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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평점 :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표지가 사랑스러운 다니 미즈에 작가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시계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수리한다니 제목이 주는 궁금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총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를 위해 종을 울린다... 앳된 얼굴의 아가씨가 낡은 서양식 건물 가게들 앞을 기웃거린다. 그 중에 유독 시선을 잡아끄는 문구 '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지만 이상하게 헛웃음난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승려복을 입은 한 남자는 여자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다. 그녀는 '헤어살롱 유이'를 찾는다. 의문의 아가씨는 헤어살롱 유이의 아카리의 배다른 동생 '카나'다. 언니를 기다리던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중년의 여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카리와 자신의 이야기와 너무나 닮아 있다. 여인가 쥐어준 쪽지는 아카리가 방금 전에 애인 슈지에게 듣게 된 사연 속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에는 이승과 저승의 오묘한 분위기에 빠지는 부분이 살짝 오싹한 느낌을 준다.
딸기맛 아이스크림의 약속... 단짝처럼 친하게 지낸 세 명의 친구의 사연을 담고 있다. 과일 가게 호카도의 30대 주인내외는 수시로 말다툼을 한다. 화가 난 아내는 하루 이틀 짧은 방황?을 하고 항상 돌아왔지만 이번 싸움은 생각보다 커서 일주일째 소식이 없다. 서로 좋아하던 친구의 여자친구를 뺏어? 결혼한 다모쓰 군은 항상 아내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 그녀가 라즈베리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시켜 먹는 이유는 단 하나... 함께했던 친구에 대한 마음을 놓지 않기 때문이라 여긴다. 부부 싸움으로 망가진 시계를 맡긴 시계에 담고 있는 사연은
돌이 되어버린 손목시계... 평소 천재 시계사 슈지가 가진 넓은 마음을 알고 있기에 늘 감사하면서도 그에게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카리... 그녀는 오래간만에 동아리 선배를 만나고 과음하게 된다. 헌데 자신의 말을 듣고 선배는 슈지에게 시계 수리를 부탁한다. 그가 맡긴 시계는 화석시계.. 허나 시계의 비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용기가 부족했기에.. 아니 포기할 수 없기에 늘 마음속에 담고 살지만 용기내지는 못한 가슴 아픈 사연이다.
멈춰버린 괘종시계의 비밀... 딸의 존재는 기억하지만 나의 이름은 잊어버린 여자의 이야기다. 세상에는 표현에 서툰 사람들이 있다. 미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용기, 눈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를 잊은 여자는 딸린 가족들을 위해 남편이 급히 구한 여자다. 남자는 여자를 식모로 취급한다. 허나 그는 여자의 아픔을 알기에 강아지 이름에 의미를 둔다. 기억의 잃은 여자의 손에 들린 물건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다.
네 편의 이야기 보두 흥미롭다. 시계를 수리하는 슈지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어떠한 시계도 완벽하게 고쳐내는 슈지가 사람들이 가진 추억을 되살려내는 그의 남다른 능력이 함께 한다.
책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천재 시계사 슈지라기보다는 그의 여자친구 아카리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 젊은데 이렇게나 생각이 깊고 마음이 넓은 남자가 흔할까 싶을 정도로 슈지가 가진 모습은 매력적이다. 수리는 물론이고 시계도 팔던 할아버지의 가게를 이어받아 시계사로 일하고 있는 슈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의 연인 아카리는 슈지가 조금만 더 자신에게 기대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것도 알고 있다. 헌데 아직은 표현을 하기 쑥스럽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지만 애정표현에는 서툰 아카리와 슈지의 속 깊은 모습이 귀엽고 신사의 아들이면서 조금은 엉뚱한 모습을 가진 다이치 역시 흥미로운 캐릭터다.
누구에게나 고치고 싶거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시계를 통해 추억을 고쳐주는 가게가 있다면 어릴 적 우리집에도 괘종시계가 있었던 기억이 있었던 기억이 있기에 나도 고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망가지고 오래된 시계가 담고 있는 추억은 결국 사람들간의 따뜻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