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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넘어서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평범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1980년부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초능력을 가진 신인류 ‘브릴리언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00명 중 한 명 꼴이라면 극히 적은 수가 아닌 신인류인들... 그들이 가진 능력은 다른 사람의 패턴을 읽어내는 능력, 벽을 통과해 걷는 사람,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대로 보여주는 능력 등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브릴리언트들의 남다른 능력이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너무나 생소하고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주식 시장의 흐름을 단번에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 남자로 인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붕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가 세운 브릴리언트만의 자치 지역이 생겨나면서 평범한 인간인 노멀과의 갈등은 증폭된다.
다른 사람의 패턴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인 주인공 닉 쿠퍼... 평범한 인간인 아내와 3년 전에 이혼한 남자로 둘 사이에는 두 명의 자식이 있다. 정부 산하 특수 조직인 DAR의 최정예 요원인 쿠퍼는 그가 소속된 '공정국'을 위해 자신처럼 남다른 능력을 가진 브릴리언트 중 테러리스트만을 처단한다는 일에 자부심에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헌데 자신을 닮았기에 더 애착을 느끼는 사랑스러운 딸이 브릴리언트만을 따로 모아 교육시키는 아카데미의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전처처럼 두려움이 그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브릴리언트이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살인과 브릴리언트면서 정부 산하 소속 기관에서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테러리스트를 죽이는 것이 다를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별반 차이가 없다.
자식을 위해 쿠퍼는 커다란 도박을 하기로 결심한다. 신념과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인물을 믿기에 기꺼이 테러리스트들이 믿고 따르는 존 스미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방법을 계획한다. 헌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쿠퍼 앞에 등장한다. 그녀의 등장은 쿠퍼를 당황하게 만들지만 그녀에게 믿음을 준다면 존 스미스에게 다가갈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능력을 가진 브릴리언트는 분명 섬뜩한 존재다. 하나의 공통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을 이해하기 더 쉽겠지만 그들이 가진 능력이 각기 다르기에 평범한 인간인 노멀들이 느끼는 심적 중압감,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처음에 사랑이면 다 해결될 줄 알았던 쿠퍼의 능력이 항상 한 발 앞서 보여주는 그의 능력으로 인해 전처는 힘들어하고 고통스럽게 느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쿠퍼가 가진 능력이 남다르기에 전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기보다 받아들였던 면이 강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나타난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초중반의 스피드에게 흐르는 스토리는 한 번쯤 의심하게 되는 사실과 만나게 되어도 기존의 액션 첩보물을 영상으로 봐왔던 것이 연상이 되어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진 각본대로 세상이 굴러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대개의 경우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 시대는 미래다. 헌데 책은 1980년 이후부터 30여년이 흐른 시간까지를 다루고 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다. 현재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 속에 실제로 우리가 느끼지 못하거나 알아보지 못하는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선과 악...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쿠퍼의 마지막 선택이 그래서 더 힘들었는지 모른다. 자신의 손을 떠나 선택은 소수의 사람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내리는 것이 맞다. 그것이 설령 더 힘든 상황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속도감, 흡입력도 좋고 우리 현실속 사회 모습을 상당부분 그대로 보여 주는 듯 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공상과학 소설이지만 첩보스릴러라고 말해도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