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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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씨년스러움이 더하는 가을에는 지나 온 시간을 자꾸만 돌아보며 그동안 성의껏 살지 못했다는 회한으로 마음이 헛헛하고 심드렁할 때 한 편의 동화는 따스함이 주는 잔잔한 울림 속으로 빠져들 때가 있다.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화집에 실린 일곱 편의 글은 소소한 일상을 화제로 삼아 이지러진 마음을 바로 세우고 밋밋한 생활에 마음의 무늬를 아로새겨 변화를 더한다. 아동을 독자로 하는 동화에서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큰 힘으로 마음을 채우는 힘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요즘 들어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며 원망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 일이 늘어나 우울할 때가 많아졌다. 기대하고 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쉽게 그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보호 속에 자유롭게 잘 자라야 할 아이들이 가슴에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엄마의 부재와 아빠의 병환으로 할머니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스무 명도 안 되는 분교로 전학 와 생활하는 욱삼이 이야기는 분교 아이들이 그를 따스한 기운으로 감싸 겨드랑이에 날개를 돋게 하는 듯하였다. 산을 찾았을 때 행복하다는 아버지는 실족사로 이승을 뜨고 남매와 함께 생활하는 엄마는 분식집을 경영하며 또 다른 삶의 궤적을 따라 갔다. 지금껏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마뜩치 않았던 정민이 엄마 가게를 홍보하는 정우를 보며 자신이야말로 부정적인 그림자를 안고 살았던 멍에를 거둬야 함을 알아차린 슬픔을 대하는 자세가 주는 여운은 무엇보다 강렬했다.

  이기적인 습관이 배인 평범한 이들은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유해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님비 현상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 떠오른다. 냄새 나는 쓰레기 수거함을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가까이 두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이기심은 어린 아이들 마음까지 타산적으로 흐르게 했다. <<일곱 발, 열아홉 발>> 동화 제목처럼 서로 자기 집 가까이 학원 차를 세우려는 아이들의 마음을 옮겨 놓아 씁쓸함이 더했지만 그것이 잘못된 생각에서 나왔음을 깨우치는 모습은 살가운 풍경이었다. 책은 세상을 보는 눈이라는 안목으로 딸 다미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독서를 극도로 싫어하는 딸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도서관 사서인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딸에게 방학 중 일주일만 도서관에 함께 가자는 약속을 하고는 동행했다. 쉽사리 책을 읽지 않던 다미는 도서관에 머무르는 길고양이로 오인한 늙수그레한 할아버지가 책을 읽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자신도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서관 길고양이>> 할아버지가 책에 빠져드는 것처럼 다미도 책 속 흥미로움을 찾아 길을 떠날 듯하다. 

  오늘도 남편은 밥 먹다 말고 아들에게 너 학교에서 대장하는지 넌지시 물어 본다. 아들은 별 것을 다 알고 싶어 한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누가 대장을 하는지 무척 중요한 사안처럼 보였다. 대장 놀이에서 늘 부하 대원만 해 불만이 컸던 주인공은 여동생을 부하삼아 보물찾기 원정대의 대장이 되어 권위를 펴고 싶은데 그 일도 만만치 않았다. 동생은 자신이 부하임을 망각하고 대장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공주로 변신하여 오빠의 애를 먹였다. 동생과 티격태격하다 대장만 하던 형을 만나 대장자리를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주인공을 여동생은 감싸주며 보물 원정대 대장의 권위를 세워줬다.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들 하는지 모르겠다. 폐쇄적인 공간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엘리베이터는 또 다른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엘리베이터 괴물>>에서 주인공은 실용적인 승강기가 괴물처럼 자신을 집어 삼켜버릴 까 겁을 내며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짧은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종종 이상 행동을 보이는 영민이 유일한 친구로 여기던 준호마저 그를 놀리는 아이들과 합세하여 자신의 곁을 떠날 때 슬픔은 컸을 텐데도 영민이는 준호와 함께 하려고 했다. 친구가 자전거 사고를 당했을 때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도움을 준 영민이와 준호가 우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앞에 놓인 괴물은 바로 불신의 벽이 낳은 씨앗이 아닐는지 반문해 본다. 


‘하늘에 세수를 하면 얼마나 좋겠니? 멱을 감으면 마음까지 깨끗하겠지?’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돌연 새엄마로 자리하게 된 날 민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무척 힘들었다. 떠나버린 엄마의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는 엄마 역할을 한다는 점을 수긍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듯하다. 미스 박 아줌마가 챙겨주는 음식을 본 체 만 체하며 외톨이로 지내던 민주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와 친구로 삼으려 했다. 아줌마가 데려온 개와는 서로 원수처럼 지내리라 믿었던 동물들이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는 서서히 닫힌 마음을 문을 열어 나갔다. 민주가 여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날 새엄마가 손수 마련해 준 주머니 속 선물로 상황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가족을 인정해 갔다. 지금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불순물들을 떨쳐내고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날이면 맑은 하늘에 투명한 물로 세수를 한 뒤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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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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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을 받고 싶어도 교육 받을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에 여성으로서 꿈을 품고 이상을 실현하며 정체성을 확인하며 살아가는 일이 수월치 않았다. 병약한 동생을 대신해 누이는 남장을 하고 동생으로 살며 한 집안의 생계를 맡아야 할 운명에 놓이고 말았다.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남자처럼 행동하며 거벽과 사수 일로 경제력을 갖추고 살아야 했다. 윤식의 차도 없는 병세와 끝없이 이어지는 어머니의 고생에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윤희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학문이 이끄는 세계로 흠뻑 빠져 들었다. 필사를 비롯한 다른 일거리가 없을 때는 굶을 판이라 윤희는 조금은 안정적인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동생의 호패로 과거를 치르고 급제하면 작은 관리직에라도 올라 집안을 돌볼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그녀의 생각에 날개를 달았다.

 

  진사시와 생원시에 잇따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선준과 윤식은 일산(日傘)을 함께 쓴 인연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표하며 두터운 정을 쌓아가는 길에 섰다. 남자들만 생활하는 성균관에서 여자임을 숨기고 남자의 몸으로 지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 속에 놓인 윤희는 오해를 받지 않고 윤식처럼 살아야 하므로 늘 긴장하고 지내야만 했다.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에서 생활하는 유생들의 일상에 가늠하기 힘든 일들이 어우러져 그들의 삶을 진하게 뿜어내고 있다.

 

  보수적 성향을 띤 노론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개혁적인 자세로 조선 시대 문예 부흥기를 이끈 정조 임금은 종묘와 사직을 굳건히 해 나갈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는데 정성을 쏟았다. 선준의 학문적 소양을 한눈에 알아차린 임금은 대과를 치르지 않고 출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고 했다. 훌륭한 인재들과 소통하려던 임금은 직접 성균관 유생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그들의 학문적 깊이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일에 주력했다. 개방적인 자세로 당파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당파에 치우치지 않는 인재 발굴로 그들을 포용하여 나갔다.

 

  성균관 유생으로 살아가는 일은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부터 하나의 의례를 치러야했다. 암호처럼 얽히고설킨 과제를 해결하는 신방례 명령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는 과정을  한정된 시간 속에 해결해 갔다. 남인 아버지와 노론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멸시당하며 살았던 윤희는 성균관에 들어가 영민함을 더욱 쌓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모란각의 최고 기생인 초선의 속곳을 가져와 대물이라는 낯 뜨거운 별호를 받게 되었고, 노론의 명문벌족의 후손인 선준은 과거에 장원 급제할 정도의 실력과 멋진 용모에 착한 마음까지 겸해 가랑이라는 별호에 부합하는 인물로 거듭났다. 선진에게 음식을 바치는 상읍례가 열리던 날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쑥떡을 입에 넣고 소박한 음식을 함부로 대한 이들에게 쐐기를 박은 선준의 모습은 윤희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

 

  기억에는 없지만 장가 든 용하는 돈줄 때문에 성균관 유생으로 생활하며 어느 당파에도 휩쓸리지 않는 자유인으로 살기를 자처하면서도 뼈 있는 말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재주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여색을 밝히고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좌중을 웃기는 재주까지 겸해 여림이라는 별호를 받았다. 재신은 노론의 부정적인 외압으로 형을 잃고 울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야생마처럼 격하게 들고 일어나 분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명문장으로 현실을 풍자하는 시를 써서 부당한 권력을 일삼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였다. 미친 말이[걸오]라는 별호로 불리는 그이지만 밤사이 도성 안에 있는 관서와 조정 대신의 대문에 벽서를 붙이고 사라지는 신출귀몰함으로 조정 대신들을 능멸하였다.

 

  재신의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며 계집처럼 허구한 날 옷에 피를 묻히냐며 반색하는 대목에서 윤희를 겨냥한 질문은 그녀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지만 의연히 대처하려 애썼다. 여자임을 숨기고 가랑과 걸오와 함께 같은 방에서 지내느라 잠을 설치고 긴장 속에 지내야 하는 윤희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홍소가 피어난다. 높은 학식을 갖춘 유생 가랑은 병약한 윤식을 배려하는 진중함으로 윤희의 마음을 달뜨게 했다. 그녀는 궁색한 가정 형편에 변변치 않은 자신을 돌아볼수록 명문대가의 자녀인 효은과는 견주기도 힘든 처지에 탄식이 늘었다. 아리따운 모습에 강단진 태도로 자기관리에 능한 윤희의 진면목을 가랑이 알아줄 것이라 믿으며 1권을 마저 읽었다.

 

  단편적 지식을 암기했다가 토해내는 얕은 공부로 내신 관리를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학문적 깊이를 더하는 탐구 활동으로 교육적 본보기로 들 만한 성균관 유생(儒生)들이 떠올랐다. 이들은 학문 수양에 힘쓰면서 윤리적 규범을 따라 엄격하고도 질서 있는 생활로 이어졌다. 과거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에 한해 특별히 입학할 수 있는 성균관 생활은 선비들의 이상이자 동경이었을 듯하다. 꽉 짜여진 일정 속에 규율을 따르며 사는 일이 녹록치는 않지만 경전을 수차례 읽어 내리며 경전 속에 들어있는 깊은 뜻을 깨달을 때까지 끊임없이 책 내용의 창조적인 궁구(窮究)를 위해 연마하였다. 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윤리를 저버리지 않고 박사에게는 깍듯한 예의를 갖추며 국가의 장래를 맡아 나갈 인재로 커가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가랑, 대물, 걸오, 여림이 각기 다른 색깔로 개성을 드러내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다가도 의기투합하여 어떤 일을 해결할 때면 누구보다 연대하는 모습은 꽉 짜여진 틀을 넘나드는 상상을 더한다. 완벽한 정책보다는 보다 나은 정책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유생들의 생각은 보다 나은 조선을 위하는 유생들의 일상 속으로 점점 파고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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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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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끝자락 작렬하는 태양 아래 2박 3일 간의 예스 문학 캠프를 다녀왔다. 캠프를 떠나기 전 우리나라 대표 작가 두 사람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질의 응답하는 시간이 있다는 말에 설렘과 기대로 마음은 부풀어 올랐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문단의 기인(奇人) 괴벽스러운 이로 치부하고 살았던 이외수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된 첫날은 호기심이 더했다. 연륜에 걸맞은 반백의 머리를 뒤로 넘겨 한 갈래로 땋아 생경함을 더했고, 스트라이프 셔츠에 파란 넥타이를 멋스럽게 연출한 작가는 예순 넷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에서 충북 보은 속리산 아래까지 내달려 왔으니 피로할 법도 한데 우렁찬 소리로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열정은 더없이 귀한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푼푼해진다.

   디지털 세상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여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장년 세대들에게 다소 생소한 소통의 산물인 트위터를 이용해 짧은 글 속에 지혜로운 말을 담아 세상을 살아가는 앎을 제공하는 역할도 서슴지 않는 작가 이외수는 그만큼 독자들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사는 이처럼 여겨진다. 무엇보다 독자와 소통하는 즐거움이 지극한 즐거움이라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과 소통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지금도 시간은 들리지 않는 초침 사이로 흐르며 나이 들어감을 재촉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말처럼 구태의연함으로 안이하게 살았던 삶을 반성하고 스스로가 인생의 주체로 우뚝 서야 함을 <<아불류 시불류>>에는 담고 있는 듯하다. 소설가, 화가, 시인, 연기자로 다중적인 삶을 사는 작가는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 가는 가운데 자신만의 창조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가능성을 열어 실력가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차나 한 잔 하고 가소.’
  선사들이 수행 정진 중에 정신적 여유를 찾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담은 풍류와 운치는 오늘날 회식 문화와는 다른 면모를 띠고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 풍진(風塵) 세상도 돌려 생각하면 살 만하다는 판단을 내릴 때도 있다. 모든 감정의 씨앗은 마음에서 자아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처럼 믿음은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오해는 머리에서 만들어진다는 짧은 글이 자꾸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공부해서 남 안 주는 사람들은 헛공부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접할 때는 만물을 사랑하며 대상과 나를 하나로 보려는 작가의 시도가 드넓은 사랑의 실천으로 퍼져나갈 듯하다. 사계절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 인생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늘 봄날만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더 불행헤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글이 제대로 써내려갈 수 없다며 탄식하고 새벽까지 깨어 있을 때가 왕왕 있다. 젊은이들 역시 불확실한 현실을 앞에 두고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정성을 쏟는 대목은 언제 봐도 가슴 뭉클하다. 한 가지 생각으로 집중하여 몰입하다 보면 문리가 트인다는 성현의 말처럼 고수는 머릿속이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자신은 갖가지 생각으로 얽히고설킨 하수라는 생각에 미치자 우울해진다. 평범한 인간이기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경우 누적된 피로로 수마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휴식으로서 잠을 잠으로써 심신을 가볍게 할 수 있지만 나태함으로 잠을 자는 경우 심신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는 말에 깨어 있음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절감케 한다. 작가는 무생물이 아파하는 것까지 느껴진다니 사랑하는 이가 아플 때는 차라리 자신이 앓는 게 낫다는 말을 전할 정도로 나와 그 대상을 동일시해 합일하는 자세로 살아가가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부는 파종을 하기 전부터 터를 고르고 이랑을 만들어 그 위에 씨앗을 뿌리고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을 줘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두기까지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하지만 씨앗을 심는다고 모두 싹이 트는 것은 아님을 알아차리고 노력과 정성으로 씨앗을 관리해 나가는 일이 의미 있다. 한 줄의 글을 건졌다고 만족해하지 말고 이보다 더 나은 표현이 없는지 거듭 생각하여 글을 쓰는 일은 쉽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 반문케 한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최고의 실력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스스로 창조자로 자리할 수 있어야 함을 역설했다. 앞길이 막막한 젊은이가 조언을 구하러 왔을 때 그에게 10년 동안 병뚜껑을 줍다 보면 문리가 트일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 속에는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레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적 암시를 담고 있었다.

  일상에 매몰되어 여유를 찾기보다는 그 속에 허우적거리다 보니 어느 새 40대 중반에 이르고 말았다. 늘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하며 붙박이별처럼 한곳에 머물며 지낸 시간은 회한으로 가득하다. 자유로운 자신을 찾아 길을 떠날 때도 칼로 무 자르듯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은 스스로 지어 낸 업력이 커서일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인생에는 반전이 있어도 게으른 자의 인생에는 반전이 없다는 구절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성실하게 살라는 당부로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게 한다. 외롭고 지치는 세상을 살 만한 세상으로 화하는 바탕에 빛을 내며 자리하는 사랑은 이 시대를 희망으로 바꿔 놓을 소중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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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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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누군가가 불쑥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행복하다고 단언할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밋밋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훗날의 더 나은 삶을 그리며 지금의 괴로움을 견디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속도전에 밀려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하루를 보내고 별반 다를 게 없는 내일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 새 중년이 넘어서버렸다. 마흔을 훌쩍 넘기고 조바심 내며 살던 일상에 여유를 찾기 시작하면서 살아 온 세월의 무늬는 표정에 그대로 담겨 삶의 내용이 어떠한지 가늠케 한다. 유복한 환경은 아니지만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단란함 속에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들을 보면서 행복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여길 때가 종종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각종 문명 이기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우리들의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정신적인 황폐화로 치달아 불행함을 더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혜택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남으로써 노년이 점점 길어짐으로써 무엇보다 행복한 시간 속에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이 개인적 소명으로 굳어질 정도다. 여든을 넘긴 할머니는 생전 잠자리에 들었다가 뒷날 평온히 죽어가길 소망하면서 열심히 절에 다니며 기도해왔다. 하지만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자리보전하다 자식들에게 험한 모습을 보이며 눈을 감고 말았다. 병석에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혼미해져가던 의식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할머니는 목숨만 겨우 붙어 있는 목석같은 이로 변해 버렸다. 마지막 가는 길이 너무나 참혹하여 눈 뜨고 보기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할머니에 대한 연민은 더했다. 나이 들어간다는 말은 점점 노쇠하여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말이기도 하여 많은 이들이 늙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월 따라 늘어나는 주름과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좀 더 긍정적으로 노화를 바라볼 수 있는 길을 탐색해 간다는 점은 자못 의미 있는 일이다. 
 

  혈기왕성한 청춘 시절을 지나 중년에 이르러서는 지금 건강한 생활 속에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암세포의 기습적인 공격에 힘없이 스러져 이승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죽음의 그림자는 행복을 앗아가는 진원으로 건강관리를 잘해야 함을 극명히 보여줬다. 피할 수 없는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행복지수가 높은 성공적인 인생길에 대한 탐색이 절실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 팀은 ‘건강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전향적 연구’를 위해 몰두한 설문조사, 인터뷰 등의 보고서를 토대로 과학적인 분석 자료를 내놓아 시선을 모으고 있다. 

  비교적 사회적인 혜택 속에 나고 자라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남성 집단, IQ가 높은 천재 여성으로 구성된 터먼 집단, 어린 시절 청소년 범죄에 빠지지 않고 자수성가한 이너시티 집단을 연구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세 표본 집단 대상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그릇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전향적인 연구로 그 깊이를 더했다. 대상자들 중 행복한 노년을 맞아 감사하며 사는 이들에게는 타인의 경험과 희망, 용기를 내면화 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이들은 안도감 속에 자기감정을 존중하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례를 접했을 때는 결핍의 유년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이가 시 쓰기를 통해 공포를 극복하고 생산성 있는 일을 통한 과업 달성으로 새로운 가정을 이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점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결혼 생활 19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조화를 이루며 살기보다는 부조화 속에 갈등하고 타협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상과는 달리 맞닥뜨린 현실은 고달픈 삶의 연속이라 때로는 인연의 줄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인내하며 자식들을 부양하고 새로운 관계 모색을 위해 노력하며 지냈다. 성공적인 노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이 필요한 점을 감안한다면 부부에게 절실한 것은 얼굴에 웃음을 띠게 하는 유머 감각이었다.  

‘늘 우리는 행복이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능력을 자신 속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기성품의 행복만을 찾고 있다.’고 말한 알랭의 금언이 푸념을 늘어놓으며 지냈던 지난날을 반성케 한다. 나이 50에 가까운 남편은 외향적인 성격에 사회활동 지수가 높은 편이라 늘 가정을 돌아보는 일에는 소홀한 편이다. 어쩌면 자기 아이들의 성장보다는 지역사회의 집단적 성공을 더 바라며 다른 이들을 돌보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성인이 이뤄야 할 발달과업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는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 이의 푸념이 그 속에는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한 노년의 진짜 비결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데 있다. 노인들은 봉사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이들의 삶에 끊임없는 흥미를 얻게 되며 그 보답으로 주위 사람들의 사랑까지 되돌려 받게 된다.' p438

  감각적인 본능 속에 자리하고 있는 욕구를 억제하며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타인을 배려하며 밝은 면만 보려고 애쓸 때 성숙한 방어기제는 찾아들어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성공적인 노화를 이끌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양한 계층의 군상(群像)을 만나 하버드 연구팀이 책에서 밝힌 행복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7가지 변수를 50대 이전에 얼마나 갖추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실현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인간관계를 으뜸으로 삼았고 그 다음으로는 교육연수, 안정적인 결혼생활, 금연, 적당한 음주 ,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 유지를 들었다.

 

 

  국적이 다른 여러 사람들을 만나 행복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들이 물질적인 잣대에 있지 않음을 다시금 깨달으며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은 유대 속에 살아가는 인간관계이고, 그 바탕에는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성숙한 길로 나서게 하는 사랑이었다. 책장을 덮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처한 현실이 더욱 행복한 중년으로 떠오른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서로를 존중하고, 직장에서는 배우며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들이 생산적인 과업으로 이어져 행복지수를 드높인다. 책을 가까이 하며 지적 성장을 돕고 문화생활을 향유하며 창조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이다. 마흔 되던 해 추억을 공유하던 중학교 친구들과 새로운 모임을 결성해 정기적인 만남으로 정을 나누며 살고 있으니 더욱 행복해질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행복한 노년,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 조금은 여유 있게 삶을 돌아보며 경험 속에 녹아든 삶의 지혜로 영적 통찰에 이르는 삶을 꿈꾸는 이로 오늘도 폭 넓은 사회적 지평을 넓혀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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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앳된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992년 11월 14일 각기 다른 삶을 살던 남녀가 결혼식을 치르고 새로운 둥지에 자리를 틀었다. 첫 직장에서 만난 남편은 자신과 결혼해 준다면 배우자를 왕비처럼 떠받들고 아내가 스트레스 받는 일 없이 가정에 충실하겠다는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집요한 구혼 작전을 벌였다. 하늘이 정해 준 인연이었던지 2년 남짓 끌어당기고 밀어내기를 반복하다 결혼을 결정짓고 말았다. 부모 역할 훈련도 받지 못한 채 별 다른 준비 없이 결혼식을 치른 뒤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때 결혼 생활이 녹록치 않은 일임을 절감하고 말았다. 신혼 초에는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며 상대를 자신의 틀 안에 넣어 다루기 쉽게 하려는 뜻을 쉽사리 꺾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 잠재된 이기심은 머리를 치켜들고 앞으로 결혼 생활이 편하려면 남편을 아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욕심을 채우라고 종용했다. 그럴수록 남편은 보란 듯이 아내의 뜻과 괴리되는 행동을 일삼으며 지난한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해를 거듭할수록 결혼 생활은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가운데 서로가 상생하며 공존하는 협력체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변질되어 갔다. 배우자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이 커서인지 소통하는 시간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상대를 향한 원망으로 점점 결혼생활은 위축되어 갔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어 더 이상 함께 살기 힘들다는 판단이 설 무렵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머리를 식히고 그동안 잊고 지낸 자신을 찾기 위해 만행에 나섰다. 익숙했던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혜안이 남다른 이들과 동행하며 비로소 내려놓음을 배우기 시작했다. 상대가 자신과는 다른 가치관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해 주고 그대로를 조금씩 받아들임으로써 나를 에워싸고 있던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흔히 부부는 사랑으로 맺어졌다고 믿고 살지만 대부분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극도의 이기심으로 맺어진 관계임을 스님은 밝히며 상대에게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가정에 평안이 깃들 수 있다고 설하였다. 상대를 자신의 통제 안에 두려는 욕심으로 상대의 생각과 감정까지 알아내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결혼 생활은 평화로워질 수 있다니 참으로 힘든 생활 중 하나가 둘이 함께 뜻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결혼하고 나면 배우자를 자신의 소유물로 치부하여 언행을 함부로 하여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난다. 상대를 한 인격체로 대우하며 존중할 때 비로소 서로에 대한 집착과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혼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부가 자신만의 보금자리에서 잘 살아가기가 수월치 않다. 부부가 살면서 제각기 살아왔던 삶의 환경과는 괴리된 사회에 관계망을 엮으며 또 다른 질서를 유지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 중에서 고부간의 갈등이 심한 경우는 더 견디기 힘든 부분이 있어 살면서 더욱 화합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만다. 무지에서 온 어리석음으로 며느리는 부모 자식 간의 정을 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장하고, 시어머니는 부부 간의 정을 끊는 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집착하여 탐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함을 일깨운다.

 

  결혼하고 직장 생활을 계속 잇느라 출근 시간 전에 아이를 놀이방에 맡길 때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바동거리던 아이를 뒤로 하고 직장으로 향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자식이 안정적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결혼하고 나면 수태에서 출산 후 3년 동안은 오롯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휴직을 내서라도 자식과 부모 간의 정을 쌓아야 함을 설하는 대목에서는 예민한 큰 애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돈벌이를 위해 정작 소중한 것을 간과하고 온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들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 때 남편에 대한 미움으로 아이들까지 미워하여 자식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럴 때는 부부 사이를 떠나 자식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정에 치우쳐 행동해서는 안 될 듯하다. 설사 부부가 헤어지게 되더라도 그 사람의 행적을 증오하기보다는 내 안에 그를 깨끗이 지우고 내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은 새겨둘 이야기이다.

 

  여행 중에 만난 한 사람은 자신과 너무나 다른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사하며 지낸다고 했다. 성격이 판이한 남편을 삶의 걸림돌로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디딤돌로 여기며 살아간다며 남을 변화시키려 들기보다는 자신을 변화시켜 가는 게 훨씬 더 낫다는 판단이 섰다고 했다. 어찌 보면 부부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는 일 자체가 수행의 도량이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매순간 깨어 있기보다는 몸에 배인 습관대로 무의식적으로 살아 내 운명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운명의 흐름에 몸을 의탁하고 살아가는 범부에 지나지 않았다. 유전자가 대를 이어가는 것처럼 습관도 대를 이어간다는 표현을 보면서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며 화기(和氣)가 가득했을 때 자식들에게는 좋은 기운이 뻗쳐 잘 자랄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18년 째 결혼기념일 아침 딸아이는 케이크에 정성스레 쓴 손 글씨 카드를 꽂아서는 부모님 감사하다는 문구를 적어 또 한 번 감동을 줬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사회활동으로 바빴던 남편을 원망하고 갖은 스트레스를 딸에게 풀며 지냈던 시간이 회한으로 가득 차오른다. 유독 사춘기 열병이 심했던 아이를 볼 때면 유년 시절의 아픔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 딸을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마음속으로 수십 차례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남편이지만 돌려 생각하면 옆에서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어 감사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이가 부부라는 생각에 조금 부족함이 있어도 채워 가야 할 내 반쪽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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