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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조심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7
윤지 지음 / 웅진주니어 / 2017년 11월
평점 :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좋은 이들과 함께 해서 즐겁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고마울 때도 있지만
누구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어딜 가나 존재한다.
그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평생 우리를 따라다닐 숙제이다.
점점 타인으로 인해 마음을 다치는 이들은 많아지고 또 점점 자기만의 방으로 숨는 이들은 늘어만 간다.
그렇게 소심해진 마음은 제대로 위안을 얻지 못한 채 또 상처로 얼룩진다.
자신의 다친 마음 언저리를 호호 불어줄 여유를 갖기 위해 다양한 심리 서적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
저자 윤지도 소심한 성격 탓에 사람을 피하며 집에만 머무르자 소라게라는 별명을 얻는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 낸 이 책은 소라게를 중심으로 숨을 공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소심이 소라게의 일상을 통해 그의 하루가 얼마나 긴장의 연속인지 들여다보자.
앞표지를 들추면 아침인사하는 해님과 아직 각자의 집에서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이 보인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듯 집도 다 다르다. 심지어 나무의 종류도 다르다.ㅎ
그렇게 알람 소리에 놀라 출근길에 나서는 순간부터 고난이다.
사람들 틈에서 걷고, 지하철을 타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든 과정들 속에서 앞서거나 당당할 수가 없다.
타인 속에 뒤엉켜 섞이는 일이 소심한 성격 탓에 쉽지 않다.
유독 공감했던 내용은 만 원인 버스이나 지하철에서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쳤던 경험이다.
나의 소심함과 더불어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제때 내 목소리를 낼 수가 없음을 배웠던 순간이었다.
소라게의 소심모드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큰소리에도 놀라고 자꾸만 위축된다.
그래서 자꾸만 껍데기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일이 잦다.
상사는 그렇게 소심해서 어디에 써먹겠냐는 듯 나무란다. 이런 나를 당최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동료의 따뜻한 위로 한마디와 친구들 덕에 위로를 받는다.
다른 친구들의 소심한 모습도 출근길서부터 곳곳에서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숨은 그림 찾듯 찾아보는 재미도 있겠다.
큰소리에 모두 숨어버린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만 유독 그런 것이 아님을,
누구나 마음속 소심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좀 더 긍정의 힘을 얻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집으로 돌아와선 안도의 한숨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그렇게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거름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난 캐릭터와 눈을 사로잡는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우리 마음속 소심이를 다독이는 방법은 적절한 자기 위안임을 보여준다.
자책은 쌓이면 더더욱 자기방에서 나오기 어렵다.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분명 타인도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일임을 일깨워주며 토닥여 주어야 한다.
나의 어린 시절이기도 했고 지금의 내 모습이기도 한 소라게를 보며
엄격한 잣대로 나를 누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다.
더불어 내 아이들에게도 소심하다며 빈정거리는 말투로 상처 준 일은 없는지 반성하기도 했다.
살포시 다가와 미소를 건네는 소라게의 다정한 위로는 상처받은 마음에 반창고 역할을 해 주는 듯하다.
"난 왜 이 모양일까"라는 말보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라며 어깨 한번 토닥인 후 잠자리에 드는 습관도 좋을 것 같다.
스스로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람 만나는 게 힘든 사람들에게
그냥 그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고 위로하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그래도 어쩐지 소라게가 부럽기도 한다.
정말 숨고 싶을 때 숨어버릴 수 있는 껍데기를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