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비닐인형 외계인
서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파란 비닐 인형 외계인... 제목부터 독특하다. 이 작품은 서준환의 10년 전에 이미 나왔던 책이라고 한다.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내용 역시 예사롭지가 않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파란 비닐 외계인이 우리네 삶 어디선가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다른 부서와 연계된 업무로 인해 출장지에서 늦은 밤 서울로 향하던 남자는 서울로 진입하는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낯선 길로 빠져들게 된다. 길을 헤매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잠시 쉬던 남자의 눈에 도깨비불처럼 비추던 물체가 다가온다. 남자에게 길을 잃었다며 자신이 있던 곳까지 데워달라는 부탁을 한 물체는 외계인이다. 외계인은 답례로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여주겠다면 비행접시 안으로 데려간다. 그는 무엇보다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내내 그의 신경을 건드렸던 턱밑 수염을 깎기를 원한다. 이후 집에 돌아 온 남자는 생활이 대한 의욕자체가 없어진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의 행동에 불만을 가진 아내는 자식을 데리고 떠나버리고 아내를 빼닮은 외계인이 그를 찾아오는데...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남자가 계속해서 수염을 깎기 위해 3중 면도날을 찾는 모습이 엉뚱하게 느껴진다. 외계인에게 받고 싶은 서비스도 면도일 정도로 자신이 원하는 면도기로 수염을 깎지 않으면 찝찝한 기분에 휩싸이는지 궁금해진다.


두 번째 이야기인 마녀의 피는 이상한 경험을 한 부부의 이야기다. 솔직히 많이 낯설기도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게 했던 이야기다. 아내가 호수공원 가로수 길을 걸어가는 쌍두마차를 목격담을 꺼내자 남편은 호수공원 근처에서 한 맹인 소녀를 만나 소녀가 건네 준 전단지 안의 지하창고가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에 있다고 말한다. 변태 성욕의 한 가지인 사도마조히즘에 빠지는 부부의 모습이 온라인 속 공간에 존재하던 일이 현실과 교묘하게 얽히면서 묘한 분위기를 가진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파란 비닐 인형 외계인이 저자의 실험적인 작품이란 말에 맞게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외계인이 있다 없다를 떠나 휘파람별에 존재하고 외계인은 다름 아닌 주인공 자신이라니... 지구란 별에 달고 있지만 우리 개개인 역시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외계인을 통해 사람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두운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주 그 어느 공간에 외계인이 존재할지도 모르고 외계인이 탄 비행접시를 보았다는 증언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자신 역시도 다른 행성에서 보았을 때 외계인이다. 저자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가볍게 읽으며 외계인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 마이너스는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소설이 된 이야기다. 주인공은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한 박태의란 청년으로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근현대사 10년의 굵직한 사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은 좀 다르겠지만 그 시대에는 정치적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을 만나기 어렵지 않았다. 동조하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하는 이야기들이라 빠져 들어 읽었다.


박태의는 학교를 졸업하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아내와 다섯 살 된 귀여운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은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진우... 남자의 친구이며 여전히 그의 친구로 남기를 바란 인물이다. 진우가 보낸 청첩장은 태의에게 있어 복잡한 심정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지만 참석하지 못한 결혼식 청첩장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을 만큼 남자에게 있어 진우는 특별한 존재이며 훌륭한 사람이다.


아름다운 학문인 미학과에 입학한 박태의... 새내기 대학생이 되어 인문대학 환영식에 참석했다가 여성주의자인 미쥬란 선배와 현승 선배를 만나게 된다. 현승 선배의 물음에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선배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그는 그들을 좋아하고 함께 할 것이란 것을 예감하게 된다. 태의는 당당하고 당찬 미쥬 선배를 숭배하여 그녀가 속한 철학연구학회에 들어간다. 그곳에 주인공의 인생에 평생 무거운 마음의 짊을 갖게 할 공대생 새내기 진우가 들어온다. 사실 진우란 인물이 전투적인 모습을 가질 거라는 느낌을 처음에 주지 않는다. 그는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거나 좋아하는 무협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개인적으로 무협지를 거의 읽은 적이 없기에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에 빠져든 진우의 모습은 혈기 왕성한 20살 청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진우의 진면목은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되고 그의 강한 의지와 실천력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뛰어나다.


농촌 봉사 활동에 갔다가 미쥬 선배의 신체 일부분... 움직이는 우리 신체 기관에서 가장 힘든 노동력을 제공하는 부분을 보고 성폭력적인 발언을 한 시골남자에 격분한 그들... 기필코 사과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태의의 과 동기인 경수란 청년이 힘을 보태지만 그의 아버지가 개입되면서 오히려 그는 그들 곁을 떠나게 된다.


옳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현실에 학생들은 시위를 벌인다. 대우자동차를 둘러싼 시위에 참여하게 된 태의... 당시 오너인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습격하기 위한 자리에 따라 나선 태의로 인해 미쥬 선배와 그녀의 남자친구 대석 선배는 위기를 맞는다. 시위로 인해 대석 형이 잡혀가고 다시 돌아온 그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는 상태다. 어느 날 경사 한 사람이 태의를 찾아오고 태의는 대석 형의 정신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살기 위해서, 두렵기에 그들이 알고자 하는 것에 이해해 줄 거란 작은 바람으로 친구의 이름을 댄다. 자신이 왜 잡혀갔는지 느끼게 된 태의는 대석 형을 용서할 수가 없다. 미쥬 선배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고 이에 격분한 헤어진 연인 대석 형이 나서며 사건은 엄청나게 커진다.


순수하기만 할 것 같은 학생시절... 변화를 바라기에 신념에 따라 행동에 나선 학생들... 태의는 숨듯이 군대로 들어가고 미쥬 선배는 유학길에 오른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중학교 때 한국에 온 미쥬... 그녀는 잘못되었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우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 속해 있기에 벗어나지 못한다. 짧지만 숭배하던 미쥬 선배와 연인이 되어 모든 것의 처음을 그녀와 함께 했던 기억만이 태의에게 남겨진다.


신념에 따라 행동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세상에 물들어 살아간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청춘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같은 시대에 살아 그들을 보았기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동창회를 통해 같은 시간을 보낸 그들이 모인다면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외국생활로 떠돈 미쥬 선배의 예상 밖의 결혼, 신념을 여전히 지키면서 사는 친구,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을 심판할 수 있는 위치에 선 선배, 성정체성을 가진 인물을 향한 어린 숙녀의 마음, 평범함을 넘어선 교수님이 변하는 모습  등등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로 보아도 무방하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충분히 매력적이고 지나간 나의 20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며 읽을수록 차분히 가라앉는 분위기에 휩싸인다. 그만큼 책이 주는 무게감이 느껴지며 짧은 소제목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재미로만 읽는 것을 넘어서는 소설로 탄생 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저자의 작품 디 마이너스가 처음인데 소수의견이 저자의 작품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화제된 영화의 원작소설이라 조만간 읽어 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화와 수다 떨기 1 명화와 수다 떨기 1
꾸예 지음, 정호운 옮김 / 다연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 속에는 특별함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명화에 대한 관심도 있고 시간을 내어 한 번씩 미술 관람도 하는 편이다. 작년에는 우연한 기회에 KBS에서 하는 TV미술관에 초대받아 세 번 정도 녹화에 참여한 적도 있다. 그냥 보며 느끼는 것에서 벗어나 주제에 나온 명화를 보는 방식이나 화가, 화풍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런 소소한 모임에서 느낀 것은 명화를 보는 나의 눈이 무척이나 낮다는 것이다. 알기에 명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종종 명화에 대한 책이 나오면 읽지만 크게 내 마음을 끄는 책은 드물었다. 그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나 화가 위주의 이야기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느낌을 받을 때는 읽어도 머리에 오래 남지 못하고 금방 잊어버린다. 명화를 좀 더 재밌게 알고 싶은 마음이 큰데 '명화와 수다 떨기'는 명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저자가 재밌게 명화에 대해 알려준다는 느낌을 준다. 작품과 화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아낸 중간 중간에 웃게 만드는 요소를 담고 있어 재밌게 읽게 된다.


이름만 되면 아는 화가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하여 드가, 렘브란트,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이 나온다. 표지도 인상적이다. 앞면에는 고흐의 자화상에 선글라스를 씌우고 렘브란트의 야간순찰이 렌즈에 담겨져 있다. 뒤표지에는 한 눈에 딱 알아보기 쉽게 화가들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해 놓아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화 화가답지 않은 화가라고 말한 카라바조.. 카라바조의 그림에 광적으로 좋아하는 화가들은 대가들이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프라도 미술관에서 직접 본 적이 있는 '시녀들'의 벨라스케스도 그 중 한 명이다. 카라바조는 일반 서민들을 담은 풍속화를 많이 그린다. 마치 실제 모델을 보는 듯 한 사실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린 그는 알고 보면 소아성애자에 동성애를 가진 인물이다. 요즘 세상에 태어났다면 교도소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 싶은 화가다. 그가 뛰어난 화가이기에 온갖 사건을 저지르고 다녀도 그를 후원하는 사람들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었지만 사람을 죽이며 죄수가 되었지만 교도소를 탈옥한다. 두 번째 도망자가 되면서 열병에 걸려 죽고 만다. 이처럼 자유롭게 산 화가가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산 카라바조... 저자가 말하는 그의 단점이 빨리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고 그 이유가 눈에 보이는 사물 그대로의 모습을 화폭에 옮기는 자연주의 화풍을 추구하였기에 빨리 그렸다.


세계 3대 명작 중 하나를 그린 그림 제도 공장의 공장장이라 말하고 렘브란트의 야간순찰... 작년에 아주 짧게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있었던 적이 있다. 그 때 암스테르담국립박물관에 있는 렘브란트의 야간순찰의 보고 싶었지만 같이 간 사람이 다른 것을 더 보고 싶어해서 못 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빛의 화가란 이름에 맞게 조명을 비추면 음영이 나타나는 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렘브란트... 정형화된 초상화에 연극성을 부여해 드라마틱한 구도 방식을 보여주는 그의 그림 중 최고인 야간순찰... 같은 돈을 내고 자신의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다면 불만이 생길 것은 당연하다.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그림값을 돌려받기를 요구하지만 이를 거절하고 결국 법정까지 가면서 렘브란트의 명성에 추락하고 만다. 렘 공장장으로 불리는 그는 시대가 요구하는 정형화된 형식과 구도를 벗어나 빛을 통해 최고의 명화가 그려낸 화가다.


모네의 화풍을 연구하여 자신만의 화풍을 만든 강한 한 방을 가진 날씨를 제멋대로 조정한다는 평을 한 윌리엄 터너... 산업 혁명 속에 있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산업혁명을 화폭에 담아내고 트깋나 전함 테메레르는 영국의 국보급 작품이란 평을 듣고 있다니... 사실 책에서 본 기억은 있어도 생각도 나지 않은 그림이라 조금 놀랐다. 터너와 함께 모네를 우상시한 또 한 사람의 화가는 존 컨스터블이다. 이 사람의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미남인데다 오랜 소꿉친구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생각한다. 허나 여자가 더 부자가 벽에 부딪혔는데 존의 아버지가 돌아가면서 결혼을 감행한다. 항상 자신의 주위에 있는 익숙한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 화가로 아내의 죽음으로 그는 심한 마음의 상실감을 갖게 된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인간 카메라로 칭한 클로드 모네... 사실적으로 그림을 그린 시대에 맞지 않는 화가다. 기존의 틀과 형식에 파괴하며 시간대 별로 카메라처럼 연작으로 담아낸 그의 그림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나도 좋아하는 수련이 단연코 최고의 작품이다. 여자의 유방을 사랑한 화가라 칭한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정도로 인간성이 뛰어난 인물이란 걸 처음 알았다. 그의 작품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참 많은데 우리의 눈에 익는 화사한 분위기의 댄스파티가 열리는 '물랭 드 라 갈레트'가 가진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그림이라니... 예전에 들었던 거 같은데 너무나 생동감 넘치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볼 때는 자꾸 잊어버리고 만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바라는 착한 남편, 좋은 아버지인 르누아르.. 그가 유달리 여성의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에 비해서 그는 바른 생활 사나이였다.


너무나 좋아하는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의 생애는 유명하다. 귀를 자른 그의 행동을 놓고 판단한 3가지 요인 중 어디에 해당할지 궁금증이 생기며 동생의 아내인 제수씨 조안나가 남편의 유품에서 발견한 2,000점에 이르는 고흐의 유품들을 10년의 노력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로 만들었다는 게 신기하다. 저자의 말처럼 좀 더 일찍 그녀가 노력했다면 어떠했을지.. 남편, 그의 형 고흐도 좀 더 편안한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잣집 도련님인 훔쳐보기가 취미라 칭한 에드가르 드가는 성격적으로 쉽지 않은 인물이라 여겨진다. 돈이 많기에 무희들의 리허설을 사전에 미리 볼 수 있고 그래서 많은 그림을 방콕남인 드가의 친구 중 준왕자라고 불린 에드아르 모네가 있다. 강한 인상을 주는 역사상 가장 비싼 들러리라 칭한 폴 세잔... 재벌 2세란 이미지와 달리 지저분함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세잔의 모습은 의구심이 생긴다. 모델과 결혼하며 끔찍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절친인 에밀 졸라.. 오래 전에 에밀 졸라의 책을 읽으며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떠오르는 너무나 흡사한 내용에 놀랐던 적이 있는 작가다. 에밀 졸라의 책 속의 등장인물이 세잔을 너무나 닮아 있어 사이가 틀어지고 아이러니하게 그로인해 폴 세잔의 그림이 인기를 얻게 된다. 모델과의 이혼하며 새로운 사랑의 대상인 '사과'와 빠진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위대한 화가와 그들의 작품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흥미롭고 재밌게 명화를 이해할 수 있는 유쾌한 수다를 나눈 시간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명화를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시대상과 화가의 인생, 그들이 추구하는 화풍을 다 이해하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자꾸 명화를 재밌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함이 늘어날수록 명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명화를 즐겁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는 명화와 수다 떨기.. 시리즈로 나와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재밌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계 나츠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한 청년의 성장과정을 그린 '청춘의 문'을 통해서 알게 된 일본 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츠키 히로유키.. 사실 총 7편으로 되어 있는 청춘의 문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주인공 신스케가 고향을 떠나 도쿄로 돌아오며 겪게 되는 인생의 허무, 고뇌를 담은 4편 타락 편까지 읽었다. 완독에 대한 생각을 늘 갖고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만난 이츠키 히로유키의 신작 '사계 나츠코'...  사계절의 이름을 딴 네 명의 자매를 주인공으로 첫 편으로 둘째인 나츠코의 여름에 대한 이야기다.


음료회사의 근무하는 나츠코에게는 연인이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 오너의 아들이다. 그는 당장이라도 나츠코와의 결혼을 꿈꾸지만 나츠코의 생각은 다르다. 얼마 전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예민한 문학소녀인 막내동생 후유코(겨울)를 찾아갔다가 여동생이 보고 싶어하는 연극을 담당의사와 함께 보러 간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주간지 카메라맨 나카가키 노보루를 만나게 되고 그는 나츠코의 뛰어난 몸매와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누드 모델 제의를 한다. 그의 제의를 받아들이기 위해 직장, 연인과도 이별을 하고 도쿄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기차 안에서 막내여동생 후유코가 좋아하는 노시인을 만나 그에게서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지키면 좋은 충고를 듣게 된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혹은 남보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돋보이는 말과 행동을 하기 쉽다. 헌데 나츠코의 경우는 처음부터 거침없고 당당함이 보여준다. 아마도 나츠코가 가진 당당함이 노시인의 마음을 사라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시인의 충고대로 자신을 인정하는 발언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녀에게 누드 제의를 한 카메라맨은 물론이고 그의 친구 케이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일본식 이름이 낯설기도 하지만 케이란 이름은 남자이름이 아닌가 싶지만 여자다. 30대의 케이... 남다른 이력을 가진 그녀에게 나츠코는 묘한 동질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당장 있을 곳이 없기에 케이의 집에서 밤을 지내며 카메라맨이 말하는 케이가 아닌 진짜 케이의 숨은 생각과 느낌을 짐작하며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든다. 나츠코의 앞으로의 인생에 케이란 인물은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와 함께 후유코에게 들은 잊히지 않는 시의 구절처럼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다.


집에 누드 모델이 있다면 우리나라 같으면 동네 창피하다고 아무도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츠코의 가족이나 연인은 다르다. 나츠코의 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교사란 이미지 때문에 고지식하다는 느낌과 정직한 이제 곧 정년퇴직을 앞둔 나츠코의 아버지마저도 그녀의 행동에 힘을 실어준다. 가족을 뒤로 하고 다시 도쿄로 온 나츠코...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찾지만 쉽지가 않다. 자신을 위해 조금 과한 돈을 쓰던 중 유명배우의 유혹의 손길이 다가오지만 평소라면.. 아니 나츠코 자신이 먼저 배우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달라졌을 행동을 한다. 헌데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는 누드 모델로서 더 큰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당당한 나츠코와 달리 순정적인 아름다운 여인 큰 딸 하루코의 모습은 우리네 전통적인 인식을 가진 어른들이 좋아할 여인이다. 헌데 이런 여자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찾아온다. 첫 눈에 반한 사랑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할 수 있다. 변화를 겪는 과정 중에 당사자 두 사람의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하겠지만 동양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의 남성 우월주의 또는 시댁 문화가 가진 의식으로 인한 어려움이 사랑도 멀어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나츠코의 언니 하루코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아픈 사람을 이유로 들어 쏟아지는 시어머니의 비난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다행히 그녀를 진심으로 위해 주는 인물이 나츠코가 안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첫 이야기는 개성 강한 매력을 지닌 누드 모델 나츠코로 시작을 하지만 이혼 위기에 처한 큰 딸 하루코(봄),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쫓기는 아키코(가을), 그리고 막내 후유코까지 그녀들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내가 요즘 재밌게 보는 오락프로가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세쌍둥이들은 생각 것 만큼이나 성격, 성향, 개성이 다르다. 몇 분 간격으로 태어난 세쌍둥이도 이러한데 한 배에서 태어난 네 명의 자매는 얼마나 다를지... 당장 나와 네 여동생 두 명만 보아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서로 다른 만큼 그 중에는 성향이 강한 인물이 있다. 단연코 둘째다.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 중 둘째 '조'와 비슷한 성격이 아닐까 싶은 나츠코.. 매사에  열정적인 성격에 자유로운 생각과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사계 나츠코'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일본 영화계의 거장 히가시 요이치 감독이 영화로도 제작되어 세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다른 자매들도 나름의 매력이 느껴지지만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나츠코가 나오는 '사계 나츠코'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된다면 볼 생각이다. 그녀의 매력이 책 속에도 잘 묻어나 있는지 궁금하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치코 서점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4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이한 현상을 다룬 일본 소설은 대개는 무서운 호러 미스터리가 대부분이다. 간혹 마음이 따뜻해지는 호러 미스터리를 읽으면 묘한 기분이 들면서도 좋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인 슈카와 미나토의 '사치코 서점'은 이미 많은 독자가 읽고서 재밌다고 평한 책이라 내심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사치코 서점의 주무대는 아카시아 상점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은 쇼핑센터 같은 상점들이 모여 있는 이곳을 배경으로 총 7가지의 단편들이 담겨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면 충분히 섬뜩하고 오싹한 이야기들이지만 책을 통해서는 무섭다기 보다는 슬프고, 애잔한 감정을 들게 한다.


<수국이 필 무렵> 화자는 작가 지망생으로 글을 쓰는 남자다. 남자가 30년 전 근처에 위치한 아카시아 상점가가 마음에 들어 초봄에 이사한 남자다. 화자는 헌책방 사치코 서점과 음침한 느낌의 주인 영감의 이야기를 듣고 남자가 본 의문의 남자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범인은 항상 사건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원리처럼 그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국수집을 찾는 범인인지 알 수 없다. 그의 등장과 사라짐이 다섯 살 연상의 연인과의 평온한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여름날의 낙서> 골목대장으로 책을 좋아하고 동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형에 대한 이야기다. 놀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전봇대에 붙은 문구... 이 문구를 보고 명탐정 뺨치는 추리를 하는 형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동생을 지키고 싶은 형의 사랑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사랑의 책갈피> 주류 상점에서 일하는 여인은 학창시절 남몰라 좋아하는 남자를 너무 닮은 인물을 보고 쫓아 들어간 곳이 사치코 서점... 남자가 읽는 상당히 난해한 랭보에 관한 책에 마음을 담은 짧은 글을 적은 책갈피를 끼워 놓는다. 정기적으로 책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설렘이 들어 있다. 헌데 마지막에 들어난 사실은 영화의 소재로도 간혹 나오는 믿기 힘든 이야기다.


<여자의 마음> 폭력적인 남편이 죽으면서 벗어날 수 있어난 여인이 있다.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화자는 그녀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범상치 않다고 느낀다. 여인의 네 살배기 어린 딸이 말하는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 진실은 떠나 여인이 가진 모습이 안타깝다. 어린 딸이 있는데.. 여린 심성을 가진 여인이라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좀... 이 모녀 아니 어린 딸은 <마른 잎 천사>에 다시 등장한다.


<빛나는 고양이> 1970년에 스물 한 살의 나이에 만화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남자... 그가 사는 오래된 아파트 근처에 카쿠지사란 낡은 절에 사는 고양이들을 보게 된다. 고양이와의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은 화자에게 온 고양이 차타로... 우연히 보게 된 도깨비불은 차타로의 영혼이라 여겨지는데... 개인적으로 괴기스런 느낌이 가장 적은 내용이 여겨진다.


<또오기의 징조>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 죽음이 두려워진 화자... 그의 눈에만 들어오는 죽음의 징조를 오래전에 껄끄러운 마음에 연락을 끊은 선배가 나타나고 선배를 통해 그는 달라진다. 그 달라짐에 그의 인연이 속해 있다.


<마른 잎 천사> 출판사에 근무하는 남편을 둔 화자.. 우연히 보게 된 여류시인의 사진과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 갑자기 나타난 꼬마 소녀는 사치코 서점의 주인 할아버지를 찾게 되고 그가 사자의 나라와 통한다는 가쿠지사 절을 찾는 이유가 들어난다.


조금 낡고 오래된 아카시아 상점가의 모습은 우리네 7-80년대의 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많다. 아카시아 상점가를 중심으로 혹은 상가 근처에 살며 상가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화해와 용서를 담아낸다.  내용이나 느낌도 괜찮다. 소름이 돋는 섬뜩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재미를 준다.


7편의 단편 속에 다 나오는 헌책방 사치코 서점의 주인 영감님의 말, 행동이 남다른 모습이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그 자신이 남다른 인생을 살았기에 세상 보는 눈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