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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 세트 - 전3권 ㅣ 블랙 라벨 클럽 14
박슬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고전을 각색한 작품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 좋다. 외국의 고전은 영화, 드라마, 책으로 새롭게 각색되어 만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데 우리나라 고전은 거의 만날 수 없는 것에 늘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박슬기 작가님의 태화는 이런 나의 바람을 한꺼번에 해소시켜 줄 만큼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가진 재미에 완전히 빠져 든 책이다. 태화를 통해서 박슬기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이 너무나 아쉬웠을 만큼 저자의 글에 매료되고 빠져 들었기에 작가님의 책이 나오면 앞으로는 무조건 구입해 소장 할 생각이다.
여주인공 임수아는 민속학을 연구하는 아버지와 다른 세계의 존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부모님이 수아에게 한사코 멀리하라고 말한 태화 마을로 향한다. 경찰들까지 사건에서 물러나자 스스로 그동안 부모님의 모습에서 보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비밀을 간직한 태화에 운명처럼 발을 들여놓게 된다.
천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숨고 있는 비밀을 간직한 마을 태화, 태화 마을 중앙에 위치한 태화 호수에서 벌어지는 의식에 수아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참여하게 된다. 호수 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따라 간 수아... 수아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게 따라가지만 유골뿐이다. 유골의 존재는 전설 속 태화의 금린 공주다.
-나의 이름은 금린, 태화의 금린이다. 나를 금린 공주라 불렀다.
-나 금린은 곧 태화였고, 태화는 곧 이 금린이었다. 천월경을 넘어 이곳에 오기 전까지.. -태화 1권 p41<운명>-
항상 호기심이 넘치던 금린 공주는 천월경 너머의 세상이 궁금했다. 천월경 너머 세상에서 알게 된 오라버니에게 구박을 당하던 소녀에게 마음이 이끌린 금린 공주... 소녀와의 만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에서 한 번도 떼어 놓은 적이 없는 물건을 소녀에게 전하며 금린은 더 이상 천월경 너머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천월경을 되찾고 비원에 꽃을 피우라는 금린 공주의 말에 이끌려 수아는 천녀가 넘어 온 암흑의 공간 허곡에 떨어진다. 항상 외톨이로 살게 된 정수리 뿔은 더욱 솟아나고 푸른 광채를 따라 운명의 빛을 향해 나아간다. 그곳에서 괴수를 만난 빛을 찾아 도망치던 중 천 년을 얼음벽에 갇혀 잠들어 있는 한 남자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뇌성대제.. 그 누구보다 강하고 여자보기를 돌처럼 여기는 그야말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렬한 포스와 강인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다. 허나 그는 누구보다 잔인한 폭력성을 지닌 남자다. 그의 폭력성을 잠재울 방법은 뇌검 뿐이다. 헌데 뇌검은 이미 오래 전 금린공주에 의해...
뇌성대제.. 청룡의 수호자인 신휘가 천년 동안 잠들어 있는 사이 태화는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현재의 황제 헌원... 그를 따르는 천월경을 가진 무영, 남다른 능력을 가진 여인 현주를 비롯해 신휘처럼 원래 태화에 살던 나라의 주인들, 풍산의 주인 옹화, 화산섬의 주인 천호와 그녀의 아들 치우, 도깨비, 청귀, 홍귀, 흑귀들까지 무협지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존재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최고의 동양 판타지 로맨스란 느낌이 온다.
잔혹한 뇌제. 그가 그리도 잔인무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것에도 미련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도, 아이도, 병사도, 노인도, 그의 앞에서는 모두 같은 존재였다. 그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죽음을 선사했다. 차등을 두지 않았기에 더 혹독하고 냉정했던 뇌제의 검. 청란의 백성에게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웠던 왕이었지만, 타국의 백성들에게 있어서 그는 피바람의 상징이었다. 태화2권 -p 180-
세상 그 무엇에도 미련이 없던 신휘에게 수아는 특별한 존재로 자리하게 된다. 그녀의 눈빛, 몸짓 하나까지 그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된 수아.. 너무나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여인이기에 그녀가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다. 신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황제 헌원이 쳐놓은 함정에 그만 수아를... 수아로 잃어버린 고통을 경험했기에 다시 잃지 싶지 않기에 그녀를 지키려다 생명의 위태로워진 신휘...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 수아는 그가 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항상 그렇듯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두 사람만이 보일 뿐이지만 마음에서 털어내고 싶어도 눈이, 마음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런 인물들 중 가장 마음에 안쓰럽게 느껴진 마음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은 외로움, 공허함 등을 한 인물을 얻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풍상의 주인 옹화다. 죽음을 선택한 남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옹화.. 옹와와 풍산의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치열한 삶 속에 악인으로 살아가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고 있지만 금린의 피를 이어받은 수아로 인해...
매력적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백화의 후예 수아는 물론이고 뇌성대제인 신휘의 모습은 그야말로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함을 넘어서는 인물이다. 예전에 본 신일숙 작가님의 책의 남녀주인공이 떠오를 정도다. 임수아와 신휘를 중심으로 한 태화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수아의 아버지 임우석이 천녀와 나무꾼 설화와 태화 마을의 숨겨진 비밀, 개정판을 통해 오랜 시간을 걸쳐 적은 노트가 모습을 드러낼수록 밝혀지는 진실 역시 저런 곳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