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를 괴롭히고 있던 유령은 예전에 그곳에 살았을 사람의 유령도 아니고, 7년 전 애인의 유령도 아니었다.(전 애인과는 그 여행에서 돌아오고 1년 만에 두 사람의 삶이 다른 곳을 향하고있음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헤어졌다.) 그때 나를 괴롭히고 있던 유령은 7년 전에 나였던 여자의 유령이었다. 리로부터전 애인의 가족사를 들어서였는지, 전 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게 되어서였는지, 그때 나는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심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서늘한 우울을 떨쳐버리려면 전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생긴 좋은 일을 하나하나 되뇌어야 했다. 하지만 그 창문 앞에서 갑자기 나는 옛날의 나 자신이 여기 죽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모든 꿈들, 그 여자의모든 실현되지 못한 계획들이 여기 죽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모든 인체 세포가 7년에 한 번씩 새것으로 바뀐다면,
7년 전에 여기 있었던 그 여자, 지금의 나보다 어리고 소심한 그여자가 물리적인 의미에서 내게 남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 여자와 나를 이어주는 것은 한 장의 여행사진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희미한 기억뿐이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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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를이처럼 지적이고 매혹적인 여행기라니!
이건 아일랜드 여행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찾아 나선모험일지도 모르겠다. 대기근에도 살아남은 아이의 부러진다리에서 한 사람의 기억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과거는150년 전 정도라고 추측하거나, 고문과 절단과 고통의 몸과사랑의 몸을 함께 기록한 한 남자의 삶을 뒤쫓으면서, 그가 수집한나비를 떠올리며 이렇게 질문을 던질 때, 나는 전율했다.
"참상 속에 나비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아일랜드의 자연과 역사와 인물에 익숙해졌을 무렵, 리베카 솔닛은여행이라는 것, 떠돈다는 것, 이주한다는 것의 의미 속으로 더 깊이
‘걸어‘ 들어간다. 움직이는 한, 세상과의 대화는 계속된다는 것을 그는잘 알고 있으므로, 그러므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김연수(소설가)나는 아일랜드는커녕 유럽도 가본 적이 없지만, 늘 지인들에게 버킷리스트로 아일랜드 여행을 권한다. 이 책은 나의 주장을 증명한다.
솔닛의 글은 인구 350만 명에 연평균 관광객 300만 명인아일랜드에 대한 이야기이자 세계사, 영문학, 여행에 관한최고의 문장이다. 읽기로서의 여행, 여행하기 위한 읽기의 정석이다.
이 시대, ‘집‘에서 여행하고 싶다면 이 책 이상이 없다. 여러 번 읽고필사할 책이 있다는 기쁨, 역시 솔닛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정희진(여성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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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전체주의 체제일 때 세상을 두 번이나 불바다로 만들고 대학살을 저질렀지만 
서독이 민주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의 매력으로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이뤘으며 문명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환경 선진국이 됐다. 사회혁명과 전쟁의 시대를 증언하던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20세기가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민주주의의 승리로 마무리됐음을 선포했다. 
고르바초프는 소련 사회를 자기 구상대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20세기의 문을 닫음으로써 인류가 새로운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했다.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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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평화협정에서 아라파트 의장은 이스라엘이 건국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야만 행위에 대한 비판을 접어두고 현실을인정한 가운데 미래를 열어가기로 결심했다. 라빈 총리는 군사력행사를 절제하기로 약속하고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받았다. 힘의 우열을 반영한 현실적인 타협이었다. 평화로운 공존을 원한다.
면 가해자인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들이 팔레스타인 민중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그들의 억울함과 분노를 풀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유럽에서 수천 년 동안 당했던 박해와 홀로코스트의 참극을 돌아보며 느끼는 감정을 팔레스타인 민중에게고스란히 떠안겼다. 그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공존에 대한합의를 얻어내지 않는 한, 유대 민족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평화와 안전을 누리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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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세계체제가 무너진 1990년 이후 자본주의는 ‘더나은 대안이 없는‘ 경제체제가 됐다.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혁명,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회의 생산력은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불황과 ‘승자독식‘으로 흐르는 양극화 현상에서 보듯, 인간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임의로 통제하지 못한다. 대공황은 사람들이 더 많은 상품의 생산에 열광하고 물질적 부의 축적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던 시기에세상을 덮쳤다. 인간은 자신이 요술램프에서 불러낸 거인을 다루지 못하는 소년과 같았다. 오늘 우리는 그때와 얼마나 다를까?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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