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법률여행 5 - 민사소송법 편 재미있는 법률여행 시리즈 5
한기찬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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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흔하게 듣는 법 이야기가 민사소송법이 아닐까 싶다. 형사소송법과는 달리 민사소송법은 재판 자체만으로도 엄청 시간이 소요되어 힘든 소송이라고 알고 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을 처리, 해결하는 민사소송법... 평범한 사람들은 법 자체를 무서워하고 나 역시도 그렇다. 될 수 있으면 법과 관련된 경찰서, 법원 등은 가고 싶지 않지만 현대 사회는 분쟁이 생길 소지가 주변에 많기에 이왕이면 법을 공부한 사람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민사소송법에 대해 알고 있으면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며칠 전에 TV 프로를 통해서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 된 입장에서 무조건 자식에게 퍼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예전처럼 부모님을 부양하려는 자식들이 의무는 사라지고 권리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어 부모와 자식 간의 소송이 빈번해질 전망이다. 처음 이야기는 바로 자식이 부모에게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보내지 않자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부양료 청구 소송을 신청한소송이다. 소송제기에 필요한 항목을 4가지로 요약하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다음 장에서 상세히 알려준다. 다른 소송도 그렇지만 민사소송은 소송에 필요한 소장의 기재상황을 갖추고, 청구 취지와 청구 원인을 기재한 후 법원에 제출하면 이루어진다. 판결 여부를 떠나 앞으로 민사소송을 할 경우가 생기면 1번의 사례에서 보여준 순서대로 실행에 옮기면 된다.

 

요즈음 개명도 쉽지만 개명 대신에 자신이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자신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반인이야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몇 달 전에 사기 혐의로 고소되어 법정에 출두하는 송대관씨의 경우처럼 연예인들은 예명이 흔하다, 예명을 본명인줄 알고 소송을 진행한 경우라도 본명으로 표시 정정을 통해 소송이 이루어진다. 작년에 대박 히트 작품인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백송이와 두민준의 결혼과 시들해진 애정전선의 이상으로 혼인이 일방적으로 파기 됐을 경우를 예로 들어 지구별에 소송을 낸 이야기에 현실에서도 이와 같거나 비슷한 사례들을 듣는 경우가 있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삼국지에 나온 인물은 물론이고 드라마, 연예인, 운동선수, 외국인, 고전 속 이름 등등 익히 알고 이름들을 살짝 한 글자씩만 애교스럽게 바꾸어 민사소송에 대한 예로 풀어낸 이야기라 웃음이 나고 재밌다. 법이란 것 자체에 웃음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이름들이 가진 유쾌함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하며 이야기 자체가 딱딱하게 여겨지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

 

총 64개의 사례들은 하나같이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던 소송 속 이야기들이 우리 실생활 속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새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법은 멀수록 좋은 게 아니라 가까울수록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 있으면 충분히 대처능력이 생기기에 혹시 책에 담긴 사례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 여겨지며 다른 소송법을 다룬 책에도 관심이 간다.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재미있는 법률여행.... 이 시리즈 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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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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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대학생 탐정 시나노 조지를 주인공으로 한 '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밀실살인게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우타노쇼고의 단편소설이다. 단편이 총 8개로 구성되어 있지만 왜 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이란 이름을 붙였는지는 호기심이 자극한다.

 

 세상에 순간적 살인 충동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인지.. 그것도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을... 세상에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느껴질 정도로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전혀 느끼고 살지 못하는 이야기에 처음부터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명확한 증거가 있기에 더 늦기 전에 자수를 권하는 시나노의 모습이 사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은 문 - 문, 아주 우연히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생기지 않는 다음 이야기에도 경악하게 된다. 모험을 즐기기 위해 찾아간 유령 병동에서 생각지도 못한 싱크대 밑 시체와 마주친 유령 병동, 두 사건을 보면서 사람이 무섭다는 느낌을 새삼 받아 섬뜩하게 다가온다.

 

까마귀로 인해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한 쓰레기 속 죽음의 얽힌 사건을 다룬 까마귀의 권청... 진짜 사건 속 숨은 진실을 밝혀내는 시나노의 예리한 추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시나노가 있는 기숙사를 중심으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독자에게 직접 사건을 풀는지 작가는 묻는다. 물론 시나노에 의해 범인으로 오인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 명씩 소거하는 방식을 취한다. 항상 그렇듯 범인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룬 유죄로서의 부재, 사기꾼이 운영하는 악덕 기업인에 속아 쓰잘데기 없는 물건들만 잔뜩 구입하면서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본 어머니를 둔 남자가 기업 여총수를 죽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수난(水難)의 밤, 공양탑 사이에 물구나무로 발견 된 여자의 시체... 죽은 시체인데 분명 시나노의 지인은 보았다. 좀비처럼 되살아난 시체의 비밀이 무엇인지.. 수학공식과도 같은 문구로 좀비의 정체를 풀어내는 시나노의 활약이 돋보이는 W=mgh,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도 너무나 많은 사이비 종교들이 존재한다. 종교 행사 연습 중에 일어난 죽음... 허나 이 죽음 뒤에는 인간이 가진 탐욕이 문제다. 탑 꼭대기에서 죽은 사람의 지난 사건을 파헤친 아사리천공사담, 마지막으로 생활형 탐정 시나노 조지가 고난 대학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룬 마구무시까지 사건의 직접 목격하거나 들은 사건을 풀어내는 생활형 탐정 시나노 조지의 활약이 잘 묻어난 이야기다. 생활형 탐정이란 이름에 맞게 다양한 아르바이트생이자 학생 신분으로 풀어내는 사건은 친절하지는 않아도 무심한 듯 사건을 풀어내는 모습이 시크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오래간만에 읽은 우타노 쇼고의 단편소설... 저자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 즐겁게 읽었다. 겉모습은 어느 정도 고시생의 모습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날카로운 추리력과 판단력은 어느 탐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시나노 조지의 다음 활약은 또 어떤 모습일지... 이 탐정의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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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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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한복 입은 남자'를 통해서 새삼 느끼게 된다. 세종대왕님과 장영실이야 우리나라의 아주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다. 여기에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명나라 함대를 이끌고 세계 곳곳을 탐사한 정화란 인물까지.. 이상훈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그야말로 흥미로운 소설이다.

 

방송국 PD 진석은 피터 폴 루벤스가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인 '한복 입은 남자'를 특집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로 한다. 기획의도와 달리 처음부터 난항에 부딪힌다. 무엇보다 조선인이 임진왜란 이전에 유럽으로 건너갔다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조선이 유럽과의 교류는 물론이고 어떻게 그 먼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다는 것이 루벤스의 그림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자료 수집을 위해 찾은 곳에서 세계 최초의 비행기 비차를 보게 된다. 우리 역사 속에서 사용 기록이 있는 비차.. 헌데 이 비차의 모습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설계도와 너무나 닮아 있다. 한복 입은 남자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인물과 시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비차를 보며 생각을 더듬는 진석에게 방송국에서 일한다는 것을 눈치 챈 이탈리아 여성 엘레나 꼬리아가 말을 건다. 그녀는 자신의 집안에서 내려오는 노트를 보여주는데 보존 상태도 엉망인 것은 물론이고 지금 상황 자체가 자꾸만 의심이 간다.

 

진석은 복식 전문가로부터 듣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의 한복이 100년이란 시간적 차이를 두고 있다. 루벤스의 그림이 확실하지만 시간의 간격이 의미하는 것은 예상 밖이다. 기존에 알고 있는 일본의 자료를 토대로 임진왜란 이후 이탈리아 사람인 안토니오 카를레티가 노예로 팔기 위해 조선인 포로 소년을 이탈리아로 데려 갔고 그의 이름을 따서 소년에게 안토니오 꼬레아란 이름을 주었다는 이야기 역시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루벤스 그림 속 한복은 분명 성인의 옷이다. 옷도 사대부 집안에서 입는 옷이고 상투를 틀고,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머리에 두르는 장식품인 망건까지 착용한 그림은 결코 노예 소년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이란 말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만이 이어진다.

진석은 엘레나가 준 노트를 들고 친구에게 찾아간다. 친구 역시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내기는 마찬가지다. 글에 쓰인 인물은 장영실이다. 허나 그가 아무리 임금님의 총애를 받고 관직에 있어도 노비 출신의 남자가 공주를 사랑하다니... 그것이 아무리 임금님이 아끼는 신하라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종대왕이 무척이나 아끼는 장영실이 가마 사건에서 갑자기 사라진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책이 아니면 다소 어려움을 겪는 나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스토리가 전개되어 쉼 없이 읽었다. 세종시대 최고의 과학자로 기억되는 장영실은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아 정5품 상의원에 까지 오른다. 이런 그가 갑자기 사라진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그야말로 가슴 절절한 로맨스는 아니더라도 조선시대란 특수성을 고려할 때 딱 그만큼의 서로를 향한 배려와 흠모가 있고, 신분이 가진 처지를 누구보다 서로가 잘 알기에 생김새에 대한 편견 없이 의리를 나눌 수 있는 남성적인 신의가 있고, 낯선 타국에서 자신의 재주를 통해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한 예의와 고마움을 담아 힘을 보태는 모습,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만을 세상에 보이고 싶은 이탈리아 속의 또 다른 나라, 나이차를 넘어서는 우정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있게 한 위대한 한 남자의 신하를 향한 넓은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뛰어난 인물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장영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허구란 것을 알면서도 왜 사실처럼 다가오는지.. 한 편의 대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 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 '한복 입은 남자'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발명품은 물론이고 장영실이란 뛰어난 인물에 대한 이야기에 뿌듯함이 전해진다. 기존의 역사 사극처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책 흥미롭고 재밌으며 장영실이란 인물이 새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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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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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너무나 짧은 인생을 살다간 천재작가 샤오홍... 그녀의 인생을 다룬 탕웨이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탕웨이 주연의 영화란 이름 때문에 알게 된 샤오홍이지만 격변하는 중국의 30년대에 살면서 누구보다 사랑과 글 쓰는 일에 열정적인 한 여인의 처절한 인생과 만나게 된 '샤오홍의 황금시대'... 당시의 규범을 거스르고 오로지 글로서 자신을 대변하며 자유를 갈망한 여인의 모습이 바로 황금시대가 아닐까 싶다.

 

한 자녀를 지향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아직도 남아선호사상이 강하다고 한다. 지금도 이런데 30년대의 중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남아를 선호했다. 그래서인지 샤오홍의 친어머니는 샤오홍의 탄생이 반갑지 않았다. 정도 제대로 주지 않았고 무심으로 그녀를 대한다. 아버지라도 그녀에게 따뜻한 부정을 느끼게 했다면 모르겠지만 아버지 역시 뿌리 깊은 가부장적 생각이 박혀 있는 사람이라 부모님에게는 전혀 사랑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들어 온 새엄마 역시 부당한 대우를 한 적은 없지만 사랑 또한 주지 않는다. 어린 샤오홍이 유일하게 사랑을 느낀 사람은 할아버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살면서 그의 곁에서 눈 뜨는 세상이 어린 샤오홍은 마냥 행복하다.

 

당시 여성들과는 달리 자유연애를 지향하는 샤오홍은 아버지가 점지해 놓은 혼처 자리가 거절하며 가정이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당연히 반대에 부딪히고 집안에 갇히게 된다. 그녀의 강한 의지와 딱한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고모와 이모의 도움으로 과감히 탈출을 감행한다. 허나 세상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홀몸도 아닌 상태로 아버지가 정해 준 남자와 우연히 마주친다. 이 남자가 싫어 아니 결혼이란 굴레에서 도망쳤는데 장난처럼 그의 도움을 받고 그와 사랑에 빠져 동거를 시작한다. 경제적인 궁핍 앞에 대범해 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남자 역시 가족의 후원이 떨어지고 자신의 교사 월급으로는 생활이 빠듯하다. 결국 남자 역시 그녀의 인생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춘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샤오쥔을 만난다. 엄청난 돈의 무게에 여관방 아니 창고에 있어야하는 임산부를 그는 자신만의 기지로 그녀를 구해낸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이들 부부의 관계는 그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점차 명성을 쌓아가는 아내와 달리 여전히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하는 샤오쥔은 점점 더 폭군으로 변해간다. 그에 대한 사랑만을 간직하고 그의 곁에 있기에는 그녀 역시 점차 지쳐간다. 샤오쥔과 다시 만난 샤오홍은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확실히 자신을 생각을 말하며 그와의 깊은 인연의 고리를 끊어버린다. 오랜 시간 깊은 사랑과 열정을 가진 그와 힘든 시간을 함께 했지만 샤오홍의 글에는 그 어디에도 샤외쥔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자신들의 인생이 창작 작업에 들어나는 것이 보통인데 샤오홍은 어째서 그와의 사연을 단 한 번도 담지 않았는지... 솔직히 그녀가 아니기에 모른다.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샤오홍을 사랑한 두안무.. 허나 그는 태생이 허약한 남자라 아픈 샤오홍 곁이 버겁다. 그래서인지 그는 샤오홍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마지막 44일을 놓치고 만다. 샤오홍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은 샤오홍을 향한 깊은 동경을 보이는 뤄빈지다. 그 역시 두안무와 같은 연하지만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그녀 곁에서 그녀의 마음에 위로와 힘든 시간을 함께 한다. 허나 정작 샤오홍이 가장 가족의 정을 느끼고 포근하게 여기는 대상은 루쉰이다. 그에게 문학적인 가르침은 물론이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남자의 넓은 가슴과 푸근함, 정신적인 깊은 우정까지 함께 나눈 루쉰이야말로 샤오홍이게는 영원의 안식처를 제공해준 단 한 사람이다.

 

샤오홍은 시대가 원하는 삶을 살기 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고 싶은 열정적인 여성이었고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샤오홍의 황금시대'...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우리나라의 격변기를 살았던 뛰어난 여성들의 모습과 겹쳐져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너무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누구보다 처절하고 고독하며 쓸쓸한 인생을 살다갔지만 그녀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은 지금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아직 샤오홍의 글을 읽은 적이 없다. 다소 현란한 듯 보이지만 날카로움이 살아 있다는 두안무의 평처럼 나 역시 그녀의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다. 서른한 살이란 너무나 이른 나이에 떠났지만 100권의 작품을 남긴 샤오홍... 그녀의 작품을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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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디 지노 내가 사랑한 이탈리아 1
우치다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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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일본 작가가 보는 이탈리아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우치다 요코의 '까사 디 지노'에는 저자는 물론이고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소소하지만 따뜻하게 다가온다.

 

일본 매스컴에 정보를 보내는 통신사업을 하는 저자 바르란 이탈리아 술집 겸 찻집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지킬 것은 지키는 바르의 주인에 대한 느낌에 대한 생각, 어느 날 커피를 기다리다 한 여인의 죽음과 관련해 마주친 신참 형사와 배터랑 여형사.. 그들을 초대하면서 얻은 정보를 통해 검은 밀라노를 탐험하는 이야기 검은 밀라노, 저자는 전생에 에도 시대 목판화가 호쿠사이라고 말하는 노인을 촬영하러 간다. 노인을 만난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곁에 있는 격조 높은 일본말을 구사하는 아름다운 노부인이다. 노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본 문화를 잘 모르지만 그녀의 삶 자체가 사실이라면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진 리구리아에서 호쿠사이를 만나다, 지인인 쉰여덟 살의 카피라이터 여성과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에 함께 춤을 추기 위해 간다. 그곳에서 나이를 잊고서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그녀는 물론이고 사람들 모두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나와 탱고를 춰준다면', 지금은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저자의 집은 물론이고 5층 건물 전체에 벨을 누르는 누군가가 있다. 겁에 질린 상황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안전하지 걱정이 된다. 괴한의 침입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 보니 불이 났기에 벌어진 일이다. 하루를 멀다하고 벌어지는 크고 작은 민사소송에 대한 이야기는 이탈리아가 저 정도로 삭막한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 '검은 고양이 클럽',  날씨로 인해 밀라노를 떠나기로 작정하고 집을 알아보려고 나선 길에서 만난 지노란 남자... 그가 세를 주려고 하는 곳은 남자의 동생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과거의 선생님 생활을 한 그와 그의 동생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나고 남자의 동생과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허나 여인은 떠나면서 동생은 그만... 유달리 힘든 사람들의 생활과 그들을 도와주는 수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가 포지에 살았던 이유'와 함께 유달리 쓸쓸하게 다가온 이야기인 '지노의 집', 개를 아끼는 사람들과의 유쾌한 만남도 잠시 신문사에 근무하는 여성이 직장에 개를 데리고 갔다가 그만 잃어버리고 만다. 헌데 이 개를 데리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성의를 보이는 선에서 돈을 준비하는 모습과 이를 자연스럽게 받는 모습에 솔직히 유쾌함 보다는 씁쓸함이 전해진 '개의 몸값', 댄서로 일하는 잘 생긴 시골 청년과 함께 한 시칠리아 섬 방문.. 청년의 형이 관심을 가진 선인장과 관련된 발명품과 저자에게 날아 온 청첩장... 생각지도 못한 신랑,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선인장과 사랑에 빠져', 능력만 된다면 무엇이든 자식에게 다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저자가 나폴리를 가는 기차에서 만난 아들의 공부를 위해 밤낮없이 비스킷을 만들어 파는 부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짠하게 느껴지는 반면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로 바르를 찾는 사람들의 따뜻한 기부는 가슴 따뜻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이야기를 TV이를 통해 들었는데 이탈리아의 바르는 어디 곳에서나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기회가 되면 나 역시도 그들처럼 작은 기부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커피', 이탈리아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배를 구경시켜 준 지인을 통해 만난 형제.. 그들의 아끼는 범선을 낯선 한 남자가 구입했다. 자신의 오랜 꿈을 정년퇴직을 하고 산 배에 대한 애정을 담은 눈빛을 형제는 좋아하지 않는다. 허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며 남자의 꿈은... 세상에 태어나 한 번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보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일인가?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이탈리아 정통 배를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 구입했지만 정작 그는... 한 남자의 안타까운 열망을 다룬 '배와의 이별'까지 마치 단편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게 느껴진 에세이다.

 

기회가 되면 대표적인 이탈리아 건축물들을 우선 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생각한 적이 있다. 당장 내년에 아들과의 여행지로 서유럽을 생각하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고 아들이 개인적으로 구경하고 싶다는 프랑스, 영국, 스위스를 중심으로 한 여행을 생각 중인데 '까사 디 지노'를 읽으면서 이탈리아의 모습, 사람들이 정겹있게 다가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여행이란 것도 곧 사람들과의 만남이라 나도 직접 바르에 가서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내 뒤에 올 손님을 위해 찻값 정도는 기부하며 그들의 문화를 느끼고 싶어진다.

 

기존의 에세이가 거의 대부분 여행 성격의 에세이를 많이 만났기에 30년을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저자는 매번 현재의 시간, 계절이 지나면 일본으로 돌아가야지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허나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변해도 여전히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새로운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고...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포근하다. 역자처럼 나 역기도 이탈리아로의 야행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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