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뜯어 먹는 소처럼 독서하라.


"선생님은 그럼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의무감으로 책을 읽지 않았네. 재미없는 데는 뛰어넘고, 눈에 띄고 재미있는 곳만 찾아 읽지,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나비는 이 꽃저 꽃 가서 따지, 1번 2번 순서대로 돌지 않아. 목장에서 소가 풀 뜯는 걸 봐도 여기저기 드문드문 뜯어. 풀 난 순서대로 가지런히 뜯어먹지 않는다고, 그런데 책을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
그 책이 법전인가? 원자 주기율 외울 일 있나?? 재미없으면 던져버려. 반대로 재미있는 책은 닳도록 읽고 또 읽어, 그 기나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나는 세 번을 읽었어, 의무적으로 읽지 않는다는말이네, 사람들도 친구 사귈 때, 이 사람 저 사람 두루 사귀잖아. 오랜 친구라고 그 사람의 풀스토리를 다 알겠나? 공유한 시절만 아는거지. 평생 함께 산 아내도 모르는데(웃음),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도모르는 거야. 책 많이 읽고 쓴다고 그리에이티브가 나오는 것 같아? 아니야, 제 머리로 읽고 써야지. 일례로 번역은 창조지만 학술논문은 창조가 아니거든."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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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날씨처럼 변하는 게 감정이지요."
"그런데 이것 보게. 그 마인드를 무엇이 지탱해주고 있나? 컵이지, 컵 없으면 쏟아지고 흩어질 뿐이지.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액체로 채워져 있어. 마인드로 채워져 있는 거야. 그러니 화도 나고 환희도 느낀다네. 저 사람 왜 화났어? 뜨거운 물이담겼거든 저 사람 왜 저렇게 쌀쌀맞아? 차가운 물이야. 죽으면 어떻게 되나? 컵이 깨지면 차갑고 뜨겁던 물은 다 사라지지. 컵도 원래의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나 마인드로 채워지기 이전에 있던 컵 안의 void는 사라지지 않아. 공허를 채웠던 영혼은 빅뱅과 통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거라네. 알겠나?"
컵 하나로 바디와 마인드와 스피릿, 현존과 영원을 설명하는 이어령 선생님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토록 심오한 이야기를이렇게 간단하게 풀어버리다니! 스승은 풀피리 불 듯 말을 이었다.
영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유리컵 안의 빈 공간을 인정하지 않는거라고,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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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 마지막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제부터
자네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네.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야.
어둠의 팔목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지."


선생님은 라스트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당신의 지혜를 ‘선물‘로 남겨주려 했고, 나는 그의 곁에서 재앙이 아닌 생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어 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같의 삶이라는 커리큘럼의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사전에 대화의디테일한 주제를 정해두지 않았고, 그날그날 각자의 머리를 사로잡았던 상념을 꺼내놓았다. 하루치의 대화는 우연과 필연의 황금분할로 고난,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죽음, 과학, 영성 등의 주제를 타고 변화무쌍하게 흘러갔다.
-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죽음 혹은 삶을 묻는 애잔한 질문에 대한 아름다운 답이다.
더불어 내가 인터뷰어로서 꿀 수 있었던 가장 달콤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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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오이 겐은, 치매를 앓는 고령자는 상황에 대해 일관적인 의견을 갖기 힘들고 그때그때 판단이 달라지기는 해도 자신의 몸에 관한 판단은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위루에 대해 처음에 ‘싫다‘고 부정적으로 대답했던 치매 환자 14명에게 3개월에서 6개월의 간격을 두고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하자, 언어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진 4명을 제외하면 대다수인 8명은 여전히 싫다고 판단했으며 2명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즉, 대체적인 경향으로 보면 자기 몸에 일어나는 일에 관한판단은 치매 환자도 몇 달 동안 일관성을 보이는 것이다.
아무리 이해력이 저하돼도 그들의 감정적인 판단은 존중해야 할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라도 감정적 반응은 건강한 사람과 마찬가지며, 이는 역시 생명체로서 진화하는 동안에 기나긴 시간을 들여 획득해 온 생존을 위한
"올바른 판단이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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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만지는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자주 만진다는 것은 확실히 불편함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불편함이 없어지도록 문질러준다. 새로운 발견을 한 기분이었다. 예전에 배가 아플때 엄마가 배를 쓰다듬어주면 안심이 되곤 했다. 정말로 통증이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도저히 알 수 없을 때는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을하면 된다.
그 이후 나는 가끔 엄마의 뒷머리부터 어깨까지 5분 정도마시지해 드리고 있다. "네 손은 따뜻해." "기분 좋아." 하고 말씀해주시는 걸 보면, 불편함이 해소된 지는 알 수 없지만 기분은좋아지시는 듯하다.
"다음에는 내가 너 해줄까?"
"넌 안 피곤해?"
엄마는 내게 몸을 맡긴 채 그런 말씀을 하신다. 온전히 ‘엄마‘로 돌아온 것이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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