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의 실험! 인권이 학교담장안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소망을 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안...이 실험에 대해 찬반 양론이 뜨겁습니다.어떤 이는 김상곤 교육감이 하는 일이 그동안 한나라당 경기도의원들에게 번번히 방해받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학생인권에 관심이 없다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인터넷 논쟁에서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그러나 과연 그런 것일까요.진보적인 색을 표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체벌과 복장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입니까?
사상이나 이론으로 보면 진보적인 사람들이 자기 직업이나 생활,인습 등과 관련해서는 철저히 보수적이다 못해 고루한 사람으로 변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구름 위의 고담준론에서는 온갖 인도주의가 어쩌네...평등이네...사랑이 어쩌네를 외치면서 자기 실생활에서 이를 지키는 사람은 의외로 없습니다.민주주의를 역설하던 남자가 자기 처자식들에겐 철저히 가부장제적인 독재를 휘두르기도 합니다.여성인권을 소리 높여 외치던 이가 자기 며느리나 올케에겐 시댁에게 순종하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합니다.조선일보를 규탄하던 집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열심히 참여해놓고 집에 와서는 여전히 조선일보의 애독자가 됩니다.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들 수 있숩니다.
그러면 학생체벌이나 복장규제에 대해서는요? 과연 진보적인 가치를 신봉한다는 사람들은 학생인권에 대해 정말 민감한 감수성이 있을까요? "요즘 애들은..."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바람직한 태도를 지니고 있을지? "이보라구...나도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길 바라는 사람이야.하지만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구!" 한다든가..."애들에게 두발자유화를 허용해봐...머리에다 물들이고 난리도 아닐 걸...그래가지고 통제가 되겠어? 뭐? 나보고 보수적이라구? 이봐! 이래뵈도 내가 왕년에 운동했다구! 최루탄으로 비빔밥을 해먹으면서..."등 등.
20~30대는 젊으니 학생인권에 대해 좀 전향적일 것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기성세대와 똑같이 "학생체벌은 있어야 해.요즘 애들은....운운..."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지금의 40대 초반중에는 교복자율화의 혜택을 받은 이들도 있습니다.전두환 정권 때 교복을 없앤 일이 있지요.그때 중고등학교를 다닌 이들입니다.이들 중에는 자기들은 그런 혜택을 받아놓고 "학생들은 교복을 입어야 해.특히 머리 기르는 건 안 돼! "하는 말을 스스럼 없이 내뱉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번 학생인권조례안 중 학생들의 자치권 집회보장 등에 대해서 "전교조의 입김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인데,그건 잘못 짚은 겁니다.전교조 소속 교사들도 학생들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대하는 습성을 못고친 이들이 의외로 꽤 있습니다.학생들의 인권문제는 전교조 소속이냐 혹은 교총소속이냐의 문제와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꽤 진보적이라고 자랑하는 교사인데 학생들의 복장이나 체벌문제에 대해서는 의외로 완강한 사람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 글 바로쓰기 운동가로 알려진 이오덕은 교육현장의 민주화를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외친 실천가이기도 합니다.그는 아예 '사랑의 매'라는 단어를 없애야 한다고 후배 교사들에게 호소했습니다.어린이나 청소년에게 호통치고 군대와 같은 질서를 강요하는 독재적인 발상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하지만 지금도 이런 호소는 먹혀들어가지 않습니다.가장 상투적인 방어벽은 이런 것입니다."에이 여보쇼...현장에서 일하는 교사 입장이 되어 보라구.그런 이상이 먹혀 들어가나...당신도 애 낳아 봤을 거 아니오? 요즘 애들이란...아유! 말을 마시오...우리 땐 선생한테 맞으면서도 아무 말 못했어...그저 감사하게 생각했지...어디서 고발을 해?...세상 말세지...뭐? 이오덕이 어쩌구 저쩌구 했다구? 그 자식이 누구야!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 이야기를 하고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