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경이수 지음 / 책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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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 가장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 강신주 작가의 '감성수업'이다. 강신주 작가 자신도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을 정도로 지금 우리는 인문학에 빠져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인문학의 열기가 높아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인문학이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학문은 아니다. 나 역시도 인문학을 담은 책을 좋아하고 나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을 통해 인문학을 친근하고 어렵지 않게 이끌어준다.


처음에 소개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윌든'.. 솔직히 이 책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면이 적었다. 무척이나 힘들게 읽은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2년 2개월 동안 윌든이란 이름의 호수 근처에서 생활한 시간을 통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소중함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직은 재미가 있어야 즐겁고, 즐겁기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있는 나로서는 윌든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 아름다움은 느꼈지만 재미 면에서는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읽었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재미를 다시 한 번 읽으면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인문학을 다룰 때 항상 만나게 되는 책들도 보이지만 내용은 알고 있어 읽은 적이 없는 책들도 보인다. 안 읽은 책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학창 시절 연극으로 보고 맥베스란 인물이 안타깝게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인간 내면에 간직한 선과 악, 강함과 약함 등의 감정이 공존하다. 맥베스 역시 선과 악 둘 중 하나만 가진 인물이 아니다. 멕베스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은 이중적인 감정을 마음에 품고 있다. 누구보다 충실한 왕이 신하였던 그가 마녀 세 명과 아내의 꼬임에 넘어가 아니 그 자신도 영주가 되었기에 더 큰 꿈을 생각할 수 있었기에 그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반역을 행한다. 무엇보다 한 번의 쓰라린 경험을 한 왕이 사람의 얼굴에서 마음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고전 중에서도 공자, 맹자, 노자 등의 글을 만나면 나는 우선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재미를 떠나 어떻게 다 읽지 싶은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어렵고 힘들게 느껴진다. 마냥 어렵게 느껴지던 이분들의 책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고전을 통해 초보자들도 쉽고 재밌게 고전을 이해하고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사유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는 제목처럼 친절하다. 부제로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란 말이 왜 붙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쉽게 인문학을 받아들이고 느끼게 해준다. 내가 읽은 책이라도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만날 때는 저런 것을 놓쳤구나 싶어 돌아보게 된다.


15권의 고전 중에는 내가 읽은 책도 있지만 안 읽은 책도 있다. 아는 책은 반갑고 모르는 책은 찾아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소개된 책들을 좀 더 쉽고 가깝게 느껴지도록 저자와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하기 좋은 Tip이란 구역을 따로 마련하여 어떤 식으로 책을 읽고, 느끼며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고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하나의 책을 읽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서 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유출해보게 이끌어주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흥미롭고 즐겁게 다가온다.


아직은 쉽고 어려운 책보다는 술술 책장이 잘 넘어가는 재밌는 책을 선호한다. 한쪽으로 편중된 책읽기 습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품들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한다는 생각이 갖게 한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인문학이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문학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즐겁게 다가오는 책이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를 시작하는 부분 중에 인문학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느냐에 대해 알려주는 글이 인상 깊다.


인문학은 머리로 정복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보듬어야 진정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나 공자를 알고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고 결국에는 나를 알고자 하는 공부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인문학은 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기를 살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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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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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통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빨간 책방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영화평론가, 영화전문기자인 이동진씨가 진행을 맡은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7권의 책이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소설가 김중혁 작가님과 함께 나눈 독서이야기가 깊이 있게 다가와 애정이 듬뿍 생긴다.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7권의 책... 이언 매큐언의 <속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까지 팟캐스트 방송에서 소개된 책 이야기는 온전히 그곳에서 했던 스타일 그대로 책에 담겨져 있다. 두 분이서 주고받는 책이야기 중 내가 읽은 책이 5권이다. 허나 내가 읽으면서 책에서 받은 느낌과 두 분이서 책에 대해 풀어 놓는 이야기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읽은 책은 읽은대로 안 읽은 책은 안 읽은대로 책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다음에 책을 읽는다면 다른 방향에서 책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인상 깊게 남는 책이 있는데 아직 읽지 못한 책 중 하나인 이언 매큐언의 <속죄>... 소설가를 꿈꾸는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잘못된 판단과 오해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이야기다. 어리기에 어른들의 세상이 미처 보이지 않았다. 언니와 가정부 아들이 주고 받는 눈빛, 불편한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여전히 과거의 죄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녀는 이름 있는 작가가 되어 그 시절의 깊은 뉘우침을 답은 책을 쓰기에 이른다. 이마저도 다른 사람들로 인해 막히고 만다. 소설 속 세상과 실제의 세상 사이에 분명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자신으로 인해 커다란 고통을 안아야 했던 인물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허나 정작 소녀의 잘못된 판단을 초래한 당사자들은 너무나 잘 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사실 현실 속 우리들 생활 속에서도 다르지만 비슷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적 가치로서, 저자의 전작과 비교하며 꼭 읽어 볼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나름 재밌게 읽었지만 뛰어난 재미까지는 못 느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부커상 수상작으로 대학시절 사귄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둘러싼 내가 기억하는 과거와 진짜 기억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 여자친구였던 여자가 내 친구의 여자친구가 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순전히 각자의 생각 차이다. 쿨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주치는 것에 불편함을 갖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역시 쿨하게 받아들였다고 여겼지만 정작 자신이 한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그로인해 친구가 자살을 하고 그의 여자친구, 여자친구의 엄마, 장애를 가진 자식까지.. 너무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후회한다고 과거가 지워지지 않는다. 돌리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이 작품을 독자들은 큰 점수를 주지 않았지만 두 분은 재밌게 읽었고 평가한다.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남자와 여자를 통해 원인 없는 결과, 원인과 이유 있는 결과.. 서로 다른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인분의 추천으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솔직히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마초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며 생동감이 느껴지는 조르바란 인물이 정작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 '나'란 인물을 가린다. 조르바는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조차 없는 캐릭터다. 그는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다. 그와 나란 인물을 비교하며 책을 읽으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시대가 여성들에게 바라보는 시선이 담고 있기에 소설 속 인물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접어두고 읽으면 이 가진 책에 대한 거부감도 살짝 없어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람이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소설 인물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 있다. 문학적 어떤 모습을 가졌느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는 나 자신의 책 읽기를 돌아보며 다른 책을 읽을 때는 이전과 같은 오류를 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이 순간에 충실하라...

"나는 내일 일어날 일을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도 묻지 않죠. 내게 중요한 일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p252-

책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나 스타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고 재밌게 읽었다. 빨간책방을 아직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책에 소개된 책 이야기는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밌고 유익하다. 내가 미처 책에서 느끼지 못한 점들과 문학적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에 빠져든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나름 소설을 열심히 읽고 좋아하지만 아직도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데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이야기를 나누며 책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알게 된다.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들어보고 싶어진다. 빨간책방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책만 있는지 아니면 영화는 물론이고 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있는지 궁금하다. 빨간책방이 가진 재미와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며 책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고 몰랐던 책들을 이해하고 알게 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직 못 읽은 두 권부터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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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 - 상
황인경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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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날개를 펼치지도 못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우리의 위대한 조상 다산 정약용... 정약용의 평생의 역작 '목민심서'... 다산 정약용의 파란만장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장엄한 일대기를 담은 황인경 작가의 목민심서 (상,중,하 세트) 저자는 10년간의 자료 수집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벽하게 다산 정약용의 인생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상권에서는 정약용을 아끼는 정조임금과의 관계, 신분의 차이를 떠나 백성들을 돕고자 하는 행동, 천주교를 접하게 되는 정약용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정약용이란 인물의 크기와 됨됨이를 알기에 그를 더 자신의 곁에 두고 큰 재목으로 쓰려던 정조임금의 생각은 정약용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로 인해 번번이 어려움을 겪는다. 누구보다 정약용을 시기하고 그를 정조임금의 곁에서 멀리 떨어뜨리려는 인물은 정약용과 노론에 맞서 뜻을 함께했던 세 명이 주축이 된 남인들이다. 여기에 암행어사로 나갔다가 광주의 주막에서 우연히 듣게 된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당시 관찰사로 있던 벽파의 거두 서용보의 끊이지 않는 복수도 크게 작용한다. 중국에서 전파된 천주교가 남인들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약용은 형 약전을 통해 서양 학문에서 깨우침을 얻는다. 무엇보다 마지막에서 정약전을 중심으로 한 죽란시사의 한 인물의 아내가 보인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이야기로 상권이 끝이 난다.


중권에서는 약용 형제를 천주교 교리를 읽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세 명의 남인을 주축으로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약용과 어울렀던 인물들 역시 계속해서 정약용을 향한 악의적인 상소를 계속해서 올린다. 그럼에도 정조임금은 정약용에 대한 신임을 버리지 못하고 그를 곡산부사로 임명된다. 전국적으로 지방사령들의 부패는 극에 달해있고 그 중에서 곡산의 부패는 그 도를 넘어서 있다. 약용의 선정과 백성들의 신임을 깊어지자 그를 모함하려는 벽파의 움직임은 더욱 심해진다. 마지막까지 정약용과 그의 삼형제를 걱정한 정조임금이 4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정조임금이 좀 더 오래 사셨다면 어떠했을까 자꾸 생각해 보게 된다. 국상 중에도 정약용을 극도로 싫어한 이기경, 홍낙안, 목만중은 정약용을 목표로 모함을 계획한다. 주문모 신부의 밀입국과 천주교와 관련된 물품들, 서신 등이 담긴 책롱 사건으로 약용 형제는 귀향을 떠나고 주문모 신부의 희생정신이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하고 만다. 다시 한양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도 잠시 또 다시 세 인물로 인해 강진으로 귀향을 떠나게 되는 정약용... 강진에서의 18년의 유배생활을 통해 48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목민심서를 집필한다.


하권에서는 강진에서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며 백성들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한 정약용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약용은 다산초당에서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친다. 그의 애제자이며 불교에 입문한 초의와 인연이 닿은 추사가 정약용을 방문하고 심혈을 기울인 목민심서의 초고를 보여준다. 정약용의 글에 매료된 추사는 제자가 되기를 청하고 정약용은 추사에게 현판을 부탁한다. 추사는 정약용과의 만남이 있을 후 4년 후에 34세란 나이에 과거에 합격하지만 그 역시도 세 번의 유배생활을 겪으며 다산 정약용의 인생과 매우 흡사한 인생을 산다. 강진에 약용의 곁에서 도움을 주는 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가실... 가실은 손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여인은 정약용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고 그녀를 탐하는 탐관오리들의 손에서 벗어나 약용과 함께 생활하기에 이른다. 정약용의 유배 생활이 끝나고 본가에 들어가 함께 생활하지만 정갈한 본처의 살림살이에 마음을 내려놓고 딸을 데리고 둘 만의 생활을 꾸러간다. 한편 정약용은 강진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를 떠났지만 형제는 남다른 우애를 품고서 살다가 약전이 유배생활 16년에 그만 세상을 떠난다. 약전 역시도 자신이 관심이 가진 물고기의 생태, 습성 등을 담은 과학적인 연구를 글로 남긴다. 허나 이 책이 그만 엉뚱한 곳에 쓰이며 정약용을 노하게 만든다. 유배생활이 끝난 지 10년이나 흐른 후 목민심서의 뛰어남을 인정한 사람들은 그를 다시 조정에 불러들이고 싶었지만 벽파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약용이 회혼식날 숨을 거두며 장대한 글은 끝이 난다.


위대한 실학자 다산 정약용.. 누구보다 청렴결백하며 백성과 임금만을 섬기며 올 곧게 살려는 그는 천주교란 이름으로, 이기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함으로 인해 그 누구보다 굴곡진 인생을 살다간 인물이다. 한 인간의 인생이 이토록 장염하고 위대할 수 있는가 새삼 느낀다. 갈수록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부모님을 향한 효심, 형제간의 우애, 친구들과의 우정, 정조임금에 대한 무한 신뢰와 존경심을 가진 정약용.. 그가 당파 싸움으로 물든 조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정도의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조선후기 정치사가 상당히 변화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영웅도 시대를 잘 만나야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다. 누구보다 커다란 버팀목인 정조임금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지만  이권다툼 속에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적었던 정약용을 파란만장한 생을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른 정치를 펼칠 리더십을 가진 정조임금이나 정약용 같은 인물은 현재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방대한 분량의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목민심서... 소설이라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음을 알고 읽었지만 온전히 정약용의 생이 다 전해져 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 고증을 통해 완벽하게 정약용을 재현해낸 저자 황인경님의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정약용의 감동적인 사상과 삶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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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꿈해몽 - 예지몽인 듯 아닌 듯 썸 타는 꿈 이야기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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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알 수 없는 꿈을 꾸면 어떤 꿈인지 알고 싶다. 쏙이 뻥~ 뚫리는 꿈의 해석을 알 수 있다는 '발칙한 꿈해몽'... 왜 발칙한 꿈해몽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인데 에지몽인 듯 아니 듯 썸 타는 꿈 이야기란 글을 보며 꿈에 담겨진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해마다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넣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로또 당첨이다. 뜬구름 잡는 허황된 꿈임을 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 번씩 나에게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며 새해 소망으로 은근슬쩍 끼어 넣어 본다. 나의 소망 중 하나인 로또 1등 당첨을 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조상님이나 대통령을 만난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물론이고 유명 연예인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면 좋은 꿈이라니... 설령 복권에 당첨이 되지 않아도 나중에 다른 좋은 일이 생길 꿈이라니 나도 이런 꿈 한 번 꾸어보고 싶다.


렘수면 상태인 90분 동안 우리는 꿈을 꾼다. 꿈을 꾸지만 기억하는 경우도 있고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꿈은 곧 직관력으로 통하고 있으며 직관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잠에서 깨면 바로 꿈을 적는 방법이 좋다.


꿈을 해석하는 다섯 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1. 꿈속에서의 '감정'과 '의지'는 현실과 같은 방향이다. 꿈이 기분이 좋았다면 좋은 꿈이고 나쁜 감정이 들었다면 나쁜 꿈이다. 2. 꿈속에서의 '사건'과 '행동'은 현실과 반대 방향이다. 옛날부터 꿈은 현실과 반대란 말을 많이 들었다. 나 역시도 꿈에서 꾼 내용과 현실에서 반대로 일어났던 경험이 잇다. 죽음과 관련해서 특히나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3. 잠에서 깨지 않고 여러 가지 꿈을 연달아 꾸면 전혀 다른 소재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4.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는 꿈은 대부분 감기가 거리는 꿈이고, 어린아이가 나오는꿈으 거의 근심과 걱정거리 상징이다. 흉몽인 셈이다.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동전도 근심거리를 안겨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어릴수록 근심과 걱정거리의 상징이라니... 혹여 어린아이 꿈을 꾸면 빨리 잊기 보다는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며 조심할 생각이다. 5. 배설물 꿈은 소량이면 망신, 창피를 상징하므로 흉몽에 가깝다. 하지만 대량이라면 재물 등을 상징하며 길몽이다.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다. 더러운 똥, 오줌은 물론이고 비듬, 눈물도 해당한다니...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자신이 꾼 꿈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있는 다양한 사례와 꿈 해석을 담고 있어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다가온다. 좋은 꿈을 꾸기 위해서 자꾸 의식적으로 생각하면 꿈에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헌데 꿈은 무의식 속에서 의식이 치유하지 못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꿈을 꾼다고 한다. 내가 의식한다고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네 파트로 이루어진 부분이 다 흥미롭게 다가오며 특히나 무척 강렬하고 잊히지 않는 강력한 기억이 남는 예지몽에 대한 부분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이다. 항상 궁금하게 여긴 꿈해몽에 대한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알게 된 '발칙한 꿈해몽'... 앞으로 꿈을 꾼다면 어떤 꿈인지 찾아보게 될 거 같다. 꿈을 새롭게 느낀 흥미로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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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북클럽
박현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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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청소년들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힘들다. 아주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책을 읽는 현실... 여기 책을 읽기 위해 남녀학생 네 명이 '수상한 북클럽'에 모인다. 그들을 가르쳐 문제아라고 말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수상한 북클럽이란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책을 읽기 위해 아니 어쩔 수 없이 북클럽 프로그램에 참여한 네 명의 학생들이 번갈아 가며 스토리를 이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수상한 북클럽 카페 숨에 모인다. 숨을 운영하는 스물아홉 살의 주인장부터 수상하기 그지없다. 추리닝 차림에 자신의 이름은 물론이고 기타의 별다른 말을 없다. 학생들 개개인의 신상에 대해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북클럽 참여한 학생들의 손에 조그만 쪽지 하나를 쥐어주며 마음을 사로잡는 혹은 마음 내키는 페이지에 표시를 하여 다 함께 읽는 것으로 대신한다.


학생들의 낭독과 각자의 생각을 말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참여한 북클럽 활동이 점점 즐거워진다.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같은 학교를 다니기에 얼굴 정도는 알겠지만 서로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은 희박하다. 진한 화장과 노랗게 염색한 머리, 몸에 꼭 끼게 줄인 교복을 입었던 학교 짱을 먹던 소녀, 다른 자매들과 비교되지 않게 못생긴 얼굴을 가졌다며 스스로 심각한 외모콤플렉스를 가진 학생, 축구 천재로 축구만을 생각하고 앞만 보며 달리다가 부상을 입어 더 치료하고 쉬어야 하지만 다른 동료, 선배를 생각하여 뛴 시합에서 인생의 꿈인 축구를 그만두게 되는 소년, 성적으로 치면 전교 3등.. 크게 걱정할 거 없어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고 알아채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소년까지...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바라본다.


아이들이 문제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른들로 인해 생긴 상처가 더 크다는 것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학생들 스스로도 아직은 어리고 서툴기에 상대의 상처를 어설픈 방법을 통해 도와주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들과 카페 숨의 주인장이 이야기를 나눈 책들 속에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책도 있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들... 나의 경우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읽는 것을 생략한 책이 있는데 책을 보면서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이들의 생각에 어른인 주인장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배려한 점이다. 아이들이 낭독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스스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 이런 모습의 북클럽이 있다면 내 자식도 보내고 싶다.


갈수록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더 책을 구입하고 읽으려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된다. 나의 경우는 그나마 출판사에 운영하는 카페가 있고 개인이 책을 좋아해서 많은 책을 보유한 카페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카페 숨처럼 벽면을 가득 메운 책을 보면 위압감보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동안 책 구입보다는 도서관 이용을 생각하고 있는데 오래간만에 북카페로 놀러가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 '수상한 북클럽'...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에 대한 이야기에 빠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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