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영화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하다.
《여자들의 집》은 여성의삶과 투쟁, 프랑스 파리에 실제하는 ‘여성 쉼터’를 소재로 소외받는 계층인 여성과 빈민 난민계층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다.
마흔 살의 변호사 솔렌은 어느 날 눈앞에서 의뢰인이 투신자살하는 일을 겪는다. 그때까지 성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솔렌은 이 사건을 계기로 깊은 무기력과 우울증에 빠져든 다. 의사는 솔렌의 증상이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고 그럴수록자기 안에 갇혀 있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면서 봉사 활동을 권한다. 솔렌은 이 처방에 큰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도 우연히 한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대필 작가로통칭 되는 글쓰기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공고였다.
솔렌은 여성 궁전이라는 곳에서 대필 작가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는 처한 환경과 쌓아 온 경험이 다르고 그동안 밟아온 삶의 궤적도 다른 여자들이 모여 산다. 그들 앞에 놓인, 각자맞서야 할 고통의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그들 모두는 억압받고학대당한,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여성 궁전의 여자들은 좋은 동네 출신이며 이방인인 솔렌을 경계한다. 솔렌은 처음에는 그들 곁으로 다가가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곳 여성 궁전에, 그 여자들 곁에 자신의자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래티샤 콜롱바니는 이 작품 속에서 솔렌과 여성 궁전 여자들이 엮어 가는 이야기와 나란히 또 하나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한 세기 전, 집 없는 여자들에게 피난처를 마련해 주기위해 투쟁한 블랑슈 페롱의 이야기이다. 비록 역사는 블랑슈페롱의 이름을 망각 속에 묻어 놓았지만, 그는 사회의 무관심 속에 거리로 내몰린 여성들에게 안전한 쉼터가 될 여성 궁전을 설립하는 일에 헌신한 사람이었다. 블랑슈가 꿈꾼 여성 궁전은 자신의 몸을 눕힐 한 뼘 공간도 없이 거리로, 뒷골목으로 내몰린 여자들, 사회 주변부에서 빈곤으로 고통받는 여자들이 모여 쉴 수 있는 안전지대였다. 그는 여성 궁전이 각자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는 견고한 성채, 평화로운 은거지이기를 꿈꾸었다.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일어설, 그렇게 해서삶을 회복하고 사회로 돌아갈 힘을 기를 수 있는 따뜻한 집이기를 바랐다.
그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후 솔렌은 이곳 여성 궁전에서 앞서 블랑슈가 했던 투쟁을 또다시 시작한다. 그곳의 여자들과함께 삶에 고통에 맞서 싸우려는, 쓰러졌던 그 자리에서 다시힘을 내 일어서려는 투쟁이다.
하지만 솔렌이 여성 궁전의 여자들과 함께한다는 의식을금방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살아온 환경과 삶의 경험이 다른 그들의 만남은 자연스럽지 않다.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할 공통분모를 찾아내지 못한 탓에 서로를 이어 줄 ‘연결 고리‘를 쉽게 만들어내지 못한다.
고통받은 여자들을 위한 이 쉼터, 어디로 발을 옮겨 놓아야지 가능하기 힘든 그곳에 들어와 솔렌은 처음에는 길 잃은 뿐이 된다. 여성 궁전에서 마주친 여자들은 배타적이고 경 씸 많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로 느껴진다. 게다가 그들도 처음에는 솔렌을 경계한다. 그들은 약속이 수없이 깨어지는 것을 본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약속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불신한다. 그들은 다시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느라 심술궂다. 도움을 청하는 일이 약자의 입장에 서는 일인 탓에, 즉 자신의 상처를동여맨 붕대를 내보이는 일인 탓에 그들은 한사코 거부하는 몸짓을 보인다. 처음에 솔렌과 그들은 한 공간에 있어도 진짜로 만날 수 없었다. 솔렌은 그들의 마음과 행동을 열 암호를 몰랐고, 그들에게 다가갈 방법이 적힌 안내서도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솔렌은 자신과 다른삶을 살아온 여자들을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이 겪어고난과 슬픔에 공감하고 그것을글로 쓰면서 자기 안에 갇혀 지낸 과거를 돌아보고, 잊고 지낸 꿈을 되살린다. 빈타, 수메야, 생티아, 크베타나, 이리스,살마, 비비안, 라 르네를 비롯한 여성 궁전의 많은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솔렌은 점차 자기 자리를 찾고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자각한다.
이렇게 점차적으로 솔렌은 이들의 삶속에 스며들게 되고….
이 소설은 연결 고리가 없던 한 여성이 우울증 처방대책으로 무료봉사 대신 편지써주기를 하면서 일어난다.
사람들로부터 결국 사랑을 주는 것 보다 받는 것이 더 많았다는 흔한 메세지의 힘을 보여주는 훈훈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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