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 두번 정도 가요무대를 봅니다.어렸을 땐 거의 매주 안 빼고 봤습니다.지난 30일의 가요무대를 보니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나왔습니다.상일가구의 사장님으로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 한상일 씨는 백발의 노신사가 되었는데 아직도 목소리가 좋습니다.부드러운 음색으로 '웨딩드레스'를 부릅니다.한세일 씨가 오랜만에 나왔습니다.아무래도 나이탓인지 고음이 약간 끊어집니다.하지만 중저음은 여전히 멋집니다.김부자 씨도 나왔습니다.카츄샤는 떠나간다~ 잘 넘어갑니다.원래 송민도 씨 노랜데 다들 김부자 것으로 알고 있지요.
못보던 젊은 남자가수들이 두 명 나옵니다.노래를 잘합니다.젊은 트로트 가수들은 가요무대에 서보는 것이 꿈입니다.트로트 전문채널에 inet가 있는데 여기 나오는 가수들엔 노래솜씨가 그저그런 사람들도 많습니다.아...저 사람은 아무리 해도 가요무대에 못나가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입니다.그 반면 가요무대에 나온 이번의 젊은 가수들은 노래를 잘합니다.젊기 때문에 음성이 깨끗합니다.거의 미성에 가깝습니다.한 사람은 키도 늘씬하고 잘생겼습니다.
나는 20대 때부터 가요무대를 자주 보았습니다.내 나이 또래는 모르는 60년대 초에서 70년대 초중반 노래도 많이 압니다.남진 나훈아 것만 해서 내가 부를 수 있는 곡이 100곡 가까이 됩니다.라디오의 그 시절 그 노래 같은 프로그램에 원로 가요평론가가 나와서 재밌는 옛 연예계 이야기를 하면 참 재밌게 듣습니다.내게는 이런 노래나 가수들은 아이돌 가수만큼이나 익숙합니다.나는 걸그룹의 이름을 외울 수 있는 것처럼 80년대 이전 가수들의 히트곡을 외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는 트로트보다는 포크나 로크 음악이 더 고급스럽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특히 대학물 먹은 이들이 그렇습니다.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이미자, 조미미, 오기택의 노래는 수준이 낮고 한대수, 김민기, 송창식 등의 노래가 지적이라고 여깁니다. 박봉을 아껴가면서 남진의 리사이틀에 구경가서 소리지르는 여공들을 공순이라고 무시하는 정서도 이런 데서 나왔습니다.어떤 이는 대학시절 총학생회기 주최하는 노래자랑에서 나훈아 노래를 했더니 '다음에는 이런 자리에 맞는 노래를 준비하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하는 심사평을 들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이런 심사평이 나오는 정서 역시 "대학생들은 팝이나 포크 계열 노래를 불러야지 질떨어지게 트로트나 부르려고 하느냐" 하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입니다.
가요무대 보기 하루 전인 29일 일요일 나는 가수다를 보았습니다.나는 옥주현의 그 시원한 노래솜씨를 볼 수 있겠다 생각하고 기대를 했습니다.과연 잘 불렀습니다.그런데 옥주현을 욕하던 이들은 여전히 악플을 답니다.무슨 을사오적이라도 규탄하는 것 같습니다.어떤 이들은 김영희 프로듀서를 다시 부르라고 합니다.김건모가 룰을 어겼다면서 쌀집아저씨 물러가라고 악을 쓰던 때가 언제인데 이제 다시 나오라니... 이런 변덕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나는 가수다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은 연령상으로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입니다. 이들은 아이돌 가수만 나오는 오락프로그램만 보다가 중견가수들의 진짜 노래를 들으니 좋다는 겁니다.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가수들을 보니 좋다고도 하고...그런데 이 가수들은 그동안 김정은의 프로포즈나 유희열의 스케치북 혹은 교육방송의 스페이스 공감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진짜 소외된 사람들은 트로트 가수들이죠.하지만 나는 가수다에 열광하는 이들의 연령분포대를 보건대 가요무대에 나오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나는 가수다에서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왜냐면 나는 가수다 역시 소울이나 리듬앤 블루스, 록 가수 위주이고 트로트가수 역시 아이돌 가수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아버지는 임재범이 누군지 김범수가 누군지 모릅니다.아마 나는 가수다에 열광하는 이들은 60대 70대들도 즐길 수 있는 가수들을 출연시키라고 하면 질색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아니...어떻게 트로트가수가 나는 가수다에 나온단 말인가 하면서...그러면 나는 가수다엔 트로트가수나 아이돌 가수가 나오면 안 되나요? 아이돌 가수는 오락프로그램에 많이 나왔다고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노래 부르는 것을 방영한 적이 없습니다. 그룹의 일원으로 몇초씩 할당된 부분만 부르기 때문에 한 곡을 완창하는 모습을 뮤직뱅크나 인기가요에서도 본 적은 없으니 나는 가수다에서 온전히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이면 되지 않는가 ...트로트 가수는 왜 안되나? 나는 가수다에 젊은 트로트 가수가 나와서 이미자나 남진 나훈아 배호(더 거슬러 올라가 현인 진방남 송춘희 노래까지) 노래를 부르면 소울이나 리듬앤 블루스 혹은 록큰롤 가수들이 나오는 것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가...
아이돌 가요로 획일화된 현재의 방송연예계가 뭔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나는가수다의 방영을 환영하는 이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거나 더 어린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옥주현이 나와서 프로그램이 변질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그 예입니다.아이돌 가수(사실 옥주현도 서른이 넘었으니 전직 아이돌가수이지 아이돌 가수는 아님) 좋아하는 애들과 우리는 달라! 더 나아가 구닥다리 트로트 좋아하는 늙다리들과 우리는 달라! 이런 마음이 그 밑바탕에 있는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