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점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9
김지영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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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줄거리

어느 날, 빨간 점🔴 하나가 얼굴에 생겼어요. 주인공은 빨간 점🔴을 지워보려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숨기려 하면 할수록 빨간 점은 더 커져가요. 빨간 점을 숨기고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죠. 그러다... 그러다 결국, 펑! 하고 빨간 점이 터지고 말아요. 주인공은 혹시 친구들이 빨간 점🔴을 놀릴까 전전긍긍하지만 막상 친구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답니다. 이제 주인공도 빨간 점🔴을 신경쓰지 않고 재미있게 놀기로 해요. (아이들의 코, 볼에 빨간 색이 있는 것도 보이죠? 주인공이 알지 못할 뿐 모두 저마다의 빨간 점🔴이 있음을 상징해요.)


1. 빨간 점, 단점🔴
丹점: 빨간 점
短점: 잘못되거나 부족하여 완전하지 못한 점
이 두 단어 모두 '단점'으로 발음이 같죠. 이것이 <빨간 점>의 모티프가 된 순간이라고 해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왜 단점을 빨간 색으로 표현하셨을까 궁금했는데 이제 의문이 풀렸어요.ㅎㅎ 저는 오히려 단점이 빨간색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숨기고 싶은 단점을 들켰을 때 창피하고 민망한 모습을 잘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에 더해 주인공과 함께 노는 아이들의 코와 입이 전부 붉거든요. 이것은 모두가 저마다의 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줘요.

2. 소재와 주제
숨기려 하면 할수록 점점 커지는 빨간 점의 모습을 통해, 단점을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단점에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을 잘 표현했어요. 뿐만 아니라 발그레한 볼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누구에게나 빨간 점이 있음을 보여주죠. 소재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아주 잘 어우러졌어요. 사실 단점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걸 빨간 점으로 형상화 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 같아요. : )

3. 특징
① 면지 활용
- 프롤로그, 에필로그 역할
이 책은 구성이 정말 알차요.👍 면지부터 아주 꽉꽉 채워져있답니다. 앞뒤 면지 모두 활용했고, 그림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형식으로 작용해요. 하지만 이 두 부분 모두 내용에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앞 면지가 독특해요.
- 프롤로그 > 작가의 말 > 제목 사이의 텀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아침에 일어났더니 점이 생겼어'라는 문장이 나오고, 그 다음에 작가의 말 > 제목(빨간 점) 순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를 통해 '아침에 생긴 점'이 곧 '빨간 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죠. 그리고 본문까지 이어지는 잠시의 텀을 통해 독자들이 '아침에 일어났더니 점이 생겼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책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죠.

② 판화
- 한정된 색의 사용
<빨간 점>은 판화로 그려진 책이에요. 그림책 부트캠프 수업에서 판화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는데요. 색을 찍고 그 위에 또 찍는 모습이 쉬워보이지 않았어요. 판화는 디지털 인쇄에 비해 색을 한정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이 특징이자 한계죠. 이런 이유로 <빨간 점>은 빨간색, 주황색, 하늘색, 흰색, 검정색 등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이 되었어요.
- 포인트 색
이렇게 한정된 색들은 그림책을 단조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림책의 포인트(빨간 점)를 잘 보여주기도 해요. 이 책은 빨간 점만 거의 원색에 가깝게 찍어내서 더더욱 눈에 띄어요. 더불어 <빨간 점>의 그림은 그림 속의 스토리가 풍성해서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조금씩 엇나가서 인쇄된 부분들까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 )

4. 사인본
책을 읽고 작가님 큐앤에이 게시글에 질문을 남겼는데요. 그 질문에 작가님께서 답변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사인본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Don't worry! Be happy!라는 문구와 함께 빨간 점 스티커가 붙어있고 아래쪽에는 작가님의 사인이 그려져 있어요.

제가 한 질문은 '작가님도 빨간 점이 터져버린 적이 있으셨나요?'였어요. 작가님은 '긴장하는 것'에 대해 말씀해주셨답니다.😖 그 순간들을 반복해서 마주하자 빨간 점이 점점 작아지셨다고 해요. 작가님의 답변을 들으며 저만의 빨간 점이 터진 때는 언제였는지, 그 빨간 점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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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이에요
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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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여기, 백만 년을 살아온 돌이 있어요. 그 백만 년 동안 돌 곁에서는 강낭콩이 싹을 틔우고, 새가 알을 깨고, 비가 오고 땅이 굳고...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요. 돌은 그 모든 걸 가만히 지켜봅니다. 물에 잠기면 잠기는 대로, 흙에 덮이면 덮이는 대로, 굴러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자신을 스쳐가는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느껴요. 그렇게 온몸으로 살아갑니다.

#돌
"나는 말이 없지만
어제를 기억해요.
나는 발이 없지만
오늘을 살아요

그림책 <나는 돌멩이에요>에는 작은 돌이 나와요. 이 작은 돌은 온몸으로 오늘을 살아가요. 이 모습을 통해 책은 독자들에게 삶이란 무엇일지, 또 삶의 본질이란 무엇일지 질문을 던집니다.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때는 돌멩이가 가진 특성인 딱딱함과 강함, 사람들의 발에 채이는 것 등을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요. '모든 흔적을 품고 오늘을 살아가는 돌'이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와서 신선했어요.

어릴 때는 돌이 되고 싶었어요. 그냥 굴러굴러 흘러흘러 가는 모습이 부러웠거든요. 돌이 생기기까지 걸린 수천만 년의 세월을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죠. '저 돌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흙들이 쌓였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은 있었어도, 돌이 품고 있는 세월의 흔적을 떠올려볼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돌은 영원을 사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흙이 쌓여서 돌이 되고, 잘게 부서져 또 흙이 되죠. 돌 곁에서는 많은 것이 떠나고 생겨났을 거예요. 그 사이에서 돌은 외로워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요. 그저 오늘을 살아갑니다. 돌에게 오늘, 이 현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그 모습에 초연함이 느껴지면서도 어쩌면 삶의 본질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온몸으로 오늘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 무엇보다 현재에 충실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말이죠.

#삶 #현재
<나는 돌이에요>를 읽으며 돌이 품고 있을 흔적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늘을 묵묵히 살아가는 마음을 떠올렸어요. 그러면서 '나는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선뜻 '그렇다'라고...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과거, 현재, 미래 중 늘 미래를 보며 살았던 것 같아서요.

제게 삶이란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었고, 미래는 그 삶의 목표이자 원동력이었어요. 물론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이 생각을 하니 울컥했답니다. 지금의 나에 만족하며 살아가지 못하고 있었단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늘 내일을 생각했던 거였어요. 내가 늘 나를 평가하고 또 채찍질 하고 있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알았어요.

여러분들은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삶이란 이 책을 읽고 삶을 재정의했어요. '삶이란 온몸으로 오늘의 흔적을 품어내는 것'이라고요. 오늘을 산 나를 다독여줘야겠어요. 내가 온몸으로 품어낸 흔적을 기억하면서요. 자신을 재지 않고, 다그치지 않는 돌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며 오늘을 통과해봐야겠어요. 무언가를 향해 달리기보다도 그저 지금을 느껴봐야겠어요.

#특징
🗨️ 큰 판형
<나는 돌이에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판형이 크다는 거예요. 판형이 크면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죠. 이처럼 판형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촘촘히 나뉜 칸은 움직이는 돌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나타내고, 가로로 긴 판형은 땅의 깊이를 표현합니다.
🗨️ 픽셀 같은 글씨체
서체가 네모네모져있어요. 픽셀처럼 생겼는데요. 블럭같기도 하고 독특했어요. 돌은 수천만 년의 세월이 쌓여서 만들어지잖아요. 이 흔적들을 블럭st의 글씨체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어요. 표지에서도 보이듯 수많은 가로들이 쌓여 돌이 된 거니까요. 책과 잘 어울리는 글씨체였어요.
🗨️ 면지 활용

책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을 면지를 활용해서 표현했어요. 바로 돌이 품은 흔적들! 이랍니다.

#큐레이션
큐레이션을 어떻게 해주실까 궁금했는데요. 책 안에 편집자님의 편지가 들어가 있었어요! 편집자님이 글을 너무 잘 쓰셔서... 감동을 이따만큼 받았습니다..ㅠㅠ 맨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는 내용이 좀 어렵다고 느껴졌거든요. 편집자님의 편지를 읽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이해했답니다.💛 큐레이션까지 완벽했던 뭉끄 3기의 첫 책!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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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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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에서는 어떤 맛이 나는가. 백수린 작가의 <다정한 매일매일>에서는 갓 구워진 식빵의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오븐의 온기를 간직한 그 빵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몽실하게 채운다. 🍞 ❝ 내가 좋아하는 것은 빵 자체보다는 빵을 만드는 일. 손으로 반죽하고, 부풀어 오르길 기다리는 시간을, 실패해도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 그 시간을 허락하는 일 ❞ 베이킹과 글쓰기 모두를 좋아하는 내가 <다정한 매일매일>에 빠져든 것은 어쩌면 불가항력. 이 책에는 빵, 책, 일상이 엮여있다. 백수린 작가는 중학생 때부터 베이킹을 취미 삼았다고 한다. 작가님에게 빵을 굽는 시간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시간, 기다림을 견디는 기쁨으로 시간이었다. 베이킹을 평생 취미로 남겨두고자 하는 것은, 그 시간을 오직 그대로 두기 위함일 것이다. 🍞 ❝ 사람의 마음이란 한지를 여러 번 접어 만든 지화처럼, 켜켜이 쌓은 페이스트리의 결처럼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 빵에 대한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페이스트리 결로 표현하실 생각을 했을까? 이 빵을 보기 전 사과파이를 만들며 3시간 동안 페이스트리 결을 만들었다. 반죽을 접고 또 접었고, 누르고 또 눌렀다. 사람의 마음도 아무런 이유 없이 여러 겹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으리라. 무언가가 덧대어지고 또 덧대어져 모여 만들어낸 흔적이리라. 🍞 ❝ 내가 베이킹을 하고 있다면 그건 시간이 남아 돌기 때문은 결코 아니니까. 잘 써질 때는 또 너무 잘 써진다는 이유로 일상은 쉽게 방치된다. ❞ 때는 중요한 면접을 나흘 앞둔 상황이었다. 날 옥죄는 것이 너무 많았는데, 베이킹이 하고 싶더라. 그래서, 그냥 그 모든 걸 내려놓고 베이킹을 했다. 말없이 버터를 풀고, 밀가루를 넣어 반죽을 만들었고 구워냈다. (물론... 계량을 잘못해 달지 않은 쿠키가 탄생하기는 했다...) 그때 나는 왜 베이킹을 하고 싶었을까? 그 당시에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작가의 말에는 빵과 책 모두가 허기를 채우는 것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그것이 마음의 허기든, 배고픔의 허기든 간에. 내가 베이킹을 하던 이유도 내 안의 허기를 채우기 위함이었을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베이킹을 할 때면 마음이 가득 차는 느낌을 받고는 했으니까. 날 속박하던 것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자유를 느끼는 것 같았으니까. 그 느낌이 좋아서 내가 베이킹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면접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을 때 나도 모르게 베이킹을 하고 있었던 이유도 말이다. 베이킹을 하고 나서 내가 먹는 일은 잘 없었다. 전부 남들에게 나누어주고는 했다. 그것도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일일인 것 같다. 내가 베이킹과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내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 그곳에서 팔던 투박한 팬케이크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이지만 슬픔인 듯, 기쁨인 듯 입안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담담하고 부드러운 삶의 조각들은 소설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 이 부분은 켄트 하루프의 <축복>과 함께 즐기면 좋을 빵으로 '팬케이크'를 추천하는 부분이다. 이 소설과 빵이 왜 잘 어울리는지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큐레이팅 해준다.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좋다. 소설과 빵을 즐겨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 그들이 사랑하는 이와 같이 있길 바라게 되는 것은 붕어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붕어빵은 낱개로 살 수 없고 누군가와 나눠 먹어야만 맛있는 음식이니까. ❞ 나는 붕어빵을 좋아한다. 겨울이 되면 붕어빵을 꼭 먹는다. 붕어빵 찾아 삼만리를 한 적도 있다. 생각해보면, 붕어빵을 먹을 때는 늘 누군가가 내 곁에 있었다. 혼자 먹는 붕어빵은 그다지 맛이 없었다. 줄곧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붕어빵을 좋아한 이유는 누군가와 나누어 먹을 때의 온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붕어빵이 겨울에 더욱 유행하는 이유도. 겨울은 따뜻함이 필요한 계절이니까. 🍞🍞🍞 백수린 작가의 첫 번째 산문이다. 작가가 사랑하는 것들을 모아 만든 산문이다. 그래서일까. 책 제목처럼 '다정한 책'이 탄생했다. 소설과 함께 즐기면 좋을 빵들도 소개되어 있고, 소설에 나온 빵과 이어진 에피소드들도 적혀 있다. 빵과 소설, 일상이 잔잔하게 이어져 있다. 생일선물로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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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아지똥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이기영 해설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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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원작의 히든카드 ‘감나무 잎‘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수기와 정승각 선생님의 그림, 이기영 선생님의 해설까지 소장가치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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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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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점(交差点): 서로 엇갈리거나 마주친 곳

<천사가 날 대신해>는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글을 한 책에서 함께 읽을 수 있는 시리즈다. 이번 책의 주인공은 김명순 작가와 박민정 작가였다.

김명순 작가는 우리나라 최초 근대 여성 소설가로 여겨진다. 이 책에는 그녀의 대표작인 <의심의 소녀>, <돌아다볼 때>, <외로운 사람들>이 실렸다. 김명순 작가와 연결된 현대 작가는 박민정 작가다. 박민정 작가는 현대 여성이 처한 공포와 소외를 드러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책에는 김명순 작가의 영향을 받아 쓰여진 소설 <천사가 날 대신해>와 소설 잇다 시리즈에 참여한 후기가 적힌 에세이 한 편이 실렸다. 여기에 두 작가와 작품에 대한 박인성 문학평론가의 해설까지, 짜임이 아주 훌륭하다.

김명순 작가의 소설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의심의 소녀>다. 10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소설인데 임팩트가 상당했다. 소녀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중에 풀리면서 소설의 긴장감을 이어가는 부분이 박민정 작가의 <천사가 날 대신해> 속 세운의 죽음을 찾아가는 모습과 비슷해보였다. 이 둘의 에피소드가 사회와 연결된다는 점도 좋았다. <의심의 소녀> 속 주인공 범례는 불륜으로 엄마를 죽게 만들었으면서 이제와서 자신에게 집착하는 아빠를 피해 시골 마을로 왔다. 범례의 할아버지는 아빠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자 다급히 마을을 떠나버린다. 아마 범례는 계속해서, 내내 그렇지 않을까. 이것은 범례라는 여성을 향한 폭력이다. <천사가 날 대신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여성의 폭력으로 여성이 죽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의심의 소녀>에서 가해자가 남성이었다면 <천사가 날 대신해>에서는 가해자의 위치에 여성이 서며, 여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은 또 얼마나 큰 공포를 몰고 오는지를 보여준다.

인상 깊었던 것은 박민정 작가의 에세이와 박인성 평론가의 해설이었다. 이 두 글이 실림으로서 시리지의 정체성이 명확해진다. 박민정 작가의 에세이를 통해서는 독자가 <의심의 소녀>와 <천사가 날 대신해>를 번갈아 읽으며 느낀 기시감(작가에 대한 관심/호러/호기심)이 무엇인지 구체화해주고, 박인성 평론가의 해설을 통해서는 <외로운 사람들>과 <천사가 날 대신해> 속 소녀병과 여성의 외로움, 공포, 한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더 깊은 사유가 가능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책이 고심해서 나온 것이 한 눈에 보였다는 것이다. '소설 잇다' 시리즈 첫 기사를 봤을 때부터 작가정신이 이 시리즈 기획에 열과 혼을 쏟아부었음을 느꼈다. 총 10권이 나온다고 했는데, 첫 기사부터 7권의 라인업이 떴기 때문이다. 어떤 근대 여성 작가와 어떤 현대 여성 작가를 엮어야 할지 이미 고민을 끝냈으며, 그 작가들에게 동의를 구했고, 이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획부터 촘촘히 잘 짜인 시리즈였으니 책도 좋을 수밖에.

어떻게 하면 가독성이 좋을지, 전달력이 좋을지 고심해서 나온 것이 보였다. 첫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① 편집부에서 나온 '이 책에 대하여 (aka 소설, 잇다 시리즈 설명서)'로 시작해 차례에서는 양 옆에 두 작가의 작품을 배치해두고, 중간에 해설을 적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② 책의 여백이 넓고 글자 크기도 커서 부담스럽지 않다. 이게 정말 좋았는데 근대 작가들의 작품에는 옛말과 사투리가 섞여 있어 각주가 많이 달린다. 풀어서 적으면 소설의 글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약간의 부담을 주게 되는데, 이걸 넓은 여백과 큰 글씨로 해소한다. 행간도 넓어 어렵지만 차근차근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③ 소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러두기가 필요한 경우, 세세히 적혀 있다. 이건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이 책에서 신뢰도 또한 중요한데, 어떤 이유에서 이 두 작가를 엮었는지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의 세세한 부분들이 이 책의 신뢰도와 완성도를 높인다. (작가정신 체고????)

이 책은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교차점을 보여준다. 다르고, 또 비슷한 두 작가의 이야기를 한 책에서 만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한다. 무엇보다 근대 여성 작가의 글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니 참고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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