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

비 오는 날이면 수첩에 적어 두었던 여배우 이름을 읽어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영화 장면을 회상하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도 때로는 미술관 안내서와 음악회 프로그램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지도를 펴놓고 여행하던 곳을 찾아서 본다. 물론 묶어 두었던 편지들을 읽어도 보고 책갈피에 끼워 둔 사진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30년 전이 조금 아까 같을 때가 있다. 나의 시선이 일순간에 수천 수만 광년 밖에 있는 별에 갈 수 있듯이, 기억은 수십 년 전 한 초점에 도달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나와 그 별 사이에는 희박하여져 가는 공기와 멀고 먼 진공이 있을 뿐이요 30년 전과 지금 사이에는 변화 곡절이 무상하고 농도 진한 ‘생활‘이라는 것이있다. 이 생활 역사를 한 페이지 읽어 보면 일 년이라는 세월은 긴긴 세월이요, 하룻밤, 아니 5분에도 별별 사건이 다 생기는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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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주위의 풀 한포기 소중하지않은것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 풀더미를
한 평만 떼어다

어제 갔던 곳은 2년 전에도 간 적이 있는 봉정사라는 절이다. 영주 부석사의 무랑수전보다 오래된 고려조의 목조건물이 있는 곳인데, 실제 건물은 중간에 새 목재로 다 교체해 버린 데다 내부도 썰렁하니 헛간 같은 게 볼품이 없더라. 그에 비하면 무량수전의 기품 있는 모습은 과연 국보급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절 구경은 별로 하지 않고 절로 들어갈때부터 나올 때까지 그저 땅만 보고 다녔다. 온갖 풀꽃들을 헤아리느라고 그랬지.
방에 앉아 있을 때 여러 권의 도감을 통해 그렇게 많은 풀꽃들을 보았는데도 막상 산에 가 보니 온통 신기한 풀이 천지에 널려 있더라.
 예전 같으면 그냥 "어, 풀 좋다!" 하고 지나쳤겠지만, 이번에는
 풀 하나하나의 특성과 이름들을 주억거리며 헤쳐 나갔지. 
그러자니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이 온갖 금은보화가 가득한 신비의 곳간처럼 여겨지면서,  발걸음을 옮김 때마다 그렇게 아쉽게
 여겨질 수가 없더구나.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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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노동자 장석주를 사로잡은 텍스트 
한자한자 가슴에 새기며 나를 비추는 시간

"지혜와 인생의 정수를
간결하고 함축된 구조 속에 담아낸 명문장은
거울이 되어 우리 내면을 비춘다.
그 거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생을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데
힘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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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쓰건 산문을 쓰건 목표는 똑같다.
기쁨을 주는 것. 이제 내가 성공했느냐 아니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고, 사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실패한다.
하지만 나는 노력한다. 나는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덧없고 혼란스러운 삶을
바쁘게 보내는 방식이다.
조나단 에임스(1964-)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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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본업은 아니다.
언제나 엄청난 도전이다.
사람들은 매번 내게 묻는다.
"책을 쓰기 시작한 다음 제쳐두고
다른 일을 해본적이있나요?"
내 대답은 불행하게도 "아니요"다.
나는 항상 모든 글을 줄곧 써내려간다.
쓰디쓴 결말에 이르기까지.
에드먼트 화이트 (1940-)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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