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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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1%의 우정'의 감독 올리비에르 니카체가 연출했다는 글을 보면서 선택한 '웰컴, 삼바'...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외국의 이주노동자들을 떠올려 볼 때 마냥 그들의 삶에 모른체할 수 없다.


주인공 삼바는 이름조차도 생소한 나라 아프리카 말리 태생의 남자다. 가족과 자신을 위해 고난, 어려움을 뚫고서 프랑스에 도착했다. 이미 프랑스에서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삼촌을 찾은 프랑스 생활은 그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십년 하고도 5개월을 더 프랑스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프랑스 국민이 아닌 이방인일 뿐이다. 임시 체류 허가증을 연장하기 위해 방문한 파리 경찰청을 찾았다가 날짜가 지났다는 이유로 자발적 귀환을 명받는다. 임시 체류 허가증이지만 프랑스 국민으로 성실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삼바는 부당한 조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푸라기 잡고 싶은 마음에  불법 체류자 보호단체인 '시마드'를 찾고 그곳에서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정치적 성향이 좌파가 확실한 여성)를 만나게 된다. 나는 친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개인적인 일까지 삼바를 만나면서 조금씩 풀어놓을 정도로 삼바와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여장남자들이 득실거리는 임신 보호소 벵센에서 조나스라 남자를 만나 그가 프랑스로 오기까지 커다란 원동력이 된 여인에 대해 듣게 된다. 짧은 만남 뒤 헤어지지만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늘 삼바의 머리에 남아 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삼바, 남미계 남자를 통해 조나스가 꿈에도 그리던 여인을 만난다. 만남이 익숙해지면서 삼바와 여인은 서로가 가진 고통스런 부분을 서서히 말하기 시작한다.


정상적으로 돈을 벌 수 없고 가족들을 보러 갈 수 없기에 삼촌이 내건 제안을 수용하거나, 직업을 갖기 위해 슬쩍 도둑질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하는 삼바.. 허나 삼바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여기에 조나스가 나오고 그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 것을 알게 되는데...


자국민을 먼저 보호하려는 나라들의 정책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경제가 오랜 시간 침체기를 겪으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이방인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우리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온 타국의 노동자.. 특히 동남아시아의 노동자들에 대해 인격적으로 함부로 대하는 사례를 흔히 보게 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 역시 그와 비슷한 대접을 타국에서 받았는데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삼바는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 인정받고 떳떳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이 용납이 안 되기에 불법적인 방법을 취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애틋하게 생각하는 인물에게 커다란 상처? 아니 이미 지난 연인과 자신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느껴 이런 감정이 소멸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대상이 눈감아 주었기에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는 삼바다. 사실 이 방법이 옳다고 볼 수 없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현재 프랑스는 강경한 이주민 추방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외국인이 프랑스 시민권을 얻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희망을 품고 온 프랑스지만 프랑스의 삶은 삼바의 생각과는 다르게 제대로 숨을 쉬면서 사람답게 살기에는 너무나 벽이 높다. 불법 체류자들을 위한 시민단체 '시마드Cimade'란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며 프랑스 사회의 한 단면인 이주민 문제를 신중하고 무게감 있는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도 좋았지만 영화는 책처럼 무겁고 침울하게 그려졌는지 아님 조금 더 밝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만나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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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늘 - 개정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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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늘을 가진 물고기 '금선어'...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하늘과 땅의 기운이 느껴지는 도인들이 사는 마을에 살고 있는 물고기다. 이외수 작가의 황금비늘은 예전에 읽은 책이다. 제목만 보고서 읽었다는 것을 깜박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을 때 자연스러움 스토리에 빠져 들었던 그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 즐겁게 읽게 된다.


너무나 작은 체구의 소년 김동명... 체구는 작지만 뛰어난 기억력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 보육원 원장선생님의 남다른 애정에도 불구하고 수학의 기초적인 셈을 푸는데 보여주는 이상함과 작은 체구로 인해 번번이 양부모님을 만나지 못하며 가슴속에 불만한 쌓여간다.


동명이 생활하는 보육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육원의 나쁜 이미지가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보육원 생활이나 학교생활이 괜찮다. 입양되고 싶다고 느끼는 선생님을 만나 기초 수학을 배우고 익히며 결점도 고쳐지지만 항상 그렇듯 괴롭히는 아이로 인해 인생 자체가 버겁게 느껴진다. 다행히 자신(동명)이 보육원 탈출을 시도하기 전에 괴롭히던 아이가 먼저 탈출을 하면서 숨이 트인다.


탈출했던 아이가 돌아오면서 동명이 보육원을 탈출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보육원을 탈출하면 당장에 있을 곳이 없기에 이런 아이들만을 노리는 나쁜 사람들이 분명 있다고 알고 있다. 운이 좋아서일까? 동명은 휠체어에 탄 남자를 만나 그의 집에 함께 살게 되면서 처음으로 아버지란 존재를 갖게 된다. 장애인이라 정식 입양이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아버지가 구해다준 책을 통해 공부를 하며 살면서 처음으로 가족이 무엇인지 온기를 느낀다. 동명은 아버지가 돌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급격하게 술에 의존하는 아버지가 걱정이 된다. 아버지의 근육을 풀어주던 맹인 부부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방에 이사 온다.


살면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탐하는 것은 범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의 뛰어난 기술을 습득하게 된 동명.. 허나 이 기술은 아무리 좋은 말로 바꿔 말해도 그를 범죄자로 이끄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대대적인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위험을 감지한 동명은 아버지가 말해 놓은 춘천의 삼촌 집으로 피신하기 위해 춘천행 버스를 탄다. 우연이 필연을 만들고 인생을 바꾼다고.. 동명은 예사롭지 않은 할아버지를 따라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변화를 갖게 된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이외수 작가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동명이 마주한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욕망을 지니고 살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재물, 권력을 가지려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그들이 현재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래서 탈이 난다. 유일하게 할아버지의 제자로 더 나쁜 조건만을 찾아다니는 형은 그나마 할아버지처럼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신비한 황금비늘을 쫓아 떠난 아버지... 아버지는 자신이 떠나면서 남겨진 남은 가족들의 마음은 생각했을까? 곁에 있다고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적인 욕심, 욕망을 덜어낸 동명의 서울행이 그나마 이전과는 많이 다를 거란 것에 안도가 된다.


황금비늘이 거의 20년 전 작품이다.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데도 여전히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물질만을 쫓는 사람들 속에 나는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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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4
박슬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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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전을 각색한 작품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 좋다. 외국의 고전은 영화, 드라마, 책으로 새롭게 각색되어 만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데 우리나라 고전은 거의 만날 수 없는 것에 늘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박슬기 작가님의 태화는 이런 나의 바람을 한꺼번에 해소시켜 줄 만큼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가진 재미에 완전히 빠져 든 책이다. 태화를 통해서 박슬기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이 너무나 아쉬웠을 만큼 저자의 글에 매료되고 빠져 들었기에 작가님의 책이 나오면 앞으로는 무조건 구입해 소장 할 생각이다.


여주인공 임수아는 민속학을 연구하는 아버지와 다른 세계의 존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부모님이 수아에게 한사코 멀리하라고 말한 태화 마을로 향한다. 경찰들까지 사건에서 물러나자 스스로 그동안 부모님의 모습에서 보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비밀을 간직한 태화에 운명처럼 발을 들여놓게 된다.


천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숨고 있는 비밀을 간직한 마을 태화, 태화 마을 중앙에 위치한 태화 호수에서 벌어지는 의식에 수아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참여하게 된다. 호수 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따라 간 수아... 수아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게 따라가지만 유골뿐이다. 유골의 존재는 전설 속 태화의 금린 공주다.


-나의 이름은 금린, 태화의 금린이다. 나를 금린 공주라 불렀다.

-나 금린은 곧 태화였고, 태화는 곧 이 금린이었다. 천월경을 넘어 이곳에 오기 전까지.. -태화 1권 p41<운명>-


항상 호기심이 넘치던 금린 공주는 천월경 너머의 세상이 궁금했다. 천월경 너머 세상에서 알게 된 오라버니에게 구박을 당하던 소녀에게 마음이 이끌린 금린 공주... 소녀와의 만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에서 한 번도 떼어 놓은 적이 없는 물건을 소녀에게 전하며 금린은 더 이상 천월경 너머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천월경을 되찾고 비원에 꽃을 피우라는 금린 공주의 말에 이끌려 수아는 천녀가 넘어 온 암흑의 공간 허곡에 떨어진다. 항상 외톨이로 살게 된 정수리 뿔은 더욱 솟아나고 푸른 광채를 따라 운명의 빛을 향해 나아간다. 그곳에서 괴수를 만난 빛을 찾아 도망치던 중 천 년을 얼음벽에 갇혀 잠들어 있는 한 남자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뇌성대제.. 그 누구보다 강하고 여자보기를 돌처럼 여기는 그야말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렬한 포스와 강인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다. 허나 그는 누구보다  잔인한 폭력성을 지닌 남자다. 그의 폭력성을 잠재울 방법은 뇌검 뿐이다. 헌데 뇌검은 이미 오래 전 금린공주에 의해...


뇌성대제.. 청룡의 수호자인 신휘가 천년 동안 잠들어 있는 사이 태화는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현재의 황제 헌원... 그를 따르는 천월경을 가진 무영, 남다른 능력을 가진 여인 현주를 비롯해 신휘처럼 원래 태화에 살던  나라의 주인들, 풍산의 주인 옹화, 화산섬의 주인 천호와 그녀의 아들 치우, 도깨비, 청귀, 홍귀, 흑귀들까지 무협지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존재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최고의 동양 판타지 로맨스란 느낌이 온다.


잔혹한 뇌제. 그가 그리도 잔인무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것에도 미련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도, 아이도, 병사도, 노인도, 그의 앞에서는 모두 같은 존재였다. 그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죽음을 선사했다. 차등을 두지 않았기에 더 혹독하고 냉정했던 뇌제의 검.        청란의 백성에게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웠던 왕이었지만, 타국의 백성들에게 있어서 그는 피바람의 상징이었다.                                태화2권 -p 180-


세상 그 무엇에도 미련이 없던 신휘에게 수아는 특별한 존재로 자리하게 된다. 그녀의 눈빛, 몸짓 하나까지 그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된 수아.. 너무나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여인이기에 그녀가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다. 신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황제 헌원이 쳐놓은 함정에 그만 수아를... 수아로 잃어버린 고통을 경험했기에 다시 잃지 싶지 않기에 그녀를 지키려다 생명의 위태로워진 신휘...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 수아는 그가 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항상 그렇듯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두 사람만이 보일 뿐이지만 마음에서 털어내고 싶어도 눈이, 마음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런 인물들 중 가장 마음에 안쓰럽게 느껴진 마음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은 외로움, 공허함 등을 한 인물을 얻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풍상의 주인 옹화다. 죽음을 선택한 남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옹화.. 옹와와 풍산의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치열한 삶 속에 악인으로 살아가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고 있지만 금린의 피를 이어받은 수아로 인해...


매력적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백화의 후예 수아는 물론이고 뇌성대제인 신휘의 모습은 그야말로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함을 넘어서는 인물이다. 예전에 본 신일숙 작가님의 책의 남녀주인공이 떠오를 정도다. 임수아와 신휘를 중심으로 한 태화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수아의 아버지 임우석이 천녀와 나무꾼 설화와 태화 마을의 숨겨진 비밀, 개정판을 통해 오랜 시간을 걸쳐 적은 노트가 모습을 드러낼수록 밝혀지는 진실 역시 저런 곳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만화책에서 캡쳐한 사진)

신휘의 모습이 전쟁의 신 에일레스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선녀와 나무꾼 전래동화와는 그 느낌이나 이야기가 너무나 다르다. 태화 세계가 그려낸 공간은 시공간을 넘어 거대하고 웅장함이 감도는 그야말로 커다란 대륙처럼 다가온다. 그만큼 스케일 면에서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가진 극대감을 제대로 살려낸 인물들을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앞에서 예기했듯이 신일숙 작가님의 만화책처럼, 혹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영상으로 만나도 멋질 거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믿고 보는 작가님이란 말을 듣고 있는 박슬기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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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에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엮음,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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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도대체 무슨 이름일까? 도통 짐작이 되지 않는 The Moth...  이 단어의 뜻은 스토리텔링의 예술성과 기법을 탐구하는 비영리단체로, 소설가 조지 도스그린에 의해 1997년에 만들어진 단체다란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이런 단체를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생겼는데 '모스'를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상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에 매혹되고 만다. 총  7가지 테마별로 담겨진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름만 되면 아는 유명인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겨져 있어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세상의 기준.. 아니 우리나라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조건이 좋은 사람이 아무것도 볼 것이 없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에 쌍수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첫 번째 이야기로 뛰어난 여자와 별 볼 일 없는 남자..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장기의 위치가 반대인 아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잣대가 아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행복을 만들어 가는데 남들이 내세우는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란 생각을 전해주는 이야기에 감동하게 된다.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과 전쟁에 대한 브리핑을 해야 하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자리를 훌륭하게 해낸 남자, 끔찍한 사고로 인공 관을 목에 삽입했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주기 위해 노력한 부모님.. 특히나 지인의 사랑하는 딸을 자신의 사고로 잃어버린 것에 죄책감을 가진 어머니의 남모를 고통을 이해하는 딸의 모습과 더 이상 바비인형 집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 이야기, 세계적으로 힙합이란 문화를 대중화시키는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한 가수가 느끼는 우울증이 다른 가수의 노래를 통해서 구원받게 된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나 자신이 입양아란 것이 마음속을 자리 잡은 공허함의 정체였던 남자의 이야기, 갑자기 임신 사실을 알리는 엄마.. 허나 엄마의 임신은 아빠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다. 회사의 동료이며 열 살이나 어린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엄마, 아빠가 자연스럽게 밟는 수순.. 그 속에서 태어난 동생에게 느끼는 감정이 차츰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 큰마음을 먹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남자의 선택은 가족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척을 받는 일이 된다. 6년이나 흘렀지만 다시 함께 할 수 없는 가족과 이제는 자신의 현재를 받아들이며 게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남자 이야기 등등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철저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짧은 이야기 속에 담겨진 하나같이 놀라운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감동하게 된다.


살다보면 누구나 힘든 시간을 만나고 혼자만 세상에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로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외롭고 힘들다고 자신을 포기하고 중도에 안주해 버린다면 삶은 그 자리에 정체되어 있거나 퇴보만 할 뿐이다. 평범한 삶 속에 찾아온 위기의 순간, 이것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움직이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모스 책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기계발서와는 확실히 다르다. 무엇보다 실제 경험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이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처럼 살기가 팍팍해져서 너나할 것 없이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위만 둘러보아도 있을 정도라 몸과 마음도 지인에게 추천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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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짚은 하이진 - 사고로 파괴된 사춘기 소녀의 몸과 기억에 관하여 장애공감 1318
쥬느비에브 튀를레 지음, 발레리 부아예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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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의 모든 것이 달라진 삶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한창 예쁜 것에 관심이 많고 바이올리니스트로 꿈을 키우던  중학생 소녀 기유메트는 한 쪽 뇌가 함몰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얻게 된다.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에 의연하게 대처하기에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인도로 돌진한 자동차에 치이면서 몸이 튀어 올라 주차장 담벼락과 부딪히면서 몸이 엉망이 되어버린 기유메트... 의연한 척 태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어머니의 슬프고, 순간순간 망설이는 모습을 이해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자신의 분노, 억울한 감정 등을 거친 언어를 뱉어내는 것으로 해소하지만 이마저도 가족들은 불편하게만 느낀다. 다행이라면 기유메트를 찾는 친구와 매력적인 남학생 기욤이 큰 위안이 된다. 시와 기욤을 통해 점점 자신 안에 가득찼던 화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처럼 바이올린을 켤 수는 없지만 친구만은 재능이 있기에 그만두지 않기를 바란다. 친구의 바이올린은 그녀와 자신을 이어주는 끈이자 기유메트에게는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유메트가 접한 시는 하이쿠로 일본 고유의 단시형의 5·7·5의 17음(音)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 생각을 표현하면서 점차 사고 이전의 어여쁜 소녀 기유메트의 모습을 찾아간다. 프랑스 시도 있는데 왜 일본의 고유의 인 하이쿠일까? 잠시 생각이 들지만 나라를 떠나 시라는 것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감싸 안으며 자신도 모르게 무장해제 시키는 면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가족 중 한 명이 장애를 가지게 되면 겉에서 보는 것보다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평범한 삶을 살던 소녀에게 일어난 자동차 사고로 인해 자신이 꿈꾸던 미래는 사라진 것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유메트를 위해 가족들은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한다. 기유메트가 장애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다행히 사춘기 소녀의 섬세한 마음을 이해해 줄 든든한 남자친구 기욤으로 인해 이성에게 가지는 설레는 감정 역시 기유메트를 예쁘게 느껴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성장기 소설답게 앞으로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는 기유메트... 장애를 넘어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소설이다. 한 순간의 사고가 가져 온 여러가지 문제들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사실감 있게 담아낸 이야기가 마냥 무겁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기유메트가 만들어 갈 앞으로의 미래에 용기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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