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설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있습니다.물론 그것은 관심범위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요,최근 읽은 세 개 작품 모두가 미국의 지방검사가 나오는데 이 직책이 특이하더군요.우리나라는 일본 쪽 영향을 받아서인지 대륙법 계열이라 영어권 법조계는 아무래도 생소합니다.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심원 제도를 보면 참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만 조금만 더 관심있는 독자라면 지방검사라는 직책 역시 우리와 다른 제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추리소설인 반 다인<그린 살인 사건>과 엘러리 퀸<Y의 비극>은 둘 다 가족들이 하나 하나 살해된다는 끔찍한 설정에다가 전혀 예기치 못한 범인이 밝혀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그러나 제가 이 두 소설에서 특이하게 생각한 것은 지방검사입니다. 선거로 뽑힌다는 것이죠.그러니까 당연히 자기가 속한 정당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이 직책은 얼핏 이 소설들을 읽을 때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관심을 갖게 된 우연한 계기가 있습니다. 

  2006년 말 공지영의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나왔습니다.저도 이 영화를 보았지요.이때는 이 영화에서 사형수를 동정적으로 그린 데다가 공지영의 원작에도 사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서인지 사형폐지 움직임이 꽤 여론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물론 당시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함께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터라 국제사면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를 잠정적 사형폐지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던 분위기도 있었지요.그걸 자랑스러워하기도 하구요.그때 우연히도 디오도어 드라이저<아메리카의 비극>을 읽고 있었습니다.을유문화사 번역본인데 엄청난 두께이면서도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특히 20세기 전반 미국 사회를 마치 기록영화를 보듯 세세하게 묘사했기에 더 박진감이 넘쳤습니다.게다가 사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소설이라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비슷한 문제의식이 겹치기도 했지요. 

  저는 대중예술과 순수예술 경계 나누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굳이 따지자면 미국 문학사에서도 드라이저는 빠지지 않으니 순수예술에 속하는 작가라 할 수 있겠지요.하지만 디킨즈 소설이 영문학사에서 반드시 나오면서도 추리물로도 괜찮은 것처럼 <아메리카의 비극>도 마찬가지입니다.살인혐의로 붙잡힌 청년을 둘러싼 법정의 치열한 공방전은 마치 법정 추리물을 읽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짜릿한 감을 줍니다.특히 여기서 지방검사는 용의자를 차츰 차츰 벼랑으로 몰고 가지요.이 소설을 영화화한 <젊은이의 양지>에는 용의자로 나온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향해 지방검사로 나온 배우가 "그 불쌍한 여인을 이렇게 죽인 거야!"하고 외치는 명장면이 있습니다. 

 <그린살인 사건>과 <Y의 비극>은 몇 번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지방검사라는 직책이 유독 눈에 들어오더군요.추리소설을 몇년에 한번씩 반복해 읽는 제 독서습관에 대해 이상한 취향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무슨 책이든 두번 세번 반복할 때 예전엔 안 들어오던 내용이 새로 들어오고 그러면서 새로운 지식이 생기는 소득이 있으니 그렇게 저평가 받을 독서습관은 아니라고 봅니다.다음 달엔 3년만에 <아메리카의 비극>을 또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지방검사라는 직책이 지닌 애매함-검사와 정치가의 이중지위_을 아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이 없으니까요. 

 엊그제 독파한 대중소설은 산드라 브라운<화요일은 가고>였습니다.브라운은 로맨스 소설의 여왕으로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팬이 있지요.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라기 보다는 형사액션물이라고 봐야겠지요.마약밀매단에게 동료를 잃은 형사가 직접 그 밀매단과 연결된 루이지애나의 지역토호에게 복수하는 소설입니다.우리나라처럼 드릴러물이 고사상태인 나라에서는 형사액션물을 여자가 쓴다는 데 대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까운 일본만 해도 여성이 군사물이나 범죄물을 써서 인기작가가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이 소설에서는 새로 부임해온 지방검사가 지역의 기득권 세력들에게 견제당해 용의자를 결국 무죄방면하는 것을 멀뚱멀뚱 지켜봐야만 하는 장면이 처음에 나오지요. 

 <화요일은 가고>는 1996년작.그런데 이 소설에는 형사가 복수를 결심하고 나서다가 악당두목(놀랍게도 변호사!)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가 있습니다.읽다 보니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군... 하다가 "아하...이거 리처드 기어와 킴 베이싱어 주연<노 머시>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물론 표절은 아닙니다.이런 설정은 범죄물에는 꽤 나오며 작가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새롭고 흥미로운 소설로 탈바꿈시킬 수 있지요.막판에는 마약밀매단에게 정보를 넘겨주는 주 경찰국 내부 간부가 밝혀지고 악당두목도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는 결말입니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디오도어 드라이저를 싸구려 로맨스 작가인 산드라 브라운과 함께 다루느냐"고 노발대발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과민반응 보일 거야 없지요(싸구려라니!).<그린살인 사건>이나 <Y의 비극>은 뉴욕에 대해,<화요일은 가고>는 루이지애나에 대해 여러가지 재미있는 읽을 거리를 제공해 줍니다.읽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서는 이런 대중물에서도 문학사에서 언급하는 소설 못지 않게 여러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그래서 저는 당분간 미국의 대중물을 몇 권 더 읽을 겁니다.지금은 어윈 쇼<태양의 계절>을 읽고 있는데 이 소설은 정계,연예계,노동조합에 대해 상당히 재미있는 읽을 거리가 많이 나옵니다.어윈 쇼의 인기소설인 <야망의 계절>의 속편 격인데 국내에선 희귀본이기도 하구요.그런데 어윈 쇼는 대중소설가인가요,순수소설가인가요? 애매하긴 하지만 저는 그런 건 상관 안 합니다.은방울 자매,펄 시스터즈.핑클,소녀시대,원더걸스,애프터 스쿨 안 가리고 다 좋아하듯 소설도 이것 저것 구분한다거나, 고급예술 대중예술 가린다거나 하지 않고 식성 좋게 다 읽어치울 작정입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9-10-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독재라고 해야 할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10-18 10:14   좋아요 0 | URL
연애가 중요한 생활의 일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연애만 하면서 사는 것은 아닌데 우리나라 드라마는 그게 좀 현실감이 없지요.

카스피 2009-10-2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로 미국에선 로스쿨을 나오면 검사보로 시작하여 지방 검사직에 출마하거나 로펌으로 들어가 실력을 쌓는다고 하더군요.검사든 변호사든 오랜 경력을 쌓은후에라야 판사가 될수 있다고 하더군요.그래선지 미국에선 판사의 권한이 매우 막강한것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0-24 00:11   좋아요 0 | URL
미국 추리물을 잘 보면 미국법조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우리나라는 법정이 나오는 소설이 거의 없지요.
 

  우연히 길거리에서 들은 말인데 우습기도 하고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서 올려봅니다. 

  한나라당은 나쁘지만 힘센 당이고,민주당은 한심한 당이고,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처럼  되고 싶지만 역량이 안 되고,민노당은 저 잘난 맛에 사는 당이고, 진보신당은....그런 당이 있었나? 

 노회찬이 아직도 민노당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9-10-14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남자 좋아하듯 나쁜정당 찍어주는 걸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10-14 23:00   좋아요 0 | URL
공통점은 선택한 뒤 후회한다는 거죠.

순오기 2009-10-1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러 아래글부터 주욱 읽었어요~~
조중독도 문제고 이런 반응도 슬프지요~ ㅜㅜ

노이에자이트 2009-10-14 23:01   좋아요 0 | URL
잉...자주 자주 오세요...

카스피 2009-10-15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윗트가 있는 말이시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10-16 15:57   좋아요 0 | URL
진보신당은 존재감이 너무 없어요.
 

  민주노총이 조합원들의 조중동 구독률 내리기 운동을 한다고 합니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 현재 조합원들의 조중동 구독률이 70%를 넘는다는 것이죠.세상에...현재 조합원들의 구독률은 중앙일보27%,조선일보26%,동아일보17.5% 조중동에 한참 못미쳐서...한겨레14.2%,경향은 고작! 9%입니다. 

  어떤 분들은 조중동 절독운동에 대해서 환호성을 보내기도 하지만 글쎄요...저는 여태까지 민주노총 같은 데서 저 정도의 엄청난 구독률이 나왔다는 데 대해서 착잡함을 느낍니다.조중동이 그동안 얼마나 민주노총을 때리는 기사를 많이 썼는데 아직도 저렇게 많이 읽어주다니,그 정성과 초지일관에 놀라울 뿐입니다.아니면 우리에게 쓴소리해주는 신문이 고맙다는 마음에서인가? 아니면 역시 자전거와 경품이 좋아서? 그리고 지도부에서 인위적으로 조중동 안 보기 운동을 한들 과연 조합원들이 따라올지도 의문이고 또 지도부가 조합원들에게 그런 걸 명령하듯이 하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선뜻 찬성하기가 힘드네요. 

  올 봄 경향신문이 민노총 남성간부가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한 사건을 보도했는데,이 사건의 경과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경향신문의 구독률이 저조한 거야 신문시장에선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저 구독률은 참 뭐라고 말하기가 그렇군요.한겨레에 비해서도...성폭행 사건 보도때 경향과 민주노총이 얼굴을 붉힌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굳이 그 사건 때문에 경향신문 구독률이 저렇게 나온 것은 물론 아니구요.

   시위에서 열심히 조중동을 규탄한 뒤에 집에 와서 태연히 조중동을 봐 왔다니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예전에 대선 때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한나라당 후보 많이 찍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봅니다.조중동이 그렇게 대단한가....이래서야 조중동이라기 보다는 조중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중독은 고치기도 힘든데....

 이수일이 심순애에게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았단 말이냐?'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런 소식을 접하니 "조중동의 자전거와 경품이 그렇게 좋았단 말이냐?"하고 말하고 싶군요.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쟈 2009-10-0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운 구독률이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10-10 00:01   좋아요 0 | URL
아마 바뀌기 힘들 겁니다.

2009-10-10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0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10-1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블랙코미디 같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10-10 15:12   좋아요 0 | URL
씁쓸하지요.

[해이] 2009-10-1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처음 알았는데 조금 놀랍네요. 휴.....;;;; 젛은정보 ㄳ

노이에자이트 2009-10-10 15:12   좋아요 0 | URL
저는 오래전부터 알았어요...

2009-10-10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0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0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0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0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10-1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새삼스러운 일일까요.민주 노총에 가입한 대기업 노조원들이나 노조 간부들,민노총 노조 간부들은 이제 못살고 헐벗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아닙니다.이들은 이제 대한 민국에서 일정한 지분이 있는 기득권층으로 중산층이라 할수 있지요.
이들이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을 때리면서도 이들을 지지하고 구독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들 입장에선 보다 리벌한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자신의 기득권이 깨지기에 겉으로는 이들을 반대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들을 은밀하게 지원하는 것이지요^^

노이에자이트 2009-10-10 15:22   좋아요 0 | URL
하하하...민주노총에서 본다면 발끈할 댓글이군요.민주노총과 전교조에 대해서는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문제제기를 많이 했지요.

흑해 2009-10-12 15:4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초면에 실례합니다. 그거보다는 대중 또는 민중이 "주체"로서 스스로를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노동자나 농민, 아니 대학생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이 처해있는 삶의 조건에 대해 "주체"로서 스스로를 "재현"할 수 있는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게 아닐까요?
케케묵은 얘기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역시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 이론이 요구되는 듯 합니다. 사람들의 삶과 불일치하는데도 조중동이라는 "언어 구조"가 그것을 대표하거나 재현하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거나 언어로써 스스로를 주체로서 재현하지 못하는 그들을 언어로써 재현하는 조중동의 지배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냥 한 번 낡아빠진 이견을 올려 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0-13 15:04   좋아요 0 | URL
이데올로기론 공부를 고려해 보기로 하지요.단 제 페이퍼는 어렵고 학술적인 글은 안 실으려고 합니다.

흑해 2009-10-13 17:4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어렵고 학술적인 방향으로 가자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카스피 님은 민노총에 초점을 맞추고 계시지만 "못살고 헐벗은" 사람들도 조중동만 읽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 분들은 어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 신문들을 읽는 걸까요? 조중동만 읽으라고 법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가피하게 그것이 요구되는 게 아닌가 하고 얘기한 것뿐입니다. 너무 안이한가요?
시간이 나시면 노이에자이트 님이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신문들의 이데올로기 스펙트럼이나 정치적 성향도 올려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의 가디언이나 선, 프랑스의 르 피가로나 르몽드, 일본의 마이니치, 산케이나 요미우리, 미국의 월 스트리트는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 한 번 얘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다른 때보다 좀 더 흥분하면서 이 글을 썼네요. 이 번 얘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0-14 15:06   좋아요 0 | URL
가난한 사람들은 정치의식도 가난하다는 말이 있지요.부자들에 대한 맹목적인 적대감은 기껏해야 막가파식 범죄나 파시즘의 돌격대를 뒷받침해주는 노릇밖에 못합니다.

신지 2009-10-11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온서적 보지 말라는 거나.. 조중동 보지 말자는 거나 그 나물에 그 밥이죠. ㅎ

노이에자이트 2009-10-11 14:05   좋아요 0 | URL
외국에서도 유명언론사들이 쓰러지고 특히 신문시장이 그런 것 같습니다.우리나라도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건 아니구요.

로베스피에르 2009-10-1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껄껄껄 이젠 지상파도 조중동과 다를 바 없지 않소. 어차피 그게 우리 삶을 규정하는 조건이오. 중독되지 않는 방법,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을 거요. 그런데 지지율 50퍼센트 이상은 어떻게 해서 나오는 수치인지 원....
살아가면서 인간은 권력에 저항하기도 하지만 권력에 아부하고 굴종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더 절감하게 되오. 누구나 그런 모순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오. 문화대혁명에서도 그런 인간들의 모습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지 않소.
대중 또는 민중을 신뢰하는 것이 그들이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는 신앙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난 그게 마오의 한계였다고 보고 있소. 여론을 믿지 마라 이 말이 하고 싶었소. 주인장 님.

노이에자이트 2009-10-14 15:07   좋아요 0 | URL
으하하...동의합니다.
 

  남의 돈 먹기가 쉬운 줄 아나...돈벌기가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하는 말입니다.연속극에서도 자주 나오는 대사더군요.그런데 이 말이 참 이상하다 못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내가 열심히 일하면 내 노동력을 요구한 사람은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해야 합니다.그런데 그것이 왜 남의 돈인가요? 그 사장님이 자기 돈을 내게 주는 건가요? 얼마나 마음씨가 좋아서 자기 돈을 내게 준답니까? 

  힘들여 일하는 직원을 '내 돈 빼먹는 것들!'이라고 여기는 고용주가 있고,그런 고용주들의 기세를 올려주는 '남의 돈 먹기가 쉬운 줄 아나...'하는 말은 이제 쓰지 맙시다.우리나라 사장님들도 직원들에게 월급 주는 걸 마치 은혜라도 베푸는 양 생색내지 말구요.밀린 월급 좀 달라고 하면, "누가 떼먹는데? 왜 이렇게 보채는 거야? 나도 내코가 석자나 빠졌다구!"하면서 요리조리 차일피일 미루고...그러다가 밀린 월급 주는 날엔 숭고한 선행을 베푼다는 듯 온갖 거드름을 다 피우지요. 

 이런 화상들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야! 이것들이 은혜도 모르고 말이야...너희들이 누구 덕에 먹고 사는데...오갈 데 없는 것들을 거둬 줬더니 고마운 줄을 몰라...하옇든 머리 검은 짐승 거두는 게 아니라는 옛말이 그른 것 없다니까...그래! 너희들 없어도 이 회사에 취직하겠다는 사람들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에이 이런 놈들 데리고 내가 미쳤지..."

  월급이 제때 안 나오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날에 꼬박꼬박 월급 주는 직장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릅니다.물이 끊기기 전에는 물의 고마움을 모르듯,월급날 월급 받는 사람들은 월급날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해괴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타들어 가는 속을 모르지요.체불임금에 상심해 있는 사람에게 "남의 돈 먹기가 쉬운 게 아니야..."하면서 마치 인생의 진리라도 가르쳐 주는 양 고담준론을 읊는 사람들에게는, "여보쇼! 왜 그 돈이 남의 돈이야!"하고 한바탕 하고 싶겠지요. 

  이런 악덕 업주를 잘 그린 장편이 있습니다.유순하<생성>(풀빛)과 이문열<미로일기>(양우당).둘다 노조와 기업주의 충돌을 그리는데 주인공이 대학물 먹은 사무직 직원입니다.이문열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갖기 힘든 독자도 많겠지만 그의 이야기 솜씨는 역시 빼어나지요.<생성>은 아직도 시중 서점에 있지만 <미로일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입니다.저는 두 작품 모두 읽은지 꽤 오래 되어 어번 달에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회사에서 월급도 못받아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명절날 비호감 친인척이 "그런 직장 그만두고 딴 데 찾아보지 그래...자네도 이제 애들 생각도 해야 하고..."하면서 생각해 주는 척 속 뒤집는 소리를 한다면, 진짜 명절날이 징글징글할 것입니다."네가 내 아이 공책 한 권을 사다 줘 봤냐?"고 한바탕 하고 싶지만 참으십시오. 

  동네 어느 집에서 추석날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그런 말다툼은 모두 어느 한쪽이 말을 함부로 하는 데서 발단합니다.그런데 말 함부로 하는 버릇은 나이 먹었다고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어렸을 때 몸에 붙으면 평생 가도 그 버릇 못 고치지요."남의 돈 먹기가 쉬운 줄 아느냐"하고 말하는 버릇도 일단 몸에 붙으면 떼내기 힘듭니다.쥐꼬리만한 월급이라고 하지만 그런 적은 월급이라도 제 때 제대로 받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월급쟁이들이 세상엔 많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9-10-0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장들은 자기가 먹여살리는 직원이니 개인적 일 까지 부려먹는 걸 정당화하죠.

노이에자이트 2009-10-08 22:17   좋아요 0 | URL
공과 사 구별 못하는 것은 비단 직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학교나 군대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적으로 부려먹지요.아주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얼마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알게 된 노래 하나...이미자 누나에게 이런 노래가 있었나...하고 새로운 느낌이 드네요.하기야 제가 이미자 누나 노래를 다 아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죠.노래 가사도 구슬프고 다소 청승맞기도 해요.원래 트로트가 다 그렇죠.그런데 이 노래  작사 작곡가를 모르겠네요.맘에 팍 드는데... 

 슬픈 인연도 있고 괴로운 인연도 있지만 짖궂은 인연,심술궂은 인연도 있지요.인간의 만남을 주관하는 신이 장난 한 번 쳐보자고 했는데 정작 만난 당사자들끼리는 웬수 같은 사이가 되어 상처만 남기고 헤어지는 경우입니다.이 노래 가사가 그런 만남을 그리고 있군요.

  명절 직후 싸우고 헤어지는 부부가 많다고 하네요.이왕 헤어질 것, 아예 미련 없이 헤어지라고 이 노래를 선물로 주고 싶군요.헤어질 용기도 없으면 그냥 참고 살던가...자식들 앞에서 부부싸움하면서 육두문자 쓰면 교육에도 안 좋으니 그럴 거면 그냥 헤어져야 좋을 부부도 있더이다.여하튼... 

  노래 제목:타인     가수:이미자(진짜 노래 잘하는 여인.정말 가수 중의 가수 아닌가요?) 

   우리는 타인이었고 지금도 타인이지만 짧았던 한 순간의 짖궂은 만남도 있었지 

   우연히 시작되었던 그날의 작은 인연이 내 야윈 가슴 속에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아 

   그렇게도 빨리 끝날 인연이라면 맺지 못할 사랑이었다면 

   처음부터 우리 서로 만나지도 않았어야 좋았을 것을  

   심술궂은 그 인연 하필 우릴 찾아와 왜 이다지 가슴 아프게 하나 

   그렇게도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당신과 나였나 

 

   ***트로트 노래 가사는 왜 이리 직설적이고 민망한지...그래도 음미하다 보면 맞아...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지요.하기야 저는 제 친구들이 이지연,김완선 좋아할 때도 60년대의 트로트를 수십곡 알고 있었으니 괴이한? 취미이기도 하지요.그런데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이런 노래를 새로 알게 되어 좋네요.인터넷이 이럴 때 유용하군요.편곡도 상당히 세련된 곡이니 관심 있으면 한 번 들어보시고 맘에 들면 배워 보세요.저는 성묘 마치고 돌아와 어제 다 배웠답니다. 

  ***예전부터 이상하다 느낀 건데 제 노래 키가 이미자 누나와 똑같아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머큐리 2009-10-0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노래 키가 이미자 누나랑 똑 같다는 말입니까???
서프라이즈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0-05 22:42   좋아요 0 | URL
네...다른 가수 것은 남자 것도 잘 안 맞는데 이상하게 이미자 누나 것만...

비로그인 2009-10-0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나이들어도 트로트는 가까이 하지 않을거야 라고 나름 다짐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안되더군요. 듣는 맛 부르는 맛이 다른 장르와 남달라요.

노이에자이트 2009-10-05 23:44   좋아요 0 | URL
저는 사춘기 때 트로트의 맛을 알고 지금은 걸그룹 노래 맛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