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이 서울에선 2학기 부터 학교체벌이 금지된다고 발표하자 교총은 바로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오장풍인가 하는 교사가 학생을 때려잡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학생인권 문제가 논의되는 와중에도 교총의 입장은 초지일관입니다.학교현장에서 체벌이 없어지면 교권이 실추된다는 것이지요.워낙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 이렇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체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교총 사람들에게 묘한 존경심까지 느끼게 되는군요.
하지만 교총의 반응을 보면 우리나라에 폭력에 무감각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게 됩니다.상당수의 교사들이 학생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시각 자체가 없습니다.인권감수성이 너무 둔하지요. 이렇게 폭력이 묵인되는 사회에서 자라는 어린이나 청소년도 문제입니다.이들 역시 폭력에 길들여지기 때문입니다.교사나 학교라는 거대한 힘 앞에선 우리는 무력하구나...하는 체념을 일찌감치 터득하게 되지요.
어떤 교사들은 "학생들도 체벌은 불가피하다고 수용하는 비율이 높다"면서 체벌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합니다.그러면서 "요즘 애들은 매 좀 맞는다고 동영상 찍어서 신고하기도 한다"고 한탄하지요.그러면서 "옛날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는데...."하는 말을 덧붙입니다.하지만 체벌에 항의하는 학생이 문제가 아닙니다.문제는 부당한 체벌에도 아무런 항거를 안 하고 받아들이는 학생들입니다.왜냐면 부당한 권위에 순응하는 학생은 자라서는 부당한 권위를 행사하게 되고 그것을 질서유지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게 되니까요.
한국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거의 대부분은 위계질서 유지라는 명분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위계질서의 상층부에 위치하는 사람들이 아랫사람에게 휘두르는 것이지요.그런 폭력에 상당수가 무감각해져 있습니다.교사가 학생에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선배가 후배에게...어린이 청소년들은 그런 폭력의 희생자가 되면서 어른이 되면 이번엔 가해자가 되어 어린이 청소년에게 체벌을 가합니다.사랑의 매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자기에게 체벌을 가하는 교사에게 반항하고 맞서는 학생보다, 부당한 체벌에 순응하는 학생이 있음을 더 두려워하고 염려하는 풍토가 되어야 합니다.그런데 전자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세상 말세다" 후자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모범적인 학생이다"고 말하는 어른이 많아서야 폭력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겠지요.
"우리 때는 선생님들에게 맞아도 반항은 꿈도 못꿨어!" 하는 말을 부끄러움 없이 내뱉는 어른들... 폭력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어른이 되면 바로 이렇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