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970
유하 원작, 이언 각색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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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강남 1970'... 매력적인 두 남자배우 이민호, 김래원가 주연이란 것에도 끌리지만 강남 1970을 연출한 유하 감독의 이름만 보고도 영화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만큼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이은  '거리 삼부작'의 최종편인 강남 1970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기가 있는 영화의 원작소설이라면 다른 책보다 더 끌린다. 강남 1970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에서 상위층에 속하는 부자들만 사는 동네라는 인식을 가진 강남... 강남의 개발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발전한 강남을 둘러싼 건달, 정치인 등이 얽힌 돈에 대한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상에 영원한 내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래도 가족이다. 남보다 못한 가족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가족 없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줄 어떤 것도 갖지 못한 두 남자 용기와 종대는 서로를 형제처럼 아끼고 챙기는 사이다. 그들의 서울 진출은 돈을 향한 더 큰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두 발을 뻗고 잠을 청할 낡은 판잣집마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 인력사무소를 찾아 갔다가 얼떨결에 건달들 틈바구니에 끼여 정치인까지 합세한 이권 다툼 싸움에 투입 된다. 급박한 상황에서 화장실이 급한 용기는 그만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한다. 그는 자신을 태운 건달들에 의해 아끼는 동생 종대와 그만 헤어지고 만다.


사라진 형 용기를 찾지 못하고 건달 생활을 접고 세탁소를 운영하는 길수를 아버지로 여기며 살게 된 종대... 길수의 딸 선혜를 향한 마음을 가슴 밑바닥에 고이 접어두고 사는 종대는 아버지 길수와 선혜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 당장 선혜가 돈 있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서로 다른 조직에 있게 된 종대와 용기는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된다. 그들의 형제애는 변화지 않았지만...


지금이야 천정부지로 높아진 집값에 부자들만 산다는 강남에 평범한 사람들이 강남에 집을 자신의 힘으로 벌어 사기는 어려워진 현실이다. 돈을 쫓아 달려들었지만 결국 돈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들 곁에서 자신의 모든 걸었던 사람들은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냉혹한 모습에 씁쓸함이 들지만 이러한 모습은 놓인 불과 40여 년 전 강남을 둘러싼 우리 아픈 현대사다. 피가 섞인 게 아니더라도 진한 형제애, 가족애를 가진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지난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만날 수 있다.


강남 1970의 가장 큰 매력은 책도 흥미롭지만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담은 뒷부분이다. 유하감독과 이민호, 김래원, 장진영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식으로 캐스팅 되었고 이 작품에 갖는 높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책이 너무 재밌어서 영화도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드디어 1월 마지막 주에 보았다. 평소에 호러물이나 조폭 영화를 보면 자꾸만 무서운 장면이 떠올라 피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19세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작품임에도 극장을 찾는 성인들이 많다는 것에 용기를 내어 보았다. 영화를 본 소감은 남성들이 특히나 좋아할 영화란 생각이 강하게 든 작품이다. 기존의 부잣집 도련님의 이미지를 가진 이민호가 의리 있고 강단 있는 건달 종대 역에 저렇게 잘 어울리나 싶은 게 배우는 역시 배우란 느낌을 받는다. 비열한 면을 가진 용기와 연기 잘 하는 속 깊은 건달 길수 역의 장진영 씨까지... 영화를 본 사람은 책을... 책을 읽은 사람은 영화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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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 지친 당신의 마음속에 걸어놓다
채운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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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하면 이상하게 왜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지..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철학적인 물음을 답은 책 '철학을 담은 그림'은 그림을 통해 세상의 잣대와 고정관념,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잡은 생각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놓는 이야기를 통해 닫혀 있던 내 마음을 펼쳐놓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게 돌아보게 한다.


저자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그림을 통해 풀어놓는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이라 읽다보면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 나온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의 주인공 크리스티나는 실존 인물로 소아마비로 들판을 기어 저 멀리 보이는 집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우리는 마음 편히 그림을 보기 힘들다. 크리스티나의 뒷모습 속에 피로에 찌든 우리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고.. 맞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와 더 나은 조건을 쫓아 맹목적으로 달리기 선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넘어가기 직전까지 피로에 지쳐 있지만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우리들...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는 중간 힘들면 쉬어도 좋다. 그래야 한다. 당연한데 왜 숨을 고르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누구에게나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요즘 카페에 가면 흔히 보는 풍경이 분명 연인 같은 사람들, 친구들 등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만났지만 극히 제한적인 대화 몇 마디만을 나눈 뒤에는 너무나 당연스럽게 핸드폰을 뒤적인다. 대화를 하면서도 핸드폰에서 손을 놓지 못하거나 얼굴도 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럴 거면 왜 만날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나 역시도 한 번씩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에드워드 호퍼의 <객실>의 책읽는 여성과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의 시선을 확인하는 요즘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지금 우리는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과의 대화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에는 자신과의 대화를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 '무례'라는 저자의 글에 충격을 받으며 자신의 감정, 행복에 당당해 질 수 있도록 조금 더 이기적이 되어야 한다는 글에 공감하게 된다.


습관은 무섭습니다. 오로지 하나의 방향만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내 마음, 거기에도 관성의 힘이 강하게 작동합니다.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더욱 미워하게 되고, 사랑하지 말자 하면서도 계속 집착하게 되는 것처럼요.             -p105-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습관에 길들여지는 면이 있습니다. 좋은 습관이 있을 수 없느냐의 질문에 그 자체로 영원히, 절대적으로 좋은 건 없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다. 좋은 습관은 결국 나쁜 습관에 제어장치가 되지만 그마저도 습관처럼 굳어지면 집착이 된다고... 무섭다. 우리는 아니 나는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나쁜 습관은 하는 사람들을 흔히 찾게 되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이 가진 나쁜 습관을 다른 사람들이 발견할까봐 두려워서인지... 하나의 고정된 습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현실인은 강하다.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의한 것이 더 크게 작용하는 사회.. 마리솔 에스코바르의 그림 이야기에 저자의 조카, 자신의 현재 사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저자 채운 씨가 어떤 사람인가 잠시 생각해 보며 백수라고 당당히 말하며 삶이 부럽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인생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그저 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길을 가면 된다고요. 원래 길이란 없었다고, 걸어가니 길이 되었다고요. 혹 선택ㄱ의 기로에 놓였다고 생각한다면 뒤뷔페의 <풍경>을, 그리고 루쉰의 말을 떠올려보세요. 누구나 결국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돼 있습니다. 정말 할 수 없다면, 그때 가서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으면 됩니다. 다만 어떤 길을 가든 마음을 다해야 합니다.               -p204-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진 마음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의 방법을 은연중에 포기하고 있다고... 우연처럼 보이는 현실 속에 우리 자신의 숨은 욕망과 행위가 들어있다고... 맞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많은 사람들은 죽을힘을 아니 자신이 가진 최선을 다하지 않고 시대가, 상황이 맞지 않다고 무언가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그러하다. 목표를 가진 일도 그렇지만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망이 크기에 나의 감정을 속이는 일은 너무나 흔하다. 가장 허물없이 지내야 할 가족에게조차도... 모든 것을 들어내고 사는 것이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하얀 거짓말 보다는 조금 아프지만 진실이 필요할 경우가 있다. 현재의 내 모습은 나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의 내가 모여서 만들어질 것이다.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일상의 반복적인 습관, 행동, 관계들로 인해 지쳐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 고민하게 된다.  


저자 채운 씨는 이 책을 쫓기듯 삶을 살고 있는 두려움을 가진 K란 인물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말한 두 가지 중 하나의 이야기에 유달리 마음이 간다. 바로 저자 자신의 남동생의 아내.. 올케와의 관계 아니 저자의 살갑지 못한 성격 때문에 서먹한 관계를 이어오는 올케에게 자신의 이야기의 일부라도 들려주고 싶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된다. 나 역시도 남동생의 올케와 나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순전히 나의 생각일 수 있다. 다른 집 시누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 세자매는 생일, 명절 때도 크게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살라는 주의다. 나름 올캐를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남동생의 성격을 생각할 때 올케의 삶이 어떠했을지.. 우리의 이기적인 무심함이 올케를 가족과 거리를 두게 한 것은 아닌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림과 함께 풀어낸 이야기라 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장자, 법정스님, 니체, 루쉰 등과 저자가 팬이라고 밝힌 조용필, 미생 이야기 등으로 풀어내는 철학이야기... 잠시 쉬면서 나의 모습을,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유익한 시간이 될 책이기에 지금 먹고사는 문제를 비롯해 삶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아픈 여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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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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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를 따라간 프랑스인이 일본인 속에 섞여 보낸 6개월의 생활을 담은 책 '도쿄 산보'... 오직 자전거만을 이용해 도쿄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그가 느낀 도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롭게 느껴지는 책이다. 사실 6개월이면 현지인은 아니더라도 짧은 여행만을 하고 돌아가는 여행자의 눈이 아닌 반 현진인과 같은 생활 모습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스페인이나 파리, 일본, 싱가포르에서 6개월 이상의 생활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기에 더 궁금한 책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생기고 있는 쉐어하우스를 통해 제대로 도쿄 생활을 시작한 플로랑과 클레르... 여자 친구가 일을 하러 나가면 플로랑은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자전거를 끌고 나가 도쿄 구석을 다니며 그린다. 그가 담아낸 도쿄의 모습은 독특하다. 유럽인의 시선으로 보는 도쿄는 이런 느낌이구나... 아니 일러스트레이터의 눈에는 도쿄가 이렇게 보이는구나 싶은 그림들이다.

 

쉬어가기 코너를 통해 일본 사회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 여학생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두 명의 여학생을 통해 일본 여학생들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TV나 영화에서나 나올 뻔 한 길이의 아줌마 스타일처럼 보이는 여중생을 두고 수학 잘하는 중학생이란 표현과 유행에 민감한 느낌의 여중생은 체육을 잘하는 중학생이란 표현에 보는 것과 다른데 하며 웃음이 살짝 났다. 플로랑이 타고 다는 자전거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자기 방식의 해석이 흥미롭다. 

 

 

조국이 아닌 타국에서 경찰들과 얽히게 되는 극히 피하고 싶은 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나를 보호해 줄 마땅한 장치가 없는 타국에서 경찰들과 마주치고 경찰서까지 간다면...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질 거 같다. 플로랑은 평소라면 그냥 피해갈 수 있는 있지만 경찰관과 마주치고 자전거가 조사를 당한다. 그가 늘 관심을 가진 경찰서와 경찰관들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 경찰서에 가서 지문채취 당하고 사진도 찍히며 한 번 더 수상한 행동을 하면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경찰관을 허리우드 배우에 비유한 글에는 사실 웃음이 났다.

 

도쿄의 멋쟁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엘리베이터... 일본 여인들이 잘 꾸미고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어릴 적부터 선크림, 양산을 꼼꼼히 챙겨들고 다니기에 여름에 이런 여인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아이보다 더 하얀 엄마들을 본다는 플로랑의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피부에 신경을 쓰는 일본 여성들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도쿄를 여행 아니 모험하고 다닌 플로랑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책을 읽다보면 머릿속으로 상상이 된다. 외국에 가면 모든 것이 신기롭다. 일본은 가깝기에 비슷한 듯 다른 것이 더 많은 나라다. 도쿄 여행..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재작년 친구들과의 오사카 일본 여행이 전부인 나에게 도쿄는 그동안 일본여행하면 떠오르던 삿뽀르, 오키나와의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프랑스인이 바라보는 도쿄.. 도쿄를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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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에 관하여 - 숭고하고 위대한 문학작품에 대한 단상들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미디어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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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이 무엇인가? 굳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이미 정해 놓은 걸작이란 평가에 순응하며 따라서 아~ 저런 것이 걸작이구나 받아들였다. 시대를 넘어 사람들에게 걸작으로 인식되고 있는 문학작품들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기에 걸작이라고 불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걸작을 나누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걸작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걸작이란 말은 18세기 중반에 등장한다. 문학이란 이름을 갖게 되면서 걸작이 구원받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하나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 새삼 놀라게 되는 사실이다.


걸작에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 걸작 하나하나를 절대적으로 보이게 한다.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 앞으로 나올 걸작도 과거의 걸작과 같지 않을 것이다. 걸작은 평범함과는 단절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평범한 작품은 너무 많다.               -p30-


저자가 여러 작품을 통해 걸작의 기준은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걸작을 놓고 논란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걸작이라고 말하지만 저 작품이 정말 걸작에 해당할까 싶은 작품도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미흡한 나의 문학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기에 한 차원 높은 사람들이 보는 시각과는 분명 다름이 있지만 왜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에 의문을 갖게 되는지... 이런 의문이 너무나 당연하다. 걸작이란 결국 우리의 좋고, 싫고를 떠나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다.


책에서 걸작이라고 말한 작품들이 무수히 많이 나온다. 내가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지만 너무나 짧은 글로 걸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아 어려움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끌린 작품이라면 저자가 혐오스러운 걸작이라고 평한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위대한 시라는 말로는 부족한 시지만 그의 신랄하고 편협한 생각, 취향에도 불구하고 걸작이라고 칭하는 이유를 다시 읽어보며 확인할 생각이다.


좋은 작가의 글쓰는 춤추는 것과 같다. 어찌 보면 모든 창작은 춤추는 것이다. 시도 춤이고 문학도 전체적으로 춤이다. 조각은 정지된 춤이고 몸이 없는 춤이다. 왜냐하면 춤은 말이 없는 표현이고 움직이는 조각이기 때문이다. 단어 대신 몸으로 글쓰기를 한다. 리듬에 취해 몇 명의 작가가 춤을 춘다. 가끔 수많은 사람이 함께 추기도 한다. 이때가 인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p179- 

 

평소에 글을 잘 쓰고 싶은 열망을 늘 가지고 있다. 작가의 글쓰기와 일반 독자의 글쓰기는 분명 다르다. 위대한 걸작을 만들어내는 문호들의 글쓰기는 뛰어난 무용수의 아름다운 춤과 같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창작성을 춤이라고 표현한 글을 보면서 위대한 작가들의 글이 주는 자연스러움에 매료되는 거은 아름다운 것에 빠지는 우리들의 당연한 모습처럼 다가온다. 위대한 작가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의 뛰어난 걸작들이 더 많이 생겨날 때 나 같은 일반 독자에게도 분명 기쁨이지만 인류 전체에 주는 커다란 행복의 크기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걸작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다양한 작품들 그중에서도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유용한 책으로 내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걸작들은 더 늦기 전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걸작보다는 위대한 작품이라고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더 많은 위대한 작품들이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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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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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신인작가의 출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이 느낌은 뭐지 하는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머리에 남는 여운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 '라면의 황제' 저자 김희선 작가가 가진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제대로 살아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이야기 페르시아 양탄자 흥망사... 아버지처럼 세탁소를 운영하는 세 아들 중 막내아들이 아버지의 세탁소에 오래 전 누군가의 보좌관이 맡긴 페르시아 양탄자의 진품여부를 의뢰한다. 소설과도 같은 사연 속 페르시아 카페트 조사를 맡은 <이제는 말할 수밖에>의 촬영 팀이 이란을 찾는다. 카페트를 통해 이란의 복잡한 정세와 한 집안의 흥망사... 헌데 페르시아 양탄자의 진품가품의 진실은...


TV 진기명기쇼에 출연할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아이큐를 보유한 소년이 나사에서 일하게 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소련인을 통해 무의식 요법에 대해 듣게 된다. 천재소년의 책이 금서가 되고 사라진 그가 주식시장의 제일 큰손으로 자리한 이야기를 다룬 교육의 탄생,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진 라면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가족이 너무나 좋아하는 라면이 사라진다니 그것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웰빙을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싶지만 라면의 황제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우리나라 밥통과 라면, 영양을 따지는 시대와 맞물러 라면이 사라지게 된다. 라면에 관한 책 한 권으로 촉발된 기네스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30세부터 27년간 라면만을 먹은 남자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다룬 라면의 황제, 강원도 W시에 거대 건물이 세워진다. 건축물 이름을 가진 한 남자가 자신의 어린시절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간 도서관에서 마주한 한 권의 책이 발단이 되어 인간 복제에 관심을 가진다. 갑자기 사라진 그와 함께 떠난 소녀는 누구인지.. 그이 실험이 성공을 거두며 그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소녀와의 모습이 인상적인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 W시에 나타난 비행접시로 인해 처음에 가졌던 두려움, 혼란이 며칠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비행접시에서 쏟아지는 종이.. 비행접시와 외계인을 둘러싼 W시와의 모종의 협약이 사실 여부를 떠나 생계에 위협을 느낀 사람들의 반응을 다룬 지상 최대의 쇼, 요즘 고병원성 AI로 인해 매몰되고 있는 가축들에 대한 뉴스를 종종 본다.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생각보다 치명적인 질병을 인간에게 남길 수 있어 유의해야 할 질병인데 개들의 사생활에서는 사이코패스라고 말하는 나란 인물이 부모님이 키우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은 강아지들이 인간의 뇌에 칩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런 생각을 만든 원인에는 강아지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그의 안타까운 현실이 범죄를 꿈꾸게 한 원인으로 솔직히 다른 이야기보다 마음이 아프게 느껴진 이야기다. 어느 멋진 날은 거리를 걷던 파키스탄 남성의 죽음 안에는 숨겨진 음모가 있다.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남성과 식물인간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대비되어 지금도 대립하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모습이 연상이 되는 이야기다. 한국인의 피가 아주 조금 흐르는 멕시코 인이 W시에 오게 되고 그가 채식열풍을 타고 새로운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개발품은 사실 우리도 현재 먹고 있는 유전자 변형돌이와 같다. 당장 해로운 점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식량 개발을 둘러싼 무서움을 다룬 경이로운 도시, 크루즈 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해 제철소 담장을 넘은 여섯 남자와 W시의 한 남자가 농기구를 든 사연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취재를 나선 기자는 전혀 다른 해석을 하면서 떠나는데... 도시나 시골이나 작은 상권까지 집어 먹는 대형마트로 인해 작은 상인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남자의 행동에는 분명 모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약한 사람들의 아픈 현실이 보이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까지 묵직한 역사적 사건과 교묘하게 어울린 이야기는 예사롭지 않다.


SF소설이 가진 기발한 상상과 황당함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 속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이 담겨 있다. 남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김희선 작가.. 저자의 무한애정이 느껴지는 강원도의 W시와 라면... 아무래도 겨울이 가기 전에 강원도에 가서 싱싱한 회를 먹은 후 매운탕에 라면을 넣어 먹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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