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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평점 :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뷔작 '고백'으로 화려하게 등단한 미나토 가나에... 많은 독자들 사이에서 미나토 가나에의 최고의 작품은 '고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경우는 데뷔작인 고백을 책보다는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서 영화로 먼저 접했다. 영상으로 접한 고백은 강렬함 그 이상이었다. 허나 이후로 나온 야행관람차를 비롯해 왕복서간, 모성, 경우 등을 재밌게 읽었기에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에는 신뢰감이 먼저 생긴다.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꽃 사슬은 비채에서 발행되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번째 책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서 제2의 작가인생을 시작된 듯 하다고 말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다. 책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 속도감, 구성도 좋지만 기존의 소설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러움이 전해져 온다.
일본의 전통 과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화과자... 나도 명절 때 선물용으로 샀던 적도 있고 지인에게 선물 받은 적도 있지만 조금 달다는 느낌이 있어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 과자다. 80년 전통의 매향당의 유명한 긴쓰바는 화과자의 한 종류라고 한다. 매향당과 긴쓰바는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 세 명의 여성 리카, 사쓰키, 미유키의 이야기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린이를 상대로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리카는 학원장이 잠적해버리는 일이 생기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 당장 경제적으로 힘들기에 매향당에서 긴쓰바를 사서 여윳돈이 있는 할머니의 병원으로 향하며 할머니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리카가 말도 꺼내기 전에 암에 걸린 할머니가 먼저 옥션에 있는 물품 하나를 입찰을 통해 갖고 싶다고 말한다. 전 재산 아니 그보다 초과된 금액이라도 꼭 구해서 할머니에게 드리고 싶은 리카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갑자기 서면으로 나타나 도움을 주고 싶다는 K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다. 당장 수술이 급한 할머니를 위해 도움을 받고 싶다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내는데... K가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매년 정기적으로 배달해 오는 꽃을 매개체로 찾기로 한다.
외삼촌이 계신 건설회사에 취직한 한 순수한 아가씨 미유키... 작은 도움을 통해 한 남자 가즈야가 눈에 들어오고 외삼촌 내외의 중매로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아이가 없어도 자상한 남편 가즈야와의 결혼생활은 행복하다. 외삼촌의 아들이 독립을 하면서 가즈야도 자신의 꿈을 위해 그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
사쓰키는 매향당에서 아르바이를 하면서도 학창시절에 그린 그림이 인연이 되어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시민회관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친다. 식당일을 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사쓰키에게 K란 이름의 한 통의 편지가 온다. 학창시절 룸메이트로 함께 산악회에서 활동하던 지난 시절의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 친구... 거절하고 싶지만 그녀의 간절한 부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만나기로 한다.
살다보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있다. 아프기에 잊어버리지 못해도 떠올리는 일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시간... 리카, 미유키, 사쓰키는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 충실하며 살았고 살고 있다.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처, 고통의 시간을 혼자가 아니기에 참고 견딘 눈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미유키, 허락이 된다면 모든 것을 잊고만 싶을 만큼 깊은 상처만 남겨져 있는 고독하고 고고한 달과 같은 여인 사쓰키에게 친구는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겁난다. 자신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특별한 할머니를 살리려고 하는 당차고 현명한 따뜻한 아가씨 리카... 그들의 삶이 결코 녹녹하지 않기에 얼마나 힘들고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결코 포기나 좌절 대신 꿋꿋하고 힘차게 인생을 산, 살고 있는 그녀들이 멋있다.
인간의 시기와 이기심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불행하게 만든다. 능력으로 넘어설 수 없기에 탐을 내는 일은 있을 수 있다. 허나 탐이 난다고 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는 것은 더 큰 죄다. 시간차를 두고 서로 다른 20대의 모습을 담은 리카, 미유키, 사쓰키.. 세 여인의 이야기가 한 없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꽃 사슬이 후지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리카, 미유키, 사쓰키로 나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꽃 사슬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기에 일드도 보고 싶다. 여배우들이 리카, 미유키, 사쓰키 (꽃, 눈, 달)를 어떤 식으로 표현했을지 궁금증을 불러오는데 드라마도 좋지만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