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라디오에 자주 나오는 노래는 서영은의 '가을이 오면'입니다.마치 방송국 모두 약속이나 한 것 같군요.질리지 않는 노래 중 하나라서 노래방 애창곡이기도 합니다..엠피3가 나오기 전 거리의 음반가게가 있었을 때는 좀 오래된 노래로는 패티 김의 '9월의 노래'가 나왔고 좀 지나 10월 11월이 되면 나훈아의 '낙엽이 가는 길'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배호의 '마지막 잎새'가 울려 퍼졌습니다.차중락 노래는 원래 엘비스 프레슬리 것인데 원곡보다 더 낫더군요.편곡도 좋았고. 

  깊은 가을밤에 들으면 좋은 노래로 왁스의 '여정'이 있지요.예전에 노래방에서 어느 30대 유부녀가 농익은 목소리로 부르던데 후렴 마지막에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해 가려거든 오지마" 하고 능숙하게 감정잡으니 듣기 좋습디다.목소리도 좋은 여성이었어요.왁스 노래는 '화장을 고치고'가 많이 알려졌는데 '사랑하고 싶어'도 좋은 노래지요.왁스 노래는 대체로 부르기가 어렵습니다.괜히 노래도 못부르는 여성들이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면 노래방 분위기 엉망이지요. 

  러브홀릭의 노래 중 잘 안 알려진  '스카이'라는 노래가 있어요.뮤직 비디오엔 당시 고교생이던 고은아가 나오던데 이 노래는 진짜 심야 감상용입니다.지선의 애절한 목소리로 "하늘만 보면 네가 생각나 자꾸 눈물이 흘러..." 하고 호소하듯 부르는 대목은 백미! 러브홀릭의 또 하나 걸작은 '슬픈 영화'.뮤직 비디오에는 강현민 이재학이 지선과 함께 나와요.강현민,이재학 둘이 러브홀릭 노래 작사작곡을 거의 도맡았지요.좀 젊은 남자가 이재학인데 비오는 날 많이 신청하는 박혜경의 '레인'을 만들었고,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에서는 음악감독이었는데, 유미의 '별'을 만들었어요.'별'은 사춘기 여학생들이 많이 부르더군요. '마리아'는 외국곡인 거 아시죠?

 2002년에는 모두가 <야인시대>를 보던 분위기던데 저는 이미숙과 류승범이 주연한 <고독>을 봤습니다.시청률이 그다지 안 나왔는데 괜찮은 드라마였어요.명대사도 많이 나오고...주제가는 정선연의 '고독'.이 노래도 좋지요.그런데 제대로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 노래입니다.제 친구 중에 노래를 꽤 잘 부르는 친구가 있는데 역시 이 노래는 잘 못부르더군요.너무 어려워서... 

  박지윤의 '환상'도 가을에 들으면 좋습니다.박지윤은 댄스보다는 이런 노래가 더 낫다는 생각도 해봅니다.'성인식'은 어쩐지 박지윤에겐 잘 안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고... 

  이은주가 나왔던 <불새>의 주제가인 이승철의 '인연'도 좋지요.장진영이 파일럿으로 나왔던 영화<청연>의 주제가도 이승철이 부른 '서쪽하늘'입니다.이은주 장진영 모두 전북 출신인데 일찍 저세상에 갔네요.이은주가 정보석과 나온 <오! 수정>을 보면서 저 두 사람이 호남사투리로 대사를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정보석도 광주 사람이라서 해본 생각이었어요.이제 다 부질없는 소원이 되었지만...<국화꽃 향기>의 주제가가 성시경의 '희재'였던가요.내 애창곡 역시 성시경의'넌 감동이었어"... 

  김종국이 터보 시절 부르던 '어느 재즈 카페'도 좋지요.특히 중간에 나오는 테너 섹소폰 소리...김종국이 노래를 상당히 잘하는 가수지요. 

  위의 노래 중 모르는 노래는 검색창에 쳐서 한번 확인해 보세요.여러분도 괜찮은 노래 알고 있으면 알려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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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2009-09-03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오늘은 보름입니다.초가을 보름밤에
옛노래, 옛일들을 생각하기 좋은 밤이길,소개한 노래을 들어 봐
야 겠습니다. "우린 미치도록 사랑했어~"

노이에자이트 2009-09-03 12:19   좋아요 0 | URL
그 대목이 애절하지요.

마노아 2009-09-03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들어보고 싶은 노래가 많아요. 저는 터보 시절의 '어느 재즈 카페'를 참 좋아한답니다. 노래방에서 제 친구가 부르는 걸 듣고 알게 된 노래인데 그래서인지 그 친구가 부르는 음색이 더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9-03 12:19   좋아요 0 | URL
그 노래는 랩이 들어가서 좀 어렵던데요...

무해한모리군 2009-09-03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이 언급한 가수들은 제가 다 좋아하는 가수들이네요~~
아 오늘 퇴근하고 혼자 노래방에 가서 한 곡조해야겠습니다..
(근데 저희동네는 30분도 만원이나 받아요 우쒸!)

노이에자이트 2009-09-03 12:19   좋아요 0 | URL
괜찮게 받는 노래방을 찾아야지요.

머큐리 2009-09-03 16:03   좋아요 0 | URL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하는건 청승이올씨다 휘모리님~~

Mephistopheles 2009-09-0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엔 운치있는 노래도 노래지만.....
폭식을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해요..

노이에자이트 2009-09-03 12:21   좋아요 0 | URL
운치있는 노래 듣다가 폭식하는 사람도 있지요.

비로그인 2009-09-03 20:31   좋아요 0 | URL
폭음도 조심해야죠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09-09-03 23:41   좋아요 0 | URL
슬픈 노래 듣다가 옛애인에게 전화하며 질질 울면 그야말로 비호감의 절정! 옆에서 못봐줍니다.

후애(厚愛) 2009-09-04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노래는 나훈아의 '낙엽이 가는 길'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뿐이에요.
그런데 안들은지 참 오래 되었네요. 갑자기 듣고 싶어졌어요. 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09-04 16:06   좋아요 0 | URL
예...요즘은 라디오에서도 잘 안 나오지요.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더라구요.

쟈니 2009-09-0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 저 너무 좋아했던 드라마였어요. 고독에서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고민이 많이 와닿았어요. 아... 다시금 보고싶어지네요. 그때, 이미숙의 전남편역(홍??)의 배우도 참 멋있었죠.

노이에자이트 2009-09-05 14:33   좋아요 0 | URL
홍요섭.이 분도 요즘은 나이든 티가 나더군요.예전엔 미남에 목소리도 좋았는데...
 

  요즘 1차대전~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세계문학전집에 들어 있는 책은 물론 스릴러 물까지 읽고 있습니다.에릭 앰블러는 스파이 소설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필독서에 들어가는 소설들을 썼지요.그는 한때 이렇게 불만을 털어 놓은 일이 있습니다."조셉 콘라드는 스파이 소설의 고전을 썼다.<서구인의 눈으로>,<밀정>등은 우수한 스파이 소설이다.그런데 영문학사에는 콘라드 작품선에 이 작품들이 빠져 있다...."세계문학사에서는 취급 안 해준다는 거죠.하지만 이제는 영문학사에서도 이런 편견은 없어졌습니다.영어권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가까운 일본만 해도 청소년 필독서에 자국의 추리작품을 집어넣으니까요.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추리물을 읽으면 뭔가 격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그런 사고방식은 일종의 허세같은 것이 아닐까요... 

  어제 에릭 앰블러<디미트리오스의 관>(1938년작)을 읽었습니다.스파이 소설의 고전이지요.그 전엔 로맹 롤랭의 중편<피에르와 뤼스>를 읽었습니다.1차대전 막바지인 1918년 파리에서 징집영장을 받은 18세 소년 피에르가 참전을 앞두고 동갑내기 처녀 뤼스와 짧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입니다.로맹 롤랑은 이름은 많이 들어보지만 그의 작품은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지요.그 직전엔 스페인 내전 때 공화파에서 보낸 밀사가 프랑코 군에게 가는 석탄선적을 막기 위해 영국으로 밀파되는 내용의 그레엄 그린<밀사>(1938년작)를 읽었습니다.이 소설은 순수문학과 오락문학을 나누기 좋아하는 이들에겐 참 애매한 작품입니다.하지만 그런 것 따지지 않는 저에겐  치밀하게 잘 짜여진 소설입니다. 

 <피에르와 뤼스>나 <밀사>는 요즘은 구하기 힘든 작품입니다.굳이 따지자면 전자는 순수문학이고 후자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간이고 앰블러는 대중문학이겠지요.하지만 다 좋은 작품입니다.그렇게 복잡하게 순수니 대중이니 가를 필요도 없구요.

 저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외에 소설도 상당히 많이 보는데 추리물이나 스파이물도 즐겨 읽습니다.그러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을 떠올립니다.'소설 읽듯 술술 읽는다 운운..."하는 말.이거 잘못된 말입니다.저는 인문사회과학 서적보다 소설 읽을 때 훨씬 더 정신을 집중해서 읽습니다.안 그러면 줄거리를 놓쳐 버립니다.추리물은 더 그렇지요.그리고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들은 잘 아시겠지만 소설도 아무나 읽는 게 아닙니다.소설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가장  쉽게 접할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두뇌소모가 많은 것이 소설 읽기입니다. 

 추리물이나 스파이물은 한 번만 읽고 버리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많습니다.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특히 스파이물은 국제정치나 외교가 배경이 된 것이 많은데 위의 소설도 저는 몇 해만에 다시 읽었으며 <디미트리오스의 관>은 네 번째 읽었습니다.읽을 때마다 예전엔 안 들어왔던 사건이나 지명이 눈에 들어옵니다.그런 것은 나중에 따로 관련서적을 찾아 읽고 기록합니다.대중소설 가지고 유난떤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습니다마는 얻을 것은 다 빼먹자는 게 제 독서관입니다.그리고 잘 된 스파이물은 풍부한 지식을 제공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똑같은 책을 두고도 읽는 이에 따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대중소설이라고 얕잡아 보지 말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면 훌륭한 교재가 될 수도 있는 분야가 추리,스파이물입니다.단 이런 분야의 독서가 늘 그렇듯 우선은 지명,사건,인명의 바다에 익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이런 것은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배경지식은 책을 읽은 다음에 궁금증이 생겨서 관련서적을 찾아 읽으면서 얻을 수도 있으니 굳이 배경지식이 먼저라고 지레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허세와 편견을 버리면 독서의 폭도 더 넓어집니다. 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버리고 고전명작도 하나 하나 읽어나가면 의외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소설을 순수소설과 대중소설로 가르지 말고  두루두루 섭렵합시다.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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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8-2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슴에 와닿은 말씀입니다.사실 국내 문학계에서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이 많은 편이지요.하지만 서구에선 의외로 순수 문학작가중에 장르 소설을 쓴 분도 많이 계시고 우리가 순수 문학이라고 여기는 죄와 벌도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하기도 하지요.
노이에자이트님 말씀처럼 많은 분들이 두루두루 섭렵해 주시며 아마 더 좋은 책들이 많이 출판 될거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스파이물을 읽으신다니 헌책방에 가실일이 있으면 예전에 하서에서 나온 벅컨의 39계단을 추천해 드립니다.히치콕 영화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무척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8-28 20:20   좋아요 0 | URL
15년 전부터 추리,스파이물을 읽고 있는데 <39계단>은 다섯 번 정도 읽은 것 같군요.산속에 있는 고고학자,도로 인부로 변장한 주인공이 추적자를 속이는 장면 등 흥미진진한 장면이 많지요.하서출판사 세계추리문학 전집20권은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더실 해미트<피의 수확>이 있는 전집과 빠진 것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저는 빠진 것인데 <39계단>은 제20권에 가드너<토라진 아가씨>뒤에 수록된 것입니다.카스피 님은 어떤 종류를 소장하고 있는지요?

외투 2009-08-28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하면 어떤면이 좋더라는 것을 알려주시니 참고하겠습니다.
'디미트리오스의 관','벅컨의 39계단'도 읽고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8-28 20:08   좋아요 0 | URL
<디미트리오스의 관>은 1920년대~1930년대 발칸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음모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39계단>은 1차대전 직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그 분야의 고전이지요.외교사나 전쟁사와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비로그인 2009-08-28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아닌 영화였지만 예전에 노이에자이트님이 소개해주신 <자칼의 날>을 재밌게 봤어요. 드골의 정책이라는 배경을 모르고 봐도 볼 만했어요.

개인적으론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좋아해요.

노이에자이트 2009-08-28 23:16   좋아요 0 | URL
잘 만든 소설은 우선 전혀 배경지식 없이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그런데 그 영화는 1972년 거지요? 나중에 나온 판은 배경이 바뀐 일종의 번안물이었지요.

<태양은 가득히>는 소설은 물론 영화도 유명한 작품이지요.

후애(厚愛) 2009-08-29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이 소설도 있었군요. 몰랐어요.
그런데 스파이 소설은 전쟁에 관한 책이겠군요.
전 전쟁에 관한 책들이나 영화는 안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너무 끔찍해서 못 보겠어요.
항상 이곳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8-29 14:45   좋아요 0 | URL
전시에만 스파이가 있는 게 아니라서 실제 스파이 소설엔 전투장면이 나오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분쟁을 막기 위해 암약하는 스파이도 많으니까요.
 

  20일,서울 분향소에서 큰절을 했던 외국인 교수 마크 셀던.내가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부르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에서였습니다.중국 근현대사 전공으로 중국공산당의 연안시절을 다룬 책이 인용되어 있었습니다.그 정도로만 알았는데 김대중 전대톨령 영정 앞에서 큰 절을 할 정도인줄은 몰랐습니다.셀던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있던 일본인은 도쿄 대학교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러시아사를 연구하다가 한국현대사까지 연구하게 된 일본 진보파의 거두.와다에게 올해는 슬픈 해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제자인 서동만을 보내더니 이젠 김대중까지... 

  햇볕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투톱 이종석과 서동만.서동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세상으로 간 직후 병상에서 숨을 거둡니다.50대 초반으로 학자로선  한창 나이였는데...노무현의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대선 캠프에서 활약했고 참여정부 때는 국정원 차장까지 지냈지만 관료기구의 미로를 뚫지는 못했던 사나이.2003년 참여정부가 등장하고 국정원장에 고영구,국정원 차장에 서동만이 내정되었을 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얼마나 사상공세를 펼치면서 서동만을 공격했던지....그 이유 중의 하나가 서동만의 도쿄 대 유학시절 논문 지도교수인 와다 하루키가 친북인사라는 것이었지요.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습니다.와다 하루키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반성하는 인물중 한 명인데 남북화해를 권하고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한국의 민주화를 도왔다는 이유로 친북인사라는 딱지를 붙여버린 것입니다.아니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일본에서 반공정신에 투철하고 북한에 대해 강경하게 나와야 된다고 주장하는 우익이면 괜찮다는 말인지...서동만이 와다 하루키의 제자이니 안된다는 주장에 참으로 할 말이 없더군요.서동만을 구해준 이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권영빈.그는 당시 번역되지 않은 서동만의 도쿄대 박사논문<북한 사회주의 체제 성립사>를 읽고 나서 "이 논문은 친북성향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결국 국정원장 고영구,차장 서동만이 탄생되었지요. 

 서동만 이종석은 일본 우익에서도 친북좌파라고 욕을 많이 얻어 먹었습니다.와다 하루키도 마찬가지구요.한일 우익의 이런 묘한 친근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어차피 한국의 반일주의는 반공체체의 장식물 역할 밖에 못하니까요.그렇듯 일본은 반성하라고 해놓고 정작 와다 하루키 같은 인물은 친북인사라고 규탄하는 게 이 나라의 해괴한 반일주의입니다. 

 에드워드 베이커도 조문하러 왔더군요.그는 평화봉사단으로 왔다가 한국을 연구하게 된 미국인 중 한명입니다.평화봉사단 출신의 한국연구자가 꽤 있지요.지금의 주한 미국대사도 그렇구요.특히 베이커는 열혈한이었는지 삼선개헌 반대운동에 직접 나서기도 했습니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가 군사정권 시절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던 시절의 회고담에서 언론운동하던 이부영을 자주 언급한다는 것입니다.김대중과 이부영은 그에게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던 것 같습니다.하지만 김대중이 집권하던 시절 이부영은 한나라당 의원으로 별명이 DJ저격수였습니다.조금 미묘한 질문인 것 같지만 베이커를 만난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김대중 정부 때의 이부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에 이부영,제정구가 한나라당(당시는 당명이 신한국당에서 막 한나라당으로 변경되었을 것입니다)에 입당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한 이들이 많았을 것입니다.나 역시 귀를 의심했습니다.빈민운동했던 제정구,언론자유운동하던 이부영이 정말로? 더군다나 이부영은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당시 북에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다 조선일보와 박홍신부에게 얼마나 사상공세를 많이 받았는데? 불과 3년 사이에 변신? 1997년과 2002년 대선기간 이부영은 이회창 캠프에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1998~2002년 내내 이부영은 김대중에 대해 험구를 쏟으면서 정형근과 함께 저격수 노릇을 톡톡히 해냈지요.세상에 정형근과 이부영이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을 줄 그 전에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더군다나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함께 얻으면서...

  사람은 오래 살아야 합니다.이부영은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지만 제정구는 1999년 초 한나라당 의원인 채 세상을 떴습니다.조금만 더 참았다면 한나라당 당원으로 눈을 감지는 않았을 것입니다.그 당시 이부영은 "제정구는 김대중 때문에 속상해서 죽었다"고 험한 말을 했습니다.이른바 'DJ암'이라는 것이었지요.이부영은  한나라당 시절의 전력을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것입니다.하지만 그게 맘대로 되나요.그는 2007년 대선 기간 동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합당했을 때 한나라당 시절의 과오를 사과하는 절차를 밟아야만 했습니다.결국은 정계에서도 그다지 큰 뜻을 펴보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지요. 

 조문온 외국의 명사들을 보면서 제임스 팔레와 오다 마코토를 생각했습니다.군사정권의 폭압을 규탄하던 그들...하지만 그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습니다.살아 있었다면 조문하러 달려왔겠지요.와다 하루키가 올해 초 제안한 평화선언은 드디어 8월 20일 '한미일 지식인 평화선언'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110명이 서명했더군요.미국측에선 놈 촘스키,임마누엘 왈러스틴도 참여했습니다.일본에서는 이런 일에 늘 앞장서는 오에 겐자부로,다카하시 데쓰야,우쓰미 에이코 등이 참여했구요.국적을 초월한 연대로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는 공동선언에 참여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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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2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의 글을 보다 보면 그 수많은 인맥관계를 어떻게 그렇게 많이도 아시는지 감탄할 따름입니다. 이런 것들을 모두 머릿속에 넣어두실리는 없고(설마.. ^^) 모두 자료파일로 만들어서 정리를 해두시는 건가요? 아 저는 정말 그런 정리를 못하는 인간인지라 정말 감탄에 감탄만 할 뿐입니다. ^^
위에는 아는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들도 섞여 있네요. 와다 하루키가 아직 살아있다는건 몰랐네요. 이부영도 그렇고 제정구도 그렇고 더더욱 이재오같은 이는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놀고 있고 이런 이들의 의식구조는 어떤 것일까 참 많이 궁금해집니다.

외투 2009-08-27 12:51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해요,,,
어느 정도 연세에 꾸준히 관심을 갖으시면 인맥관계들이 눈에 들어 올 것 같습니다. 특히 스치는 화면 하나도 지적 연결이 가능하죠. 고수들(전공자)의 특징...아무튼 paper를 읽고 결론을 내렸군요, 몇 분들이 노선을 선회한 것은 무슨 이율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08-26 23:25   좋아요 0 | URL
6하 원칙에 따라 탐구하며 읽고 난 뒤 기록할 때도 철저히 6하 원칙에 따라 쓰는 버릇을 들이면 됩니다.
우선 일본의 전향사 연구를 공부하려고 합니다.일본에서는 이미 전향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업적이 꽤 있으니까요.그걸 공부하면 우리나라의 전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로쟈 2009-08-27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동만 교수의 학위논문은 나중에 책으로 나왔지요. <북조선사회주의 체제성립사 1945-1961>(2005) 노이에자이트님은 벌써 읽어보셨겠는데요. 엄두가 안 나는 책인데.^^

노이에자이트 2009-08-26 23:23   좋아요 0 | URL
그 책을 내기 직전 부인이 자살을 했지요.구구절절 사연이 있는 책입니다.

쟈니 2009-08-2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느끼지만, 이곳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웁니다. 마치, 수업을 받는 듯 해서 참 좋아요. ^^

노이에자이트 2009-08-26 23:28   좋아요 0 | URL
서로 서로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비로그인 2009-08-2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다 하루키 할아버지는 예전에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기고할 때 읽으면서 알게됐어요. 아, 이런 일본인도 있구나 싶었죠. 의외인 점은 왜 강상중 아저씨는 오지 않았을까 하는거죠.

노이에자이트 2009-08-26 23:29   좋아요 0 | URL
오다 마코토도 한겨레 신문에 가끔 기고하던데 몇년 전 사망했지요.이번의 평화선언엔 강상중도 서명했습니다.

어느멋진날 2009-08-2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노이에자이트님의 학식의 범위는 어디까진가..
저도 기사에서 봤어요. 큰절을 올렸다는 그분의 기사. 근데 어떤분인지는 몰랐거든요.
국적을 초월하여 많은 분들께 영향을 주신 김대중 대통령님이 존경스러워요.

노이에자이트 2009-08-28 16:18   좋아요 0 | URL
전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은 외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롭게 보는 눈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후애(厚愛) 2009-08-28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곳에서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느끼고 갑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8-28 16:25   좋아요 0 | URL
저도 후애 님이 올린 자료에서 얻는 바가 많답니다.
 

  1987,1992,1997,2002년 대선 때 전라도 유권자는 김대중 후보와 노무현 후보에게 90%이상의 지지를 보냈습니다.특히 노무현 후보가 나왔던 2002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에게 보냈던 세번의 지지율보다도 더 높았습니다.이런 결과를 놓고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공산당 같다고요.이제 그렇듯 뜨겁게 지지하던 두 정치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두 분에 대해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지도자라는 평을 하고 있더군요.그러면 그들을 지지하던 이 지역 사람들에 대해서도 맹목적이니 지역감정이니 하는 악평은 수그러들게 될까요. 

  10여년 전엔가 어느 시사월간지에 그런 글이 실렸습니다.어느 외국기자인데요"한국인들은 김대중 사후에야 그가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이제 그 기자 말대로 된 것일까요. 

  김대중 노무현 두 사람을 보내고 이제사 우리는 민주주의에 헌신한 지도자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사실 아무리 이승만 박정희 지지자라도 이승만과 박정희가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그래서 만들어낸 논리가 "이승만 박정희가 악역을 맡아서 그 결과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주의 시대가 온 것이다"하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보내면서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그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정치가였다면 그동안 그들을 지지하면서 온갖 욕을 얻어먹은 전라도 유권자들도 민주주의에 기여한 투표를 했다고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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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2009-08-21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에 생의 끝이 없다면 제대로 평가 될까요?
차분한 마음으로 고인의 업적들을 분석하고 되씹어
미래의 밑거름이 되게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그럴만한 인물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8-22 00:37   좋아요 0 | URL
발전을 위해서 서로 아끼고 이끌며 나아갑시다.
 

  노무현 동지가 영면한지 석달이 채 안 되었는데 이젠 김대중 동지마저...한가지 소원은... 

 저번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 중 몇 몇 인사들이 퍼부었던 고인에 대한 막말이 이번에는 없기를...정말 정말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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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2009-08-1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셔야죠,,,막말 한신분들도,,,
올들어 큰 상을 벌써 세번이라...

외투 2009-08-19 11:20   좋아요 0 | URL
어떤 분은 고인이 가고난 뒤 고인의 추종자들이 추태를 부릴까 걱정하시던데.

비로그인 2009-08-1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 닫고 있기만해도 도움이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8-20 16:47   좋아요 0 | URL
알고 있으면 다행이지요.

어느멋진날 2009-08-1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바라는바입니다 ㅠ 사람이 죽었는데,,
그거 하나로도 그런 말 하면 안되는 거 아닙니까?
하물며 많은 국민들이 사랑한 대통령님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말들..제발 안들었으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8-20 16:48   좋아요 0 | URL
제 소원과 동일합니다.

率路 2009-08-1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조갑제 옹께서는 하루는 커녕 채 몇시간을 못참으시고...
갑제옹이야 글타치고 시청앞 광장은 뭐랍니까 도대체 에휴..

노이에자이트 2009-08-20 16:48   좋아요 0 | URL
시청앞 광장 문제는 이제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쟈니 2009-08-1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맘이 막막하면서,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순간순간 울음이 나오려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두 분을 데려가시다니...

노이에자이트 2009-08-20 16:49   좋아요 0 | URL
정말 석달도 안 되어서 이런 일을 당하니 뭐라 할 말이 없군요.

로베스피에르 2009-08-18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벨상을 로비해서 탔다느니
패거리 정치의 일인자 중 한 명이라느니
독불장군 마하티르 총리와는 달리 미국식 자본주의를 한국에 이식한 과오를 저질렀다느니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후반에 임수경의 방북을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보낼 정도로 시민들이 헤게모니를 쥐었던 상황을 김영삼과 더불어 그 시민들의 헤게모니를 탈취했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지 말라는 뜻인건가요?

알겠습니다. 저도 최소한 전두환과 김대중을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도록 주의하죠.

노이에자이트 2009-08-20 16:49   좋아요 0 | URL
네....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멋진날 2009-08-1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갑제 조갑제 조갑제 ㅠㅠㅠㅠㅠ 어휴 ㅠㅠㅠㅠ

노이에자이트 2009-08-20 16:49   좋아요 0 | URL
한때 의식있고 실력있는 젊은 기자였답니다.

어느멋진날 2009-08-20 17:58   좋아요 0 | URL
한때... 그 말이 슬프네요 ㅠ

2009-08-21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8-21 16: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6~7월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인터넷을 끊은 상태여서 그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