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명남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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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생명체가 깨어난 시간이 40억 년 전 어느 날이라고 한다. 우주, 지구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늘 신비롭고 놀랍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그 어느 별에서는 지구에 사는 인간보다 앞선 문명을 가진 생명체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인류가 진화론처럼 진화를 거듭하였는지를 비롯한 궁금증에 의문이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이 말하는 인류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고 놀라우며 다소 어렵게 여겨지는 면이 있지만 재미도 있다. 이제까지 내가 본 인류와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재미 면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흥미롭다. 다만 행성들의 탄생이나 복잡한 화학 원소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학창시절에 느꼈듯이 쉽지는 않다. 인류의 탄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늘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의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다. 진화론처럼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점점 발전된 인류와 문명을 갖게 된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부족하다. 특히나 이 책에서 말하는 '씨앗 번재설' 또는 '정향 범종설'이란 낯선 주장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생명이란 것이 지구에 있던 존재가 아니라 태양계의 다른 행상으로부터 지구에 알 수 없는 생명의 씨앗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 날아왔다는 생소하고 낯선 주장이 이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생명의 기원에 접근하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이 놀라운 통일성이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p66-


현재의 인류가 만들어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진화론이다. 어떤 식으로 존재할 수 있었는가를 살펴보면 복제와 돌연변이를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생명체 자체가 복제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복제에 필요한 요건들도 간접적으로 복사될 수 있어야 한다. 유전자 중 하나에 의해 돌연변이가 일어나 경쟁에서 승리한 유전자의 후손들이 결국에는 개체 전체를 점령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새롭고 유리한 돌이변이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  


생명의 고등 형태가 진화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표준 단위들로 만든 확장된 조합이 안정되게 존재해야 한다. -p84-


우주 저 너머의 생명체가 다른 행성에 도착하더라도 그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데는 여러가지로 불리했을 거란 이야기에 나 역시도 그럴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과학이 급속히 발전해 다른 행성에 간다고 해도 그곳에 적응하기에는 여러가지 위험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주 저 너머의 생명체 역시 지구 등의 행성에 나가려는 노력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 말한 것처럼 장기적 정향 범종설을 통해 작은 미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다는 글을 보며 그럼 우리가 미처 모르지만 외계 생명체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무섭다.


행성과 세균, 다른 행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지구란 행성과 인류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현재 사람들은 지구 바께 다른 행성에 대한 관심도 높고 그곳에 어떤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려고 한다.


우주의 발생을 완전히 파헤치기는 어려운 문제다. 인간만이 뛰어난 영장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섣부른 생각일 수 있다. 우주 저 너머의 생명체에 대해 아직도 밝혀야 할 것들이 많고 계속되는 우주 탐사를 통해 조금 더 생명의 진후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책을 이해하였다고 말하기는 많이 부족하고 어렵지만 과학적인 견해와 저자만의 가설을 통해 들려주는 우주, 지구, 미지의 생명체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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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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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만들어진 탐정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셜록 홈즈다. 어릴 때 전집으로 읽었을 때부터 너무나 좋아하는 탐정이기에 셜록 홈즈가 나오는 영화나 책은 거의 빼놓지 않고 보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TV이를 평소에 그리 시청하지 않기에 미드나, 일드, 영드와 같은 것을 볼 기회가 적다. 그래서 BBC 최고의 인기드라마라고 알고 있는 '셜록 홈즈'를 아직까지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셜록 홈즈 주인공이 누구이며 그가 나온 영화와 촬영장소 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기회가 되면 영드는 물론이고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소를 직접 방문해 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셜록 : 크로니클'은 드라마를 통해 방송된 셜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원작과 다른 이야기에 대한 것, 배우에 대한 정보, 삭제된 장면, 배경이 되는 야외, 실내 장소 등에 대한 상세하게 담고 있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원작과 비교하며 드라마를 따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정도로 알차게 담겨져 있다.

 

 

 

 

 

 

 

 

 

 

 

 

 

보고 싶은 드라마를 미처 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에게 드라마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완전히 매료된 책이다. 장면 하나하나를 연상하며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영국이란 나라가 모험이 가득한 곳으로 느껴질 정도다.


셜록 홈즈는 벌떡 일어나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뒤팽과 비교하다니 본명 날 칭찬하려는 뜻인 줄은 압니다. 하지만 뒤팽은 형편없는 탐정입니다. 15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있다가 적당한 의견을 내며 끼어드는 방식은 그럴듯하지만 얄팍하죠. 그 또한 분석력이 뛰어난 천재임이 분명하지만, 포가 그려낸 것만큼 경이로운 인물은 아닙니다."   -p14-   

저자 아서 코난 도일의 대단한 자존심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이미 알고 있던 셜록 홈즈의 이야기지만 드라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와 함께 읽을 수 있어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읽게 된다.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보다 나은 책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상력을 높여주는 책이다. 물론 재미는 단연코 최고다. 셜록 홈즈의 팬이라면 이 책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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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6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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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그 시간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나카마치 신의 '살인 시리즈'도 그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방살의'를 너무나 재밌게 읽었기에 이번에 나오는 '천계살의'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역시나 기대했던 것만큼 재밌게 읽을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몇 년 전 추리소설 현상 공모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 아규 데루히코는 한동안의 부진을 딛고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으려고 '추리세계' 편집자인 하나즈미 야스코를 만난다. 아규는 '범인 맞추기 릴레이 소설'이란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구상중이다. 자신이 먼저 문제편을 쓰고 그의 작품을 읽은 제 2의 탐정 역할의 작가가 이를 바탕으로 해결편을 쓴 후 다시 아규가 범인의 관점에서 해결 편으로 써서 작품을 완성한다는 추리소설이다. 분명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 주는 재미가 느껴지는데 아규 작가가 건넨 원고는 분명 낯이 익다. 완성되지 않은 적은 분량의 원고는 몇 개월 전에 발생한 한 여성의 살인사건과 너무나 똑같다. 아규 작가는 무슨 이유로 실제 사건을 똑같이 소설 속에 담아냈는지 의문이 드는데 더군다나 아규 작가가 원한 해결편의 작가는 탤런트이자 소설가인 오노미치 유키코로 그녀의 목소리에서 들려오는 경계심이 이상하게 야스코는 신경이 쓰인다.


남편과 말다툼을 벌인 여인은 집을 나온다. 많은 돈을 가지고 떠난 여인은 생각지도 못한 첫 놀음에서 돈을 따는 행운까지 생긴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내용과 얼마간의 돈을 남편 앞으로 보낸다. 곧 돌아올 거라 믿었던 여인이 돌아오지 않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았는데 죽은 자의 돈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죽은 자가 보인 행동은 이상하다. 평소와 너무나 다른 행동을 한 죽은 여인의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내를 생각하던 남편은 하나하나 그녀의 행동을 곱씹다가 생각지도 못한 의문점에 도달하는데...


완결편의 집필을 위해 잠시 온천으로 떠났던 아규 작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유서는 발견되었지만 그가 쓴 원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의 죽음은 그가 쓴 실제사건과 분명 연관이 있다는 의심이 들기에 충분하다. 범인이라고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 아내의 곁에서 일을 도와주었던 부하 직원이 범인이라고 느껴지는 징후들이 발견되는데... 헌데 이 여성 역시 누군가에 의해 죽는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복잡하게 얽힌 서술트릭이 가진 진실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다.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 속에 범인을 추적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오히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범인에 대한 추리가 맞는 것이 없네 할 정도로 마지막에 들어나는 진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다.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느낌이 올 정도로 쫄깃하다.


이 작품이 삼십 년 전에 쓰인 작품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드는 복선도 훌륭한데다 무엇보다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교묘하게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보여주는 서술트릭의 묘미가 확실히 잘 나타난 작품이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평소에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도 맞는 재밌는 작품이다. 천재작가 나카마치 신이 미스터리 독자들을 향한 도전장이 충분히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며 모방살의, 천계살의가 좋았기에 저자의 다음 편에 나올 작품이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하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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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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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사람을 전부 안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슴 속 밑바닥에 꼭꼭 숨어둔 아픔을 작은 불씨 하나가 건드려 주는 것으로 견고하게 건축된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듯 예상치도 못한 방향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폭스 밸리'를 통해 알게 된 독일 작가 샤를 로테링크의 '죄의 메아리'는 주인공 버지니아가 그러하다. 그녀는 어찌보면 남들이 부러워할 인생을 살고 있다. 허나 우수에 깃든 그녀의 얼굴, 가슴 속에는 과거의 뼈아픈 실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늘 죄책감에 시달려 살고 있다.


정계에 뜻을 두고 있는 은행가인 남편 프레데릭, 사랑스러운 어린 딸 킴과 함께 버지니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스카이 섬의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독일인 부부의 요트 충돌 사고를 듣고 자신의 집에서 잠시나마 일했던 여인이 '리비아'란 것을 알게 된다. 버지니아는 위기에 처한 사람에 대한 순수한 호의로 리바아를 찾아가 도움을 준다. 헌데 리비아의 남편 나탄이 갑자기 그녀의 집을 찾아오며 꾹꾹 고통스런 감정을 참으며 살아가던 버지니아의 인생이 한 순간에 흔들리고 만다.


버지니아의 가정이 스토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어린 소녀들에게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접근하여 호의를 베푸는 의문의 남자가 벌이는 아동성범죄가 큰 흐름을 가지고 전개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기에 버지니아가 가진 흔들림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젊고 매력적인 시절의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경제적으로 편안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성공한 남자들이 가정적이기 힘들다는 말이 있듯이 버지니아의 남편 역시 그녀가 원하는 가정적인 남편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목표를 향해 앞을 보며 나아가다보니 아내는 안 그래도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욱 고립되고 만다.


한 순간의 실수를 아이를 갖게 되었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젊은 여인은 자신과 어린 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아줄 남자를 만나기 위해 해변을 찾는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기에 어린 딸이 요구하는 놀이기구 하나조차도 제대로 태워주지 못한 상태에서 자고 있는 딸을 놓고 빵을 사러간 사이에 딸이 실종된다. 발견된 딸은 성폭행을 당하고 싸늘한 죽음을 맞았다. 세상에나 이제 겨우 네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에게 이런 끔찍한 범죄를 벌인 인물은 누구란 말인가?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한 소녀가 사라진다. 여덟 살의 소녀가 이제 겨우 눈을 뜬 이성에 대한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범인... 소녀 역시 앞의 어린이와 같은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자는 힘없는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최고형에 처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린소녀들에게 갖게 되는 욕망을 범인이 알고 있다. 범인은 스스로의 방어막을 쳐 놓았지만 갑자기 등장한 한 소녀로 인해 허물어지고 마는 것을 보면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애초에 따로 격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자신의 아픔을 살짝 건드려 주는 것만으로 버지니아는 무너지고 만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었지만 이 또한 그녀의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로맨스와 심리 스릴러가 교묘하게 버무려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나름 재밌게 읽은 작품으로 그 어떤 수식어를 써도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인물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극도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한 몫 챙기려는 인물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버지니아의 고통이 이해는 되지만 그녀가 만든 상황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 속도감은 좋은 소설이다. 자신조차도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있다. 하물며 같이 살고 있지만 어찌보면 남일 수 있는 부부가 상대를 100%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버지니아의 고통의 근원이 어디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식과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과 마주하는 버지니아의 모습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느껴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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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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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뉴스를 통해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주었는데 자식이 제대로 부양하지 않고 모른 체하자 다시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비슷한 소송을 다룬 이야기가 한두 번씩 나오고 있어 불과 몇 년 전과 확실히 달라진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하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대표작은 '인간 희극'이지만 '고리오 영감' 역시 그의 문학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무척이나 재밌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아직은 고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면이 있지만 고리오 영감이 가진 자식만을 생각하는 지독하리 만큼 깊은 부성애는 딸바보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남긴다.


고급하숙집에 기거하는 고리오 영감은 한때는 엄청난 부를 소유했던 사람이다. 그에게는 아름답지만 허영심에 이기적인 두 딸이 있다. 일찍 아내를 여의도 자신에게 남겨진 두 딸에게 최선을 다하는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리오 영감이지만 상류층으로 시집간 딸들의 결혼은 그와의 관계를 부정하는 모습을 갖는다.


주인공인 젊은 법학도 으젠은 친척의 사교모임에 참석했다가 이름뿐인 귀족의 신분에서 벗어나 자신을 출세 시켜 줄만한 돈 많은 부인을 만나려고 한다. 그의 눈에 띈 은행가의 아내인 뉘싱겐 남작부인 델핀의 사랑을 얻고자 한다. 친척의 도움을 받으려는 으젠은 어머니와 누이들의 돈까지 빌리며 출세에 눈이 멀어 있는데 델핀이 고급하숙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인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이란 것에 놀란다.


딸들에게 금전적으로 있는 힘껏 도와주면서도 전혀 아버지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고리오 영감... 죽음을 눈앞에 둔 상항에도 딸들은 그를 방문하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딸들이 아닌 사위들로 인해 자신이 그들에게 멀어졌다고 여기며 마음으로 딸들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지만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저주의 말을 쏟아내며 비로소 가슴 밑바닥에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 숨겨둔 진실을 말하는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애처롭다.


개인적으로 나름 재밌게 읽은 책으로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흥미롭다. 특히나 범죄자이면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보트랭이란 인물에 끌린다. 여기에 오래도록 버림받은 빅토린이 아버지와 만나며 다른 삶을 살아가는 뒷이야기도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인간은 결국 따지고 보면 다 이기적인 모습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나름의 이기적인 모습이 있다. 그럼에도 고리오 영감의 두 딸.. 레스토 부인, 뉘싱겐 남작부인의 모습은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화려한 생활에 빠져 사치하고 허영심만 가득한 두 딸은 따지고보면 결국 고리오 영감이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시대가 가진 특수한 상항도 있겠지만 자식에게 무엇을 물러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는 책이다.


고리오 영감에 대한 의리?를 지킨 으젠은 마지막 장에서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란 표현을 쓰며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만 도전의 첫 행동으로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 뉘싱겐 부인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끝났어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소설처럼 다가오며 으젠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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