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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 1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평점 :
기다리던 요코미조 세이시 작가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드디어 나왔다. 이누가미 일족, 옥문도, 혼진 살인사건 등을 통해 우리나라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 하였을 정도로 탄탄하고 짜임새 높은 구성에 흡입력은 단연코 최고의 작가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샤프한 매력을 풍기는 탐정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란 캐릭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항상 기다리게 되는 시리즈다.
스토리의 시작은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 남녀는 자살을 결심하고 산에 오르는 중이다. 두 사람의 사연은 보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회의적이고 꼬여 있는 인생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여자와 정상적인 남녀의 만남은 아니었지만 여자를 통해 잠시나마 위안을 받은 남자...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자살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산을 오른다. 죽기 직전 여자는 갑자기 자신이 하룻밤 묵었던 곳에서 만난 이상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후 자살하는 두 사람... 산에 오르는 이들과 마주친 벙거지 모자의 남자는 두 남녀가 자꾸만 신경 쓰여 그들이 간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일 년후 오십대 초중반의 전후파 재계의 거물이자 공작가의 후손으로 확실하게 실력으로 사업을 키운 아스카 다다히로란 남자가 있다. 그의 연인은 여배우로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남성편력이 강해 네 번의 결혼과 네 번의 이혼을 한 오토리 지요코다. 우리나라 같으면 영화 제목도 아니고 네 번의 결혼, 네 번의 이혼이란 화려한 타이틀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딱 좋다. 지요코 역시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허나 그녀는 항상 자신의 감정과 상황에 솔직하게 대처하면서 대중이 그녀에게 돌아서지 않게 만든다.
다다히로는 지요코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고 이미 세간의 소문처럼 그녀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허나 그녀의 둘러싼 소문은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고 작년에 수영장에 빠져 심장마비로 죽은 첫 번째 남편과 관련된 의심스런 상황이 마음에 걸린다. 여기에 만취상태에서 폭주족에 의해 사망한 두 번째 남편 사건까지 겹치자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상황에 지요코의 첫 번째 남편 야스히사의 첫 기일을 앞둔 지금 두 명의 남편과 지요코와 관련된 인물들이 전부 가루이자와에 와 있다. 지요코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만 그녀의 남편들의 죽음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무엇인가 있다고 느끼는 다다히로... 그는 직접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가루이자와서의 담당 형사 히로부 경보부는 가장 의심스런 인물로 죽은 두 사람의 아내였던 오토리 지요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앞의 두 사건에 대한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는 상태다. 헌데 세 번째 죽음은 확실한 타살이란 증거가 나왔다. 이제 증거만 모으면 되는데 쉽지가 않다. 앞의 자살을 기도한 남녀 중 한 명은 자살에 실패하고 다시 사건 속 인물과 얽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충분히 의심스런 상황으로 인해 지요코의 남편 중 한 명이 범인으로 떠오른다. 이런 와중에 다다히로 연 골프대회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중요 단서가 들어나는데...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에 대한 반감이 있어 한 번씩 앞서가는 히로부 경보부와의 신경전도 흥미롭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와 친분이 있는 도도로키 경부의 활약도 스토리의 재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노부인의 엉뚱하지만 집요한 행동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추악하고 이기적인 욕심은 인간만이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범인 아니 사건의 모든 시초가 되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끝도 없는 이기적인 욕심이 원인이다. 그래서인지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다. 가면 아래 감추어진 진실과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역시나...
이번 시리즈에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목격과 이야기 속에 어느새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허물을 벗다가 급기하는 한꺼번에 거대한 물살을 타고 들어난다. 그럼에도 재밌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마지막에 또 다른 가면의 배우들의 공연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극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 올리는 요소로 자리 잡는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대 위에서 가장 큰 배우로 활약하지만 정작 자신은 자신이 배우인 줄 모를 때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결국에는 가면무도회 같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내가 그려낸 공간 속에 나는 어떤 모습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돌아보게 된다. 읽는 내내 추리를 하면서 책을 읽지
'가면무도회'는 저저가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책 열권 중 하나라고 한다. 저자의 깊은 애정을 담은 작품답게 재밌다. 긴다이치 코스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그 역시 이제는 중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더벅머리에 흥분하면 말을 더듬고 손만 되면 비듬이 줄줄 떨어지는 모습은 변함이 없기에 그의 나이듦을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그가 가진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은 더 깊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나올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무엇일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