신하기에 실행에 옮긴다. 시현이 가진 사람에 대한 마음 때문에 효과는 즉시 나타난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생각보다 쉽게 다가오는 이야기라 아니라 처음에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헌데 어느 순간 스토리의 전체적인 구도가 보이고 빠져들 정도로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현대 사회가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사회다 보니 누구나 남들보다 더 나은 능력,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펙 쌓기를 넘어 정신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일들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는 더 적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지배할 것이다.  그들이 만들고 계획하는 사회 속에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휩쓸리고 순응하며 살아 갈 것이다. 무섭다. 앞으로의 미래의 모습도 무섭고 인간이 가진 욕망도 무섭다. 인간이 가진 끝을 모르는 욕망은 호모도미난스와 같은 인간을 만들어 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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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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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는 날을 안다면 어떨까? 앞으로 나에게 남겨진 시간을 알았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화를 내고 울분을 토해내게 될까? 아마 나도 그렇고 인생의 절반도 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억울한 감정이 먼저 들 거 같다. 착하게만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해코지를 하면서 악한 마음을 품었던 적이 없는데... 왜 나에게...

 

우편배달부로 일하는 주인공은 고양이 양배추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평소처럼 일을 하면서 감기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자 찾은 병원에서 길어야 6개월 짧으면 일주일 아니 당장 내일도 기약하지 못하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뇌종양 4기... 정말 죽음이 코앞에 와 있다는 생각에 슬픔이 파도처럼 가슴을 휩쓸고 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른 체 현관 앞에서 쓰러진 나.. 헌데 내 집에 나와 완전히 꼭닮은 토플갱어의 악마가 있다. 난데없이 나타난 악마는 그에게 거부하기 힘든 거래를 제안한다.

 

하루의 시간을 더 연장해주는 대신에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 중 하나를 앗아간다는.. 첫 번째는 요즘 사람들의 손에서 절대 놓지 못하고 사는 휴대폰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게임중독이 있는 것처럼 한시도 휴대폰을 곁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갑자기 휴대폰이 사라진다면 생각보다 심한 패닉 상태에 빠질 거 같다. 주인공은 하루를 더 살기 위해 기꺼이 휴대폰을 내놓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번의 전화를 쓰기로 한다. 휴대폰이 사라지기 전에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해 관계가 소홀해진 아버지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가 누른 번호는 번호도 저장되지 않은 오래전에 헤어진 옛여자친구다.

 

여자친구를 만나 자신과의 추억에 대해 듣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주인공을 참담하게 할 뿐이다. 너무나 시시하고 하찮은 이유로 그와 헤어진 것처럼 말하는 여자친구의 이야기에 화도 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휴대폰에 이어  영화가 사라지고 다음은 시간이다. 시간은 특히나 주인공과 어머니에게 있어 아버지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이것 또한 괜찮다. 고양이가 말을 건넨 그 날 자신에게 있어 가족인 고양이를 사라지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사이도 없이 고양이가 사라지고 다행히 고양이는 옛여자친구에게 가 있다. 여자친구에게 생각지도 못한 어머니의 편지를 받는다. 그 속에는 가족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 온 한 사람이 보이고, 자신의 하는 일과 가족 밖에 모르고 살았던 또 다른 사람이 보인다. 이들 가족에게는 첫 번째 고양이 양상추를 비롯하여 양배추 모두 가족과 같다.

 

사람이란 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나서야 그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살면서 그게 집착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관계가 소홀한 아버지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도 가고 빨리 화해의 손을 내밀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 당연한 진리인데 자꾸만 잊어버리고 생활하게 된다. 악마와의 거래는 우리가 생활속에서 만나는 유혹들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의 곁에 있어줄 뿐이야."  -p187-

 

내가 과연 행복한가, 불행한가, 자기 자신은 잘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건 있다.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92-

 

담담하게 자신의 풀어낸 이야기에 따스함이 느껴진다. 삶이 주는 가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책이다. 당장 내일 죽을 것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삶이 주는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었고 내 곁에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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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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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제목 '섬, 짓하다'... 섬짓하다란 글로 처음에 보았다가 아니네 다시 읽어보며 왜 이런 식으로 제목을 붙였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섬, 짓하다'의 작가 김재희씨는 전작 훈민정음 암살사건, 경성 탐정 이상을 통해 이미 검증된 작가다. 들어는 보았지만 저자의 작품은 처음이라 내심 기대감을 안고 읽었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장르소설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괜찮다는 느낌을 준다.

 

심리학 석사 출신으로 경장에 특채되면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센터 범죄행동과학계에  들어온 주인공 김성호... 그는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는 남다른 능력을 인정받는 유능한 프로파일러다. 그는 이제 겨우 16세 소년이 성형을 한 여성을 인터넷상에서 공격했다가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잡혀 온 소년을 심문하게 된다.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년이 범인이 아니란 느낌을 받고 자신의 의견을 나누던 중 생각지도 못하게  소년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성호를 향한 비난이 쏟아진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다른 여성프로파일러가 맡기로 한 삼보섬 실종사건을 맡게 된다.

 

TV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면서 삼보섬 실종사건은 세간의 화제가 된 중요사건으로 떠오른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속 직원  여도균과 함께 삼보섬으로 향하는 김성호... 귀신이 보인다는 여도균의 말을 믿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그가 거슬린다. 삼보섬에 도착하자마자 강력계 팀장과 지역유지로부터 거하게 대접 받지만 성호는 이 모든 상황이 불쾌하기만 하다. 빨리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세 명의 실종자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로 누구에 의해 사라졌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하나도 없다. 유일하게 범인과 관련해 단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지문과 DNA가 검출되지 않은 범인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뿐이다. 성호는 분명 편지를 보낸 사람은 삼보섬 운림산방에 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란 확신이 든다. 단서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CCTV를 확보하지만 이 역시 쉽지가 않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수시로 성호를 힘들게 하는 일이 발생한다. 다름 아닌 어린시절 기억... 힘이 없다기에 친구가 당하는 것을 그냥 옆에서 보면서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미치도록 후회가 단다. 그 시절 피해 친구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한 번씩 그는 옛 친구를 떠올린다.

 

단서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김성호는 자신이 해킹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해킹 당했다면 다른 사람도 충분히 가능하다. 해킹에 대한 문의를 해 놓은 상태에서 동료 경찰은 성형수술 때문에 죽은 여자를 공격했던 인터넷 사이트의 주인장을 수소문하게 된다. 그녀의 당당함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해결점이 나타나고 그로인해 아주 중요한 결정적 단서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건 현장 감식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사건에 대한 직관력, 판단력도 뛰어나지만 자신만의 사건에 대한 확실함이 느껴진다면 밀어붙이는 행동도 서슴지 않기에 그는 같이 일하는 형사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미국 드라마 CSI를 통해서 프로파일러가 얼마나 유능하게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지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을 하는 프로파일러 분들이 분명 계시겠지만 한 번도 전면에서 그들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사건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인물 프로파일러 성호... 그가 가진 어린시절 트라우마는 학교폭력이 가진 어두운 우리의 사회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성호란 인물이 가진 고뇌, 상실감, 상처, 고통 등이 이해가 가고 충분히 현실 속에서 성호와 같은 인물들이 존재하기에 스토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저자의 작품은 처음인데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 기대감을 읽은 만큼 재미도 있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끝나는 것이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올 듯싶다. 그의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하게 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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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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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간만에 전경린 작가의 책을 읽었다. 너무나 덤덤하고 서늘하게 그려내는 주인공 유지의 모습에 아~ 상처도 너무 깊으면 모든 것을 초월해 한 없이 담담해질 수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어느 순간 거짓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그 충격이야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윤유지에서 한 순간 손유지가 되어야 하는 상황은 어린 초등학생의 눈으로 어른들의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이해를 넘어 받아들이기 힘들다.

 

과묵하지만 좋은 아버지였던 큰 고모부의 갑작스런 죽음도 충격이지만 약사인 작은 고모가 자신의 생모란 사실이 더 충격으로 다가 온 유지... 자신의 생부는 그림을 그리는 생물선생님이다. 유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본능이 생물선생님이 생부라고 말하고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객기 아닌 객기를 부리며 선생님 앞에서 아니 아버지 앞에서 옷을 벗는다. 이로 인해 선생님의 어머님... 노부인의 호출을 받게 되고 소문을 가라앉힌다는 이유를 들어 선생님의 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부인의 집에 주말마다 가게 된다.

 

유지를 둘러싼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생모인 작은 고모와 생부인 생물선생님.. 그리고 그의 아내, 두 사람의 아들 연조, 환, 죽은 노부인, 여기에 해변카페를 운영하는 편사장과 팜므  파탈의 직설적인 나쁜 여자 해영, 그리고 젊은 남자와 그를 찾는 여자, 유지와  같이 유학가고 싶었던 과거의 남자 오휘까지... 어느 한 사람도 상처를 갖지 않은 사람이 없다. 어린 환까지도 그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처를 잊기 위해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유지의 생부는 과거의 커다란 상처가 그를 평생 옭아매는 결과를 가져온다. 평범할 수 있는 생활이 어긋나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담담하고 쓸쓸하게 다가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이야기다.

 

"말도 안 되는 사랑을 왜 하고 또 하느냐고요" 허영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외에 무엇이 있지요" 먹는 것, 입는 것, 꿈도 없는 수면, 걷기, 살랑이는 바람, 햇살, 온갖 향기, 미소, 하지만 타인의 살갗을 파고드는 사랑보다 더 강렬한 행복감은 없어요.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난 중독자이지요. 하지만 그 동작이야말로 삶에서 최고가 아닌가요? 그 외엔 아무리 미화해도 일과 온갖 관계와 생활이란, 그저 인생의 노동일 뿐이니까요."       -p187-

 

근사한 말로 포장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털어놓는 편사장의 솔직함이 부러우면서도 불편하다. 아마 그의 말속에 우리 역시 같은 모습의 사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아침마다 밤새 해변에 쏟아내는 쓰레기는 사랑을 하고 잃어버리는 우리들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해변빌라, 피아노호텔, 해변카페, 바닷가의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듯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누구보다 치열하지만 의연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아픔이 더 잘 전해져 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삶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아프게 그려낸 전경린 작가의 신작 '해변 빌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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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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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과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저자 무레 요코의 신작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앞선 전작 두 편을 아주 재밌기에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역시나 저자만의 색깔이 이번에도 여실히 담겨져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에난 이런 아내, 엄마를 가진 가족이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은 변화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남편, 자식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엄마, 아내... 항상 가족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더 많이 신경 쓰는 자신의 모습이 절대로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않는다. 엔지니어로 밤낮 없이 일하는 아버지가 과로로 사망하자 이 역시도 건강을 돌보지 못한 남편 탓이다. 자신은 낮에 생활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좋은 옷을 사 입어도 남편에게는 낡은 양복을 입히는 것을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여자... 나 같으면 한소리 했을 것 같은데 가족들은 묵묵히 받아들이고 산다.

 

대형 광고회사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으로 멋진 생활을 하는 마흔다섯 살의 독신여성 교코는 어느 날 우연히 TV 프로그램에 나온 미국 여성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자신 역시 그녀처럼 아껴 살면 충분히 남은 시간을 잘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끼고 위해 낡은 연꽃 빌라에 입주한 교코... 주위로부터 관심을 덜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어느새 이웃들과 인사를 지내며 그들이 자신의 삶 속에 자신 역시 그들의 삶 속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는 멋쟁이 구마가이, 요릿집에서 일하는 청년 사이토 군, 남자가 수시로 바뀌는 직업이 여행가라는 의문의 여성 고나쓰 씨와 함께 살게 된 교쿄...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오래된 연꽃 빌라에서의 생활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인해 심상치가 않다.

 

직장 여성으로서의 자세를 버렸다고 하지만 수시로 예전의 모습들이 교코의 생활에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던 딸이 말도 안 되는 모습으로 생활하는 것에 마음이 상한 엄마는 투덜거리며 아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교코는 상처를 받게 된다. 친구에게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지만 친구 역시도 결혼생활을 비롯해 그 나름의 고통을 감수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얽히고 그로 인해 상처받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헌데 가장 든든한 내 편이라는 가족, 그것도 엄마에게 도움은커녕 불평만 듣는다면 나 역시도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 같다.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원하던 대로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한 번씩 고개를 드는 교코가 연꽃 빌라 사람들과 얽히면서 자신이 꿈꾸던 생활에 안정을 찾아간다.

 

솔직히 내가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라면 교코처럼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능력이 있지만  너무나 갈망하던  유유자적 싱글 라이프를 어린 조카를 통해서 확인 받고나서야 안심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응원은 힘이 된다.

 

열심히 일한 당신 쉬라는 광고 카피가 한동안 유행했던 시절이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편하게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휴가조차 마음대로 쓰기 힘들다. 삼십 여년을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저금을 해 놓았기에 과감히 사표를 낼 수 있는 교코의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이 부러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들의 최고의 꿈이 아마 로또 당첨이 아닐까 싶다. 로또만 당첨되면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자신이 꿈꾸는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는 일은 로또 밖에 없기에  역시도 한 번씩 로또를 산다. 만약에 당첨이 되면 그럼 내가 꿈꾸는 일들을 이룰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본다. 아니다. 헛된 꿈은 빨리 잊는 게 낫다. 그렇지만 교코와 같은 생활.. 한 번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된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 행복임을.. 작지만 따뜻한 정이 흐르는 연꽃 빌라에서 행복을 발견해 가는 교코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보낸다. 요즘 너무 추웠는데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마음이 푸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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