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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 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감성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미칠듯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난 이후에 느끼는 이별의 고통, 상실감, 외로움 등은 온전히 혼자만의 몫이다. 함께 했을 때는 나누었던 모든 것들을 헤어진 그 순간부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해야 한다. 고통이 너무나 커 세상과 잠시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모임 등에 열심히 다니며 혼자란 것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을 들볶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이별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엄청난 고통이지만 이 고통이 전혀 예고도 없이 오는 경우도 별로 없다. 만남이 이어지는 그 무수한 시간 속에 서로가 가진 다른 점이 점차 눈에 띄기 시작하고 예전에 좋아 보이던 행동이나 말투가 하나씩 거슬리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감성현의 '벽'은 사랑하며 함께했던 남녀가 다툼이 늘어가고 이별로 헤어져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서로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이별 후에 느낀 감정을 담은 책이라 이별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이 다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서로를 향한 비난 섞인 원망, 화를 토해 내고 있지만 결국에는 두 사람의 만남 속에 숨어 있는 벽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여전히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벽>
때론 너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낙서를 하고 싶다.
아이 같은 표정으로 니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에 한 자 한 자 못으로 깊게 새기고 싶다.
아무도 찾지 않는 흉물이 되길 바라면서 -p192- his story
<좋은 감정보다는 나쁜 기억을>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그렇다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잖아.
참는다는 건 언젠가 쏟아내지 않으면 썩어가니까.
좋은 감정을 남기고 싶다기보다는
나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은 거야. -p96- her story
<차마 말하지 못한>
사랑에 이유가 있듯 이별에도 이유는 있다. 그 이유가 너무도 치사해서 차마 말하지 못할 뿐이다. -p280-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남자와 여자가 들려주는 이별 후 이야기는 사랑의 고통,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미치도록 사랑하며 아름답게 느껴지던 소중한 추억들이 어느새 그 추억으로 인해 고통스럽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기에 이왕이면 자신이 보인 안 좋은 행동이나 말투가 상대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봄날의 햇살처럼 환하게 빛나던 따뜻한 느낌을 담은 기억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여자의 글에 공감이 된다.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이 나왔을 정도로 남자와 여자는 서로 살고 있는 세계가 다르다는 말로 표현 했을 정도로 서로가 가진 차이점이 크다. 이별을 바라보는 남녀의 심정을 담은 짧은 글과 감각적인 사진이 무척이나 세련되게 느껴지는 책이다. 상대를 향해 설레던 감정이 익숙함과 기대와 집착으로 얼룩져 이별을 맞이하는 패턴인줄 알면서도 다시 또 사랑에 빠지고 만다. 사랑의 아픔은 결국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하게 된다고 한다.
사랑, 이별에 대해 이야기가 거창하지 않고 현실 속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몰입해서 보게 된다. 예전처럼 순수한 사랑이 적어진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다. 사랑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상대를 향한 마음이다. 상대와의 사랑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끼는 소중한 마음을 결혼을 했다고 어느새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