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습니다.홧김에 한 일 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자기 성질을 못이겨서 마구 퍼붓다가 나중에 아차! 해보면 이미 늦지요.그래서 성질 좀 죽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자기 성질 못이겨서 성질 부리고 호통치고 하는 성격을 미화하여 '뒤끝없다'고 평가하는 게 유행인 모양인데 글쎄요...뒤끝없다는 말은 좋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냥 성질이 더러울 뿐입니다.뒤끝없는 사람과 뒤끝없는 사람이 부딪히면 난리가 나지요.서로를 용납 못하니까요.남의 속 확 뒤집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자기 속 뒤집히는 걸 참는 사람 못봤습니다.
블로그에 글쓰는 것도 마찬가지지요.직장에서 누군가와 다투거나 혹은 꼴보기 싫은 이를 본 뒤에 분노에 떨면서 자판을 두들겨서 쓴 것 같은 글을 읽어보면 불쾌한 마음이 앞섭니다.이런 글은 자기 일기장에 써서 장롱 속에 감출 일이지 왜 여러 사람이 보는 인터넷에 올리나...하는 생각이 들지요.누군가 가족이나 배우자와 다툰 직후에 쓴 것 같은 글도 읽으면 짜증이 납니다.화목하게 지내는 걸 올린 글을 읽다가 이런 짜증나는 글을 읽으면 인도에 뱉어놓은 가래침을 본 기분이지요.
사람의 다툼이라는 게 자세한 사연을 알지 못할 때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옛 속담대로 안방에 가서 들으니 시어머니 말이 맞는 것 같고 부엌에 가서 들으니 며느리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게다가 자기 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게 쓰는 게 인지상정이니 블로그에 쓴 말만 가지고는 역성들어주기도 좀 뭣하지요.인터넷 상에도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는 그런 글에 서로 댓글 달아주면서 훈훈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다수의 제3자가 보기엔 "이 사람들 뭐하는 거야..."하고 혀를 끌끌 차고 싶은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기본이 안 된 사람을 보면 어린이들이 지켜야 할 것을 안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공중예절을 지켜라,신호등을 지켜라,약자를 도우라...등등...아마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인터넷 예절을 배울 것입니다.인터넷을 성질부리는 도구로 쓰면 안되지요.어린이 여러분! 하고 선생님이 물으면 어린이들도 예! 하고 씩씩하게 대답할 것입니다.그렇습니다.어린이 때 배운대로만 따르면 됩니다.
분노가 치밀 때는 우선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추스려야지요.저도 어저께 화가 나는 일이 있었습니다만 조금 자제하고 하루가 지나니까 좀 나아졌습니다.그 순간을 못참고 만약 이 곳 페이퍼에 글을 올렸으면 우스운 인간이 되었을 것입니다.그리고 나중에 그런 글을 제 스스로 읽어보고 얼마나 후회할까요...요즘 말로 손발이 오그라들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장롱 속에 숨겨두는 일기장이 아닙니다.누군가가 읽고 공감하는 글도 있겠지만 이런 글을 왜 이런 데에 올리나 하고 짜증을 나게 하는 글은 쓰지 않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지요.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블로그에 짜증과 분노를 있는 그대로 올리는 사람은 옆사람은 생각않고 갑자기 휴대전화에 대고 빽!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성질 더럽구만...기본이 안된 인간 아닌가? 세상에 자기 혼자만 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