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진보적 언론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그 반면, 기업은 기업이지, 진보적 가치를 표방한다면 그런 존재가 과연 있기는 있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저는 요즘 들어 관대함과 체념이 뒤섞인 태도로 점점 변해가고 있습니다.요즘 경향신문에 나오는 광고를 보면 고개를 갸웃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요즘 경향신문이 어려우니 이런 광고도 내는구나..." 하고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작년에 신해철이 유명입시학원 광고에 나왔다고 욕을 많이 먹은 적이 있습니다.그때도 저는 "신해철이 무슨 독립지사도 아니고,너무 과민반응이네.교사들도 자기 자식들은 학원 보내고 조기 유학 보내는 세상에 왜 신해철만 가지고 저 난리냐? "하고 생각했습니다.경향신문도 종종 하단에 기숙학원 광고를 냅니다.사설에는 사교육 문제를 우려하는 내용을 내보내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너무 엄격한 잣대를 내세울 필요 없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편이지요.
작년 11월 26일 목요일 3면에는 '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위원회'가 "대한민국이 2010년 G20을 개최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기대됩니다.FTA시대'라는 광고를 냈습니다.서민경제와 일자리 창출의 기초 FTA라고 씌어 있네요.저는 최근 들어 세계화에 대해 근본주의적 거부를 하는 주장에는 거리를 두게 되었기 때문에 경향신문에 이런 광고가 실리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고 여깁니다.이런 것까지 시비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좀 우스꽝스런 광고도 있습니다.같은 날 18면에는 전면광고로 '미소 이름학회'라는 데서 작명학 강좌,내 아이 이름 내가 짓는 법 세미나 등과 2010년 서울 시장 출마예상자의 이름풀이로 본 운세가 길게 나왔는데 손석희 씨가 유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그외 오세훈,나경원,정두언,추미애,노회찬,박원순 등의 운세를 보여주는데 유시민 씨는 이번에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네요.
이건 좀 그렇다...하는 광고는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진보를 표방하는 경향신문의 정체성 문제로 번질 것 같은 광고지요.하나는 작년 11월 12일 목요일 30면 한국기독교 총연합회(약칭 한기총)의 창립 20주년 기념예배를 알리는 광고입니다.'나라와 민족을 위한 비상 특별 구국 기도회'인데 아다시피 이 무렵은 11월 10일에 서해 교전이 일어나기도 했고 좀 뒤숭숭했지요.그런데 한기총 구국 기도회가 무슨 행사인지 대충은 알지 않습니까.신임회장인 엄신형 목사도 당연히 행사에 나온다고 공고했는데 이 분은 '뉴라이트 기독교 수석 상임회장'입니다.
또 한 광고는 성탄기념용? 광고인 작년 12월 24일 23면 광고입니다.김동길 박사 강연 '자유민주주의의 미래'를 강남교회에서 다음날 한다는 내용입니다.그 교회 담임목사인 김성광 목사의 책도 광고했더군요.김동길 씨는 연세대 교수를 했던 바로 그 김동길입니다.그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지요.그리고 김성광 목사는 이 광고 나가기 며칠 전인 12월 7일에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강의 하면서 " 나라가 좌파에 끌려나간다...운운...박근혜도 시끄럽게 하는데 시끄러운 닭은 잡아먹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이 때문에 박근혜 지지자들에겐 전여옥 의원과 함께 공적 1호의 지위를 다투게 되었지요.
동생은 "경향신문이 김동길 강연을 광고 해주다니...그런 광고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서 실어주는데..."하면서 상당히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저는 "언론기업도 기업이여...그러려니 하자..."고 했지요.동생도 이팔청춘은 아닌지라 그 정도로 넘어갔습니다.노무현 서거 얼마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대근의 '굳바이 노무현'이라는 칼럼과 서거 당일 배달된 김건중 신부의 칼럼'시계나 주우러 가자'에 분노했던 제가 불과 몇 달 만에 무골충 같이 변한 원인이 무엇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성인군자가 되어 가는 단계는 분명 아닌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