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내외의 여성과 이야기하면서 "저는 남진 나훈아 배호...이런 가수들이 좋아요. 조미미 이미자 김추자도 좋아하구요..." 했더니, 이 여성 왈, "어머...남진 나훈아 이미자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합니다.그러면서 쐐기를 박는 말 한마디! "역시 나이를 드시니까 우리 세대하고는 전혀 다른 취향이세요..."
또다른 스물 내외의 여성과의 대화..."어머...소녀시대 아홉명 이름을 다 알다니 대단해요..." 그말에 신이 난 나는 " 원더걸스, 티아라, 카라 이름도 다 알아요. 그리고..." 하고 쉴 새 없이 이야기 했습니다.그러자 신기하다는 듯이 들은 이 여성 왈, "역시 나이를 드시니 어린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으시나 봐요..." 어...그것 참...60년대 70년대 가수 좋아해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다 하고, 신세대 걸그룹 좋아해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다 하고...
서른이 넘은 남자가 걸그룹을 좋아하면 영계를 밝힌다고 사시로 보는 분위기가 있고, 쉬운 말을 어렵게 포장하는 데 특기가 있는 먹물평론가들은 성상품화에 대한 난해한 용어를 들먹이며 죄인취급하기기도 합니다.그런 글을 읽으면 왠지 나 자신이 죄를 지은 남자 같습니다.심지어 사춘기 여학생을 탐하는 나쁜 아저씨로 오해받는 기분도 들고요.
아무래도 남진 나훈아 좋아하는 사람이 걸그룹 가수들에 대해서도 정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독특하긴 한 모양입니다. 어떤 20대 가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배인순이 부른 노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를 보내주며, 그 가수는 "아...트롯트도 오랜만에 들으니 참 좋네요..."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그런데 그 노래는 원래 외국곡입니다(30대 초반 이하 중엔 80년 이전의 노래는 무조건 트롯트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김윤아, 이수영이 리메이크하기도 했지요.하긴...이제 김윤아나 이수영도 서른이 넘었으니 어린이나 청소년에겐 옛날 가수 후보 명단에 한 발을 들여놓았다고 해도 될까요.10년이 지나면 배인순이나 이수영이나 김윤아 모두 옛날 가수로 간주될 것 같습니다.
음악에 대한 소화력이 왕성한 편이고(클래식은 물론 영미권 음악과 제3세계 음악도 좋아함) 음악인들의 일화도 좋아해서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꽤 있는 편입니다.그 음악인들의 나이나 국적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요.나훈아 이미자 좋아한다고 해서 구닥다리도 아니고, 걸그룹 좋아한다고 해서 어린 여자의 육체를 탐하는 나쁜 아저씨도 아니랍니다.더군다나 나쁜 아저씨라니...여학생들의 교복 입은 모습을 응큼하게 바라보면 씩 웃는 그런 나쁜 아저씨는 정말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