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가 가요계에 처음 나올 때 불렀던 노래, '거짓말', 요즘 이 노래가 좋아졌습니다.댄스곡과 발라드곡 두 개가 나왔는데, 둘 다 괜찮지요.특히 발라드로 나온 것은 애절한 음색이 돋보입니다.메인보칼이 누군지...소연인가...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유승호를 따라다니던 지연도 귀여웠고. 얼마전 20살 남짓하여 소녀와 여인의 중간 쯤 되는 여성이 내게 어떤 가수를 좋아하느냐고 하길래, 소녀시대, 카라, 타이라 등등 걸그룹들을 댔더니 그 여인 왈, "아유...나이가 드니 어린 여자를 좋아하시는군요." 하고 씩 웃었습니다.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 좋아하면 나이가 들었다고 하지만 만약 내가 나훈아 남진 이미자 배호 좋아한다고 하면, 역시 나이들어서 그런 가수들 좋아하는구나...할 거 아니오?" 하고 웃어주었지요.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나 소설들을 생각해 보면 같은 나이 또래들이 좋아하던 것과는 거리가 먼 좀 지난 노래, 소설 같은 경우는 아예 까마득한 옛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들을 좋아했습니다.친구들이 서태지나 룰라 좋아하던 시절에 나는 가요로는 일제시대에서 50년대 노래, 극히 최근까지 와봤자 70년대 후반 노래를 좋아했지요.당연히 친구들은 아이고 뭔 청승이여...하던 이들도 있었고요.그런데 세월이 지나 이젠 이승철도 룰라도 요즘 청소년들에겐 그 선배들인 남진 나훈아와 함께 다 옛날 가수입니다.초등학생들에겐 핑클이나 SES도 옛날 가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거꾸로 요즘 내 친구들은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의 맛을 이제야 알았다고 고백합니다.나는 최신곡에 대해 알려줍니다.요즘엔 이런 노래도 알아야 해...하고 강조하지요.걸그룹들 사진을 섞어놓으면 누가 누군지 구별도 못하는 내 친구들은 어떻게 그런 걸 다 외우느냐? 여가를 온통 그런 것만 연구하느냐? 며 밉지 않은 핀잔을 줍니다.그런데 내가 어린 시절 옛노래를 좋아한 게 지금 최신곡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바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그게 무슨 음악학적으로 맞는 얘긴지는 잘 모르지만요.
소설은 대학 들어와서 한참 있다가 맛을 들였습니다.그전엔 역사학이나 사회과학을 먼저 읽었지요.처음 읽었던 게 <레미제라블>과 <데이비드 커퍼필드>인데 이 두 소설 모두 완역본의 두께가 어마어마합니다.작가나 작품명을 듣기는 많이 듣지만 실제로 읽어보지는 않은 사람들이 많지요.처음에 이런 것에 맛을 들여놓으니 나중에 호흡이 빠른 현대물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박종화 유주현의 역사소설들...만약 템포 빠른 현대물을 먼저 읽었다면 유장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고전을 읽는 데 꽤 어려움이 많았을 겁니다.실제로 독서블로그를 가보면 특히 추리물 같은 경우는 50년대 작품조차 좀 헐렁헐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나는 추리물도 고전 추리물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20세기 후반에 나온 작품은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일제시대 우리나라 소설가들의 단편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고교시절 시험보느라 억지로 작가와 작품제목만 외웠던 바로 그런 단편들 말이지요.몇 년 전 꼼꼼이 읽어봤는데 재미가 있길래 이번에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현진건의 '빈처'나 '운수좋은 날', 나도향의 '물레방아' '뽕' 등은 이제 생각해보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80~90년 전 작품들이더군요. 아무래도 지금은 안 쓰는 표현도 수두룩하게 나오고, 남자도 20대 중반만 넘으면 노총각으로 여겼던 관행도 생소합니다만, 요즘 작가들의 소설과는 다른 맛이 있어서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덕분에 책꽂이의 좀 꺼내기 어려운 곳에 넣어두었던 한국단편문학전집도 꺼내기 쉬운 곳으로 나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이제 좀 미루어 놓았던 현진건의 장편 <무영탑>이라든가, 나도향의 장편 <환희>등 그 시절의 장편소설들도 정독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