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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딜러 - 멀고도 아름다운 여정
준 리 지음 / 바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술 시장에는 작가와 구매자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가 다양하다. 갤러리스트, 아트 딜러, 아트 컬렉터, 아트 컨설턴트, 경매시장이 그러하다. 슈퍼컬렉터들은 아트 딜러 혹은 컨설턴트의 말을 듣고 작품을 산다. 큰돈과 많은 이권들이 걸려 있는 고가 미술품일수록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구매자의 신분은 비밀로 지켜진다.
미술 시장은 크게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나뉜다. 1차 시장은 작가의 작품이 처음 거래하는 시장으로, 갤러리를 통해 컬렉터나 소비자에게 작품이 공급된다. 아트 딜러에게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2차 시장은 1차 시장에서 거래된 작품을 재거래하는 시장으로 경매가 대표적이다. 컬렉터와 컬렉터 간의 거래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런데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경매회사에서의 고가 미술품 거래는 일상적이지 않다. 거액의 작품 경매는 일부 슈퍼 아트 딜러의 전유물이다. 매년 세계 미술 시장의 매출은 매매의 반 이상이 갤러리와 아트 딜러에게서 일어나고 있다.
위대한 화가 옆에는 슈퍼 아트 딜러가 있다. 프랑스 아트 딜러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피카소도 없다는 말이 있다.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 옆에 레오 카스텔리가 있었고, 제프 쿤스 옆에 래리 개고시안, 데미언 허스트 옆에는 제이 조플링이 있었다. 아트 딜러는 "세계 미술 시장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라고 불린다. 아트 딜러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도 잘 알고 있고, 시장의 흐름과 동향을 파악하는 안목도 높다. 세계적인 아트 딜러 오인방이 있다. 래리 개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안 글림셔, 이완 워스, 제이 조플링이다. 이들은 아트 딜러인 동시에 갤러리스트이기도 하다.
《아트 딜러, 멀고도 아름다운 여정》(바이북스, 2025)의 저자 준 리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 아트 딜러다. 창녕 성씨 가문에서 태어나 종로구 명륜동에서 성장했다. 이웃사촌이 제2공화국 총리와 부통령까지 지냈던 장면 박사네였다. 아버지가 방직공장을 운영한 사업가 성일석으로, 덕분에 풍족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어 경희대 미대에 진학했고, 하와이에 정착한 작은 오빠의 도움으로 하와이로 가족 이민을 가게 된다. 하와이 대학교 미대에 편입해 아트 히스토리를 전공하지만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다. MM 갤러리의 무급인턴 현장 경험은 저자가 독립 아트 딜러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미국을 방문한 한국의 많은 슈퍼컬렉터를 만나 함께 갤러리 순례와 아트 페어 현장을 다니곤 했다. 저자는 한국의 현대미술계를 대표한 최고의 작가로 백남준을 일위로 꼽고, 그 맥을 잇는 아티스트로 '집 짓는 미술가'라 불리는 서도호 작가와 여류작가 이불을 지목한다.
좋은 작품은 돌고 돈다. 저자는 한국의 유명 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 작가 사이 트웜블리의 작품 〈언타이틀드〉를 2007년 개고시안 갤러리에서 프라이빗 거래로 구매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 작품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왔고, 개고시안 갤러리에 넘어갔다가 옥션 시장에 나와 미국 컬렉터에게 낙찰되었다. 현재 그 작품은 뉴욕 모마(MoMA)에 걸려 있다. 미국 세법상 개인이 미술작품을 공공 미술관에 기증할 경우, 기증한 작품의 가치에 따라 세금을 공제받는데, 트웜블리 작품을 낙찰받은 미국 컬렉터가 모마에 기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