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 벌초하러 산에 가면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풀을 벨 때 튀어나오는 도마뱀을 사로잡아 구경하는 것이지요.연필보다 더 가는 몸통을 한 도마뱀이 재빨리 도망가지만 제가 못잡을 정도는 아닙니다.얼른 손바닥으로 살짝 눌러서 사로잡지요.이때 너무 힘을 주면 도마뱀이 죽거나 다칩니다.재빠르면서도 살살 눌러야지요.엄지와 집게 손가락 사이로 도마뱀의 몸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면 동그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혀를 날름거리는데 정말 귀엽습니다.얼굴을 가까이 대도 워낙 작은 동물이라 혀의 감촉도 느끼기 어렵습니다.
파충류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은 두려움 반 혐오감 반입니다.그래서 도마뱀을 사로잡아 1분동안 면회한다고 하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지요.우선 잘 모르니까 도마뱀이 얼마나 크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미끌미끌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사실 전혀 안 미끄러운데...심지어 물지 않느냐 독은 없느냐고 묻기도 합니다.직접 잡아본 제가 말하건대 그럴 염려 할 것 없습니다.1분 정도 감상한 뒤에 놓아주면 후다닥 하고 제갈길을 갑니다.전혀 무섭지 않으니 여러분도 야산에서 도마뱀이 달아나는 것을 보면 조금만 동작을 빨리하면 잡아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산은 곡성인데 그 곳의 어느 면에는 1970년대 초에 표범이 잡혔다는 곳이 있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사냥해서 처마에 가죽을 걸어놨다는데 나중에 팔아서 없다고 합니다. 어쩐지 못믿을 것도 같기도 하구요.1년에 한번 나오는 사냥안내서가 있는데 거기 보면 곡성은 꿩,고라니,오리,산비둘기가 많고 멧돼지도 꽤 많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사냥터는 지자체 별로 순환하는데 곡성이 사냥터가 되면 어디나 다 그렇겠지만 '전기줄의 새에게 총을 쏘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습니다.정말 정신나간 인간들이 있나봅니다.전기줄이 끊어질 위험이 있는데 총질을 해대다니...
이맘 때 목화축제를 여는 곳이 있습니다.하지만 신종플루 때문에 올해는 취소되었다는 현수막이 붙었더군요.그런데 며칠 뒤 행정안전부에서는 그렇게 취소 안해도 된다고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합니다.하지만 이미 안 한다고 알린 뒤라 아무 소용없게 되어 버렸습니다.축제 주관하는 곳이 면단위라서 크게 할 것도 아닌데 올해는 파장 분위기네요.
시골 우리집 근처에는 거위를 키우는 집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닭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오리도 키우는데 거위 소리가 제일 시끄럽습니다.거위는 개와 성질이 비슷해서 낯선 사람을 보면 짖지요.모르는 사람들은 거위와 오리의 생김새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거위가 목이 더 길고 덩치도 큰 데다가 목소리는 전혀 딴 판입니다.마치 윤활유가 모자란 놀이터 그네가 크게 삐걱대듯 우렁차게 울어댑니다.그 집은 종류가 다른 동물들끼리도 싸움을 안 하고 잘지내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오리는 수컷은 울지 못합니다.개구리하고는 정 반대지요.
사슴농장이 몇군데 있는데 녹용,녹각을 판다고 간판에 적어 놓았습니다.녹용은 초여름에 뿔이 말랑말랑해져서 사실상 피가 주머니에 담긴 상태와 비슷하게 된 것을 말합니다.이것을 잘라서 약에 쓰는 것이지요.녹각은 딱딱해진 상태를 자른 것입니다.값은 녹용보다 훨씬 더 싸지요.우리나라에선 사슴이 미인을 상징하는 동물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슴농장에서 키우는 종류는 엘크인데 이 친구들은 덩치가 소와 견줄 만하고 빨리 자랍니다.예전에 기르던 꽃사슴은 요즘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덩치도 작고 더디 자라니까 상업성이 없다고 퇴출된 모양입니다.
사슴이 순하다는 말도 잘못되었지요.꽃사슴도 번식기 때는 위험한 동물이 됩니다.엘크 정도 되면 이 시기의 수컷은 맹수지요.경험없는 일꾼들은 잘못 다루다가 큰일 납니다.수컷은 덩치도 크기 때문에 그 뿔에 찔리면 잘못하면 죽기도 합니다.번식기 때는 숫사슴이 요란하게 울면서 농장주변이 시끄럽습니다.이들의 고향은 북미지역.
섬진강에는 참게가 납니다.섬진강 따라 경남 하동,전남 구례,곡성은 게요리도 다르게 해먹습니다.곡성에서는 참게탕을 해먹는데 들깨를 갈아서 그 물을 넣는 것이 특징입니다.시래기에 된장을 풀어서 탕을 만들지요.초여름이 제철이라서 그때가 되면 섬진강 상류 압록지역의 식당가는 관광객으로 붐빕니다.냇가의 식당에서 산 속의 꿩소리를 들으면서 먹는 참게탕 맛이 일품이지요.구례에는 특이하게 게를 된장에다 박아서 먹습니다.봄에 게가 인가로 기어온 것을 잡아서 된장독에 박아놓아 먹은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곡성은 오마이 뉴스로 유명한 오연호 씨의 고향이기도 합니다.섬진강 상류 산골인데 재밌는 것은 그 동네사람 중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거지요.오연호 씨 부모님도 인터넷을 못한다고 하네요.하긴 우리 아버지한테 물어보니 그 동네도 인터넷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합니다.아버지도 못하구요.사실 이 동네는 신문도 안 오고 전기불이 나가도 당장 가까운 가게가 없어서 형광등 살 수도 없습니다.휴대전화 연결되는 것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정도지요.
요즘은 시골 5일장에 가도 한국 특산 누렁이 강아지를 볼 수 없습니다.어렸을 때 시골 장에 가면 저 뒤쪽 공터에 가축시장이 서서 염소,닭,강아지를 팔러 나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강아지들은 크면 중형견이 되는 누렁이 검둥이 흰둥이가 많았지요.이젠 시골에도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애완견이 많습니다.옛날 개들도 귀엽게 생긴 친구들이 많았는데 우리 것을 소중히 하지 못하고 품종개량을 게을리 한 데 다가 중형견이기 때문에 식용으로 많이 써서 남아나지를 않았지요.정말 귀여운 개들이었는데...돼지도 집집마다 한 마리씩 뒤꼍에서 키우던 검은 토종돼지는 이제 없습니다.모두 덩치크고 하얀 랜드레이스를 대량사육하고 있지요.
올 겨울에는 눈 속의 산짐승들을 찾아 산 깊이 들어가 볼까 합니다.표범이나 늑대는 없어도 너구리는 볼 수 있겠지요.운 좋으면 담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섬진강에 수달은 사는데 담비가 있을지 찾아봐야지요.함평과 영광 경계에서 찍은 담비사진을 본 적은 있습니다, 그리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여러분도 고향의 동물 소식 좀 전해주세요.고향 특산물에 대해서 공부를 자세히 해보면 재밌는 것도 정말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