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류 중에서 수기를 즐겨 읽는 편인데 특히 사냥꾼들의 수기를 좋아합니다.이런 눈덮인 날 맹수를 추적하는 사냥꾼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지요.깊은 산 속을 헤매다 보면 사냥꾼들이 산골마을에서 한 숨 쉬어가는 일도 있습니다.이렇게 산골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마을은 인심이 좋다, 어떤 마을은 인심이 고약하더라 하는 평가가 생기기 마련입니다.맛집 찾아 다니는 동호인들이 음식점 평가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지요. 

    사냥꾼들이 하는 말 중에 " 겨울에 배고픈 산짐승도 안 내려 가는 마을"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최고로 인심이 고약한 동네라는 뜻입니다.사연은 이렇습니다.산골마을 사람들은 겨울이 되어 고기맛을 보기 위해 사냥을 나설 때가 있습니다.산짐승들에겐 사냥에 나선 인간이 가장 무섭지요.하지만 한 겨울 먹이가 모자라면 그 무서운 인간이 사는 마을에까지 내려와 먹이를 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가난한 산골마을 사람이지만 이때만은 마을에 내려온 산짐승을 잡지 않는 불문율이 있습니다.때로는 광 속에 감춰 둔 곡식이나 감자 고구마 같은 것을 나눠주기도 하지요.얼마나 배가 고파 다급했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에까지 오느냐 하는 측은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문율을 어기고 마을에 내려온 산짐승을 잡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짐승도 소문을 내는지 그런 마을은 아무리 춥고 굶주려도 찾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무슨 날벼락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그래서 사냥꾼들 사이에선 그런 마을을 '겨울에 배고픈 산짐승도 안 내려가는 동네'라며 아주 모질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로 간주한다는 겁니다.

   동물도 인심좋은 사람 집을 알아내는 재주가 있습니다.집앞에 고양이가 있어서 그 집 주인이 먹을 것을 조금 나눠주었더니 며칠 후에 자기 새끼를 데리고 다시 찾아온 어미 고양이 이야기도 있지요.외국에서는 산 밑에 있는 집에 겨울마다 방문하여 겨울잠을 자면서 아기곰을 낳아 이른 봄에 이기곰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는 엄마곰도 있었습니다. 

   전에 뉴스에서 본 이야기인데  겨울에 먹을 것이 떨어져 집 근처에 오는 멧돼지를 위해 산기슭에 사는 노부부가 먹을 것을 뿌려놓았더니 멧돼지들이 나중엔 노부부가 아주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았다고 합니다.그런데 이 장면을 본 밀렵꾼들이 멧돼지가 노부부 집으로 오는 길목에 올무와 덫을 설치하여 멧돼지를 싹쓸이해버린 뒤로는 짐승들이 전혀 오지 않았다네요.

   아무리 가난한 마을이라도 배고파 겨울에 내려오는 산짐승을 잡지 않을 정도의 배려도 안 하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모진 사람들인지 물어볼 것도 없다는 것이 사냥꾼들의 경험담입니다.동물을 좋아하냐 싫어하냐 차원의 문제가 아니지요.동냥을 주지는 못할 망정 쪽박을 차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동물에게도 조금은 베풀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거창하고 어려운 문자를 들먹일 필요없이 이 정도가 사람이라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인정이라고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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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눈물 2011-01-3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멧돼지 애기는 정말 너무나 슬픈 애기입니다. 어찌보면 '동물'보다도 못한 '인간'들이 이 세상에 너무나 많습니다. 꼭 지켜져야 하는 '선'이 어느 분야 어느 인간관계나 있는데, 이것들이 못살고 없던 과거보다 평균적으로 윤택해진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 쉽게 깨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01-30 21:16   좋아요 0 | URL
멧돼지 이야기는 화가 나다가 나중엔 서글퍼지더군요.성인군자로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킬 것만 지켰으면 좋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1-3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신문을 읽다가,
작년에 서울역에 자던 만취한 노숙자를 강추위에 서울역 직원이 밖에 끌어내놓아 방치하고, 아침에 그걸 본 공무원이 휠체어에 태어 다른 어디다 방치했답니다. 끝내 그분은 숨졌죠. 노숙자 분들이 노력도 안 하고 사회에서 퇴출된 분들로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할 짓이 아닌거죠. 그들이 범법자도 아니고, 한때는 우리와 같이 사회 활동을 하던 분들인데.

같은 인간에게 하는 짓이 그러한데, 동물에게야... 이번의 몇백만두에 이르는 살처분...
저는 제가 인간인게 창피합니다. 머 그래도...... 행복한 설 보내시기 바랍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1-31 17:42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안타까운 일입니다.

육식하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앞으로 줄어들진 않을텐데...걱정입니다.

즐거운 설 보내세요.

비로그인 2011-02-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시간을 들여 몇편을 읽으니 재미 있네요.
사냥꾼 수기 좀 추천해주세요.

노이에자이트 2011-02-11 17:28   좋아요 0 | URL
시인 이상화의 동생인 이상오가 유명한 사냥꾼입니다.이상오를 검색창에 치면 상당히 많은 자료가 올라오니 그 중에 골라서 읽으십시오.이상오 씨는 사냥개도 많이 키워서 그 방면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스물 내외의 여성과 이야기하면서 "저는 남진 나훈아 배호...이런 가수들이 좋아요. 조미미 이미자 김추자도 좋아하구요..." 했더니, 이 여성 왈, "어머...남진 나훈아 이미자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합니다.그러면서 쐐기를 박는 말 한마디! "역시 나이를 드시니까 우리 세대하고는 전혀 다른 취향이세요..." 

    또다른 스물 내외의 여성과의 대화..."어머...소녀시대 아홉명 이름을 다 알다니 대단해요..." 그말에 신이 난 나는 " 원더걸스, 티아라, 카라 이름도 다 알아요. 그리고..." 하고 쉴 새 없이 이야기 했습니다.그러자 신기하다는 듯이 들은 이 여성 왈, "역시 나이를 드시니 어린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으시나 봐요..." 어...그것 참...60년대 70년대 가수 좋아해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다 하고, 신세대 걸그룹 좋아해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다 하고...

    서른이 넘은 남자가 걸그룹을 좋아하면 영계를 밝힌다고 사시로 보는 분위기가 있고, 쉬운 말을 어렵게 포장하는 데 특기가 있는 먹물평론가들은 성상품화에 대한 난해한 용어를 들먹이며 죄인취급하기기도 합니다.그런 글을 읽으면 왠지 나 자신이 죄를 지은 남자 같습니다.심지어 사춘기 여학생을 탐하는 나쁜 아저씨로 오해받는 기분도 들고요.

    아무래도 남진 나훈아 좋아하는 사람이 걸그룹  가수들에 대해서도 정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독특하긴 한 모양입니다. 어떤 20대 가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배인순이 부른 노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를 보내주며, 그 가수는 "아...트롯트도 오랜만에 들으니 참 좋네요..."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그런데 그 노래는 원래 외국곡입니다(30대 초반 이하 중엔 80년 이전의 노래는 무조건 트롯트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김윤아, 이수영이 리메이크하기도 했지요.하긴...이제 김윤아나 이수영도 서른이 넘었으니 어린이나 청소년에겐 옛날 가수 후보 명단에 한 발을 들여놓았다고 해도 될까요.10년이 지나면 배인순이나 이수영이나 김윤아 모두 옛날 가수로 간주될 것 같습니다.  

   음악에 대한 소화력이 왕성한 편이고(클래식은 물론 영미권 음악과 제3세계 음악도 좋아함) 음악인들의 일화도 좋아해서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꽤 있는 편입니다.그 음악인들의 나이나 국적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요.나훈아 이미자 좋아한다고 해서 구닥다리도 아니고, 걸그룹 좋아한다고 해서 어린 여자의 육체를 탐하는 나쁜 아저씨도 아니랍니다.더군다나 나쁜 아저씨라니...여학생들의 교복 입은 모습을 응큼하게 바라보면 씩 웃는 그런 나쁜 아저씨는 정말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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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8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대들에게는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에 나온 노래는 ' 옛날 노래 = 트로트 '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트로트를 즐겨 듣다보니 그렇게 생각했던거 같아요.
노자님의 글 읽으면서 이런 상상도 해보네요. 제가 40살이 된다면
그 때 10대들은 소녀시대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1-28 21:46   좋아요 0 | URL
십대만 그런 게 아니고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들도 그런 사람이 많을 걸요.

그때야 '추억의 가수 지금은 어디' 그런 류의 프로그램에 나오겠지요.

Mephistopheles 2011-01-29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옛날 노래들이 더 오래 불리고 들릴껍니다. 요즘 노래들은...장르가 다양하지가 않아요. 죄다 발라드 아니면 걸그룹 댄스곡들 뿐...특히 가사들은...아 정말이지 발가사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1-29 15:19   좋아요 0 | URL
그래도 90년대보다는 가수들 실력이 많이 나아진 편이죠.그때는 문자 그래로 립싱크 전성기였으니까요.

아주 인기있는 곡이 아닌, 약간 덜 인기있는 곡들은 가사도 좋고 곡도 괜찮은 게 있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1-2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어쩐지 노이에님 저보다 연하실 듯한 느낌이 팍팍 들고 있습니다....

머 아시는 노래로 봐서는 50대 같지만, 제 추측 상 30대시군요! 에그그,
그런 어린(?) 나이에.... 만일 아니시라면, 제가 젊게 봐드린거니 감사하시구여~ 홍홍.

노이에자이트 2011-01-29 17:22   좋아요 1 | URL
하하하...아는 노래로야 60대나 70대로 볼 수도 있죠.저희 할머니가 좋아하던 노래도 많이 아니까요.그런데 10대들이 아는 노래도 많이 아니 그럴 땐 고등학생으로 알 수도 있고요.

제 가슴엔 해맑은 소년소녀가 산다니까요.

자하(紫霞) 2011-01-29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찌감치 노이에자이트님의 나이를 30대로 추정했습니다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1-30 14:40   좋아요 1 | URL
저는 외모로만 보면 고등학생?

햇빛눈물 2011-01-30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의 블로그에서 님의 닉네임을 많이 본것 같은데, 들어온건 cyrus님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노이에자이트님은 30대 초중반 같습니다, 왠지.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면서 예전 젊은 시절도 아니고 40대처럼 '완전 아저씨'도 아닌 여기저기도 아닌 혼란한 나날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왠지, 님도 저와 비슷한 30대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ㅋㅋㅋ 설 잘 보내세요!!
ps : 재미난 글들이 많네요. 즐겨찾기에 추가했습니다.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1-30 15:00   좋아요 1 | URL
예.로쟈 님과 대화를 많이 했지요.지금도 들른답니다.

하하하...완전 아저씨라는 표현이 재밌네요. 40대 이상 되신 분들이 들으면 분노가 폭발할 듯...

나이 알아맞히기 대회가 열린 분위기네요.하하하...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새로운 것이라는 좌우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익숙한 것이 아니면 바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입니다.특히 이런 상태로 나이가 들면 "요즘 것들은...운운" 을 입에 달고 다니게 되지요.이런 말을 심하면 30이 되자 마자 하기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이와 반대로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이런 이들은 지적인 호기심도 강하며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호기심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그 중에는 아주 수준이 낮은 것도 많습니다.그래서 나는 호기심을 두 개로 나눠 봤습니다.긍정적 호기심과 부정적 호기심입니다.전자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하는 길로 통하고, 후자는 남에게 상처와 짜증을 주며, 자신에게도 무용지물인 호기심입니다.예를 들어 새롭게 한자공부를 시작한 사람이 그동안 지나쳤던 단어도 궁금증을 가지면서 국어사전과 옥편을 들추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면 이는 긍정적 호기심입니다.이런 호기심은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사람의 눈을 뜨게 해줍니다. 

  하지만 정말 남을 성가시게 하는 호기심도 많습니다.<옆집 부부는 왜 아기가 없을까...여자가 불임증인가...요즘은 남자에게도 원인이 많다는데...정액 속에 정자가 적어서 그런가>  <저 사람은 돈도 없고  백도 없는데 아들이 군대면제를 받았다...무슨 병이 있어서일까...혹시 정신이상? 아니면 유전적으로 못된 병력이 있는 집안일까...>  <저 집 아저씨는 왜 저번에 타던 중형차를 이번엔 경차로 바꾸었을까...사업이 잘 안되나...아니야...남자가 바람을 피우다 돈을 다 날려먹었는지도 모르지...> 이렇게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 미주알 고주알 알고 싶은 데서 더 나아가 온갖 이상한 소문까지 퍼뜨리게 되는 원인도 호기심에서 나옵니다.이런 호기심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요.실제로 이런 말 저런 말 옮기고 다니다가 멱살잡이나 머리끄댕이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이런 식의 부정적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과는 되도록 어울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나에 대해서도 이상한 말을 지어내어 뒷담화를 할지도 모르니까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어런 점에서 우리들은 늘 긍정적 호기심을 지녀야 합니다.하지만 쓸 데 없이 남의 뒤나 캐고 다니는 일로 즐거움을 삼는다면 그런 부정적 호기심은 큰 분란을 일으킬 것입니다.그런 사람일수록 "아이고...우리 사이에 왜 그런 걸  숨겨?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 나에게만 말해봐."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이 말을 그대로 믿고 이야기해줬다간 순식간에 퍼지니 요주의 인물이지요. 그러고 보면 늘 남의 사생활에 병적인 호기심을 가진 인물의 심리야말로 역시 탐구하고픈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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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호기심도 도를 넘지 않는 적당한 선이 있어야하죠, 그런데,
왜 사람들은 부정적, 쓸데 없는 ,성적 호기심은 잘 가지는데 왜 유독 지적 호기심을
가질려고 하지 않을까요? 이것도 호기심인지도 모르겠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1-22 18:14   좋아요 0 | URL
쓸 데 없이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정말 연구대상입니다.그런 사람을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도 익혀야지요.

Mephistopheles 2011-01-22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남대문 시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요즘 젊은 새X들"과 "근본도 없는 새X들"이라고 고함을 치는 어떤 노인네를 목격했다지요. 근데...정말 많이 마주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1-23 15:06   좋아요 0 | URL
젊어서 근본없이 날뛰는 놈들은 늙어서 그런 욕을 많이 합니다.

순오기 2011-01-2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저한테도 저런 요소가 분명 있으니 조심해야겠습니다.^^

광산구 기대승 월봉서원에서 매달 어린이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월봉서원은 우리 아이들 역사기행이나 독서회 엄마들과 내고장 탐방 차원에서 여러번 갔었거든요. 나중에 사진 올려볼게요~ 언제라고 못박지는 못하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11-01-23 21:49   좋아요 0 | URL
진짜로 못된 호기심을 지닌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하지도 않더라구요.

월봉서원에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도 하는군요.아마 광주나 장성에도 기대승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겁니다.내 고장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좀 많아야 하는데 말이죠.

무해한모리군 2011-01-2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해마다 새해결심은 말을 줄이자인데 왜 이리 나부대는지 아직은 어린(?)가봅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1-24 21:03   좋아요 0 | URL
청소년들은 서른 넘은 이는 다 옛날 사람이라고 한다네요.

자하(紫霞) 2011-01-2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비밀인데...", "너한테만 하는 이야기인데..."하는 사람들도 잘 안 믿습니다.
나중에 보면 다 알고 있더라구요.ㅡㅡ;

노이에자이트 2011-01-24 21:03   좋아요 0 | URL
맞아요.그렇습니다.

흑해 2011-01-24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 그렇습니다. 분명히 모든 일에는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대상 그 자체를 사유하는 것이 아니지요. 오히려 대상에 대한 근원적인 사유를 방해하거나 희석시킬 수가 있죠. 근원적인 사유는 오히려 부정적인 관점에서 시작되지 않나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한 것은 동시에 천동설을 부인한 행위입니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맞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천동설이라는 지배적인 담론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호기심으로 간주될 수 있는) 도전했기 때문에 오히려 학문이나 사유를 혁신할 수 있었다는 거죠.


黑海 2011-01-2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건 다른 얘기지만 이단을 끊임없이 생산해야만 정통이 가능합니다. 전근대를 끊임없이 생산하거나 규정해야만 비로소 "근대"가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죠. 전근대를 규정하거나 생산하지 않으면 무엇이 근대인지 사실은 알 수 없죠.

이단/정통, 전근대/근대의 이분법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전근대를 규정하거나 생산하지 않는 근대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를 승인하는 것은 전근대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규정하면서 그것들에게 이른바 전근대에 대한 끊임없는 폭력을 승인하는 행위죠.

긍정적인 호기심만 달랑 있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늘 자기를 못살게 구는 직장상사 때문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한 한 남자가 집에 들어와서, 마치 대단한 결심을 한 듯 아내에게 이야기합니다. "그 개 십칠 더하기 일할 놈! 여보. 혹시 내가 죽더라도 그 자식 조의금은 받지 마! 그 더러운 자식! 운운...". 대놓고 항의할 용기는 없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만...글쎄요.그래가지고 과연 바뀌는 게 있을까요.그 소심한 남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례식 풍경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장례식에 온 그 못된 상사... 엉엉엉 울면서 평소에 못되게 굴었던 잘못을 뉘우칩니다.내가 정말 죽일 놈이야...정말 잘못했어...용서해줘... 그러면서 "제 사죄의 뜻입니다..."하면서 조의금 봉투를 내놓는데, 아내는 차갑게 한마디합니다." 우리 남편은  죽더라도 당신 돈은 받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그냥 거둬 주십시오..." 그러자 그 상사라는 인간은 아내에게 하소연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러면 죄책감 때문에 제가 어떻게 삽니까...제발 제 성의를..." 하지만 아내는 두 말하지 않고 "안녕히 가십시오.앞으로는 부하직원들에게 못살게 굴지마시구요..." 하고 말할 뿐입니다.그 상사는 계속 울먹거리면서 " 아이고...제가 잘못했습니다...엉엉엉.." 하고 후회합니다. 

    그 소심한 남자는 이런 광경이 벌어질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봅니다만...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오히려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지겠지요... 

   "예전에 자네 밑에서 일하던 모모씨 있지? 그 친구가 얼마전 죽었더군. 그 친구집에나 들르지 않겠나...그래도 한때 자네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는데..." 지인이 해준 말에 이 못돼먹은 상사라는 남자는 "뭐...가만있자...아...그 친구...그런 친구가 있었지...한심한 인간이었지.도대체 제대로 하는 일도 없었고...직장에서 그런 인간은 정말 골칫거리라고...그런데 내가 뭐하러 가나...안 본 지도 한참인데...요즘 돈도 없는데 거기 가서 그런 친구 저승길에 돈을 바치느니 낮에 고기 한 접시 더 사먹겠네..."  하고 어림없다는 듯이 손을 내젓습니다.그리고 집에 와서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중얼댑니다." 그런 멍청한 놈이 마누라는 이뻤단 말이야...그 이쁜 여자나 보러 한 번 가볼까...이히히..." 하고 응큼한 미소를 얼굴 가득 짓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나쁜 놈도 가만히 놔두면 아무 탈없이 오래오래 잘 살고 잘 지냅니다.남의 눈에 눈물 흘리면 내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옛말이 있다지만, 세상에는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해야 내 눈엔 눈물이라도 흐른다는 신념으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그리고 가만히 놔두면 그 나쁜 놈은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면서 남의 피눈물을 양분 삼아 건강하게 살아갑니다.소심하고 나약한 자들이 잘 참아주는 덕에 작은 깡패들이 여기저기서 아무 탈없이 못된 짓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그런 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나 같은 사람이 악역을 맡으니까 직장이 돌아간다고...착한 척 인심쓰는 놈들이 더 나빠...누군 착한 일 안 하고 싶나..."하는 말을 지겹게 들으면서, 힘없고 소심한 자들은 꾹 참으면서 속으로 중얼 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유...저 웬수...말이나 못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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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중간에 죽은 사람에 대해서 뒷담화하는 장면은 얼핏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히의 죽음>이 연상되었어요. 작품 처음에
일리히가 죽고난 뒤에 동료 관리들이 이반 일리히에 대해서 뒷담화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저도 사실 소심한 성격 축이고,
옆에 없는 사람에 대해서 뒷담화 잘 하는 편인데 이 세상 없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1-16 15:59   좋아요 0 | URL
오...그러고 보니 갑자기 이반 일리히의 죽음을 다시 읽고 싶군요.살아서 못된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죽은 뒤에라도 욕을 먹는 게 괜찮습니다만, 자기가 못살게 군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 사람을 또 욕한다는 것은 참 모진짓이라고 봅니다.

루쉰P 2011-01-1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지요. 그럼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해 보면 또 막막한 것이 현실입니다. 무서운 것이 그런 거 같아요. 저도 소심하고 나약한 자이죠. ^^ 항상 알면서도 그렇게 살고 있으니 그 답 안 나오는 현실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1-20 18:07   좋아요 0 | URL
예.그게 고민입니다.우리 모두 다 나약한 인간이지요.

흑해 2011-01-2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누구나 다 아는 전의경들의 구타 문제를 중심으로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구타를 신고해도 구타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가 신고했는지 색출하려고 혈안들이지요.
물론 신고를 하면 적어도 본인은 얻어맞지 않습니다. 구타한 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다른 대상을 찾을 뿐이지요. 그리고 신고한 본인은 사실상 배제를 당하죠.

그리고 구타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1 대 100이지요. 경찰 직원들이 구타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인간들이 신고한 사람을 귀양 보내듯이 타서대로 보내기도 합니다.

전의경이라는 것 자체가 경찰의 개노릇을 하는 거지요. 없어져야 마땅한 제도이긴 한데 시민을 지키라고 지시하면 지키고 때리라고 지시하면 때리는 경찰들이 싼 맛에 젊은이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죠.

구타를 신고해도 구타 자체는 사라지지가 않아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인터넷에 가난이라든가 복지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네가 노력해서 부자가 되면 해결된다' 든가, '비정규직이라고 우는 소리말고, 노력해서 정규직이 되면 해결이지,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등 등의 댓글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옵니다.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동서고금을 통해 역사가 꽤 깊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프랑소아 기조가  한 말입니다. 

       프랑소아 기조는 1840~1848년의 프랑스 내각 지도자인데, 당시 유럽에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흐름에 거부감을 지닌 정치가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하지만 이 사나이도 원래는 소르본느 대학 역사학 교수라는 일급의 지식인이었고, 게다가 샤를르 10세의 반동통치를 규탄하다가 대학에서 교수직을 쫓겨난 일도 있는 시국사범 출신이었습니다.기조가 집권하던 시대는 일정 정도 재산이 있는 남자에게만 투표권이 있던 때였는데, 보통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기조가 무어라고 했는고 하니..."일해서 부자가 되어라. 그러면 유권자가 될 수 있다" 고 했지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시위하는 현장을 어린 딸과 함께 지나던 젊은 엄마에게 어린 딸이 묻습니다."저 사람들은 왜 저래? " 그러자 엄마 왈, "너같이 공부 안 하면 저런 아저씨같은 사람한테 시집간다. 그러니 공부 좀 열심히 해라!" 그러고 보니 어느 여학교에 이런 교훈이 있다고 합니다." 좀더 열심히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바뀐다" 

   무당들은 귀신을 모신다며, 집에 유명한 사람들의 초상화를 모셔놓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관우나 맥아더의 귀신을 모셔놓은 무당들이 많지요. 또 일제시대 때는 천황이 사는 곳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궁성요배라는 의식을 하기도 했습니다.기조가 보통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을  안다면, 요즘에도 기조의 초상화를 집에 모셔두거나 기조가 묻혀있는 묘를 향해서 고개를 숙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더군다나 프랑소아 기조는 이름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서 외우기가 쉬우니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기도 쉽겠지요. 

   "일해서 부자가 되어라. 그러면 유권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이 19세기를 넘어 21세기가 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끈질긴 생명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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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기울이면 2011-01-0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선거가 실현되었는데도 선거 결과는 별로 바뀌지 않는것 같으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 다들 마음만은 부자이셔서 그런건지..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3   좋아요 0 | URL
그게 대의제 민주주의의 고민입니다.어려운 문제지요.

Mephistopheles 2011-01-0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해서 부자가 되어라...앞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게 살인일지라도..)가 첨부하면 21세기가 아닐까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4   좋아요 0 | URL
아이고...살벌합니다.그런데 동원할 수단과 방법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게 보통사람들의 처지 아닐까요...

마녀고양이 2011-01-0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결혼을 잘 해... 머 이런 말은
유행되지 않을라나요? 공부나 부자라.... 그렇게 달려서 과연 뭐가 남을지. ^^

좋은 한주 되셔여.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인간성 좋은 사람은 원하더라구요.물론 상대방이 착하기를 바라지요.

쉽싸리 2011-01-1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새 해 복 많이 지으세요.

저런 말은 엠비가 많이 했죠. 눈높이가 높다는 둥,,,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복 많이 받으세요.
키가 크면 눈높이가 높아지겠죠.

cyrus 2011-01-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쉽싸리님 말씀처럼 정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내용이네요.
프랑수아 기조라는 이름을 보게되니 플로베르의 <감정교육>이 생각납니다.
그 소설에서도 기조의 이름이 살짝 언급되거든요.
기조가 집권했던 시내나 지금이나 사고방식은 똑같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동서고금에 비슷한 사고방식이 많다고 한 겁니다.

프랑소아 기조의 집권기간이 아무래도 감정교육의 시대적 배경이니까요.프랑스사에서는 아주 유명한 인물입니다.프랑스 혁명사의 권위자이기도 한 사학자였지요.

ChinPei 2011-01-1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부자 타령". 내 아내도 자꾸 "부자", "부자" 소리를 해요. 그런 말을 할 바에야 차라리 타협하지 말고 "부자 도령님" 만날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좋았을 걸.
우리 집 애는 우리말을 거의 모르는데 몇가지 아는 우리말 속에 이 "부자"도 포함됩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8   좋아요 0 | URL
하하하...부자타령...그런 타령이 없는 나라가 없을 겁니다.

릴케 현상 2011-01-1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노이에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우리 조카한테 애 엄마가 하는 말은
"어릴 때 공부 안하면 이모부처럼 어른 돼서도 공부해야 한다"더군요. 애가 정말 그런 줄 알고 "난 어른 돼서도 공부하긴 싫어" 하면서 공부하더군요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1 16:39   좋아요 0 | URL
공부는 괜찮지만 시험공부는 정말 싫어요.

감은빛 2011-01-1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실제로 집회하는 중에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의 시선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거 실제로 당해보면 엄청 기분 나쁘거든요.
'부자 되세요'가 새해인사로, 안부인사로 쓰이는 나라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 뒤쳐진 건가요? 앞서나간 건가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1 16:41   좋아요 0 | URL
문제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단한 상류계층이 아니라는 겁니다.

부자되세요 하는 덕담이 나쁜 건 아닌데,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는 사고방식이 문제지요.

우리나라도 곧 학교에서 노동교육 인권교육을 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좀 나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