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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팟캐스트를 통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빨간 책방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영화평론가, 영화전문기자인 이동진씨가 진행을 맡은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7권의 책이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소설가 김중혁 작가님과 함께 나눈 독서이야기가 깊이 있게 다가와 애정이 듬뿍 생긴다.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7권의 책... 이언 매큐언의 <속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까지 팟캐스트 방송에서 소개된 책 이야기는 온전히 그곳에서 했던 스타일 그대로 책에 담겨져 있다. 두 분이서 주고받는 책이야기 중 내가 읽은 책이 5권이다. 허나 내가 읽으면서 책에서 받은 느낌과 두 분이서 책에 대해 풀어 놓는 이야기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읽은 책은 읽은대로 안 읽은 책은 안 읽은대로 책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다음에 책을 읽는다면 다른 방향에서 책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인상 깊게 남는 책이 있는데 아직 읽지 못한 책 중 하나인 이언 매큐언의 <속죄>... 소설가를 꿈꾸는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잘못된 판단과 오해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이야기다. 어리기에 어른들의 세상이 미처 보이지 않았다. 언니와 가정부 아들이 주고 받는 눈빛, 불편한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여전히 과거의 죄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녀는 이름 있는 작가가 되어 그 시절의 깊은 뉘우침을 답은 책을 쓰기에 이른다. 이마저도 다른 사람들로 인해 막히고 만다. 소설 속 세상과 실제의 세상 사이에 분명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자신으로 인해 커다란 고통을 안아야 했던 인물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허나 정작 소녀의 잘못된 판단을 초래한 당사자들은 너무나 잘 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사실 현실 속 우리들 생활 속에서도 다르지만 비슷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적 가치로서, 저자의 전작과 비교하며 꼭 읽어 볼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나름 재밌게 읽었지만 뛰어난 재미까지는 못 느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부커상 수상작으로 대학시절 사귄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둘러싼 내가 기억하는 과거와 진짜 기억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 여자친구였던 여자가 내 친구의 여자친구가 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순전히 각자의 생각 차이다. 쿨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주치는 것에 불편함을 갖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역시 쿨하게 받아들였다고 여겼지만 정작 자신이 한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그로인해 친구가 자살을 하고 그의 여자친구, 여자친구의 엄마, 장애를 가진 자식까지.. 너무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후회한다고 과거가 지워지지 않는다. 돌리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이 작품을 독자들은 큰 점수를 주지 않았지만 두 분은 재밌게 읽었고 평가한다.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남자와 여자를 통해 원인 없는 결과, 원인과 이유 있는 결과.. 서로 다른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인분의 추천으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솔직히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마초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며 생동감이 느껴지는 조르바란 인물이 정작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 '나'란 인물을 가린다. 조르바는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조차 없는 캐릭터다. 그는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다. 그와 나란 인물을 비교하며 책을 읽으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시대가 여성들에게 바라보는 시선이 담고 있기에 소설 속 인물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접어두고 읽으면 이 가진 책에 대한 거부감도 살짝 없어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람이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소설 인물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 있다. 문학적 어떤 모습을 가졌느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는 나 자신의 책 읽기를 돌아보며 다른 책을 읽을 때는 이전과 같은 오류를 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이 순간에 충실하라...
"나는 내일 일어날 일을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도 묻지 않죠. 내게 중요한 일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p252-
책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나 스타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고 재밌게 읽었다. 빨간책방을 아직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책에 소개된 책 이야기는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밌고 유익하다. 내가 미처 책에서 느끼지 못한 점들과 문학적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에 빠져든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나름 소설을 열심히 읽고 좋아하지만 아직도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데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이야기를 나누며 책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알게 된다.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들어보고 싶어진다. 빨간책방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책만 있는지 아니면 영화는 물론이고 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있는지 궁금하다. 빨간책방이 가진 재미와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며 책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고 몰랐던 책들을 이해하고 알게 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직 못 읽은 두 권부터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