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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그림자'를 통해 프랑스 심리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 카린 지에벨를 알게 되었다. 그림자는 세상에 이토록 지능적인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는구나 싶어 섬뜩함을 느꼈던 지금도 인상적인 작품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다. '너는 모른다'는 저자를 심리스릴러의 재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이 예쁘고 매력적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강력계 형사란 직업을 가진 브누아 경감은 단단한 몸매와 잘 생긴 매력적인 남자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을 즐기며 아내 몰래 다른 여인과의 불륜이 주는 스릴을 즐기는 남자다.
브누아 경감은 고장난 자동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십대의 곱슬거리는 빨간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그냥 칠 수 없다. 기꺼이 여자를 도와주고 그녀는 브누아 경감의 호의에 술 한 잔을 제안한다. 이것이 문제였다. 브누아 경감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정신을 차리며 무엇인가 한참 잘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자신이 호의를 베푼 빨간 머리 여자가 그를 지하실 창살 안에 가두고 그의 소지품들을 전부 빼앗아간 상태다. 끔찍한 이 현실에서 빨리 벗어나기만을 바라지만 빨간 머리 여자는 그의 죽음을 지켜보는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강력계 현직 경찰을 대담하게 납치하여 감금한 빨간머리의 여자의 이름은 리디아로 그녀는 어린시절 쌍둥이 자매의 납치, 성폭행, 죽음에 깊은 상처를 가진 인물이다. 그녀가 원하는 답은 하나다. 익명의 편지를 통해 브누아 경감이 저지른 범죄의 자백을 받아내는 일... 허나 브누아 경감은 결백만을 주장하며 그녀를 미친 여자 취급한다.
현직 경찰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전담할 형사로 브누아 경감과 인연이 있는 자밀라 경위를 내정된다. 그녀는 브누아 경감의 아내 가엘을 찾아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서 당황하게 된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리디아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그녀에게 자신이 벌이는 일을 꿈처럼 들려준다. 현실과 꿈의 세계를 혼동하고 있다고 믿는 정신과 의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며 리디아가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
산다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브누아 경감... 다른 여인들과의 불륜을 통해 수시로 아내 가엘을 속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가엘과 어린 자식이 잃을까봐 두렵다. 죽음을 강요하는 리디아의 가혹한 고문으로 인해 브누아 경감의 몸과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
책의 초반부터 리디아란 인물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미친 여자란 느낌을 준다. 어느 정도는 맞다. 브누아 경감을 리디아의 쌍둥이 자매 사건의 진범이란 확신 하에 그에게 온갖 고문을 자행하는 리디아... 죽을 수 없기에 브누아는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기로 한다.
수사를 벌이며 가엘에게 의심이 가는 요인을 발견한다. 여기에 브누아 경감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중 의심스런 행동을 하는 인물이 있다. 하나같이 의심스런 인물들이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들어나는 또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
세상에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고통 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로인해 또 다른 상처, 상실감 등을 갖게 되는 인물이 생긴다. 너무나 커다란 상처를 받았기에 돌려주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순간적으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여자와의 달콤한 일회용 로맨스를 잠시나마 꿈꾸었던 것이 브누아 경감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좌초한 결과다. 스티븐 킹이 '미저리'를 청소년용 동화소설로 전략시킨 무시무시한 소설이라고 말한 이유를 이해가 된다. 책은 못 읽었지만 영화 미저리를 보며 저런 말도 안 되는 집착과 광기를 보이는 여자가 있다니 하는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는데 '너는 모른다'의 리디아 역시 전혀 미저리 여주인공에 뒤지지 않는 광기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주인공 리디아, 브누아 경감은 물론이고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그들 나름의 이야기, 성격이 흥미롭다. 너는 모른다는 심리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느끼며 단숨에 읽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