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처럼 살다 - 사랑과 배신의 작곡가들, 2018 아침독서 청소년 추천 도서
나카노 교코 지음, 모선우 옮김 / 큰벗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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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통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독특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나카노 교코가 이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의 작곡가들의 삶과 사랑에 얽힌 민낯을 흥미롭게 풀어낸 신작 '오페라처럼 살다'가 나왔다.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명화의 거짓말'을 통해 알고 있던 작가로 서양예술에 대한 시각이 흥미로워 시원한 여름에 딱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이 든 '무서운 그림' 구입하고 읽기를 기다리던 차에 '오페라처럼 살다'를 만났는데 한동안 공연에 빠졌을 때 서너 찾아서 오페라를 감상했던 경험이 있어 더 관심이 간 책이다.


책에는 총 여덟 편의 오페라가 담겨져 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내용 정도는 대충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피가로의 결혼, 카르멘, 세비아의 이발사,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은 물론이고 나에게 조금은 생소한 노르마, 방황하는 네달란드인, 마탄의 사수와 같은 오페라도 있다. 평소에 오페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나 같이 본 작품이 한두 편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라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책을 통해 오페라 작품에 대한 짧은 설명과 작곡가들 오페라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위대한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으며 그렇기에 오페라 작품을 어렵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뮤지컬처럼 좀 더 즐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의 인생이든 굴곡이 없을 수 없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고통 받는 작곡가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그들의 인생에 공감할 수 있다. 40대 가장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한 '마탄의 사수'의 작곡가 베버는 과로사한 샐러리맨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글에 너무나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베버는 튼튼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여성처럼 느껴질 정도로 야리야리한 신체를 가졌지만 낙천적인 성격에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인물로 조용하고 자신의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 오페라하면 이탈리아 오페라를 최고로 쳐주는 당시에 독일 오페라를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알리고 싶어 할 정도로 욕망도 큰 인물로 그의 아이디어 상품인 '마탄의 사수'를 완성하고 이 오페라는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다. 허나 그의 건강은 나빠지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영국으로 향하게 했다. 가족들의 윤택한 삶을 위한 선택이 그의 죽음을 앞당기는 안타까운 결과를 만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처럼 도로가 좋지 않을 때 그가 그냥 아내의 곁에 남았다면 우리는 좀 더 많은 베버의 작품을 만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마탄의 사수>의 등장은 독일 오페라 역사상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은 독일 오페라를 이탈리아 오페라와 프랑스 오페라처럼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선언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p51-


혹독한 신고식을 치룬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는 극성스런 엄마를 가진 비제는 어머니의 기대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오페라 '카르멘'을 완성하지만 혹평이 쏟아지는 와중에서 카르멘의 인기는 높아진다. 이후 카르멘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는 이야기에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카르멘은 비제의 단 하나의 성공작이지만 지금까지도 그 명성이 이어질 정도로 위대한 오페라임에는 틀림없다.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그는 70여 편의 작품을 만들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다. 라이벌이 있으면 더 시너지 효고가 있지만 지나치게 신경 쓰면 힘들다. 경쟁자 노니제티르 신경 쓰고 작품을 만든다. 노티제티르 보다 벨리니가 더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는데 두 사람은 보수적 신사로 알려진 세비아의 이발사를 만든 로시니의 권유를 받는다. 이외에도 바그너의 작품은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소 낯설게 느껴진 '방황하는 네달란드인'의 바그너의 지독한 사랑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그의 사랑이 지독한 집착일 때 만들어져서 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일찍부터 성공을 달린 오페라계의 돈 주앙이라는 '세비아의 이발사'의 작곡가 로시니... 그가 가진 영향력이 높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으며 너무 이른 성공이 그의 창작 능력을 저하시켰다는 글을 보며 어려움을 겪고 살았다면 그의 뛰어난 오페라 작품을 더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신동으로 알려진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천재성은 모차르트를 오만하게 만들고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요제프 2세 황제로 인해 더 힘들었던 모차르트의 인생이 살짝 안쓰럽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러시아를 여행했을 때 본 푸치니의 동상이 인상 깊은데 '나비 부인'은 푸치니의 대표 오페라로서 그의 작품들은 늘 관객의 사랑을 받아 일찍부터 여유로운 삶을 산다. 자동차 사고로 인해 나비 부인이 탄생하는데 푸치니를 도와 줄 어린 가정부의 등장과 몇 년 후 그 가정부를 질투하는 아내... 우리나라 막장 아침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닮아 있어 푸치니의 위대함보다 더 기억에 남는 아이러니... 임종에 이르러서도 아내와의 화해를 못 이끈 푸치니의 모습이 안쓰럽다.


오페라를 좋아한 편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다보니 오페라에 관심이 간다. 아무래도 오페라를 만든 작곡가들의 삶이 예사롭지 않은 영향 탓인데... 오페라 안에 담겨진 이야기는 곧 작곡가 자신을 투영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작곡가들이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기에 삶에, 사랑에 힘들고 아파한다. 그들의 삶은 다른 모습일 지라도 우리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해마다 뮤지컬 한두 번은 보았는데 올해는 오페라도 한 편 이상은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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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에서 우주까지 - 이외수의 깨어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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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란 이름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이외수 작가님을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한다. 몸이 지금처럼 많이 아프시기 전에는 페이스북에 자주 올리시는 글을 받아볼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이외수 작가님의 촌절살인 이야기에 늘 감탄하며 읽었다. 이번에 나온 신작 '먼지에서 우주까지'는 신비롭고 깊이 있는 오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외수 작가님 만의 언어풀이가 독특하며 신비로운 언어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책으로 무척이나 흥미롭다.


'먼지에서 우주까지'는 이외수님과 하창수님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에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지만 이외수 작가님의 사전에 담겨지면 신비한 언어로 변신한다는 느낌을 준다. 단어들은 이외수님의 상상력과 깊이가 더해져 닫힌 사고에 갇힌 우리들에게 좀 더 넓은 의미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통해 열린 사고를 갖게 풀어내고 있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 중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들이라고 여겨지며 나 역시도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여기거나 생각해 본 적이 있는 UFO, 전생, 죽음, 종교, 술, 돈, 외계인 등 결코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단어들이다. 단어가 가진 본질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단어가 가진 이야기가 재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시작하는 이야기부터 무게감이 있다. 존재에 대한 탐구는 아주 오래된 고대부터 늘 있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나 철학자들은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서 가는 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얻고자 끊임없이 탐구한다. 나같이 우매한 사람들은 결코 그 물음에 대한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독교, 불교, 신화, 고전 등를 통해 존재에 대한 탐구를 풀어내고 이것은 곧 먼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재미 있지만 깊은 이야기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지만 그 중에서 이외수님 만이 가지신 위트가 돋보이는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예를 들어 우리 일상에서 주변에 널려 있는 먼지를 대화의 상대로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먼지를 이롭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집 남자들은 먼지에 대해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먼지를 없애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나 혼자라면 며칠을 청소 안 하고 지낼 수 있지만 남자들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먼지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면 사유하고, 느끼고, 깨닫는 과정을 걸쳐야 한다는 글을 보며 어쩜... 이외수님 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란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너무나 좋아하는 古김광석의 '먼지가 되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유튜브로 듣고 책을 읽었다.

 

 

 

 

우리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경우가 흔하다.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먼지 역시 세상에 필요없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된다. 이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텔레파시가 통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 적이 있기에 텔레파시, 창조력의 바탕에는 관계가 깊이 자리하고 있으며 학교 교육에서 얻는 고정관념, 곱씹을수록 섬뜩함, 신기한 허공에서 불이 붙은 담배꽁초, 인연과 전생에 밀접한 인연 등 무엇하나 가볍게 지나치면 이외수님이 가진 유머와 위트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고 쉽게 읽었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이외수님을 좋아하거나 이외수님 만이 가지신 성찰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소통과 만남, 깨달음에 대한 진솔하고 오묘한 이외수님의 이야기에 빠진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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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감정여행 -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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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안에 감추어진 어두운 마음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까? 나 자신을 들어내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 '4박 5일 감정여행'...자기소통상담가로 활동하는 윤정님의 책으로 열한 명의 사례자를 통해 그들이 가진 심리적 고통을 끄집어내고 실체를 외면하기보다 직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자기계발서와 심리학이 잘 버무려진 책이다.


사례자들의 이야기는 가까운 가족들의 영향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인해 받은 고통은 해소되지 못한 상태로 머물러 있어 나, 가족, 내주변 사람들을 힘들어 할 수 있다. 솔직히 나 역시 내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며 상대로 인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통해 화해의 손을 내밀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인생은 없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그 속에서 단단해지고 자신, 가족, 타인의 관계를 형성해 간다. 좋은 의미로 단단해지면 좋은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자신을 삶을 고통스럽게 한다면 이를 직시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 고통, 슬픔 등의 감정을 들어내는데 불편해 한다. 저자를 찾은 사례자들 역시 사회적으로 보면 자신의 몫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겉으로 볼 때 그들이 가진 고통은 들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허나 그들은 너무나 힘들고 버거워 저자를 찾고 자신이 가진 감추어진 감정을 통해 자신이 변화지 않으면 결코 삶이 달라지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어린 딸에게 자신의 감정을 폭행과 폭언으로 일삼았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결혼도 실패하고 고통스러운 환상적 자기애성 위로주의자 여자, 똑똑한 언니들과 달리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집안에서나 학교에서 왕따로 동물에게 위로받는 회피성 환상의 신비주의 취업준비생인 여성, 어렵기만 했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자는 아내와 엄마의 삐걱거리는 관계를 외면하다 이혼의 위기를 겪는 도덕적 강박의 회의주의자 남자, 내면의 감정을 숨긴 채 아버지의 따뜻한 자리를 그리워하는 이타적 도피성의 자유주의자인 여성, 바쁜 부모님의 자리로 인해 공허함을 가진 불멸의 미덕주의자 여성, 가장 흥미롭게 읽었으며 타인의 감정에 나를 대입하는 힘들지만 우리는 타인과 관계 형성을 위해 서로가 가진 감정을 공유해야 한다. 헌데 타인의 눈에 늘 신경 쓰며 특별하고 싶은 욕망이 높았던 자기도취가 가장 여성은 자신의 고통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타인의 고통에도 무관심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이끌어내는 나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타인의 감정에 이해하거나 동화되지 못하는 자기애성 환상주의자 여성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외에도 회피적 자기애성 우월주의자 여자, 열등의식 기능의 건위주의자 여자, 동화작가지만 정작 자신안에 슬픈 아이를 담고 살아가며 어려움을 겪는 강박적인 이타적 개인주의자 여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이런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불편함이 살짝 느껴졌던 자기애성 성중독자 남자, 도덕적 강박주의자 여자까지 저자는 상담자들이 가진 문제를 꺼내 본질을 알려주며 해결점을 찾도록 용기를 준다.


천 마디 말보다 진심을 담은 편지가 사람을 더 움직인다. 사례자들은 자신이 미워했던, 멀리했던 사람들에게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문제로 인해 어긋난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관계개선은 누군가 용기를 내야한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아닌 상대가 먼저 해주기를 바란다. 옆지기, 아들과 말다툼을 하면 불편함이 싫어 내가 거의 먼저 화해를 시도하지만 진심은 극히 적다. 우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급해한 행동은 상대방의 기분과 상관없이 내 안에는 쌓여간다. 이런 감정들은 결국 나를 결국에는 가족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례자들을 통해 느끼게 된다.


상실철학은 만나기 힘들거나 결핍되는 자아가 아닌 확장적인 의미의 자아를 만나기 위한 것이다. '확장적인 의미의 자아'라는 것은 자유로운 자아의 확장을 말한다. 여기서는 자유는 방종하는 의미의 자유가 아니다. 집중을 통해 상실(수용. 버림)시켜 얻어지는 자유이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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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
틱낫한 지음, 류재춘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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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소음이 너무나 익숙해 조용한 분위기를 더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일을 할 때 유튜브나 CD를 통해 노래를 계속해서 틀어 놓고 일을 하는 편이라 한순간도 소리가 곁을 떠나지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도 조용히, 침묵하는 분위기는 더 힘들고 어색하다. 일부러 별관심도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듣는다. 늘 소음에 노출되어 생활하다보니 침묵이 주는 평온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지낸다. 오히려 침묵이 길어지면 것 자체를 느끼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살아있는 부처로 평가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틱낫한 스님이 신간 '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소음에 계속해서 노출되어 가득하다면 결코 마음으로부터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소리는 절대 들을 수 없다고 말한다. 침묵을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각을 멈추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고요해지면서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편안한 생활을 하기에 좋은 도시는 다양한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자동차와 번화한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상인들의 소리, 사람들의 소리 등 다양한 소음들이 늘 곁에 있다. 친구들과 만나면 가는 음식점, 커피숍도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끊이지 않고 집에서도 TV이를 늘 켜놓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늘 소음과 함께하는 우리들이다. 몸과 마음을 늘 시끄러운 소리와 자극에 익숙하고 가까이 하는 우리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없으면 힘들어한다. 탓닛한 스님은 우리 곁에서 늘 함께하는 온갖 자극과 소음도 일종의 음식이라고 한다.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것을 챙겨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마음의 음식에는 신경쓰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음식을 통해, 침묵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여러 수양법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좋은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낸다고 한다. 내 안에 차 있는 불안, 분노, 고통은 나는 물론이고 가족, 타인들에게 전달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멀리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을 곁에 두라고 한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나쁜 생각들은 내 말과 행동으로 나오기 쉽다. 침묵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평온해집니다.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온전히 침묵할 수 있다면, 그 고요함 속에서 기적처럼 마음이 맑아지고 자유로워집니다.          -p70-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 고집이 강하다고 한다. 연륜이 깊어지면 지혜가 있어 더 여유로울 거 같지만 익숙함에 배려심이 적어지는 일은 흔하다. 다른 사람보다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부부 중에는 서로 다른 말을 하며 지내는 일이 잦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경청하기보다 내 이야기를 하기 바쁘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상대가 나를 먼저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나 역시도 책을 읽으며 이런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란 생각이 들었다. 말하기를 좋아하기보다 들어주는 것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건성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헌데 이런 마음이 생기지 않을 때에는 우선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내 마음의 고요를 얻는 것이 필요하기에 적은 공간이나마 자신만의 공간에서 명상을 할 필요가 있다. 가족들과 함께 호흡의 방을 가지고 종을 울릴 수 있는 규칙을 가지며 생활하면 좋다고 알려준다.


현대인은 깊은 관계보다 가벼운 관계를 많이 맺고 산다. 나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인면식도 없는 타인과 SNS를 통해 인연을 맺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대사회... 현대문명이 가진 이런 특수성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기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잘 기울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여러 사람과 친하지 못하고 일정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편이다. 헌데 이들과의 관계도 가끔씩 버거울 때가 있다.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내안의 문제 때문에... 내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는 참된 명상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는데 책에 담겨진 걷기 명상 수행법, 생각을 멈추기 위한 수행법 등 하나씩 하루의 짧은 시간이라도 할애해 시도해 볼 생각이다. 마음의 침묵을 통해 내가 행복해지고 내 가족, 내 주변이 행복한 긍정적인 기운이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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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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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엄마의 가슴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수플레란 '부풀다'란 뜻을 가진 프랑스어로 달걀흰자를 거품내고 치즈나 고기 생선 등의 재료를 섞어 틀에 넣고 오븐에 구워 부풀린 요리 또는 과자라고 한다. 솔직히 달콤한 초콜릿이 듬뿍 들어간 케이크가 맛있어 보이는 '수플레' 책표지를 보고 무슨 뜻인지 찾아보고서야 수플레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았다.


다른 문화권에 비해 중동지역 문학은 별로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수플레'는 터키의 대표 작가 애슬리 패커의 작품으로 음식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책이란 것은 얼핏 알고 있었는데 전 세계 여성들이 가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엌을 우주의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온 책이다.


뉴욕, 파리, 이스탄불에 살고 있는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뉴욕에 사는 릴리아는 예순 살을 넘긴 여자다. 조용한 생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남편 '아니'와 살고 있으며 입양한 두 자녀는 남편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성격에 릴리아와는 껄끄러운 관계를 갖고 있다.


파리에 사는 마크는 화랑을 운영하며 아내 클라라와 자식이 없어도 충분히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생활은 현모양처 클라라의 영향으로 안정되고 결핍을 느낄 사이도 없이 생활한다. 갑자기 클라라가 그녀의 공간 부엌에서 생을 마감하며 클라라가 없는 세상에서 길 잃은 어린아이 같은 절망감을 느낀다.


이스탄불의 페르다는 평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엄마 네시베 부인이 넘어지며 뼈를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엄마 곁으로 간다. 엄살이 심한 엄마는 페르다를  자신의 눈이 머무는 범위에 두며  하녀 부리듯 한다. 네시베 부인의 말도 안 되는 떼에 하루에도 열댓번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엄마이기에 차마 곁을 떠나지 못한다.


릴리아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며 침체되어 있는 집안 분위기와 입양되어 남부럽지 않게 키워낸 자식 둘이 돈을 원하면서 전혀 부양의 의무는 나몰라 하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칠까봐 하숙생을 받기로 한다. 다양한 국적의 하숙생들이 들어오며 그들을 위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며 릴리아는 생활의 활력을 얻는다. 특히 그녀의 마음을 살짝 설레게 하는 스페인 하숙생...

 

 

 

 

릴리아, 마크, 페르다는 수플레를 만든다. 생각처럼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지만 수플레를 만들며 그들은 행복하다. 릴리아는 외롭고 혼자이고 싶은 마음에 하숙생들로 인해 생활을 활기를 얻고 힘이 들 때 자신만의 공간 부엌에서 음식을 하며 조금씩 행복감을 느낀다. 마크는 아내를 잃고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가 요리를 하나씩 배워가며 자신이 놓치고 지나쳤던 새로운 행복이 부엌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페르다는 벗어나고 싶은 치매 걸린 엄마로 인해 점점 더 감정적으로 황폐해 가는데 그녀의 딸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갖고 나타난다.


마크나 페르다의 모습보다 솔직히 뉴욕에 사는 릴리아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입양한 자식들이 보여주는 당당함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에는 릴리아가 그들에게 쏟아 붓는 금전적인 것만 보아도 넘칠 텐데... 자식에게 부모로서 대우 받기를 원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이기적이고 냉정한 그들로 인해 릴리아가 불쌍할 정도다. 물론 남편 역시 자신을 수발드는 아내에 대한 배려심이나 고마움은 없다. 입양자식들이 아버지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을 위해 큰 용기를 낸 릴리아가  우주의 중심이 공간에서....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맺어지는 관계는 내가 피할 수 있는 관계가 있고 그렇지 못한 관계도 있다. 부부와 자식은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보다 상처받기 쉽고 더 오래 간다. 세 명의 주인공들은 서로가 가진 환경에서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옳다고 믿는 방향대로 살았지만 결과는 버겁다. 마크는 아내를 잃고 남자가 부엌이란 공간을 통해 행복과 치유를 얻어가는 과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나도 같은 여자이기에 릴리아와 페르다의 모습을 통해 여자, 아내, 엄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세 명의 인물은 부엌이란 공간에서 음식을 하며, 수플레를 만들며 그들이 서서히 치유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들의 상황에 따라 그들이 느끼는 슬픔, 고통, 외로움, 행복감 등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으로 진하게 전해져 와 그들과 같은 심정으로 읽었다. 평소에 조각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다양한 수플레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생의 깊이를 부엌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흥미로운 책이다.   


수플레는 변덕스러운 미인과 같다. 아무도 그녀의 기분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 어떤 책에도 수플레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이 없다. 그 어떤 사람도 수플레를 완벽하게 만드는 법을 말할 수 없다.   -p155-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그는 자신의 새로운 뮤즈인 부엌이 누군가의 삶을 지배할 수 있다는 걸 조금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이 뮤즈는 그이ㅡ 한 주를 하루하루의 단위로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그의 뒤에 서서 아주 오래된 좋은 친구처럼 다시 살아가도록 등을 밀어주었다.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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