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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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후보로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로 나 역시도 무척이나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기에 이번에 비채에서 새로 나온 신작 '시드니!'는 시드니에서 열린 제27회 하계 올림픽을 취재하는 특별취재원인 하루키의 생각과 올림픽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워냑에 호기심이 많은 작가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 운동에 별 관심이 없거나 구기 종목 정도는 그나마 보는 운동문외한인 나는 마라톤, 철인3종 경기 같은 운동에는 관심도 없고 잘 모른다. 헌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관심있는 종목이 이 두 종목이라니... 올림픽의 다양한 모습과 더불어 마라톤, 철인 3종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담겨져 있을지 내심 궁금증을 갖게 한다.


올림픽이 열리면 가장 큰 금액을 주고 사는 표가 개막식과 폐막식이 아닐까 싶다. 하루키가 산 표는 아니지만 높은 금액을 준 개막식을 관람하는 것에 하루키는 별 관심도 없고 지루하다고 여긴다.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보는 개막식에 실망감을 안고  선수단 입장을 보다 나나와 호텔 근처 펍에서 사람들과 함께보는 개막식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모습이 의외로 다가왔다. 나라면 현장에서 보는 것에 들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키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야구경기 관람을 한다. 나도 가족들과 함께 보았던 기억이 희미한데... 올림픽을 관전하는데 특별한 복장이 있나? 싶은데 하루키는 날씨를 감안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옷을 입는다. 헌데 이런 그의 모습이 황태자와 같은 모습이라는 이야기에 그의 복장을 잠시 상상해 보게 된다.


다른 종목보다 육상 종목에 대한 이야기는 선수들의 모습이 상세히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의 모습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들려주며 선수가 가진 심정이 어떤지 잠시나마 함께하는 듯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에 나름 단거리 달리기 속도는 조금 나왔지만 좋아하지 않았기에 육상은 유명하다고 TV에서 알려주는 선수의 기록 정도만 보는데 하루키의 표현식대로 선수의 모습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육상 종목이 가진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하루는 매일매일 올림픽 취재를 위해 올림픽 공원에 가지 않기로 한 하루키는 박물관으로 향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독성 강한 희귀 뱀과 독거미 CD를 보고 호텔로 돌아온 그는 노트북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사라진 노트북으로 인해 손편지를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는 하루키의 당혹감이 느껴져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올림픽을 지루하게 여겨지 않는 하루키만의 생각이 신선하게 느껴하다.


올림픽을 취재한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난 여행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운동경기와 여행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야기랄까? 축구경기에서 남자선수들끼리의 유니폼 교환을 보고 의문을 가진 이야기는 그러려니 하는데 여자선수들도 유니폼 교환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당연한대 나도 모르게 하루키도 남자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하루키의 책은 항상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도 역시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조금은 몸이 고달픈 올림픽 취재... 기자가 아닌 하루키 식으로 풀어낸 올림픽 이야기는 다소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운동경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하루키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더 가고 어떤 이야기를 갖고 우리 앞에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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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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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해마다 노벨문학상을 누가 탈지 궁금하다. 몇년째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과 많은 독자층을 차지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 늘 거론되는 두세 명이 있는데 올해 역시 전혀 듣지도 못한 의외의 인물인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선정되었다. 솔직히 저자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표작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함께 문학책을 읽는 모임에서 선정하지 않았다면 읽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전쟁을 담은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세계2차대전에 참여했던 러시아 여성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항상 전쟁은 남자들 중심으로 쓰여진 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사실 그동안 읽은 문학작품 중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책은 없었다. 전쟁을 일으킨 것은 항상 남자지만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늘 어린아이와 여자들이다. 허나 그들의 아픔을 들려주는 책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가치 있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자들도 전쟁터로 향하는 일이 쉽지 않다. 허나 러시아 여성들은 자신의 아버지, 오빠, 남동생들처럼 전쟁터로 향하는데 두려움보다는 함께하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더 강했다는 느낌을 준다. 전쟁터에 있으면서도 그녀들은 남자처럼 위험을 무릎쓴 일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여성이란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전쟁터에서 겪은 일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순간순간 섬뜩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녀들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전쟁터의 모습을 수시로 떠올리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게 다가온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 훌륭한 귀족 집안의 젊은 아가씨는 정든 집을 등지고 자신의 여성성도 포기한 채, 남자들도 꺼리는 힘든 노동과 의무를 선택했단 말인가? 대체 무엇이 그녀를 전장으로 내몰았을까! 그것도 나폴레옹과의 전쟁에,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남모르는 은밀한 마음의 번민? 불타는 상상력?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타고난 기질? 애끊는 사랑?"     정말이지 대체 무얼까? 10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진다.....                                           -p90~91-


전쟁터에서 사람은, 당신한테 이미 말했듯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지닌 사람인지 단박에 드러났소. 그곳에서 감출 수가 없거든. 우리 딸들은 세상엔 다른 방식의 삶도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소. 부모들이 딸들에게 이 세상의 감춰진 추악한 이면은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p199-


스탈린이 죽고 나서야 남편은 카자흐스탄에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병든 몸으로, 우리는 아이도 없죠. 나는 전쟁을회상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도 내 모든 삶은 전쟁중이니까.....    -p230-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 나직하면서도 자주 당혹스러워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사람은 자기 자신과 대면할 때, 그리고 과거에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 앞에 섰을 때 놀라고 당황한다. 과거는 사라졌다. 과거는 뜨거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눈을 멀게 하고는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사람은 남았다. 평범한 보통의 삶 한가운데 사람만 남은 것이다. 자신의 기억 외에는 주위의 모든 것이 평범하다.         -p255-


여자가 살짝 몸을 일으키더니 나에게 조개로 된 아름다운 분통을 내밀었어. 모르긴 몰라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값나가는 물건인 것 같더라고. 분통을 열었지. 그러자 사방에 총탄이 날아다니고 포성이 울리는 그 한밤에 분 향기가 퍼지는데..... 아, 그건 특별한 무엇이었어......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나려고 해..... 그 분 향기, 그 조개 뚜껑...... 그 작은 생명..... 여자아기...... 집에 와 있는 것 같고...... 진짜 여자의 삶인 것 같은 느낌......     -p360-


너무나 많은 생생한 증언들이 담겨져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모든 사람들의 인터뷰 속에는 여자... 온전히 여자이면서 군인으로서의 그녀들이 담겨져 있다. 전쟁터에 있게 된 그녀들은 남자들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 몇몇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젊은 여자라면 달마다 찾아오는 마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다리를 타고 흐르는 피, 피에 얽겨붙은 바지를 떼어내지 못한다. 이런 모습을 남자들은 알면서도 외면한다. 행군하는 그녀들이 강을 만났을 때 남자들은 당장 적에게 들켜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숨을 곳을 찾지만 여성들은 강물속으로 들어간다. 몸을 완전히 물에 적시는 그녀들의 모습... 그녀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며 전쟁은 결코 여자에게 친절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러시아 여성들이 예쁘다고 한다. 책에도 너무나 예쁜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 허나 전쟁터에서 그녀들의 아름다움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많은 여군들의 인기를 받는 장교는 여성들에게 남성들과 똑같은 군인이 되기를 원한다는 말에 장교의 마음, 여자들의 마음이 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와 반대로 아버지와 같은 지휘관은 내일 당장 죽음의 위기에 놓인 것을 알기에 여성들을 위해 특별히 미용사를 불러 한껏 꾸밀 수 있는 하루동안의 시간을 선물한다.


전쟁이 가진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책에 담겨진 인터뷰의 여성들처럼 같은 여자로서 그녀들이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전쟁이 가진 잔혹함, 삶과 죽음, 불편하지만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가슴 아프고 공감이 간다. 현재의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안겨주는 책으로 읽기 편한 책은 아니지만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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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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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세상에 저런 일이 정말 있구나 싶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에도 무슬림의 아주 어린 소녀가 할아버지뻘 되는 남자랑 결혼하는 모습을 담은 것을 보며 많이 불편하고 저런 일이 언제나 사라질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보았다. 이밖에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짐승만도 못한 일을 벌이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자신의 친자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는 일이 지구촌 곳곳 아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에 아르테에서 나온 소설 '룸' 역시 납치, 감금, 성폭행, 출산 등의 섬뜩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헌데 이 책의 주인공은 이제 겨우 다섯 살 소년 '잭'이다. 한 번도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방 한 칸에 사는 5살을 맞은 소년에 비친 세상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자신 역시 너무나 사랑하는 소년의 엄마와 엄마의 곁에 있는 남자 '올드 닉' 뿐이다.


오늘 소년은 다섯 살 생일 맞았다. 자신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선물한 엄마... 엄마는 잭에게 자신의 뱉어놓은 침처럼 생겼다는 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지만 잭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녀가 잭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잭은 비록 바깥세상에는 나간 적이 없지만 엄마와 함께 있고 늘 재밌는 놀이가 있다고 여기는 아이다. 5권의 책 속에는 잭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엄마와 늘 함께 있고 싶은 잭이지만 올드 닉이 찾아오는 시간에는 옷장 속에 있어야 한다. 엄마는 절대 올드 닉에게 잭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허나 잭은 올드 닉으로부터도 다섯살 생일 선물을 받고 싶은 어린 아이다.


충격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가 다섯 살 소년의 눈을 통해 풀어가고 있어 독특한 감정을 일으킨다. 항상 밖으로 탈출을 꿈꾸는 엄마는 우울한 기분에 휩싸일 때가 종종 있지만 이 모든 상황을 잭은 담담히 받아들인다. 마침내 엄마가 원하는 디데이가 되었다. 잭의 주머니의 쪽지를 통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밖에 알리고 싶은 엄마... 잭은 엄마의 말대로 행동하려 노력하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오랜시간 힘들어하는 일이 많다. 잭의 엄마가 그러하다. 물론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갇힌 시간동안 겪은 일로 인해 자신을 컨트럴하지 못하는 엄마의 보면서 그녀의 정신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충분히 공감이 된다.


7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아름다운 대학생인 잭의 엄마가 보인 선의의 행동이 그녀를 암흑속으로 몰아 넣었다는게 안타깝다. 저자가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란 말처럼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다섯살 잭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은 어두운 내용속에서도 살짝 살짝 다른 모습을 느끼게 해주는 묘한 책이다. 충분히 스토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책이 가진 가독성이 뛰어나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게 된다. 아일랜드 소설은 그리 많이 접하지 못했고 저자 역시 낯설지만 주인공 모자의 모습이 계속해서 연상이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우리나라에서 상영이 된다면 꼭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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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껏 사는 매일
스기우라 사야카 지음, 박수현 옮김 / 하루(haru)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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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껏 사는 매일'... 제목이 마음에 무척이나 든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인생은 축복 받은 인생이란 생각이 드는데 세상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든다. 내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산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가족 안에서 매여 있는 삶을 산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나의 시간의 상당부분을 할애하기에 나는 잠시 접어두고 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저자 스키우라는 자신이 원하는 욕심껏 산다는 느낌을 준다. 일상 속에서 보내는 짧은 이야기와 일러스트가 합쳐져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다. 자신이 매번 같은 스타일의 욕을 고르자 친한 남자인 친구가 추천한 옷에 만족한 모습이나 일을 위해 떠난 오사카에서 자신을 위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모습, 해외의 슈퍼마켓을 탐험하는 모습... 솔직히 이런 모습은 나 역시도 이번에 아들과 함께 한 여행에서 충분히 만끽했기에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어 여행지의 모습을 연상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이야기,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차시치리가하마 역, 성인이 된 18세 이후 모든 이사를 혼자서 했다는 이야기, 엄마와의 건강검진 등...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따뜻하게 다가와 기분 좋아하는 책이다.


가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를 욕심껏 하는 어떤 느낌일까? 책을 읽다보니 나도 오늘 하루쯤은 내가 원하는 것, 먹고 싶은 거, 가고 싶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든다. 당장 오늘 점심부터 내가 한동안 먹고 싶다고 생각한 아주 매운 떡볶이를 먹고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크림 듬뿍 담긴 라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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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팥 인생 이야기
두리안 스케가와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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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서 따뜻한 느낌이 드는 책을 찾게 된다. 지인을 통해 만나게 된 '앙'은 낯선 단어인데 단팥을 끊여 빵이나 떡에 넣는 '앙꼬'라고 한다. 솔직히 저자 두리안 스케가와의 처음이지만 우리 이웃의 풍경처럼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도리야키 가게 도라하루에 70년대의 할머니가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온다. 한때 실수를 하여 어두운 곳에서 지냈던 가게를 운영하는 쓰지이 센타로는 할머니가 주신 밀폐용기 속 음식과 그 모습이 떠나지 않아 결국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게 된다. 물론 단팥을 만드는 일만 시키려던 센타로의 계획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할머니 요시이 도쿠에... 그녀의 단팥은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매출이 점차 늘어간다.


세상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필요하다지만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얻어듣는 정보나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 믿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센타로가 요시이 할머니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쓰면서 신경이 살짝 쓰였던 손가락의 모양... 그녀의 손가락의 모양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는 소녀가 나타났다. 어머니가 술집에서 일을 해 혼자 지내며 외로움을 느끼는 살짝 문제아 같은 느낌을 주는 소녀 '와카나'는 할머니를 좋아하고 친해졌다는 생각에 물었던 것이 파장이 되어 도라하루의 실질적인 주인인 아줌마에 의해 요시이 할머니가 일을 그만두는 상황이 된다. 요시이 할머니가 떠나고 단팥맛은 금새 이상해지는데...


 이 책은 이미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이 된 작품이라고 한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을 만한 영화로도 뽑힌 작품인데 그만큼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간의 정에 대해 생각 해보게 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라 좋았다.


일본은 먹는 것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찌보면 익숙한 빵이기에 스쳐지나칠 수 있는 단팥빵... 도리야키를 통해 사람들, 세대간에 멀게만 느껴지던 소통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것이 놀랍다. 살면서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고 한다. 센타로, 도쿠야, 와카나는 무심히 스치듯 지나는 것이 아닌 서로의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만나야 할 사람으로 다가온다. 인생, 사람,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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