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 자식이 철학과를 지망하겠다고 하니 학비를 끊겠다고 위협하는 부모...철학과 대학원을 가겠다면 등록금 대주기를 거부하는 학부모의 사례를 학생들로부터 접할 때마다 교수로서 느끼는 자괴감은 참으로 괴롭다. 

  이택광(경희대 교수): 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자기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직원들이 인문학적인 사고(기존체제에 비판적 거리를 확보하는 사고)를 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노자(국립 노르웨이 오슬로 대 교수): 인문학의 위기는 결국 사회성의 위기다.승자독식의 '공부의 신' 사회에서는 인문학은 없다.

  ***요즘 폐과 대상으로 오른 학과는...철학,사학,국문학,불문학,독문학 등...사회과학 중엔 사회학...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영국에도 고전학,철학이 폐과되는 대학이 늘고 있군요.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10-07-1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이 취업전사를 키우는 양성소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저런 과들이 사라진다는 건 진정한 배움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5 16:21   좋아요 0 | URL
축 처진 제자들을 보는 해당학과 교수들의 마음도 괴롭겠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7-1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과학이 근대 학문의 왕자랬는데, 요샌 그 자리도 위험하죠. 제 분수를 모르는 법학이 몸뚱이를 불려 그저 사회과학의 대표인양 처신하구요. 한 축이던 경제학은 어깨에 힘이 쭉 빠진 듯 합니다.
후배 중에 임상심리학을 전공하는 이가 있는데, 심리학과 대학원도 쓸모가 있다 싶은 임상 쪽에만 줄을 선다 합니다. 프로이트와 융도 모르는 심리학 전문가를 봐야만 하는 시대인 듯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5 17:04   좋아요 0 | URL
법학과는 수험법학이라는 이름의 괴물 때문에 제자리 찾기가 쉽지 않지요.프로이트와 융도 모르는 심리학 전문가라...참...착잡합니다.

마늘빵 2010-07-1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제 얘긴줄 알았네요. 아버지가 그랬는데... ^^ 결국 주시긴 했지만.

노이에자이트 2010-07-15 17:06   좋아요 0 | URL
아...실제로 그런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군요...

BRINY 2010-07-1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버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회사에서 장학금 주는 대학을 가야만 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6 16:14   좋아요 0 | URL
사연이 많군요...

비로그인 2010-07-1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자식만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막상 자식이 다 자라 인생을 즐기려하면 비난하는 자들 역시 부모죠.

LAYLA 2010-07-15 23:09   좋아요 0 | URL
오......

노이에자이트 2010-07-16 16:15   좋아요 0 | URL
인간이란 참...

gimssim 2010-07-15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 마음은 그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저도 우리 아들이 인문학부에 지원해 역사학과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마음이 많이 착찹했어요. 기초학문이 필요하긴 하지만 하필 내 아들이 왜? 하는 생각이... 바로 말하자면 그거 해서 어떻게 밥먹을려구? 하는 생각이...
결국 제가 마음을 바꿔먹었고, 아들은 제 갈길 가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6 16:42   좋아요 0 | URL
그런 일로 부모자식 간에 불화가 생기는 일도 많다는데 다행이군요.

카스피 2010-07-15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들을 탓 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요.이른바 일류대인 SKY정도를 나오면 혹시 기업체에 취직할수도 있으지 모르지만 일반 대학 철학과등을 나오면 갈 수 있는곳이 대학 교수 자리밖에 없는데 아시다시피 석,박사를 따도 시간 강사로 십 수년을 보내는데 과연 어느 부모가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노이에자이트 2010-07-16 16:42   좋아요 0 | URL
미묘한 문제길래 알려진 지식인들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자하(紫霞) 2010-07-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저는 언젠가 대학원에 가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했더니
주변인들 반응이 밥먹고 살기 힘들겠다였어요.ㅡ.ㅡ;

노이에자이트 2010-07-16 16:19   좋아요 0 | URL
등록금을 못내주겠다는 반응보다는 낫지요.

lazydevil 2010-07-1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이택광 교수의 말처럼, 현 기득권 세력은 인문학을 외면하는 세태가 반가울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방기하는 지도 모르죠. 벤야민이나 아도르노를 전공한 보수주의 지식인을 상상하기 힘들잖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7-16 16:21   좋아요 0 | URL
지적인 장식물로는 괜찮다고 여기겠지요.

순오기 2010-07-16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는 고2 아들한테 철학이나 심리학 쪽은 어때? 라고 권하는데...
진짜 밥벌이 하기는 힘들까요?ㅜㅜ

마늘빵 2010-07-16 00:55   좋아요 0 | URL
진짜 밥벌이하기는 힘듭니다. ㅋㅋㅋ 그건 감수해야...

2010-07-16 04: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포괄적 밥벌이(행복,만족,자유,명예..)'의 수단을 얻기 위하여 대학엘 가고 직업을 갖는 것이 목적이라면 구체적이고(과학기술분야) 현실적인(법상계열) 학과를 선택할 필요가 있겠지만, '밥벌이'란 인생에 필요한(때로는 사소한) 도구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인생의 충분한 목적이 돼서는 안되겠지요. 최소한 9만리나 남은 '본격 인생'을 막 출발하는 젊은이에게는 말입니다. 아드님의 행운을 빕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6 16:20   좋아요 0 | URL
댓글들이 다들 우울하네요.

순오기 2010-07-21 01:56   좋아요 0 | URL
댓글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푸른바다 2010-07-1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시기야 말로 인문과학 사회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 사회과학은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고 기본적인 수요는 계속 유지될 것 입니다. 남들이 안할 때 해두면 인정받는 날이 올 것입니다. 물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시켜야 겠죠.^^

노이에자이트 2010-07-20 15:32   좋아요 0 | URL
희망적인 댓글을 보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열심히 합시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부유층이든,빈곤층이든 존경받는 어른이 없을까...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청소년들이나  젊은층들이 "우리가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고 하는 비율이 더 높을까...여러가지 학문적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최근 발견한 이윤상(한국성폭력 상담소장)씨의 글('폭력을 묵인하는 사회' 경향신문 시론 2010년 7월 1일 목요일자 31면)은 그 원인을 아주 간단하면서도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인용하겠습니다. 

   ---강자와 약자가 뚜렷이 나뉘고,약자에 대한 배려와 책임의식이 없는 사회는 폭력을 묵인하고 더 나아가서 용인하는 사회다.어린이들에게 예의라는 이름으로 권리가 아니라 복종을 가르치는 사회,어른이라는 사실을 책임이 아니라 권력남용의 기회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면 폭력은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어른이 아이에게,남성이 여성에게,힘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행하는 물리적 언어적 정서적 폭력은 정신이상자나 인면수심의 사람만이 하는 행동은 아니다.사람도 아니라며 손가락질 당하는 가해자는 갑작스럽게 생겨난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바로 이런 사회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10-07-1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은 경쟁을 유치원때부터 시작한다니 경쟁하고 동무를 미워하는 것 말고 더 무엇을 배우겠나싶어서 앞으로 올 사회가 더욱 두려운듯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4 20:58   좋아요 0 | URL
우리는 그런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어떤 어른인가를 자문하고 반성하면 두려운 사회는 안 되겠지요.그렇게 경쟁하고 동무를 미워하게 만든 사람들은 성인들이니까요.

blanca 2010-07-1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점이 의아했어요. 왜 우리나라에는 존경받는 부자가 드물까. 또 노인 문화가 없을까. 그런데 저부터도 벌써 나이드신 분들의 훈계나 과거 타령을 슬슬 피하게 되니.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문화인 것만은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요새는 많이 좋아지고 있기는 한데.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는 문화라는 지적이 참 절망적이면서도 맞는 것도 같고 그러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07-15 15:58   좋아요 0 | URL
바로 밑의 페이퍼에 제가 쓴 글을 읽으시면 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잉크냄새 2010-07-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글귀가 어떻게 한국 현실과 조금의 빈틈도 없이 꼭 들어맞을까요.
전부 아니면 좋겠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아니다 라고 말할수 있는 나라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5 16:16   좋아요 0 | URL
어린이에게 예의를 강조하면서 결국은 복종을 강요한다는 표현이 팍 와닿지요...

비로그인 2010-07-1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명쾌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07-17 15:34   좋아요 0 | URL
글이란 이렇게 써야 함을 보여주는 모범입니다.

카스피 2010-07-1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일제 식민지시대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과거와 커다란 단절을 겪게 되었다는데,이후 오로지 돈이면 최고라는 천민 자본주의가 유입되고,돈과 권력이 서로 공생하다보니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나 부정 부패가 만연되어 국내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것이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하는군요 ㅜ.ㅜ

노이에자이트 2010-07-17 15:36   좋아요 0 | URL
조선시대 때의 부정부패도 대단했지요.이건창이나 이익의 책을 읽어보면 어이구...말이 안 나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려면 먼저 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열린 마음은 겸손한 마음입니다.내가 배울 것이 뭐가 있느냐! 나도 알만큼 안다는 식의 마음으로는 배울 수가 없습니다.그러고 보면 꽉 닫힌 마음이야말로 오만한 마음입니다.그리고 배우려는 마음은 편안함과 익숙한 것에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됩니다. 

  새로운 것을 경계하는 것은 알고 보면 자기의 약함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태도입니다.진정 강해지고자 하는 자는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학력이 낮고, 사회적 지위가 보잘 것 없어도 그런 것에 개의치 않습니다.배우기 위해서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아야 합니다.결국 용감한 사람이어야 배울 수 있습니다. 용감한 사람은 겸손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겸손하게 배우면 강해지고 젊어집니다.늘 새로운 것에 귀를 여는 사람은 마음이 젊은 사람입니다.고루한 인습에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마음이 늙은 사람입니다.그의 실제 나이가 몇살이든 상관없습니다. 

   인격도 지혜도 없고, 내놓을 것은 밥그릇 숫자 밖에 없으면서도 남을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늘 훈계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지요.이런 이들을 속칭 꼰대라고 합니다.꼰대가 되기는 쉬우나, 지혜를 갖춘 어른이 되기는 어렵습니다.권위주의로 가득찬 사회에서는 잔소리와 훈계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는 넘치지만 지혜를 갖춘 어른은 찾기 힘듭니다.잔소리는 넘쳐나지만 거기서 배울만한 알맹이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나는 나보다 더 어린 인생의 후배들에게 꼰대같은 존재인가 자문자답해 봅시다.지혜도 없으면서 고루한 잔소리만을 반복하는 이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그저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면 욕은 안 얻어먹는다.중간이라도 간다...이 말이오! 그러나 배우기 싫어하는 인간일수록 남을 가르치려드는 것을 좋아한다니 세상엔 꼰대만이 넘쳐나는군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azydevil 2010-07-1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문해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3 19:23   좋아요 0 | URL
하하하...호쾌한 사나이가 됩시다.

비로그인 2010-07-1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앞에 한 사람이 그늘에 자리잡고 앉아 구걸을 하고 있었어요. 머리 희끗한 사람이 동전 몇개를 그의 바구니에 떨궈주며 일장 훈계를 하더군요. 걱정스러운 장면이었어요. 저 영감 저러다 저 자리에서 이승과 이별하는 건 아닐까 하는.

노이에자이트 2010-07-14 17:43   좋아요 0 | URL
아이고...남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불치병이지요.
 

  어제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2012년 예정이었던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를 2015년으로 연기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전작권 환수 연기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외쳤던 사안이고,현 정부는 물론 보수 메이저 신문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했습니다.미국의 인사들 중에서 한국정부와 뜻을 같이 하는 인사들을 찾아 인터뷰하는 기사를 수시로 내보냈으며 사설을 통해,그리고 세미나 등을 통해 여론형성에 온 힘을 경주했습니다.이제 소원을 성취했군요. 

  지금이야 전작권 환수 문제는 '노무현은 환수를 추진했고 이명박은 연기를 추진했다'고 대립각이 분명한 사안이었지만 이 문제도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복잡합니다.보수주의자들이 그렇게 숭배하는 박정희야말로 전작권 환수를 강력히 희망했던 인물이었지요.1976년 8월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미군들을 도끼로 살해하자 그 보복으로 특공대를 북파하여 응징하려고 했는데 주한미군이 반대하자 작전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고 하지요.특히 그의 임기 말년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한국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고 지적하는 소위 인권 외교로 한미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박정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작전권을 가져와야겠다"고 이를 갈 정도였습니다.심지어 미국에 대해 강도높은 비난도 서슴지 않았는데 제일 압권은 1976년의 워싱턴 정전 사태에 대한 언급입니다."미국이란 나라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정전이 잠깐 났다고 수도가 치안마비가 될 정도로 도둑과 강도가 들끓느냐!"는 것이죠. 

  물론 박정희의 이 언급은 당시 카터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독재에 대해 우려하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 데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왜 내정간섭하느냐는 것이지요.재미있는 것은 워싱턴 정전에 대한 이야기는 전 한양대 교수 리영희 씨가 자주 언급한다는 것입니다.물론 리 씨는 원싱턴 정전과 비교하여 중국 당산 지진 당시 중국인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대조하여 사회주의형 인간의 도덕성을 강조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하지만 요즘 좀 극단적인 친미주의자들이 박정희를 숭배하는 것에 비추어 본다면 박정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정부 간에 전작권 환수 협상이 한창일 때 한나라당 의원 여러명이 미국 정부에 직접 전작권 환수 연기 운동을 하러 간 일이 있었습니다.당시 일부 여론에서는 "이게 무슨 조선시대 때의 조공이라도 하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한나라당 의원 한 명이 아주 유명한 말을 한 마디 했지요."지금 우리는 미국에 조공외교라도 해야 한다!". 이제 그 조공외교의 결실을 거두게 된 것 같군요. 

   현 정부의 주요 포스트에 있는 남성들은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하여 군대면제자가 많은 것 때문에 이것 저것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만 이런 식의 비아냥은 초점이 빗나가는 때도 많습니다.왜냐면 천안함 사태 때도 그렇고, 지금의 전작권 환수 연기 문제도 그렇고 우리나라 퇴역장성이나 군 관련 단체들(군대 경험이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모인 단체들)은 현정부와 입장이 거의 동일합니다.군대 안 갔다 온 사람들이니까 저런 일을 추진하는 거다...하고 비난한다면 직업군인이었던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겠습니까? 이런 때는 군대 갔다 오니까 저런 것이다고 할 건가요? 군대를 갔다 와도 한나라당을 변함없이 지지하는 남자들도 많습니다.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 중 상당수가 면제자이건 아니건 그 지지율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도 한나라당에 묻지마 투표로 충성하는 사람이 많은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지요.

  박정희가 그토록 열망하던 전시작전권 환수를 이루어낸 이가 노무현이고, 박정희를 그토록 찬양하는 보수인사들이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운동을 끈질기게 펴다가 드디어 소원을 성취하는 것을 보면 역사라는 게 참 요지경이라는 느낌이 듭니다.이번 연기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연기를 수락해 준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말했군요.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관련기사와 특집 기획물들을 정독해온 저는 최근까지 "미국정부가 연기에 합의해 줄 리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역시 인간은 한치 앞도 못내다 보는 존재인가 봅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azydevil 2010-06-2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이 박정희가 말년에 미국과 지속적으로 갈등이 있었고,
전시작전권 환수에 열을 올렸던 것을 모를리가 있겠습니다.
박통시절 말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자주국방이었던 같아요.
근데 박정희의 죽음과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온 국민이 크게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기억이 보수주의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노이에자이트 2010-06-30 16:08   좋아요 0 | URL
박정희가 전작권을 가져와야겠다고 그렇게 강조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자주성으로 보기엔 문제가 있습니다.지금 전작권 환수연기를 주장했던 이들이 제일 강조한 것이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이고 한미연합사라는 것은 박정희가 자주국방을 가장 많이 외치던 임기 말년에 생겼습니다.그리고 아디시피 한미연합사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고지휘관으로 되어있지요.전작권이 미국에 있음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직입니다.

lazydevil 2010-06-30 22:1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한미연합사가 박통 집권 말기에 생겼군요. 결국 미국의 압박에 밀렸던 건가요?

노이에자이트 2010-07-01 17:40   좋아요 0 | URL
그게 박정희식 민족주의의 미묘한 점이라고 봅니다.카터 행정부 당시 한미갈등이 꽤 있었지만 박정희가 미군철수를 바라는 건 아니었고 오히려 당시 카터의 미군감축 움직임에 대해서 한국 기독교계에서 미군철수반대 대규모 기도회도 열고 그랬는데 정부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lazydevil 2010-07-0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듣고보니 어렴풋 기억이 나네요.
카터가 방한해서 조깅하고, 미군철수 압박하고, 어른들이 미군철수는 안될 소리라며 말하던게...글과 답변 모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02 15:20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한국전쟁 특집물을 많이 기획했습니다.KBS TV에서 하는 다큐시리즈가 볼 만하더군요.1990년에 방영한 것에 더 살을 붙인 것이었습니다.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지요.소련군과 중국군으로 참전한 인사들의 증언까지 실었으니까요.제가 책에서 많이 접하던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요즘은 이런 프로그램 해설자들은 중공군이라는 단어를 안 쓰고 그냥 중국군이라고 하더군요.하지만 지금도 중공군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어서인지 50대 이하의 세대들도 중공군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국가명칭은 중공에서 중국으로 부르고 있지만 중공군이라는 단어는 쉽게 중국군으로 부르기 힘든 모양입니다.이 방송에서는 중국의 한국전 참전을 침략이라 하지 않고 출병이라고 하더군요. 

   중국군과 교전한 경험이 있는 미군 참전 군인이 중국군의 돌격을 일본의 반자이 공격과 비슷하다고 회고한 장면이 나왔습니다.그런데 번역 자막에는 반자이 공격을 가미카제 공격이라고 해놓았더군요.둘은 다른 것입니다.가미카제 공격은 일본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기체와 함께 적의 함대로 돌진하는 것이고,반자이 공격은 육지전투에서 병사들이 적진을 향해 총검으로 공격하는 것입니다.이때 반자이(만세)! 하면서 함성을 지르고 달려나가기 때문에 반자이 돌격이라는 말이 생긴 것입니다. 

  개전한 지 얼마 안 되어  미군과 북한군의 첫 교전에서 미군부대가 대참패한 뒤에 포로로 잡힌 미군들을 보여주는 북한의 홍보영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 아메리카 군인들도 영용한 우리 용사들에겐 상대가 안 되고....운운..."하더군요.대 아메리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습니다.해설자의 목소리와 억양은 요즘 뉴스시간에 가끔 볼 수 있는 조선중앙방송의 아나운서 목소리와 거의 똑같더군요.

  북한군의 총검술 훈련장면이 나오는데 좀 특이한 공격법도 보이더군요.총신을 잡고 야구방망이 휘두르듯 개머리판을 적군에게 휘두르는 공격이었습니다.남한에서는 총검술에서 개머리판으로 가격할 때 그런 식의 타격은 하지 않는데...하지만 실전에서는 개머리판을 휘두를 때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해보았습니다.아무래도 백병전은 자세고 뭐고 이판사판이 되기 쉬우니까요. 

  1990년 원판이라서 그때 증언자들은 이젠 거의 다 고인이 되었지요.한국전 당시 참모총장하던 정일권 씨도 증언하던데 그는 나중에 박정희 정부 때국무총리까지 지내면서 고위인사가 되지요.한국전쟁 때는 아직 나라의 기틀이 잡히기 전이라 참모총장 4명이 모두 30대였습니다.채병덕 장군은 개전한 지 얼마 안 되어 전사하고,이종찬 정일권 백선엽 순이었지요.지금은 백선엽 장군만 생존해 있습니다만 90이 넘었는데 아직도 정정합니다.요즘은 전작권 환수 연기 운동에 나서고 있더군요.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하던 알렉산더 헤이그 씨도 증언자로 나오던데 그는 한국전 당시 10군단 소속 부관으로 참전했습니다.10군단은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하면서 특별히 편성한 군단입니다.맥아더가 일본의 극동사령부에서 자기 참모장으로 일하던 측근 네드 알몬드를 군단장으로 임명했지요.이때문에 낙동강 전선에서 싸우던 미8군 사령관 월튼 워커 중장과 지휘권 문제로 알력이 있었습니다.전쟁사를 공부하다보면 군대내의 파벌과 관료주의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 23일에 용산에 있는 미8군 부대에서 월튼 워커 중장 동상 제막식이 있었더군요.그는 1950년 12월에 교통사고로 서울에서 사망했습니다.낙동강 전투에서 공을 세운 맹장 스타일의 전형적인 군인이지요.패튼도 2차대전 거의 다 끝나갈 무렵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에 워커와 패튼은 전투지휘방식은 물론 최후까지도 똑같아서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워커는 맥아더 직계인 알몬드 파벌과는 사이가 안 좋았는데 저승에 가  이 두사람과 만나서 어떻게 따졌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장도영 씨도 증언자로 나오더군요.한국전 당시 6사단장으로 중국군과의 전투에서는 사실상 패장이었지요.6사단은 개전 초기 춘천 전투에서 인민군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어 시간을 번 공이 있는 부대인데 그때 사단장은 김종오습니다.휴전 이후 장도영 장군은 한국현대정치사의 한장을 차지하게 됩니다.바로 5.16 정변 때 처음에는 박정희가 아니라 장도영이 지도자였지요.하지만 당시 한국사정을 잘 알고 있던 기자들은 "장도영은 나기브,박정희가 낫세르"라고 했습니다.이집트에서 왕정을 무너뜨린 쿠데타에서 얼굴마담으로 나기브를 내세웠지만 실세는 나세르였다는 일화에서 따온 진단이었지요.결국 장도영은 박정희와 파워게임에 밀려 반혁명죄로 투옥되었고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정치학 교수로 자리잡습니다.몇 년전 회고록이 나왔지요.아직 생존해 있습니다. 

   이 특집 외에 각 신문에도 한국전 특집이 연재되어 있어서 모아두고 있습니다.경향신문에는 당시 프랑스 기자들의 종군기록을 번역한 시리즈가 얼마전 끝났고 동아일보는 '참전 16개국을 가다' 시리즈를 했더군요.하나하나 귀중한 자료입니다. 

  김장훈 씨,호사카 유지 씨와 함께 독도지키기 운동을 하는 서경덕 씨가 독도 광고판 외에 이번에는 한국전에 참전한 16개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도 곧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의 광고판에 올린다고 합니다.23일에는 일본의 납북자 단체가 한국의 반공단체와 함께 휴전선 부근에서 북한지역으로 전단지 날리는 행사에 참여했군요.이 행사소식을 알고 나니, 21세기에 북한을 겨냥하여 한일 우익연대가 등장하나,,,하는 우려도 듭니다.월드컵의 열기 속에서도 한쪽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었답니다.관심을 가질 만한 움직임이지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10-06-25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전 낙동강 전투하면 아버님이 떠오릅니다. 요즘 영화도 나왔던데 학도병 출신들의 이야기. 제 아버님이 그 학도병들 군사 기초 훈련을 가르쳤습니다. 사실 나이도 학도병과 2~3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요. 그 군사 교육후 낙동강 전투에 투입되어 총상을 입으셨죠. 그 영화 저희 아버님이 보시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6-25 18:56   좋아요 1 | URL
오...정말 아버지께서 지옥같은 전투를 겪으셨군요.영화 '포화 속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탑과 김혜성이 학도병 역을 맡아서 관객이 상당히 몰리는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0-06-27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한은 창격술이라고 하더군요. 신병교육 기간 때 조교들이 시범을 보여주었는데 미제 타도라는 구호를 넣어가며 했던 것 같습니다. 총검술 보다 운동량이 많고 보기에도 그럴듯해보여요. 물론 실전은 진흙탕 싸움이 되겠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10-06-27 23:13   좋아요 1 | URL
한국전쟁 무렵과는 북한의 창격술도 많이 달라졌겠지요.창격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