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들을 변하게 만들려
애써본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일 텐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해
 힘들어지게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죠.
존재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알겠죠.
변함없는 것 또한 그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는 것을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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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졌다. 그만큼 주위를 돌아볼여유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그랬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아나길 기다렸고, 여름이 오면 시원한 계곡을 떠올렸으며,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한설악산에 가고 싶었고, 겨울이 되면 새하얀 눈이 언제 내릴까 설레어 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레 사라진 건지 팍팍한세상살이에 젖어 계절의 낭만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내 모든것을 살짝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볼여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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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역시 수학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나는 교재를 붙들고 씨름해보지만, 도움 없이 혼자서는 도저히해낼 수가 없다. 성적이 늘 우수하기 때문에 통신학교 선생님에게물어볼 수도 없다. 도움 받을 곳이 어디에도 없다. 나는 지금 탈레스의 정리를 배워야 한다. 정리를 읽어본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안타까운 마음에 삼각형을 그리고 또 그려본다. 전부 허사다.
아버지는 피라미드에 대해서 잘 아니까 이것도 알지 않을까? 가서질문하고 싶지만, 어머니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수학을 못하면 의학 공부를 할 수 없다. ‘머리 고치는 외과의사의 꿈은 영원히 끝이다. 박사님들, 병을 고쳐주는 사람들, 나의 영웅들과 영원히 안녕이다. 나는 영원히 이 집에 갇혀 있어야 한다. 언젠가 기적적으로 집을 벗어난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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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하는 ‘죽음에 대한 명상‘ 훈련 때 살아남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하실에 큰 공사가 있었다. 바닥을 더 파고 콘크리트로 덮은 뒤 그 위에 타일을 깔았다. 이제 쥐들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할 수있고 쥐들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불행히도 바로그 타일 때문에 지하실 구석구석에서 쥐들이 움직이며 내는 모든 소리가 내 귀에 너무 잘 들린다.
어쨌든 나는 암흑 속에서 내 앞에 나타나기로 되어 있는 빛의존재들에 집중한다. 아버지는 지난밤 할머니가 찾아왔었다는 말을자주 한다. 나는 할머니의 혼령을 만날까봐 무섭다. 죽은 사람들은모든 것을 안다고 하지 않는가, 할머니가 아버지한테 가서 내가 훈련은커녕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다고, 쥐들 때문에 정신이 흐릿해져서 전구에 다시 불이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줄지도 모른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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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꿈꾸게 만드는 것들은 따로 있다. 나비, 무당벌레, 클로버.... 나는 금붕어의 작은 입을 닮은 금어초와 대화하는 상상을한다. 복화술을 할 줄 몰라 그 입술의 움직임에 말소리를 얹어주지못하는 게 아쉽다. 아르튀르와 함께 몰래 따서 그 씁쓸한 맛을 즐기곤 하는 까치밥나무 열매도 나를 꿈꾸게 한다. 하늘을 나는, 우리집철책에 막히지 않고 날아가는 새들도 나를 꿈꾸게 한다. 그리고 멧비둘기도, 특히 서로 입맞추는 모습이 그렇다.
달력 사건으로 나는 좋은 것을 보거나 흥분했을 때 내 마음을감춰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날 이후 나는 무언가 경이로운 것이 눈에 띄어도 아무 관심 없는 척한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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