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속에서 ㅣ 인생그림책 12
박희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7월
평점 :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들었지만 책을 몇 번이고 계속 다시 읽었어요. 이 책에서 저희 할머니의 모습을 봤거든요.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 책의 장을 넘기기가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먼훗날의 나의 모습이자,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모습일 '나이듦'에 대해 말하는 책.
#줄거리
<물속에서>에서는 할머니와 손녀가 나와요. 손녀는 수영장에 가지 않겠다는 할머니를 끌고 수영장에 오죠. 할머니는 몸이 천근만근, 걷기도 힘든데 무슨 수영이냐며 따라오시지만, 물빛을 보고 마음을 바꾸신답니다. 할머니는 물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껴요. 몸이 가벼워지고, 붕 뜨는 기분을 받아요. 할머니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된 것처럼 수영장 곳곳을 누비죠. 수영하는 할머니의 발끝에는 수많은 '물 속'이 펼쳐져요. 고래, 물고기, 거북이... 할머니의 뒤로는 장을 넘고 넘어 수많은 환상이 펼쳐집니다. 수영이 끝나고도 할머니는 수영장에 머무르고 싶어하신답니다.
#할머니
저희 할머니는 수영을 좋아하세요. 무릎이 좋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중력을 덜 받는 운동이 필요해서 수영을 하는 것도 있고, 수영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세요. <물속에서>를 읽으며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어릴 때에는 할머니가 못하는 게 없는 슈퍼우먼 같았거든요. 스무살이 넘어가고, 제가 점차 커가며 알게 되었죠. 이제는 내가 할머니를 지켜드려야 하는 때가 왔다는 것을요. 처음에는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강해보이던 할머니가 운전에도 서툴어지시고, 길을 자꾸만 헤메시는, 그런 모습들이요. 못하는 게 많아지고, 따라가기 힘들어지는 순간들이 늘어가면, 그게 바로 나이를 먹어간다는 뜻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게도 그 순간들이 분명 찾아오겠죠. 답답하고 때로는 우울하고, 또 때로는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도 들 것 같아요.
<물속에서> 속 할머니는 물속에서 자유로움을 느껴요. 이 물속에서는 무겁게 느껴지던 몸이 가벼워지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림책의 맨처음, 할머니께서 몸이 무거운데 어떻게 수영이냐고 말씀하시는 부분이 참 마음이 아팠어요.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거나,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을 하시는 것도 그 경험들이 쌓여왔음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할머니의 걱정과 달리 할머니는 물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게 너무나 좋았어요. 할머니가 유영하며 느끼는 애틋한 자유로움에 눈물이 났어요.
우리나라는 늙어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라고 해요. 노인 분들을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들이라 여기기 보다는 이 사회의 바깥에 있는 분들이라 여기고는 하죠. 우리는 모두 늙게 될 거예요. 우리가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훗날 우리의 모습이 될 거란 걸, 모두가 알고 있죠.
노인 분들을 이해하고 함께 공존해가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테니까요. 노인 분들이 새로운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 맞아요. 하지만 이 책 속 수영처럼 즐길 수 있는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사회에서 배척하려 하지 말고 사회의 일원을 끌어안고 함께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목만 봤을 때는 수영의 시원함과 재미를 보여주는 그림책인 것 같았는데, 들여다보니 그보다 더 깊은 모습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선물해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이 책이 왜 후이늠 전시에 선정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어요.
할머니가 느끼는 무한한 자유로움을 펼치는 장으로 표현된 부분도 좋았어요. 자유로움이 강조되고 행복한 모습이 독자에게도 아주 잘 전달되었답니다.ㅎㅎ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선물해주신 길벗어린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할머니와 꼭 함께 읽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