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기술
로렌 헨델 젠더 지음, 김인수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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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단점보다 상대의 단점을 먼저 들춰보려 하고 자신의 실수는 감추고 묵인하려 한다. 그래서 저자는 거울을 잘 활용하여 자신의 결점을 잘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온전히 나로 다시 태어나 진정 나로 이르는 길은 자신의 내면뿐 아니라 지나온 과오를 고치고 청소해야 함을 강조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놀라운 일들을 해내면서 인생을 만들어간다. - p.29

 

 

위문장을 접하는 순간 나는 나를 얼마나 평가절하해오고 있었는지, 그리고 늘 모자라는 부분으로 인해 자책하고 주눅 들어 했던 모습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 의식적이든 아니든 내가 만들어 온 삶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사실이 실은 그게 아니었음을 알자 일순간 내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난 이 문장 하나에 멈칫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처럼 저자는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점으로 인해 인생을 위태롭게 하는 이들이 많음을 강조하며 어떻게 하면 결점을 극복해서 삶을 긍정적이고 윤택하게 할 수 있을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지루하게 강의하는 수준으로 끝맺는 것이 아니라 네 명의 사례자들을 통해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로 바라는 바를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미래 시제가 아닌 현재 시제로 적으라고 일러준다. 그것은 그들이 적은 사례를 통해 그 방법론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막연한 제안들을 실행하기에 문제가 없다.

나 자신의 문제의 핵심은 나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보다 주변에서 찾는다. 돌아보면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때로는 자책감이나 자괴감에 빠져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모두 자신의 발전을 저해하는 목소리이다. 저자는 그것을 겁쟁이 치킨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겁쟁이 치킨과 더불어 나타나는 버릇없는 아이도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자신의 의지를 꺾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 일기예보는 더더욱 미래를 어둡게 한다.

결국 내가 바뀌어야 하는 일에 내가 나서야 한다. 주위의 도움은 필수다. 이러한 장애물들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똑똑한 변명과 잘 싸워 이겨야 한다. 그래서 또 필요한 건 자신만을 위한 벌칙이다. 좀 더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것이다. 생각 외로 효과적인 방법이란 생각에 표를 던지고 싶다. 생각을 감추는 건 의미가 없다. 변화를 꽤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나쁜 생각은 멈추고 통제하고 대체할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세상에 거짓말 한 번쯤 안 해본이는 없다. 선의든 악의든 남을 속이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고 기만하는 일이 더 치명적이다. 마지막 장에서 가면을 벗고 진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한 글쓰기는 타인과 나의 거리를 좁히는데 결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살면서 감정을 속인 채 불편한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은 무엇보다 터놓고 화해하는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곳에 나의 자존심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이다. 거짓말 목록을 작성하라는 부분에선 막상 떠오르지 않는 듯하다가도 구체적인 사례를 읽다 보니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목록이 길어질듯했다.

머릿속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를 밖으로 꺼내서 종이에 옮겨 적지 않는 이상, 당신이 지어낸 머릿속 이야기가 사실로 굳어버린다. 당신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내면의 목소리가 엉터리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당신의 현실과 태도와 의견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실체를 집중 조명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글로 토해내야 한다. -p.216

단점이든 결심이든 맘속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건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글로 적어 한 번 더 제대로 들여다보면 내 글 속에 담긴 진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의지력이 있는 건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이 글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그녀가 강조하는 것처럼 쓰고 다른 이에게 공지하는 행위는 처음엔 쑥스럽고 서먹하겠지만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겠단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더 실천의지가 생겨났다.
인생에 하찮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행복한 척이 아닌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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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남들보다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심리수업
피터 홀린스 지음, 공민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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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고, 혼자는 외롭지만 여럿은 피곤하고, 말수가 적을뿐 대화가 싫은 건 아니고, 하기 싫다가도 막상 하면 좋은 이런 상태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이처럼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워낙에 입체적이고 변화무쌍하다 보니 한 사람의 성향을 특정 성향으로 구분 짓기는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우리는 무리와 사회에 적응하는 정도에 따라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를 평가한다. 그것이 처음 사람을 마주할 때나 오랜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도 가장 먼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 성향이나 심리상태에 대해 평소 알고 있던 부분 외에 더 세세히 살펴나간다면 좀 더 건강한 내적 삶의 균형을 이루어갈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의 성향이 하나라고 생각해보라. 정말 끔찍할 것이다. -p.92

우선 나는 어떤 성향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 나와 성향이 다른 이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이해한다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책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예도 들고 있어 이해를 돕는다.
이분법적 논리에 따른 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한 구체적 의견은 대체적으로 아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양향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이 어떤 시점에서 어떤 성향이 더 두드러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비칠 때 어떤 면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 짚어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심리 서적이라기보다는 여러 실험의 데이터를 통한 의견이 많기에 그런가 보다고 끄덕여지는 부분들이 있다. 성향에 따른 회백질의 두께감의 차이나 호르몬의 반응 등 신체가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이 내적 자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더욱 동의하게 된다.

제일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즐거운 기분이 든다면, 이것은 도파민이 아니라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어 생긴 결과다. -p.99

내향적인 사람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겨 하고 외향적인 사람이 바깥활동에서 에너지를 얻듯이 상대의 성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문을 열어둘 수 있다. 덧붙여 서로를 위한 균형적 활동을 찾아야 한다. 책에서는 특히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의 연애관 연애나 섹스에 관해 짧게 언급하고 있는데 분명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행복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 다르 듯 성향에 따른 삶의 만족도 다 다르다. 외향적인 사람이 마냥 행복할 수 없으며 내향적인 사람이 어두운 면이 더 많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통한 행복감을 따져볼 때 외향적인 사람에게 더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은 사회에서의 만족감을 위해 조금 더 자신감과 열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짧게 만난 이들은 대부분 나의 외향적인 면을 더 많이 기억한다. 나름 외향성을 키우기 위해 자연을 찾고 취미활동을 함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

전투의 8할이 과시라는 말이 있듯, 인생에서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밖에 나가 무언가를 해보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p.136

 

 

이 책은 단락마다 일러스트가 함께 하고 있다. 건조함을 달래주는 단비처럼 그림을 바라보며 명상에 빠져 보기도 했다. 흔히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이나 성격은 바꾸기 힘들다고들 단정 짓는다. 하지만 저자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정 성향에 자신을 가둘 것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도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더 나은 내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려는 자세가 중요하겠다.

외향적인 사람이 한층 더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능력을 타고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잊어버리는 능력이다. -p.132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종종 안 좋은 쪽으로 빠지기도 한다.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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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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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고전 [오만과 편견]을 모른다면 이해하기 난해하다. 왜냐하면 고전을 현대판 로맨스로 재해석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기 전 오만과 편견의 캐릭터 구조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몇 년 전에 보았던 영상의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오버랩되어 색다른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었다.

소설은 할리퀸 로맨스라는 장르답게 소녀 취향이다 보니 로맨스 DNA가 거의 소멸되다시피한 나로선 낯간지러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래서 시들어버린 소녀감성을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선남선녀의 오그라드는 대사에도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었다.

케이시의 직업은 요리사다. 어려서부터 바쁜 엄마의 부재로 인해 찾은 재능이 요리사였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여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는 동안 그녀는 애인이 떠나버린 사실도 모르게 된다. 정말 어떻게 애인이 떠나버린 사실도 모를 수 있을까. 결국 돌아온 건 인생의 허무함과 외로움뿐이었다.
그 뒤 그녀는 친구와 서머힐이라는 작은 도시로 날아가 그곳에서 열릴 예정인 연극 공연의 음식을 담당하는 일을 맡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눈앞에서 홀딱 벗고 샤워하는 남자와 시끄러운 첫 대면식을 치른다.
그렇듯 낯선 장소에서 사건사고는 늘 오해를 동반한다. 케이시는 머물던 집에 대해 아는 게 없었고 집주인조차도 그 집에 누가 머물고 있을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즉 그녀와 마주친 훈남은 케이시가 머물던 게스트하우스의 집 주인이자 유명 배우이다.

잘 나가는 배우와 평범한 요리사라는 조합은 이미 여성 독자를 신데렐라 코드로 유혹하기 좋은 소재이다. 테이트의 입장에서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외쳐대는 여자라면 호기심이 들 수밖에. 그래서 톡톡 쏘아대는 케이시의 매력 플러스  그녀가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요리는 테이트를 유혹하기 충분했다. 그러는 사이 연극 오만과 편견의 오디션이 열리고 연극의 홍보와 이목을 끌기 위해 디아시역에는 테이트가 낙점된다. 그리고 상대 배역인 엘리자베스 역은 자연스럽게 케이시에게로 기우는데 마치 두 사람의 관계는 고전 속 상황과 엇비슷해 보인다. 첫 만남에서 생긴 오만과 편견이란 얼룩이 서서히 지워져가는 과정이 봄기운처럼 전해졌다.

두 사람을 비롯하여 서머힐에 얽혀있는 복잡한 가계도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인물구조는 고전 속 여러 인물들과 닮아있다. 물론 좀 더 세련되고 현명하게 변모한 캐릭터도 있다. 흥미로운 과거사를 데려와 현재의 갈등을 해결해가는 동안 연극의 배역들도 하나둘 자리를 잡아간다.

신선한(?) 두 사람의 만남에 무턱대고 시작된 케이시의 편견은 테이트가 공복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파이를 먹어치우면서 짙어지게 되었고 테이트의 오만함은 케이시의 안방을 들쑤시고 다닌 공작새의 오만함에 비유되어 오해가 시작되었다. 즉 고전 [오만과 편견]을 [파이와 공작새]에 빗대어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이런 짓을 한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네요.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여기 집주인이니까. 그리고 당신은 영화배우 님이니. 남이 살고 있는 데 함부로 들어와서 음식을 훔쳐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 거군요. 어때요, 내 말이 틀려요? -p.80

“저는 집 안에 들어온 공작새를 쫓아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절대로 믿지 않을 거예요. -p.150

로맨스가 전부인 듯하지만 서로를 향한 억측과 추측, 그리고 모함으로 뒤틀릴 수도 있었던 인간관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초반 케이시의 행동에 조금 짜증이 일기도 했다. 본인이 판단한 대로 결론 내리는 모습은 요즘의 현대인들의 습성과 흡사해 보였다. 섣부른 판단이 불러온 결과는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알 수 있지 않은가.
까칠한 케이시가 편견의 장막이 걷히고 테이트를 향한 사랑이 불타오르기까지 짜릿하고 달달한 로맨스에 맘껏 취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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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 시간 -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삶을 위한 진짜 수업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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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멘토는 한 개인의 인생 방향을 바꿀 만큼 큰 힘을 지니기도 한다. 특히 불안정한 성장기에 올바른 가치관이 뿌리내리기까지 어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신중한 거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조언을 하나하나 새겨 넣고 그것들을 내 아이들에게 다시 꺼내주고 싶었다. 좋은 부모이자 인생의 멘토로 기억해 준다면 그만큼 보람된 일이 없지 않겠는가.

학생이란 신분을 누르고 있는 압박감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세상의 무게란 무게는 다 짊어지고 있다고 여겨 어른들이나 선생님의 한마디도 못마땅했던 십 대 시절. 그때를 돌이켜보면 늘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든다.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고 휩쓸려가버려 나 자신조차도 나를 신뢰할 수 없었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먼 길을 돌아온듯하다.
그래서일까 부모가 된 지금 고민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어떻게 해야 현명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부터 십 대들이 겪는 고민들에 학업이 전부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학창시절이 좀 더 다채로웠으면 하는 생각들 말이다.

이 책은 현직 교사로 계신 선생님이 십 대들에게 해 주고픈 말을 엮은 책이다. 그래서 내겐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는 느낌이 더 컸다.
오랜 교직 생활 동안 그가 만난 아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각양각색이었을까. 부모 다음으로 아이들의 인생 방향의 키를 함께 잡아주고 있는 입장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하셨는지 느껴 볼 수 있었고 그 짧은 종례시간조차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던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져서 감사했다. 분명 그의 인생 수업은 누군가의 인생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자기가 자기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 것 같아요. -p.176

아이들에게 무의미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일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그 의미가 깊게 다가왔다. 듣고 보고 말하는 행위들을 세분화하니 신중해지고 무한정 주어질 것만 같은 시간 속에서 오늘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세상을 똑바로 걷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라고 강조하기도 하고 특히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글쓰기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고, 생각하는 중에 이따금 멈춰 서서 사고의 발자국이 어지럽지 않은지 살피게 합니다. -p.39

말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놓았다면 지나칠 이야기들이 많았겠지만 국어선생님답게 문학과 고전, 시뿐 아니라 한자가 담고 있는 단어의 의미까지 풀어놓고 있어 흥미롭게 읽혔다. 현상이나 사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것을 삶의 철학으로 이끌어낸 점이 배울 점으로 다가왔다. 삶의 지혜는 옛 성인들의 여러 면모를 통해 깨우쳐 볼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추억도 없고 야간자율학습으로 다시 발목이 붙잡혀도, 선생님의 훈계나 잔소리가 늘어져도, 그 시간만 되면 생기가 돌았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종례시간은 어떨까. 세대가 바뀐 만큼 무언가 좀 달라졌을까.

고교 시절이라는 이름의 버스에 탑승한 여러분들이 멀미에 시달리지 않는 방법은 운전자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 의지대로 고교 시절이라는 이름의 버스를 운전해 보세요. -p.23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보다 자기에게 맞는 방향, 꼭 가야 할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p.83

교육의 장이 좀 더 오픈되고 아이들에게 자율적이며 주도적인 학습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무엇보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운전대는 아이에게 맡기고 믿고 지지해 주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아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응원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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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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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시간이란 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해와 달은 늘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다. 단지 생명체만이 태어나고 소멸한다. 그래서 인간에겐 이 시간이란 개념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간과 수의 개념은 인간의 두뇌가 진화하는 만큼 정교해졌고 인간의 삶도 그만큼 편리해졌다. 하지만 점점 인간은 시간 속에 갇혀 살고 심지어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시간에게도 역사란 것이 존재할까. 그렇다면 시간의 역사란 시간이 체계화되고 인간들의 삶을 지배하기까지의 과정을 일컫는 걸까.

저자 사이먼 가필드는 시간의 개념과 단면들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인간의 삶을 시간이 지배하기까지 시간에 영향을 받은 자들, 시간의 영향력에 순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자들뿐 아니라 시간을 사고파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비판하기도 하는 등 폭넓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매일매일 우리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p.335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호흡하고 다스리느냐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주어진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했고 점점 시간도 획일화되어갔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시간은 가속도가 붙으며 인간세계를 변화시켰다. 가속도를 더한 기계들과 전산망은 인간들을 편리함으로 이끌었지만 그 만족함에 반비례하며 상실감도 커져갔다.

시간은 모든 분야를 휩쓸며 인간을 가르치려 들었다. 그래서 순간을 잊지 못해 그 시간에 갇혀사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순간을 담아냄으로써 역사를 만들어낸 이들도 있으며 시간이 멈추거나 잡고자 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또한 시간이 주는 상상은 늘 무궁무진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탄생한다. 나도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를 즐겨본다. 게다가 현대인들을 위한 시간 재테크 관련 서적들도 넘쳐난다. 이것도 몇 권 읽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득 인간들을 위해 맞추어 놓은 시스템들이 왜 인간을 이용하고 버리는 것일까. 일정에 짜 맞춘 생활을 병적으로 지키려는 사람들이나 그렇지 못해 사회에서 낙오자로 전락하는 이들을 보며 구조를 탓할 것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임을 자각해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으로 한때를 바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시간을 쥐락펴락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대부분의 우리를 위한 지적 안내서이다. 때로는 시간에 맞춘 삶도 필요하지만 시간에 매달려 허우적거리는 삶은 불행을 초래한다. 저자는 영화, 음반, 연설, 기차, 시계, 사진, 육상 선수, 업무 등등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책의 말미에서 이야기하는 영국의 파운드 베리나 프랑스 음식의 예를 통해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돌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철학적 사유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잖아있지만 결국 인간에게 시간은 지나온 발자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중간에 지루한 부분도 있었기에 책의 두께감을 고려해서 단락별로 끊어 읽기를 추천한다.^^

시간은 금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시간은 그냥 내 모습이고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그냥 시간이다. 그러다 디지털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인간의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시간이 남아돌지도 모른다는 말에 멈칫했다. 지금을 생각하면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싶지만 인간은 뭐든 적당해야 균형을 이룰 텐데 하는 걱정도 앞선다.
더불어 남는 시간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뜬금없이 이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고민해 보았다. 최근 너무 바빴나 보다. 하지만 당장에 내 손목에서 시계를 빼놓을 수는 없다. 단지 이제는 들여다보는 횟수를 줄이고 느긋해져야 할 때라는 건 알겠다.

시간, 여러분은 시간을 소비하고 만들고 잃고 아끼고 낭비하고 늦추고 빠르게 하고 지키고 자유로이 하고 할애하고 죽일 수 있습니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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