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글. 자기 개인사 중에 가족 및 친인척과의 불화,지나치게 내밀한 연애경험, 그리고 특히 직장사람들과의 불화! '블로그 초보자에게 주는 충고'라는 글에서 기억나는 것입니다.하지만 사람이란 자기 개인생활을 숨기려는 본능 이면에 뭔가를 노출하면서 남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심리도 있으니 숨김과 드러냄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와 갈등할 때 남부끄런 일이라고 숨기고 싶은 일도 있지만 분을 못이겨서 남에게 하소연하고픈 마음도 생길 것입니다.그래서 우선 키보드를 두드리는데...사이버공간에서 만난 친구들이 그 사연을 읽고 이것저것 위로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아주면 마음이 더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하지만 그런 우호적인 댓글이 일으키는 착각도 있습니다.뭔가 그런 식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많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마음이 생기는데, 사실은 댓글을 달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이런 글을 쓰나...참 민망하군..."  하고 생각할 경우도 훨씬 많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짧은 글을 올리기 때문에 생각 않고 올리는 내용도 많고 그래서 실수도 많은 편입니다.팔로어들이 순식간에 글 내용을 퍼뜨리기도 하지요.우리나라에도 최근에 인천공항이 매각되었다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가수의 사례가 있습니다.미국에서는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에 해고당한 일도 있었습니다.물론 그런 일로 해고한 것이 잘 한 일이냐는 또다른 논쟁도 있었습니다만 앞으로도 이런 유사한 일이 계속 벌어질 것 같습니다.피겨선수 김연아 씨도 트위터에 "거짓말 좀 그만하세요.다 내가 결정한 일입니다."는 글을 영어로 썼다가 바로 지웠지만 금방 퍼져버렸지요.팔로어가 많은 사람들은 이것도 곤란한 일입니다.마치 우선 그을 때는 기분 좋지만 나중에 액수를 보면 후회하게 되는 신용카드 같다고나 할까요.

  지난 주 인사청문회를 보면 자신은 잊고 있었거나 덮어두고 싶었던 사건이 사진이라든가 하는 기록이 남아 후보자가 결국 낙마에 이르는 모습이 있었습니다.이제 앞으로는 인터넷에 올린 글 때문에 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실제로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 씨는 청소년들에게 강연하면서 "여러분이 청소년 시절 인터넷에 무심코 올린 글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때가 온다.생각없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안 된다"고 당부한 적도 있습니다. 

   내가 이곳에 올리는 글 중에는 개인사 관련 글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그래서 직접 만나기 전에는 제 신상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지요.나라고 해서 가끔은 개인적인 일로 하소연도 하고 싶을 때가 왜 없겠습니까.하지만 부엌에 가서 들어보면 며느리 말이 옳은 것 같고, 안방에 가서 들어보면 시어머니 말이 옳은 것 같다는 속담이 있듯이, 불화하고 있는 양 당사자 말을 충분히 듣지 않으면 잘못한 사람이 누군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입니다.사람은 자기가 얽힌 일에 공정한 재판관이 될 수 없으니, 내가 누군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도 사실은 내가 더 잘못한 일인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특히 가족 친인척.직장에서 일어난 갈등이 그렇습니다.더군다나 그런 식으로 누구를 비난하고 욕하면서 "내 편 좀 들어주세요..."하고 우는 다른 사람의 글을 냉정하게 보면 상당수는 인터넷 공해 같은 글도 많지요.그러면 나 역시 그런 글을 쓰면 다른 사람이 보기엔 불쾌감만 유발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나 역시 제3자게겐 타인이니까요(많은 이들이 이걸 망각하더군요). 

   친인척과의 갈등, 직장에서 일어난 갈등 등, 누구와 다툰 일을 언터넷에 시시콜콜히 늘어놓은 글을 보면 대다수는 " 이 사람 누구야...참 여러가지 하는구만..." 이라든가 "진상이로군" 하고 느낄텐데, 단지 편들어 주는 댓글 몇개에 기분이 한껏 고무된 글로 답하는 모습은 우습기도 합니다.길지 않은 인생을 왜 그렇게 웃음거리가 되는지...앞으로 인사청문회에서는 틀림없이 후보자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글이 증거자료로 제출되어 전국적인 망신거리가 되는 일도 생길 것입니다.디지털 시대.편하기도 하지만 조심할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모름지기 어른이란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특히 인터넷에 글을 쓸 때 필수덕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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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공감가는 말씀이면서도...실천하기 참 어려운 덕목인데...
더욱 더 조심해야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09-02 15:43   좋아요 0 | URL
마기 님 글은 그다지 문제될 내용은 없었던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9-02 15:54   좋아요 0 | URL
왜요, 한 두개 있었지~~
푸하하~~

라로 2010-09-01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 토욜에 광주갔었어요~.^^
노자님 생각 잠깐 했더랬지요,,"노자님도 광주 사시지?'뭐 이정도~.^^;;

"모름지기 어른이란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특히 인터넷에 글을 쓸 때 필수덕목이지요."-->이 말씀을 머리속에 꽉 박아놔야 하는데 말이지요...

노이에자이트 2010-09-02 15:44   좋아요 0 | URL
저에 대한 생각...여자분들만 가신 것 같던데...제 생각도 해주셨으니 고맙습니다.

저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덕목이에요.

2010-09-02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0-09-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감합니다, 그래서 저도 웹에서 몸을 사리는 편이에요. 뭐, 널리 터놓고 소통하는 것이 좋아보일 때도 있긴 하지만... 잘 되지도 않을 뿐더러 노이에자이트님 같은 생각이 들어서 단념하게 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9-03 16:16   좋아요 0 | URL
매사 신중한 게 좋지요.

2010-09-02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0-09-0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좋은 글 감사합니다...웹에서는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인데...하다보면 수위조절이 잘 안돼고 그러죠..ㅎㅎ 노이에자이트님 의견에 백번 공감을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9-03 16:19   좋아요 0 | URL
어떤 사이트에서는 댓글로 싸우다가 법정까지 가네 안 가네 하는 일도 있더라구요.역시 제일 무서운 것은 무심코 올린 글에 대해 나도 잊었는데 그게 사이버공간에서 계속 떠돈다는 것.공포영화가 따로 없죠.

마녀고양이 2010-09-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마 저는 계속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올릴거 같아요.
일단 제 정리의 장이기도 하고, 소통의 장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던나 또는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감정적으로 글을 올리면 안 된다는 것은 공감합니다. 현명한 말씀이세여....

노이에자이트 2010-09-04 16:18   좋아요 0 | URL
오밀조밀하고 잔잔한 감동이 흐르는 이야기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주년. 한일병합 100주년이기도 합니다.그래서인지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은 한일병합 무효 공동선언을 했고 이 선언을 일본에서 주도한 학자가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알려진 와다 하루키 씨입니다.와다 씨는 독도문제에서도 독도의 한국영유권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인터뷰할 때도 다케시마라고 하지 않고 독도라고 말합니다.우리나라 신문에도 기고하고 있는데 올해는 특이하게 보수신문인 매일경제신문에도 인터뷰 기사가 났습니다. 

  이런 소식으로 보면 와다 하루키는 대단히 양심적인 일본의 지식인 같습니다.하지만 올해 와다 하루키의 이름이 또다른 사건에서 오르내렸는데 바로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동입니다.이 사건은 요란하게 신문에서 떠들었지만 끝마무리는 흐지부지되어버리고 말았는데 이 사건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은 역시 총리실의 이인규 씨지만 사찰피해자로는 김종익 씨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습니다.그런데 이 김종익이라는 사람의 정체가 수상하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그는 순수한 민간인이 아니고 불온서적을 탐독하는 좌익이라는 이야긴데요...그가 무슨 서적을 탐독하길래 불온분자인가 했더니...와다 하루키와 이종석의 저작을 읽었다는 겁니다. 

 가끔 가다가 지나치게 강경하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일부 단체에서 이런 주장을 하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우리나라  여당의 대변인인 조해진 씨가 대변인 성명에서 "김종익이란 이런 책을 읽으니 문제있는 사람이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위의 저작 외에 에드워드 카의 저작인 <혁명의 연구>도 김종익의 독서목록에 있다하여 역시 불온서적이 되고 말았는데, 카는 켐브리지 대학의 유명한 역사학 교수요, 이 책은 그의 유럽근대사상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잘 보여주는 명저로서 전혀 불온하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습니다.더군다나 카는 비마르크스주의자인데 왜...아마 저 혁명이라는 단어때문인가 봅니다. 

  문제가 된 와다의 책은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인데 김일성의 만주항일운동을 객관적으로 다룬 책으로서 이 방면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습니다.이 책은 결코 김일성 찬양서적이 아닌 아카데믹한 학술서적으로서 출판 당시 북한관변지식인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이 책이 불온하게 보인 사람들은 김일성을 찬양하는 책으로 해석한 모양입니다.게다가 이 책의 번역자가 이종석입니다.이종석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햇볕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한때 통일부장관을 지냈습니다.햇볕정책을 싫어하는 이들의 집중 타깃이지요.김종익이 읽은 <조선 노동당 연구>나 <현대북한의 이해>도 이종석의 저작입니다.이런 책을 읽은 김종익은 그러므로 불온한 인물이라는 결론입니다. 

  도대체 와다는 양심적인 지식인인가요? 한일병합을 규탄하고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고 있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그런데 왜 또 불온한 지식인인가요?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남북의 화해를 촉구하고 있으니 그렇다는 겁니다.와다 씨는 올해 김대중 학술상의 수상식에서는 남한이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어럴 때는 불온한 지식인이 되는 건가요? 

  한국에서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얼치기 짓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주류는 친일파라는 주장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하지만 그 어떤 신생독립국의 권력자들도 자신들이 민족주의의 수호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게 되어있습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우리나라의 공식지배이데올로기는 이승만 정권이 내건 반공반일입니다.반공만 가지고 명분이 안 서니 반일까지 같이 내세운 겁니다.나이든 세대들은 이승만 정부 시절 붓글씨 시간에 반공반일을 쓴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니 반일을 당당히 내세우는 것입니다.

  와다 하루키가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행동은 반일반공 중 반일정서에만 부합되니다.하지만 그가 김대중과 친하고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행동은 반공이념으로 보면 떨떠름합니다.더 나아가 불온하게 보이는 것이지요.와다 하루키가 사상이 의심스런 인물이라는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참여정부 초기 국정원 차장으로 내정되었던 서동만 씨의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한나라당이 공격했을 때도 그 이유가 서동만 씨의 동경대 유학 시절 그의 학위논문 지도교수가 와다 하루키라는 것이었습니다.그 당시 보수적인 온건파 지식인 권영빈 씨가 "와다 씨는 그 학문적 명성이 있는 학자로서 불온한 인물이 아니다"고 점잖게 조언한 바 있습니다.그런데 올해 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와다 씨가 한일병합 무효를 주장하면서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는 바로 그때에. 

  명성황후 시해를 반성한다는 일본인들이 있습니다.임진왜란을 반성한다는 일본인들이 있습니다.일제시대를 반성한다는 일본인들도 있습니다.그런데 와다 하루키 같은 지식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의 군사독재정권과 공조한 일본우익은 반성해야 한다는 데에까지 나아갑니다.반성은 좋지만 여기까지 나아가면 안 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한국의 반일은 반공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입니다.하지만 이번 5월에 한일병합 100주년 한일지식인 공동선언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일본측 지식인 상당수가 진보파인 이와나미(일본의 진보적인 출판사이름)인맥이며 이들은 한국우익의 눈으로 보면 빨갱이입니다.즉 한국의 군사정권에도 매우 비판적인 인물이라는 것입니다.재밌는 것은 한국측 지식인 명단에는 햇볕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는 점입니다.보수파들 역시 자기들의 정권 정통성을 반일주의에 두고 있으니 그들이 이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당연하지요.

  수탈론은 정의이고 식민지근대화론은 뉴라이트가 주장하고 있다는 엉성한 이분법을 가지고 진보주의자입네 하고 거들먹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하지만 식민지 시기 일본인들이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논박한 논문을 쓴 이선근(이선근도 만주에서 친일행적을 한 적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지만)이 박정희 정부 시절 민족주체적 역사교육을 주창한 지도인물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박정희 정부 때 민족주의에 기반한 전통문화연구가 붐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반공과 반일의 단단한 결합을 모르고 엉성한 반일주의에만 매달려 있어가지고서야 제대로  된 비판이 되겠습니까.나는 리영희 씨를 중국이나 베트남 전문가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지배이데올로기가 반공과 반일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인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한때 이런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나는 한국과 일본이 운동경기할 때마다 우리나라 아나운서들이 일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 싫다,그런 식의 반일주의가 오히려 군사정권의 한일유착 같은 것을 꿰뚫어 보는 눈을 흐리게 한다" 

  반공에 눈이 멀어 와다 하루키를 빨갱이라고 하는 주장을 지금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김대중과 친하고 햇볕정책을 찬양하면 아무리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외쳐도 불온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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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8-3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았습니다.
논지가 조금 어긋난 감이 있지만 와다 교수는 천황제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죠. 암묵적 승인 정도로 보이는데, 더 래디컬한 일본과 한국의 지식인들이 와다 교수의 이런 면을 비판하기도 하구요.

노이에자이트 2010-08-30 15:3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이 글은 한국의 반공주의가 반일주의에 녹아 결합되어있으며 보수주의자들 역시 반일을 자주 입에 올린다는 데에 주의하자는 글이니까요.천황제에 대한 와다의 태도를 비판하는 이의 글로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윤건차의 글이 있는데 그외 알고 계신 지식인을 알려주신다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한국인들 중에는 천황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사실상 천황제 인정을 전제하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래서 교포들 중에서는 한국에서 천황에 대해 사과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교포들은 또 한국내 여론과는 다르더군요.저는 한일관계사에 대해서는 교포들의 여론도 경청해야 된다고 보는 편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30 16:07   좋아요 0 | URL
줄곧 천황제를 비판해 온 다카하시 데쓰야가 어느 자리에서 비판한 걸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강상중의 처신은 조금 불만입니다. 와다가 강상중의 소설을 소재로 한 칼럼을 쓰기도 했던데, 실제 두 사람은 매우 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재일 강상중이 자이니치의 현실을 만들었던 힘의 가장 큰 핵심인 천황제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데 와다 역시 그런 모습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30 17:55   좋아요 0 | URL
다카하시 데쓰야 씨의 <국가의 희생>에는 베트남전에 대한 한국전쟁기념관의 시각을 은연 중에 비판하는 대목이 있지요.저는 다카하시나 와다의 글의 장점을 골라 취하는 편입니다.

일본이나 천황제에 대해서는 격하게 비난하면서도 한국의 독재정권에 대해선 옹호로 일관하거나 애매하게 넘어가는 한국보수지식인의 자세에 대해서도 파고세운닥나무 님이 한마디하실 것 같은데 한번 견해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31 10:27   좋아요 0 | URL
저는 정경모 선생을 통해 그들에 대한 시각을 키웠던 것 같아요. 앞서 얘기 나눴던 우찌무라 간조도 정경모 선생을 통해 달리 바라볼 수 있었구요.
리잉 감독의 <야스쿠니>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요. 한 미국인이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지지한다며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응원을 하는데요. 그걸 보는 일본인들이 그 미국인이 잘 한다며 격려를 하거든요. 그런데 야스쿠니 안의 죽어간 이들은 사실 미국인들이랑 싸웠는데 말이죠. 진짜 적을 앞에 두고 격려하는 격이니까요.
말씀하신 한국의 보수지식인들도 이 일본인들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독재정권 역시 잘못된 일제 청산이 한 이유일텐데 둘을 분리해 어느 하나만 비판을 하니까요. 둘 다 적으로 삼는 게 상식적으로 옳겠죠. 일본인들이 현실적으로 기생해야 하는 미국을 응원하듯 그들도 독재정권에 기생해 있으니까요.

노이에자이트 2010-08-31 15:56   좋아요 0 | URL
잘 알았습니다.

그런 영화가 있었군요.올해 8월엔 유럽의 극우정당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대거 참배했더라구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31 17:00   좋아요 0 | URL
시대를 거슬러 가 다시 연합하는 모양입니다. 씁쓸합니다.

lazydevil 2010-08-3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의 글, 나무님의 댓글 덕분에 많은 것을 알고.. 생각하고.. 갑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9-01 16:25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기쁩니다.
 

   이윤기 씨가 저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소식....어허...이제 60대 초반인데...그 정도면 문학가로써 한참 왕성하게 일할 나이가 아니던가요...더군다나 그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강건한 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그런데 심장마비...

   이윤기 씨 하면 번역작품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어떤 이는 <희랍인 조르바>를 떠올리며, 어떤 이는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원작인 제임스 존스의 작품 번역을 떠올리기도 할 것입니다.하지만 나는 그의 깔끔한 수필이 먼저 떠오릅니다.90년대 중반 경 신동아에 연재되던 그의 글은 알맹이가 맛있는 팥빙수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그의 문체는 점잖고 겸손합니다.아마 '습니다'체를 썼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경북 시골 출신인지라 언덕과 산에 피는 꽃이라든가 풀이름도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그리고 마치 이오덕 씨를 연상케 할 정도로 우리말을 갈고 닦은 느낌이 나는 글이 많았습니다.웬만하면 '있어서의'를 쓰지 말라는 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이윤기 씨의 번역작이 아니라 실제 그가 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특히 그가  쓴 최대 장편 <하늘의 문>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요.게다가 어떤 이는 이 소설을 구하려고 헌책방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구입하기가  힘든가 봅니다.나는 운좋게도 이 소설을  4년 전엔가 헌책방에서 구했지요.전 3권이나 되는 적지 않은 두께지만 내용도 흥미진진하거니와 이윤기 특유의 해박한 지식을 충분히 맛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종교,문학,세시풍속,신학교와 성직자들의 뒷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와 군대의 폭력 등등...그가 학교체벌에 반대한다는 거 아시죠? 

  그는 경북출신이지만 호남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글을 썼습니다.어린 시절 고향에 전라도에서 시앗으로 시집온 나이든 여자를 동네 꼬마들이 손가락질 하고 놀렸는데,그의 어머니는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일러주었다고 하지요.자식에게 편견과 차별의식을 물려주는 부모가 많은데 그의 어머니는 깨어 있는 사람이었나 봅니다.화끈하게 한 쪽 편을 들면서 독설을 퍼부어대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윤기의 글은 너무 밋밋하고 얌전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하지만 인신공격이나 비꼬는 글에 질린 사람이라면 그의 잔잔하면서도 해박한 지식이 알알이 박힌 글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겠지요.유학 몇 년 갔다온 주제에 3초에 한 번씩 영어단어를 섞어 쓰는 지인 때문에 밥맛이 떨어진 사람도 이윤기의 글은 청량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제 이윤기 씨도 그의 자전적 소설 제목처럼 '하늘의 문'에 들어섰습니다.어쩐지 그곳에서도 그는 책읽고 글 쓰면서 바삐 지낼 것 같군요.이윤기 동무!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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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8-2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건강 관리도 잘 하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너무 갑작스럽네요.
말씀하신대로 이윤기 선생은 글도, 말도 참 점잖은 분이시죠.
저는 장편소설 <내 시대의 초상>을 보았는데, 점잖은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게 제 취향엔 썩 맞진 않았지만요.
저도 함께 명복을 빌어 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28 15:02   좋아요 0 | URL
이윤기 씨 장편소설을 읽었다면 팬이라고 봐야겠네요. 사람 건강이란 게 믿을 게 못되나 봐요.

군자란 2010-08-2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나 아쉽습니다. 이런분들은 오래 사셔서 더 좋은 글들을 보여주셔야 되는데...

노이에자이트 2010-08-28 15:03   좋아요 0 | URL
예.한참 일할 나이라서 아쉽습니다.

yamoo 2010-08-2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에코의 책을 처음에 번역해서 대중에게 에코 읽기의 재미를 선사해준 고마운 은인입니다. 번역이 문제가 있다지만 당시 그런 것 따질 때가 아니었죠..넘 안타깝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ㅠㅠ

노이에자이트 2010-08-28 15:03   좋아요 0 | URL
이윤기 하면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움베르토 에코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해이] 2010-08-2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성하게 활동하실 나이에 돌아가시니 진짜 안타깝습니다ㅠ 저도 눈물이...

노이에자이트 2010-08-28 15:04   좋아요 0 | URL
저도 동명이인이 아닌가 했습니다.한참 일할 나이인데요.

lazydevil 2010-08-29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30 15:38   좋아요 0 | URL
예.정말 안타깝지요.
 

  사전찾는 것을 귀찮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그래서야 어학을 잘할 수 없지요.외국어 공부하는 사람에게 자꾸 이거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습니다.자기는 사전찾기가 싫으니 옆사람에게 물어보는데 이거 꽤 거슬리지요.그래서 "야.너도 사전 찾아봐! "하면 "야...그런 것 가지고 화를 내냐!"하면서 오히려 정색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어를 꽤 잘한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그의 친구가 어느날 보니 그 영어 잘한다는 사람이 아주 쉬운 영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서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아니 저런 단어를 몰랐단 말인가...알고 봤더니 저 친구 영어실력도 헛소문이로군...하고 단정했습니다.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했더니 "그러니까 그 친구가 영어를 잘하게 된 거야. 쉬운 단어용법도 꼭 사전 찾아서 확인을 하더라구"하고 알려주었답니다. 

  한문에 통달했다고 알려진 노인이 있었습니다.그에게는 한자사전이 한 권 있는데 얼마나 열심히 찾아봤던지 사전이 너덜너덜한 상태였습니다.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돋보기를 두 개나 쓰면서 사전을 찾으며 공부했습니다.제자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선생님.선생님처럼 훌륭한 학자가 아직도 모르는 게 있어서 사전을 봅니까" 그랬더니 스승  왈 "모르거나 기억이 안 날 때 사전을 찾아봤기에 지금 내가 이런 자리에나마 올랐지.세상의 그 어떤 학자가 머리속에 아는 걸 다 담고 다니겠나?"

   외국어나 한자 뿐만이 아닙니다.일제시대 것은 물론이며 해방 이후 작품인 50년대에서 70년대까지의 우리 소설을 읽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꽤 튀어나옵니다.이때 하나 하나 사전을 찾아본다면 어휘력이 상당히 늘 것입니다.특히 그때만 해도 아직 우리말에 꼬부랑말이 그다지 많이 들어오지 않은 때라 구수한 단어나 속담이 많이 등장합니다.그런 단어를 익히는 맛도 재미나지요. 

  어학은 잘하고 싶은데 사전 찾기를 귀찮아 한다면 그는 욕심 많은 게으름뱅이에 불과합니다.그런 사람일수록 단시간 내에 실력을 늘려준다는 비법강좌 따위에 혹하지만 이 세상에 그런 비법이 어디 있겠습니까.땀흘려 돈벌 생각은 안 하고 <부자되는 법...>같은 책만 읽어서 돈모으는 사람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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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8-2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100개쯤 눌러드리고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26 16:56   좋아요 0 | URL
그렇게나 많이요?

Joule 2010-08-25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마침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줄모 양이라고.

노이에자이트 2010-08-26 16:57   좋아요 0 | URL
사연이 궁금합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가 이윤기가 가장 자주 찾는 단어가 'boy'라고 합니다. 쉽다고 생각하는 이 단어도 사실 문장 안에 위치하면 다양한 뜻이 발견되는 거겠죠.

노이에자이트 2010-08-26 16:58   좋아요 0 | URL
영어단어나 한자나 쉬운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용법이 의외로 다양하여 사전을 한참 조사해야 될 때가 있다고 합니다.

yamoo 2010-08-2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추천 쾅~!^^

노이에자이트 2010-08-27 16: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올해 1월 아이티 지진현장에서 다친 소년을  취재 도중 구해준 CNN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그는 재난 현장에서 취재할 때 지켜야 할 기자의 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사람들,그리고 그들이 겪은 경험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지금 심정이 어떤가 하고 묻지 않는다.그들이 어떤 심정일지 분명하지 않은가...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카메라를 그들의 얼굴에 들이밀지 않는다.인간이 되는 게 먼저다.기자가 되는 건 그 다음이다." 

 앵커가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서는..."앵커가 높은 곳에 앉아 모든 것을 다 아는 체하고,목격한 체하는 뉴스...사람들은 그런 뉴스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다."

  짧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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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0-08-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유명한 퓰리처 사진이 떠오르네요. 독수리가 아이를 뜯어먹으려고 주위를 나는 사진요. 그걸 찍은 사람이 심한 비판을 받았죠.

노이에자이트 2010-08-21 15:14   좋아요 0 | URL
쿠퍼는 취재하다가 멈추고 그 소년을 구해줬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지요.아이가 죽어가는데도 취재에만 열중한 사람과 다르니까요.

LAYLA 2010-08-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을 때 한량이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가요? 여러면에서 가슴 설레이게 하는 사람인거 같아요 팬도 많고 ^^

노이에자이트 2010-08-22 15:30   좋아요 0 | URL
외가는 유명한 갑부 빈더밸트 집안이에요.엄친아죠.키크고 잘생기고 예일대 출신에...그런데 처음 기자시험에선 낙방했다네요.동성애자라는 소문이 있어요.40이 넘었는데 독신이라 그런 소문이 더 힘을 얻고 있지요.

람혼 2010-08-22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고 안타까운 뉴스의 현장을 전할 때,
한국의 기자들이 너무나 자주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 생각나네요: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정말 살인충동이 일어나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고, 계속 계속해서 느껴오던 중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22 15:31   좋아요 0 | URL
아...저도 그 관행은 이제 없어졌으면 좋겠어요.기자들이 자정차원에서 그 짓은 안하겠다고 대외적으로 공개성명이라도 했으면....

루체오페르 2010-09-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인 장례식장 찾아가서 취재경쟁 하는것도 항상 참 보기 싫더군요.

멋진 분인것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9-06 18:26   좋아요 0 | URL
그래요.다른 나라는 그렇게까진 안 하던 모양이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