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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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먹고사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 바로 사람과의 관계이다. 가족이나 친구 등과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온통 신경 쓰는 일과의 전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제발 신경 좀 끄고 살아라는 주변인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 신경 끄기에 대한 기술을 터득하는 동안 마음은 다치고 정신은 병들어간다.

그렇듯 그놈의 신경 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모양새만 보아도 전 인류의 숙제인가 보다. Do Not을 표방하는 명제만 보아도 무한 긍정만 강요하는 기존 자기 계발서와는 분명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심지어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에 딴지도 걸고 있다. '아'다르고 '어'다르듯 말이라는 게 해석하기 나름이라지만 생각의 전환이 익숙하지 않던 내게 뼈 있는 생각도 던져주었다.

파워블로그이자 인생 상담가로 활동 중인 마크 맨슨은 손바닥 뒤 집 듯 인생역전을 경험한 인물이다. 게다가 저자의 말투는 전혀 한국스럽지 않다. 어찌 보면 상스럽고 또 어찌 보면 친근한, 어쨌든 뒤통수를 후려치는 통쾌한 직언 뒤에 나름의 깊이 있는 통찰과 진리가 전해진다.
밑바닥 인생을 통과하며 깨달았던 저자의 경험담과 유명인들의 일화 등에서 신경을 제대로 끄는 기술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저울질이 서툰 사람일수록 떠안아야 할 스트레스가 많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비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한때 자존감이란 단어가 무수히 오르기도 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모두 특별하다며 위로의 강도도 높여갔다. 하지만 허세라는 역효과도 낳았다. 아마 주변에 허세작렬하시는 분들이 한두 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는 충고조차 먹혀들 공간이 없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와 같은 말들은 나를 지칭하는 말이고 세상의 중심은 나이며 불행은 자신을 늘 비껴갈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그렇다면 그러한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충고의 질은 이렇게 거친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그렇듯 그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뒤집어 놓았다.
너 자신을 절대 알지 말라. 그래야 끊임없이 노력해 깨달음을 얻게 되며,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p.162

굳이 토달지 말고 던져준 대로 생각해보면 자신을 잘 안다고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겠다. 그렇게 굳어진 생각은 나의 발전을 저해하고 심지어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해질 수도 있다.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는 본인의 문제점을 배운다. 내가 틀린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틀린 점을 인지하였을 때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오로지 나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분명 시간이라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것을 성숙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하지만 뭣이 중한지에 대한 깨달음이 자연스레 오게 되는 순간이 인생에서의 자유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교묘한 기술(The subtile art  of not giving a fuck)이라는 것에 그리 획기적인 비법따위는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극한의 상황이나 충격적인 경험이 수반되어야만 변화를 줄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생의 끝을 당겨 내가 그 앞에 있다고 가정해 보라. 그게 안된다면 저자처럼 발하나 헛디디면 생이 끝나버릴수도 있는 지점에 서서 용기를 얻어보는 것도 어떨까. 인생의 주요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삶의 관점을 어떻게 재단할것인지 그리고 무수한 선택지 앞에서도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은 떨쳐버릴수 있는 용기를 더 내어보자. 

 

 

이 책은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적당히 거절하고 타협하는 것이 인생을 덜 피곤하게 사는 지름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애쓰지 마'라는 단어를 적절히 인생에 대입하고 중요한 일에 몰두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골치가 아픈 이들에게 두통약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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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그리다 - 나만의 작품에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어줄 45가지 스케치와 페인팅 튜토리얼
디나라 미르탈리포바 지음, 최지원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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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속 주인공은 실존 인물로 모드 루이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그녀의 그림에 반하였고 나도 저런 감성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었다. 단순한 모티브와 원색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천진난만해 보이던 그 그림이 마냥 좋았던 이유는 희망과 열정 가득한 삶 그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나도 붓을 들면 당장이라도 비슷하게 그릴 수 있을 법한 그림들이지만 이상하게 막상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손은 같은 자리를 끄적대고 있기만 한다. 그래서 각종 그림 관련 서적을 보며 비슷하게 흉내도 내보고 각 재료의 특성과 스킬도 익혀보았지만 뭔가 디자인적인 요소와 상상력이 깃든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욕구는 늘 있어왔다.
나에게도 숨겨진 끼가 열정으로 쏟아져 내린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무언가 모자라는 듯한 느낌은 늘 멈춰버린 시곗바늘 같기만 하다. 그렇다면 나도 나만의 그림이라는 걸 그려볼 수 있을까..

이미 수채화나 색연필화에 관련된 책은 몇 권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책은 정말 단번에 욕심이 났다. 늘 콘텐츠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던 내게 저자의 그림들은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난 왜 생각이 멈추어 있는지 반성도 해보면서 말이다.

책의 저자는 우즈베키스탄 태생이며 그림을 전공하지 않고도 열정 하나로 지금의 일러스트 작가로 거듭난 분이다. 그녀의 그림들을 쭉 훑어보면 단순한 구성으로 언뜻 쉬워 보이지만 장식이 많아 디테일하고 또한 오브젝트마다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인터넷을 보면 잘 그린 그림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나도 한번 그려볼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그녀의 그림은 자연을 기본 모티브로 하였다. 그녀의 오브젝트 동식물, 동화 및 신화, 사람과 집 그리고 장식무늬 등에는 나뭇잎과 꽃들이 주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려는 대상을 단순화하되 장식이 많고 디테일하게 꾸미는 것이 포인트이다. 우선 그리려는 것에 대한 특징을 파악하여 단순화 시켜 스케치를 한다. 스케치나 컬러링의 순서 단계는 많지 않지만 기본적인 구도를 잡는 법과 채색을 해나가는 방법에 대해 경험과 노하우로써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초보자들은 처음 연필을 잡고 스케치를 해 나갈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작가는 원, 네모, 세모를 이용해 구도를 잡는 방법으로 망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게 팁을 알려주고 있다. 단순하게 스케치하고 컬러링 할 때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색을 입혀 나가는 것이 포인트이므로 좀 더 변화를 주면서 상황별로 응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저자의 그림은 여백을 잘 활용하여 심플함을 주고 있으며 컬러의 사용이 제한적이다. 한가지 그림에 너무 많은 색감은 오히려 통일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색상을 정하는데 고민이 된다면 저자의 색상 코드를 잘 활용해보자. 주로 그녀가 사용하는 물감은 아크릴 과슈 물감인데 이는 다양한 재료에 사용할 수 있어서 그녀가 즐겨 쓴다고 한다. 아크릴 과슈 물감의 비용이 저렴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색상을 구입하기에 부담스럽다면 낱개로 몇 가지 색상을 구입해서 그 질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페이지를 쭉 넘겨보다 동화 라푼젤 그림에 마음을 뺏기어 일단 시도해보았다. 간단히 스케치 작업 후 수채화로 대강 색을 입힌 후 세밀한 부분에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손떨림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리기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양한 부분부분에 포인트를 살리고 라인을 정리하는 등 꼼꼼함이 필요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지만 다행히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집이나 사물을 다채롭고 예쁘게 잘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밑그림을 많이 그려보는 일이 중요할 것 같았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그림을 그려본 이들이라면 좋은 교재가 될 것이고 초보자들에게는 시도해 볼 수 있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들은 넘쳐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괜스레 간섭을 하였다가 한소리 들으면서 반성한 적이 있기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그림이 제일 좋은 그림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보고 본격적으로 실생활에 조금씩 옮겨보면서 삶의 즐거움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우리 생활 전반에 유행하고 있는 북유럽 디자인 감각을 직접 그려보는 일은 분명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름에 엄마가 그림을 그려달라고 보내온 바가지에 이제서야 그림을 그려보았다. 냥이 두 마리의 집사로 울 냥이들을 떠올리며 스케치하고 채색을 해 보았는데 생각외로 색들이 잘 입혀져서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탄생하였다.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은 일들을 해 보면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각 샘플 그림에 사용된 재료에 대해서 팁을 주었다면 좋을 듯했다. 재료에 따라 색이 옷을 입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저자가 당부하는 내용 중에 한마디가 와닿았다.
"여러분은 다른 누군가의 작품이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나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상상력을 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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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맛 - 로제 그르니에가 펼쳐 보이는 문학의 세계
로제 그르니에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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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또 어떤 맛으로 다가올까 하는 기대감은 서른한 가지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아이스크림 맛만큼이나 설렘을 준다.

서점, 도서관, 심지어 책장에서 아직 읽지 못한 몇 권의 책들을 바라볼 때면 늘 겪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이 책의 제목 하나만큼은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독서의 깊이감이 그냥 물웅덩이 수준이라 책안에서 작가가 불러낸 수많은 프랑스 작가들이 낯설기 그지없었지만 그들과 함께 동시대를 산 이 로제 그르니에의 폭넓은 시각에 믿음이 더해지고 더불어 읽고 이해하고 쓰는 이 모든 행위, 즉 책에 대한 여러 견해에 마음이 기울어졌다.

읽지 않은 책이 없고 모르는 작가가 없을 정도로 책에 대해서라면 지칠 줄 몰랐던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로제 그르니에는 백세 인생의 길로 가고 계신 노장작가이다. 물론 처음 알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독서광이었고 알베르 카뮈의 추천으로 기자 생활을 거치며 거의 70년 동안 작가 생활을 하신 분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경력이지 않은가. 그런 그가 들려주는 아홉 가지 소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나의 오감 곳곳에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먼저 문학과 사회 뉴스들의 상관관계에 대한 견해에서는 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을 꼬집지만 반면 그러한 사회 뉴스들이 문학의 소재가 되어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을 부정할 수 없다. 비록 각종 뉴스나 미디어들로 인해 진정성을 놓치기도 하지만 그러한 기사 거리들이 작가에 의해 상상력에 날개를 달고 무한한 세계를 연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잘 짜인 이야기에서 삶의 질서와 철학을 찾는 즐거움을 누린다.

문학작품이 그리는 기다림이라는 주제는 다른 어떤 주제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간의 연장선인 기다림이라는 행위를 다양한 상황과 각도에서 해석함에 따라 인생에 있어 기다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은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말한다.  특히 독서에서의 기다림은 가장 으뜸 행위의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이 모든 책들...
나에게는 독서야말로 기다림과 분리될 수 없는 으뜸 행위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눈은 글자를 따라 나아가고,
정신은 더 멀리에서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 안달하며 눈이 나아가길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려야만 한다.

사생활 편에서는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겠다. 최근 미디어의 급성장과 더불어 독자들은 작가와 사생활에 대해 조금은 오픈되길 원한다. 때론 작가의 이념이나 생활들이 소설과 얼마나 밀접한지 연관 지어 보려는 이들도 있다. 작가의 사생활이나 가치관이 충분히 반영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작가가 잘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세계에서 살다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작가의 사생활은 그들만의 것으로 지켜지고 보호받아야 한다.

기억 자체가 이미 소설가이다. 이제 우리는 저장 장치가 아니라 과거를 끊임없이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억은 재생하기보다는 지어낸다.
기억은 역동적이며, 우리의 상상을, 우리의 개성을, 우리의 열정을, 우리의 상처를 먹고 자란다.
이는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며, 작가에게는 더더욱 사실이다. -p.107
읽기는 더도 말고 적어도 글 쓰는 일만큼이나 사생활에 속하는 행위이다.
책 한 권 들고 혼자가 되는 시간,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쓴 페이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참으로 잘 알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혼란스러운 삶을 문득 이해할 것만 같다.
한편의 허구가 우리 자신에 대해 현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p.120

 

그렇게 읽어내려가다 어느 한 구절에서 또 멈춰버렸다.
"그렇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건 불행 중 다행일 뿐이다. 진짜 불행은 종종 느닷없이 죽는다는 데 있다." -p.177

이 문장을 맞닥뜨렸을 때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연예인 기사가 터진 뒤였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뒤숭숭하고 우울감이 감싸고 있던 저녁시간에 이 한 문장에 마음 한구석이 또 비워졌다.

이외에도 저자의 책에 관한 넘치는 지식은 사랑, 장편과 단편, 미완성작 그리고 글쓰기 등으로 풀어 보이고 있다. 그 작품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마치 유명인을 친구로 둔 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흥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자들은 더욱 가까이에서 작품과 호흡해 볼 수 있는 듯하다.

아직은 글쓰기에 대한 욕구보다 책 속에서 노니는 일이 더 즐겁기에 더 많은 문학 작품을 통해 진정 책의 맛을 알아가고 싶다. 시간이 지나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정리해보고 내 나름의 맛의 분류 표를 그려내 볼 그날도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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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한국 지리 여행 - 어디까지 가 봤니? 방방곡곡 지리 여행
김은하 지음, 긴리(Gynree) 그림 / 봄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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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내가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가 한국지리였다. 엉뚱한데 원인을 돌려보자면 지리를 너무나 지루하게 가르치는 선생님 때문이라고 탓하고 싶다. 그렇다 보니 수업시간 내내 배웠던 지역의 특산물이나 산맥의 이름과 위치 흐르는 강줄기 등이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런 기억이 있었기에 내가 부모가 되면 아이들과 체험을 통해 지리를 알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다. 그러려면 부모도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책은 내가 평소 궁금해했던 우리나라의 땅 이야기가 들어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아직은 지형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이 크게 생기는 시기는 아니다. 자연환경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땅을 밟고 뛰어놀기 바쁠 시기이니까.

학교에서도 다시 배울 테지만 지금부터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땅에 대해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건 놀이식 교육이었다. 보드게임이나 주사위 게임 등은 한 번씩 스쳐지나는 듯하여도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땅의 지형도를 눈에 익히기에는 좋았었다. 각 지역을 여행하며 특산물도 공부하고 도로, 항구 등을 이용하며 이동하는 방법을 통해 각 지역을 오가며 위치를 익히는 시간도 덤으로 가져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그것들이 아이들과 여행 시 조금 힌트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을 다니면서 느꼈던 지식의 부족함이 나에겐 늘 고민이었다. 지리를 싫어하다 보니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마저도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책이 없을까 하던 중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나 반가웠다. 이 책은 우리나라 지형에 관한 기본적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어서 앞으로의 여행에 밀도감을 더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땅, 산, 강물, 평야, 바다, 도시 편으로 나누어 그러한 지형으로 이루어진 지역과 도시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대한민국 땅 곳곳의 특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참고사진과 일러스트 그림 자료를 적절히 활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으며 이야기하듯 자연스러운 문체가 부담감을 덜어준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에 다소 어려운 용어도 있고 문장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래서 더욱 부모가 길잡이가 되어주어야 할 것 같다.

 

 

 

제일 먼저 땅 편에서는 한반도 땅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삼면의 특징과 더불어 기후 등 기본적인 정보를 시작으로 그 외 독도를 일본이 탐내고 있는 이유, 대구가 왜 그렇게 더울 수밖에 없는 지형인지 등 평소 호기심이 생길만한 소재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두 번째 산 편에서는 내가 왜 그리 대관령 타령을 하는지 아이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줄 수 있어 좋았고 높은 산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따라 지역적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아서 도움이 되었다. 산이 주는 이로운 점과 불편한 점에 대해 알아보고 그 외 우리나라에서 석회암 동굴들을 살펴보며 다음 여행지로 계획을 짜보기로 하였다.

강 편에서는 평소 어두웠던 지식에 불을 밝혀 주었는데 우리나라의 강줄기의 흐름과 그 강물을 따라 생겨난 땅, 섬 등을 살펴보고 또 강과 함께 발달한 나루의 위치를 살펴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 대한 설명 중 남이섬이 댐 건설로 인해 생겨난 섬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올여름 남해를 둘러보면서 동해, 남해, 서해의 특징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긴 하였지만 미처 더 얘기해 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한가득이다. 검은 모래와 흰모래, 자갈 해안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파도에 의해 생긴 절벽의 형태, 사는 지역과 가까운 강화 일대가 간척 사업으로 면적이 넓어지게 된 사연 등을 굵직굵직한 정보가 많다. 용어의 유래나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한번 더 설명해 놓아 이해하기 좋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갑작스레 질문을 던질는지도 모른다.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해도 이 책 한 권이면 머뭇거리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사는 땅의 역사와 여행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자연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 그리고 많이 보고 듣는 교육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대한 지식을 즐겁게 알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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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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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언어도 언어적 감각과 재능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는 편이다.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사람은 자기만의 방법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소화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마치 아무리 수학 문제를 풀어도 이해 능력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언젠가부터 영어를 이렇게만 하면 누구든 할 수 있다는 문구를 앞세운 온라인 강좌나 단기간에 영어 자막을 읽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베너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글쎄, 어떤 노하우로 그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의문이기는 하나 언어라는 것이 단기간에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어에 지쳐있는 이들을 유혹하는 문구는 넘쳐나지만 그들도 안다. 쉬운영어법이라는건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의지력이라는것과 흥미라는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속는 셈 치고 또 책을 펼쳐 든다.

저자 신왕국에겐 악착같은 마음이 있었다. 영어로 상처받았던 굴욕의 그 순간을 벗어던지고자 하는 마음과 뜻밖에 즐거움을 찾게 된 공부 재미가 더해져 그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고등학교 중태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였고 생각보다 자기와 영어가 찰떡궁합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터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힘든 숙제일까..

무엇보다 그는 독하다. 누구나 저자같이 악착같은 마음가짐이 없기에 늘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저자는 뚝심이 대단하다. 밀어붙이는 힘도 가졌다. 그리고 저자는 저자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잘 선택하고 활용하였다. 하나만 파고들면 안 될 것이 무엇이랴만 은 그의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영어공부를 위한 콘텐츠는 이미 차고 넘친다. 어떤 책이든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라고 권한다. 미드, 영화, 잡지, 원서, 할리우드 가십거리 등 본인의 의지만 탄탄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방법들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좀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끈기 있게 한가지 방법에 올인 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절친 중에서 고교시절 영어 수능 만점에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친구가 있다. 중학교 시절 영어가 자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 친구는 과외 몇 달 만에 영어의 원리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친구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백 번은 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한 영어로 편지쓰기, 미드 보기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어를 소화한 것인데 중요한 건 그 친구도 저자처럼 영어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저자처럼 어느 날 영어가 귀에 착 감기어 눈물이 흐르는 순간을 느껴보려면 우리도 그만큼 절실하게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 절대 자신에게 관대해서도 안된다. 들리는 순간, 입도 저절로 트일 수 있다는 사실은 재차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 정복에 성공한 이들을 부러워만 말고 나에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저자의 노하우를 도움받아서 시작해보자. 영화 씹어먹기 3단계를 머릿속에 기억하여 하나라도 제대로 해보는 것 그래서 나를 의지를 이겨내는 일부터 시작하자.
나도 독서에 빠진 후로 영어를 소홀히 했었는데 당장 씹어먹을 영화 한 편을 골라봐야겠다.

As much as talent counts, effort counts tw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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