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1922~2010)과 오다 마코토(1932~2007)는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통해 알게 된 뒤 우정을 쌓아나간 사이입니다.오다 마코토는 9,11이후의 세계정세와 반전평화운동을 다룬 <전쟁인가 평화인가>(2004 녹색평론사)를 통해서 하워드 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다음은 이 책에 있는 일부 내용(113~114쪽)을 제가 요약하여 재구성했는데 하워드 진이 오다 마코토에게 이야기하듯 풀어쓴 것입니다.
---2차대전 당시 나는 폭격수였소.B-17을 타고 유럽 도처를 폭격하러 다녔지.독일,프랑스,헝가리,체코 등...나는 임무수행에 어떤 의문도 품지 않은 군인이었소.하지만 내가 전쟁에 대해 이건 아니다 하고 생각하고 회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소.독일 패전 3주 전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가까운 로와이안이라는 작은 마을에 대한 공습이었소.
---내가 받은 명령은 그 작은 마을에 아직 천명 정도의 독일 병사가 있어서 위험하니 그들을 격멸하라는 것이었소.사실 이 독일병사들은 주력부대에서 낙오되어 다만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상태였지.미군 측은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그곳에 1300대나 되는 폭격기를 동원하여 공습을 가했소.살상도구 중에는 46만갤론의 액체 소이탄이 있었는데 이것은 후에 오사카 대공습 때 투하한 네이팜탄의 초기 단계였지.독일 병사들은 문자 그대로 몰살당했고 인구 2만명의 피서지였던 르와이안도 박살이 났소.시민들도 많이 죽었단 말이오.아니 이건 살해된 거요.그게 정확한 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불필요한 공습이었소.하지만 이 공습을 한 이유가 세개가 있었지.나는 그 사정을 <독립선언-미국의 이념에 대한 반대심문>에 이렇게 썼소.첫째,신형 살상무기인 네이팜탄 실험.두번째,이 정도의 비행기와 탑승원이 있다면 그리고 여기에서 그들도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폭격을 해야 한다는 것,마지막으로 프랑스 장군들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 뭔가 영광을 얻고 싶어했던 것이오.
---나는 전쟁이 끝났을 때 내 소지품을 꾸려 싸면서 종이에다 "이런 일은 두번 다시 안 한다"고 썼소.그때는 물론 내가 평화운동에 몸을 바치겠다는 생각은 하기 전이오.하지만 뭔가 이런 일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느꼈던 것이오.
---전쟁이 끝나고 난 후 나는 내가 폭격하고 돌아다닌 유럽 도시들을 방문했소.그리고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목격했소.전쟁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결심한 나는 그 뒤 베트남 반전운동에 투신했지. 그러면서 오다 마코토 당신도 만나고 말이오.
**** 하워드 진이 투신한 흑인민권운동,베트남전 반대운동에 대해서는 그가 쓴 <미국민중사>하권에 자세히 나옵니다.오다 마코토는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거쳐 남한의 군사정권과 일본 우익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게 되었고 이로 인해 군사정권 시절 한국방문이 불허되었습니다.<전쟁인가 평화인가>는 2003년 봄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던 무렵 오다 마코토가 녹색평론사의 김종철에게 직접 선물로 주었고 이규태 양현혜 공역으로 국내에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하워드 진이 87세를 일기로 27일 영면했습니다.저승에서나마 오다 마코토와 만나 우정을 계속 쌓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