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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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큼 한자의 중요성이 없어져 한자 공부를 일부러 하지 않은 이상은 한자를 잘 아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당장 우리집 아이들만 보아도 한자 몇 자 읽기도 버거워 하는 실정이다. 나나 옆지기는 그나마 학생시절에 짧게나마 한자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생활 속에서 한자를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신문... 한창 신문을 열심히 읽었을 때는 기억하고 있던 한자들도 신문보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신문을 보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나마 알고 있던 한자들도 잊어먹었다.


한자의 탄생은 기존에 학교에서 배웠던 것보다 한 단계 나아가 한자가 탄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과학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 된 한자인 갑골문은 3천 년 전의 문자다. 거북 배딱지와 소의 어깻죽지 뼈에 새긴 글자다. 그만큼 오래된 글자임에도 문자의 모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풀어갈수록 저절로 감탄하게 될 정도로 3천 년 전의 문자가 가진 과학성이 뛰어남에 놀라게 된다.


한자가 정확히 어디에서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떠올려 보아도 한자가 어떤 모양을 띄고 있고 어떤 변화를 걸쳐 지금의 한자 하나하나가 되었는지 배운 것뿐이다. 헌데 사실은 한자는 누군가에 의해 발명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를 거쳐 발전하고 형성되었다. 적은 수의 문자와 부호만 가지고 있다가 갑골문자로 제 모습을 갖추어지고 발전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문자가 기록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사유와 생활에 전반적인 커다란 변화를 갖게 된다.


문자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는 문자가 가진 뜻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이해하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점차 변화하는 모습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솔직히 어렵다는 표현이 더 맞다. 그럼에도 갑골문이 형성과 발전에는 인류의 변화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지금이야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이 예전보다 적다. 시계가 필수품이 아니라 하나의 패션용품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시계 판매율이 줄어들었다고 알고 있다. 허나 예전에는 시계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필수품이다. 어느 집이나 커다란 벽시계 하나쯤 가지고 있었다. 로마숫자로 된 벽시계가 놓고 갑골문자로 시간을 세는 회의자를 찾아내는 시험이 성공을 거두었다면 우리는 아라비아 숫자나 로마숫자가 아닌 갑골문자로 된 시간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이런 기발한 상상력은 당시 시간관념이 필요치 않은 생활양식으로 인해 실패로 끝난다.


책에 나온 다양한 갑골문을 따라하는 이야기는 어렵지만 흥미롭다. 예전처럼 한자의 중요성이 크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 믿기에 영어도 중요하지만 중국어... 중국어를 잘 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한다. 한자의 탄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 조금은 단순하게 생각한 면이 있는데 한자를 통해 시대상황, 생활양식, 사회현상, 사조 등을 통해 대상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한 번 읽었다고 이해되는 책이 아니다. 한자를 조금이나마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시간이 된 것만은 틀림없다. 한자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한자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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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감성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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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듯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난 이후에 느끼는 이별의 고통, 상실감, 외로움 등은 온전히 혼자만의 몫이다. 함께 했을 때는 나누었던 모든 것들을 헤어진 그 순간부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해야 한다. 고통이 너무나 커 세상과 잠시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모임 등에 열심히 다니며 혼자란 것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을 들볶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이별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엄청난 고통이지만 이 고통이 전혀 예고도 없이 오는 경우도 별로 없다. 만남이 이어지는 그 무수한 시간 속에 서로가 가진 다른 점이 점차 눈에 띄기 시작하고 예전에 좋아 보이던 행동이나 말투가 하나씩 거슬리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감성현의 '벽'은 사랑하며 함께했던 남녀가 다툼이 늘어가고 이별로 헤어져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서로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이별 후에 느낀 감정을 담은 책이라 이별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이 다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서로를 향한 비난 섞인 원망, 화를 토해 내고 있지만 결국에는 두 사람의 만남 속에 숨어 있는 벽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여전히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벽>

때론 너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낙서를 하고 싶다.

아이 같은 표정으로 니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에 한 자 한 자 못으로 깊게 새기고 싶다.

아무도 찾지 않는 흉물이 되길 바라면서                                         -p192-    his story


<좋은 감정보다는 나쁜 기억을>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그렇다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잖아.

참는다는 건 언젠가 쏟아내지 않으면 썩어가니까.

좋은 감정을 남기고 싶다기보다는

나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은 거야.                                                  -p96-  her story
 

<차마 말하지 못한>

사랑에 이유가 있듯 이별에도 이유는 있다. 그 이유가 너무도 치사해서 차마 말하지 못할 뿐이다. -p280-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남자와 여자가 들려주는 이별 후 이야기는 사랑의 고통,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미치도록 사랑하며 아름답게 느껴지던 소중한 추억들이 어느새 그 추억으로 인해 고통스럽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기에 이왕이면 자신이 보인 안 좋은 행동이나 말투가 상대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봄날의 햇살처럼 환하게 빛나던 따뜻한 느낌을 담은 기억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여자의 글에 공감이 된다.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이 나왔을 정도로 남자와 여자는 서로 살고 있는 세계가 다르다는 말로 표현 했을 정도로 서로가 가진 차이점이 크다. 이별을 바라보는 남녀의 심정을 담은 짧은 글과 감각적인 사진이 무척이나 세련되게 느껴지는 책이다. 상대를 향해 설레던 감정이 익숙함과 기대와 집착으로 얼룩져 이별을 맞이하는 패턴인줄 알면서도 다시 또 사랑에 빠지고 만다. 사랑의 아픔은 결국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하게 된다고 한다.


사랑, 이별에 대해 이야기가 거창하지 않고 현실 속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몰입해서 보게 된다. 예전처럼 순수한 사랑이 적어진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다. 사랑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상대를 향한 마음이다. 상대와의 사랑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끼는 소중한 마음을 결혼을 했다고 어느새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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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고객 -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구매심리를 꿰뚫어보는 법칙
김경필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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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구매심리를 꿰뚫어보는 법칙이라.. 솔직히 나도 나의 구매심리를 잘 모른다. 거의 쇼핑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충동구매를 하는 일은 드물다. 예전에 한두 번 조금 과하다 싶은 충동구매를 한 적은 있다. 그런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내가 평소에 쓰는 것보다 과하다 싶은 것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고 사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대형마트를 찾는다. 습관처럼 들었던 물품들에는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작지만 중요한 기업마케팅, 숨은 전략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왜 야생의 고객인가? 고객은 하나의 정형화된 틀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계적인 수치와도 맞지 않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업이 변해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들의 변화가 먼저 시도해야 한다. 실제로 커피 사례를 들어 대화를 이어가며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실제로 나 역시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기업들을 예로들어 고객의 심리, 구매욕구 자극, 성공법칙 등에 대해 풀어가고 있어 흥미롭다. 소비자들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하나의 물건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작은 실수가 발생하거나 소비자를 무시하면 바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싸고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지만 조금 돈을 더 주고서라도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다양한 욕구를 가진 소비자를 충족시킬 수 방법은 다양한 소비층만큼 다양해야 한다. 실제 사례로 든 서울우유의 추억을 되살리려는 유리병 마케팅, 내가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샌드위치,  패션 장화, 커피, 기저귀, 아웃도어 등 예측하기 힘든 고객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있던 나 같은 사람도 나의 소비욕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 흥미롭게 느껴진다.


소유나 존재냐 에서 나온 레스토랑에서 나타난 부부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다. 평범한 가장이 천만 원이 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구매해서 깜짝 선물로 줄 정도의 여유가 없다. 사실 난 이 백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TV에서 나왔다는데 관심이 없이 지나치기도 했고 내 형편에 그런 백은 가당치도 않아 무시했다. 헌데 이 이야기를 하는 여자들의 반응이다. 굳이 가지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내심 부러운 티를 냈을지도 모른다. 명품이란 게 누구나 소유할 수 없기에 갈망하게 된다는 글에 맞아 공감하게 된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기에 쉽게 구입하지 못하고 이런 것을 기업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마케팅을 구사한다. 범접할 수 없는 가격으로 하는 마케팅과 차이가 있지만 한정 수량만을 고집하는 갈비탕집, 떡집 이야기...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업체가 성공을 거두기에 사람들은 일부러 물건이 떨어지기 전에 가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른 듯 같은 마케팅 전략을 추구하는 명품과 음식들... 희소성을 내세우는 점에서는 같다. 본래의 가치보다 더 높은 욕구와 갈망을 불러 온다는 것에 공감하며 방배동 서래마을 행복떡집은 조만간 가보아야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나 쉽게 듣고 보게 된다. 점점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를 자극해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 다양한 구매전략을 알아 본 '야생의 고객'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소비심리까지 들여다 본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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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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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앵커 백지연... 젊은 여성들이 멘토로 삼고 있는 그녀가 소설  <물구나무>를 발표했다. 솔직히 에세이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소설이라 조금 의아스럽게 생각을 했고 백지연 씨의 소설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도 생겼다. 왜 물구나무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고등학교 3년을 단짝처럼 붙어 다닌 여섯 명의 친구들을 맺어준 계기다.


전문적인 인터뷰어로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는 백민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락을 끊고 살았던 여섯 명의 단짝친구들 중 한 명인 수경이에게 연락이 온다. 수경의 연락을 받고 연락을 끊고 지낸 친구들을 떠올리는 민수... 사실 지금이라면 쿨하게 그럴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사소하다면 충분히 사소한 사건으로 다섯 명의 친구들과 인연을 끊어버린 민수다. 원인은 민수가 대학에 합격하자 민수를 축하해주기 위해 언니랑 외출을 한 날 발생한다. 언니랑 떡볶이를 먹고 난 후 유명한 파르페 집에 갔다가 자신을 쏙 빼고 다섯 명만 모여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나 상해 연락을 끊어버리고 지낸지 27년이 흘러버렸다. 갑자기 연락을 해 만나자는 수경에게 거절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수락하고 만다. 꿈 많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마흔여섯 살의 친구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증이 생긴 마음도 한몫 했다.


"이게 세컨드 와인인데 이상하게도 팔머보다 더 무거워. 그래서 난 이 알터 예고를 마실 때마다 와인이 어째 우리 인생하고 비슷하구나. 감탄하곤 해. 또 다른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는게 그렇게 무서운 것 아니겠니?"  -p69-


세상의 눈으로 보면 수경의 삶은 성공한 인생처럼 보인다. 허나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수경을 통해서 친구들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 중 너무나 유명한 의사 집안의 자녀였던 하정이가 집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죽음의 원인을 알기 위해 조사 중이라는 엄청난 이야기에 민수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수경 역시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너무나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민수는 하정의 소식을 듣게 되면서 수경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 역시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 여자를 위하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에는 남자란 것을 내세우며 아내의 능력을 막았던 남편과 이혼하여 싱글맘으로 딸을 키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승미... 그 옛날 얼굴에 난 상처의 숨은 진실과 아버지와의 화해를 듣게 된다. 누구보다 자상하고 착실한 남편과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문희.... 그녀는 자신을 사랑으로 아꼈던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고3때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알게 되지만 그 이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을 배우고 살고 있다. 민수는 뤽 베송 감독을 취재할 기회를 얻게 된다. 파리를 가는 이유 중 일도 있지만 그나마 연락을 하며 지냈던 파리에 거주하는 미연을 만나러 갈 기회를 갖고 싶다.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의 의도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있다. 누구보다 똑 소리나다는 말을 들었던 수경이나 조금 건방진 듯 보였지만 너무나 대단한 언니를 두었기에 제대로 기 한 번 펴지 못하고 살다가 겨우 행복이란 것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도 허상이었던 하정의 모습이 자꾸만 뇌리에 남아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자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민수와 승미 역시 따지고 보면 가족 그것도 너무나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인해 깊은 아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책장이 술술 너무나 잘 넘어간다. 백지연 씨의 첫 소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중년의 여자들의 심리를 아주 잘 묘사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잘 하고 성실하면 분명 미래는 장밋빛으로 밝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배신을 감추고 있는 우리 현실 속 모습이 백지연 씨의 손에 의해 물구나무 안에 잘 담겨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물구나무를 서 본 적은 없다. 체력장 시간에 철봉에 매달려 본의 아니게 물구나무를 했던 적은 있지만 크고나서 헬스장에 다니면서 기구를 이용한 물구나무를 제외하고는 혼자 스스로 해볼 수 없는 자세다. 민수의 말처럼 "물구나무서기처럼 삶은 위와 아래가 뒤바뀌는 거지.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로 두렵기도 한 것이 인생이지.” 위와 아래가 뒤바낀 세상은 두렵다. 재미는 글쎄.. 두렵고 무섭지만 그러기에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든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뒤바뀐 물구나무와 같은 것...


"불행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매번 속는 거야. 똑똑한 사람들이 의외의 일을 당하곤 하잖아. 불행이란 놈이 간교한 거지. 만약 불행이 불행 그대로의 괴물 같은 모습으로 다가선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멍청하게 있다가 당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 아냐? 적어도 도망가려는 시도라도 해볼 테니까."      -p145-


"혹시 부모가 자식이 잘 뿌리내리고 피어나고 열매 맺을 수 있는 모양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자식들이 잘 안되는 건 아니란다. 토양도 중요하지만 어떤 씨앗이냐도 중요한 거거든. --- 왜 좀 더 따사로운 아버질 만나지 못했나 싶지. '부모가 반팔자'라는 건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네 스스로의 역할이 크다는 말일 수도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 필자의 '반'이어서 말이야. 전부면 어쩔 뻔했어. ㅎㅎㅎ."   -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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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백작부인
레베카 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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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6대 살인마>에 5위에 기록되어 있는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는 당시 헝가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마녀로 몰려 억울하게 죽은 여인인지 아님 600여명의  젊은 여성을 살해하고 그  피를 마시거나 아니면 그 피로 목욕을 한 것으로 아름다운 젊음이 유지된다고 믿었던 엽기적인 살인마인지 정확한 것은 모른다. 그럼에도 그녀를 세계 6대 살인마에 들어갔을 정도로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3위에 오른 창녀들을 죽인 '잭 더 리퍼'와 드라큘라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 15세기 루마니아 역사의 영웅이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잔인한 방법을 사용한 가시공 블라드도 속해 있다.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의 수수께끼 같은 인생을 담은 이야기가 문학수첩에서 <피의 백작부인>으로 독자들 앞에 나타난다. 사실 며칠 전에 mbc 서프라이즈를 통해 바토리 백작부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에 더욱 관심을 가진 책이다. 그녀를 둘러싼 온갖 루머와 죽음을 다루며 이 여인에 대한 의문이 사실은 바토리 백작부인의 사촌 오빠이자 당시 헝가리 국왕이었던 마티아스가 꾸민 짓이라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갖게 한다. 전쟁 자금으로 엄청난 돈을 빌려가고 더 빌리기를 원했지만 이를 거절한 것에 분개하며 그녀에게 돈을 갚지 않고 바토리 백작부인의 재산을 뺏을 수 있는 수단으로 그녀를 마녀로 몰고 간다. 거짓 증인과 증거인 일기장을 만들어 죽음으로 몰고 간 이야기에 많이 놀라고 지금 시대에 바토리 부인이 태어났다면 그녀의 결단력과 지적 호기심 등을 고려할때 뛰어난 인물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1611년 새해 첫 날 많은 젊은 여성들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되는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 그녀는 자신이 억울한 누명을 썼으며 아들만은 온전히 진실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인 페렌츠에게 시집오기 전 친정에서 지냈던 어린시절의 자신의 모습부터 상세히 기록한다.


친정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 되고, 좀 더 어머니와 오빠,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었지만 바토리 백작부인은 미리 시댁에 들어가 생활하며 페렌츠와의 결혼을 기다리며 지내게 된다. 자신을 무시하는 하녀들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그 옛날 아버지가 보인 영주로서의 당당함과 잔혹한 행동을 보았기에 바토리 부인은 주저함이 없이 행동한다. 이제 겨우 십대 중반인 에르제베트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페렌츠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 헌데 페렌츠 대신 항상 에르제베트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남자의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응하고 만다. 다행히 이때는 페렌츠에게 강한 애정을 가진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이기에 그녀는 친정 엄마의 도움으로 여인으로서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이별을 경험한다. 집시의 손에 자신의 분신을 떠나보내고 그녀는 체이테로 돌아온다. 바토리 백작부인은 사람들에게 은혜도 베풀지만 그들이 도를 넘으며 잔혹하도록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한다. 남편 페렌츠는 에르제베트의 이런 모습에 치를 떠는 대신에 안주인으로서의 위엄을 보고 그녀를 인정한다. 여기에 그동안 그가  자신을 멀리한 이유를 알게 되며 비로소 남편의 사랑을 얻는다. 이후로 그녀는 집안의 절대적인 권리를 더욱 확고히 하며 도를 넘었다고 여긴 하녀를 벌을 주다 죽음에 이르게 되었어도 눈썹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냉혹한 행동에 젊은 여인의 피를 마시고 목욕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믿었다. 페렌츠까지 알았을 정도로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알기에 새로운 희망을 꿈꾸었지만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오고 에르제베트는 상처를 입는다. 그녀의 깊은 외로움과 상처는 그녀를 더욱 냉혹한 여자로 만들어 버린다.


엽기적인 연쇄살인마라는 말로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드라큘라의 모델 중 한 명이 될 만큼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 곁에는 피가 낭자했다. 잔혹하리만큼 냉혹한 그녀의 강한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힘을 가진 오스만 제국과  신성로마제국, 트란실바니아와 헝가리 독립 왕국을 지지하는 영주들 등이 복잡하게 얽힌 시대 상황을 고려할때 바토리 백작부인의 죽음은 분명 의문이 남는다.


차갑고 냉혹하지만 누구보다 매력적인 강한 여인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  16세기 헝가리의 모습이 만날 수 있도록 상세하게 묘사된 것으로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읽어서 더욱 재밌게 읽었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바토리 백작부인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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