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권 통합본]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9 : 혁명의 시대 - 산업 혁명, 미국 독립 혁명, 프랑스 대혁명, 나폴레옹의 등장, 독일.이탈리아의 통일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9
차윤석 외 지음, 이우일 그림, 김경진 지도, 박병규 외 감수, 박기종 설명삽화 / 사회평론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사를 처음 접할 때 제일 우선적으로 고려할 점이 분량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나 아이들을 위해서 책을 선택할 때는 그 시대를 얼마나 흥미롭게 엮었는지부터

시각적 요소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용선생 세계사는 그 어떤 책보다 그런 점이 우수합니다.
용선생은 시끌벅적 한국사 뿐 아니라 만화 한국사도 재밌지만 개인적으로 세계사 시리즈는 소장 욕구가 넘치는 책입니다.
특히 다음 권수가 탄생하기까지 집필진들은 최고의 실사를 담아내기 위해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지역을 직접 찾았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져서일까요?
따끈따끈 새 책을 받고서 사진부터 후루룩 넘겨보게 되었답니다.
최근 사진뿐 아니라 세밀화는 감탄을 자아냈고요.
웃음을 유발하는 만화 컷과 간략 지도도 이해를 돕는데 한몫하고 있네요.

 

 

전체적 맥락과 단락별 구성을 살펴보니 각 단락의 첫 장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나라의 모습을 가득 담고 있어요.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그 나라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으며 더구나 현재의 모습이라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을 확대한 지도와 도시별 간략 설명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인데요.
그리고 각 나라별 특징을 특색 있게 뽑아 놓고 있어서 낯선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 명물, 문화, 음식까지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 더더욱 흥미 있는 소재였어요.
단락의 끝맺음의 세계사 카페에서는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요.
세계사의 뒷이야기는 이야기 소재로 좋기에 알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 ● ● ●

 

 

 

벌써 세계사도 그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네요.
이번에 출간된 9권과 10권은 세계사에서 중요도가 꽤 높은 부분이라 관심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독서량이 늘어나고 범위가 확대되어감에 따라 세계사에 대한 관심도도 자연스럽게 커졌는데요.
특히 산업혁명이나 1차 세계대전은 자주 접했던 시대라서 꼭 읽어보고 싶었답니다.
큰아이가 알고 있는 혁명 정도는 산업혁명과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혁명 정도뿐이라
함께 읽기에 진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뭐 한번 본다고 알 수 없으니 중학교를 대비해 자주 관심을 가지고 보게 해 주어야 할 것 같았어요.

 

 

 

인류는 혁명에 혁명을 거듭하여 발전해 왔죠.
그래서 9권의 타이틀도 혁명의 시대입니다.
6교시까지 각 나라별 혁명들을 살펴보면서 전체 흐름을 잡아나가면 될 것 같아요.
유럽, 미국, 라틴 아메리카로 이어지는 세계적 변화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할 거예요.
놓치지 말아야 할 사건과 인물들이 꽤 많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이 많은 분량을 이해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더욱 사진 자료가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특히 세계사의 뒷이야기는 관심도를 끌어내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

 

 

뭐니 뭐니 해도 세계사의 큰 전환점은 산업혁명일 것입니다.
그래서 1교시도 영국의 산업혁명부터 문을 열고 있어요.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산업의 변화에 주목할 것은 도시입니다.
맨체스터, 리버풀, 버밍엄을 중심으로 한 산업의 부흥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활발해졌는지 살펴보고
산업혁명과 함께한 신제품들과 도시의 변화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좋았던 부분은 QR코드였는데요.
일일이 찾지 않아도 되고 바로바로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줄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말로 하기 힘든 부분은 영상만 한 것이 없지요. 세밀화 그림도 빼놓지 않고 덧붙여 놓았습니다.

 

 

 

영국 편에서는 세계사의 뒷이야기로 축구를 빼놓을 수 없지요.
지금이 월드컵 시즌이라서 더욱 관심도가 높아졌어요.
축구가 노동자의 삶을 반영한 운동이었다는 점부터
지금의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기까지의 역사를 알게 되어 흥미를 끌어내기 좋았어요.

 


 

 

이어서 2교시는 세계의 최강대국 미국 편입니다.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의 탄생 과정부터 독립하기까지의 과정이 이야기처럼 잘 기술되어 있는데요.
미국의 영토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가슴 아픈 역사도 뒤돌아보게 됩니다.
살고 있던 터전을 무자비하게 빼앗기고 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생각으로 영심이도 나선애도 화가 단단히 났네요.
영토 확장으로 인한 욕심에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슬퍼했는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하겠어요.
그래야 다시는 그런 뼈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다양한 이민족을 받아들여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한 그들의 패기와 열정은 높이 사야 하겠지요.
뒷이야기로는 미국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미국의 선거 과정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교시는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혁명은 유럽 전역을 혁명의 바람으로 이끌었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3교시에 이어 4교시까지 이어집니다. 프랑스 혁명의 중심에는 나폴레옹의 활약상이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이 유럽 여러 지역에 미친 비중도 크고요.
비록 혁명은 실패하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성과를 이루어내죠.
국민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결과로 볼 수 있겠네요.


 

 

5교시는 여러 민족이 얽히고설켜 있던 땅 위에 서서히 민족주의의 바람이 불던 유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국민들을 하나로 단합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배워보면서

자연스럽게 사상이나 나라 간 외교 등에 대해 알 수 있어요.
복잡한 나라들이 정리되어가는 과정도 복잡해서 순서대로 기억하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중요 인물과 사건을 잘 연관 지어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나폴레옹 3세가 병인양요를 일으킨 인물이란 사실을 함께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죠.


 

 

6교시는 라틴아메 리카들의 독립에 관한 부분인데요.
그들의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이 복잡한 만큼 생소한 부분이 많네요.
신분으로 묶인 억울한 사람들의 투쟁과 독립을 이끈 인물들을 만나보며 기억하면 좋겠어요.
여전히 분쟁이 끊이지 않는 땅이지만 먼로 선언 이후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에 이어

7교시는 미국의 발전에 대해 한 번 더 짚고 갑니다.
철도와 운하를 건설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지만 남북부의 갈등으로 남북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노예제는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죠.
세계 각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서는 많은 문학책에서도 다루고 있어
찾아 읽어 볼 것도 권하고 싶네요.

 

 

 

8교시는 산업혁명과 사회주의에 관한 부분인데요.
산업혁명으로 인해 세계는 발전을 거듭하지만 나라 간, 계층 간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지요.
또한 힘겨운 노동자들의 삶으로 인해 부각되기 시작한 사회주의 사상에 대해 짚어보며
현재는 어떤 형태로 진화되어왔는지 살펴보게 되어 유익하였습니다.
아직까진 정치나 사상이 낯설고 어려울 테지만
이렇게 접근하면서 짚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각 단락을 읽고 나서 한 번 더 정리하고 문제를 풀어 볼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되지요.
나선애의 정리노트는 아이들 노트 정리에 도움이 될 것 같고요.
큰 맥락을 이해하는데 좋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몇 문제를 풀어보며 얼마나 머릿속에 남아있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아이들에게 세계사는 아직 어려운 시간입니다.
그러나 관심을 유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겠죠.
용선생 세계사는 아이들뿐 아니라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보기에도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두고두고 보기 좋은 책이기도 하고요.
용선생 세계사를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세계사 공부에 흥미를 가져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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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여름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4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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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워 보이는 무민가족의 일상은 여느 때와 다름없다. 다만 돌아와야 할 스너프킨은 여전히 소식이 없다. 널어 놓은 빨래 위에 검은 먼지가 앉자 불 뿜는 산의 활동이 시작됨을 알게 된다. 그러나 대비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해일이 밀려든다. 온통 물바다가 된 상황인데도 무민 가족은 심각하지 않다. 마당에 있던 해먹 걱정과 만들던 돛단배 걱정이다.
다시 산은 조용해지고 여전히 물은 일층을 점령 중인데도 다음날 엉망이 된 마당을 보면서도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예전 모습이 더 좋았는데."라고 할 수 있는 내공을 배워야 하나?

무민가족은 그냥 처한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미 일어난 일에 심각하거나 우울함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거꾸로 떠다니는 가구에 웃음이 터지고 간절한 커피 생각에 뚜껑이 닫힌 커피통이 반갑다. 이미 설탕은 녹았지만 시럽을 찾아내는 행운도 즐긴다. 물론 짜증 내거나 심각한 이웃도 있다. 또 다른 이웃 훔퍼는 현명하고 긍정적이다.

우리가 이 모든 일이 어쩌다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만 하면, 큰 파도도 아주 자연스러워 보일 거예요. - p.37

다시 물은 차오르고 무민 가족은 지붕으로 피신하고 건져야 할 가구를 생각하는 사이 떠내려오는 새집을 발견한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큰집이라니.....
천만다행으로 새집으로 옮긴 무민가족이지만 어째 분위기가 조금 으스스하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집안 풍경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공포물을 보고 있는듯한 나와는 달리 무민가족은 안정을 찾아간다.

점차 집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집의 주인이 얼굴을 내밀면서 그곳이 연극 무대란 사실이 드러난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분위기에서 미이도 사라지고 무민과 스노크에이든도 사라진다. 그리고 무민파파와 무민마마는 공연을 하면 사라진 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연 준비에 분주해진다. 연극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무민가족이지만 연극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마냥 외로움에 숨어 지내던 집주인 엠마는 공연이 가까워오자 기운이 솟아난다.

 

인생은 뜻하지 않는 난관의 연속이다. 무민가족 또한 홍수로 인해 살던 집을 잃는다. 임시로 머물던 곳에서 또 가족과 흩어진다. 그러나 어떻게 역경을 뚫고 나가야 할지 알고 있다. 공연이 곧 삶이다. 인생의 무대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소화하면 된다. 조화롭든 그렇지 않든 그게 무슨 대수이겠는가. 투덜쟁이 미이도 소설 속에서 나름 사랑스럽게 표현되고 있지 아니한가. 어떤 일이든 생각한 대로 그리고 맘먹은 대로 흘러감을 무민가족을 통해 보여주는 듯하다. 그렇게 고난은 스스로를 성장시킨다.

무민마마는 자신이 무민마마다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무민 가족은 노를 저어 외로운 산을 지나쳤고 무민 마마는 다음 산모퉁이를 지나면
무민 골짜기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바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190

뭐니 뭐니 해도 행복한 순간은 모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일 것이다. 물살을 헤치고 걷는 걸음걸이에 기운이 실린다. 위험한 여름은 막은 내렸지만 물이 빠진 해먹을 보며 색깔이 더 예뻐진 것 같다고 여길 수 있는 여유로움도 안도감 때문이리라. 다음 편 무민의 겨울은 또 어떤 느낌일까. 위험한 여름이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듯이 무민의 겨울도 따뜻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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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의 회고록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3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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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서 또 살아 숨 쉬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참 신기할 때가 있다. 상상 속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마치 그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다. 핀란드에서 태어난 무민은 이미 국내에서도 꽤나 친숙한 이미지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친구다. 아이들 동화책이나 인형 및 각종 팬시용품에서 많이 보아왔으며 그 생김새의 친숙함으로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더불어 무민 가족의 이야기는 잔잔한 즐거움을 준다.

요즘처럼 일상에 지칠 때면 동화처럼 잔잔하고 엉뚱하면서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런 이야기가 그리울 때가 있다. 깊고 복잡한 사고를 벗어던지고 단순하고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이야기들 말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여도 또 나름의 무언가를 얻기도 한다. 그런 바람을 타고 온 보노보노나 무민 시리즈가 사랑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민은 자연친화국인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로 토베 얀손의 작품이다. 우선 무민을 잘 모른다면 좀 더 찾아보길 권한다. 하마 캐릭터로 오해하고 있는 이들도 많은데 북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트롤이 원형이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도 삽화를 통하는 것보다 원화를 참고하면 더 재미있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무민 가족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핀란드의 삶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무민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할정도로 무민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내가 무민 시리즈에 대해 본격적인 호기심이 생긴것도 이 때문이다.

 

 

 

시리즈를 1권부터 읽었어야 하는 게 맞겠으나 3권인 무민 파파의 회고록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처음부터 시작함을 권한다. 감기몸살이 심해진 무민파파는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무민마마는 그런 그를 안정시키기 위해 회고록을 써 볼 것을 권한다. 무민 골짜기에 오래도록 남겨질 모험담에 한껏 기운을 차린 무민파파는 신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 장은 무민파파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보육원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늘 호기심이 많았지만 그와 상대해 주는 이가 없어 불편했던 일상을 털어놓는다. 왜?라는 질문으로 늘 관계에 불편함을 겪고 외로웠던 그는 진정한 모험가가 되기 위해 보육원을 탈출한다. 그리고 그의 질문에 호기심을 보인 호지스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진정한 모험이 시작됨을 직감한다.

커피 통 속에 살며 단추 수집광인 머들러와 몽상가 같은 요스터와 함께 바다 관현악단배를 띄우는데 성공하지만 풍랑을 만나기도 하고 보육원의 헤믈렌 이모를 구조하는 황당한 일도 겪는다. 그는 그의 이야기를 무민과 스너프, 스너프킨에게 들려주며 궁금증을 키워 나간다. 독자들도 무민처럼 낯섬과 변화무쌍함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야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5장부터는 모험담에 더욱 재미가 더해진다. 거짓말이 일상인 민블의 딸과 독재자의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파티, 12시에 무슨 일인가를 벌일 듯 하지만 결국 유령마저도 친근하게 만들어 버린다. 무민 파파의 모험이 마냥 부러운 민블의 딸은 모험을 동경한다. 민블의 막내딸 미이의 탄생시기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고록으로 흥분감에 들떠 있는 사이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린다.
새날의 문을 열어젖힌 무민가족은 또 어떤 모험담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할까.

현실을 뒤로한 무민 골짜기의 삶에서 철학적 의미가 느껴지는 건 팍팍한 현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토베 얀손도 철학적 요소 없이 오로지 재미를 위해 이야기를 써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굳이 의미를 찾으려 말고 그냥 즐겁게 읽으면 된다. 읽다 보면 가끔 아! 하는 구절이 보이게 된다. 그게 이야기의 숨은 묘미 아니겠는가. 무민의 팬이 되고 나면 무민 테마파크를 방문하고 싶어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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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의 진실 - EBS 다큐프라임_교육대기획
EBS 다큐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 제작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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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 대학을 가야 한다는 한국의 현실, 이 얼마나 참담한 이야기인가.
여전히 대학문을 향해 십 대 시절을 고스란히 책상에 묶여있는 아이들의 삶은 언제쯤 해방기를 맞이하게 될까.

난 수능세대다. 학창시절 밤하늘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했던 결심하나가 있었다.
내 아이만은 절대 획일화된 교육시장에 끼워 넣지 말아야겠다고.

그렇게 이십 년이란 시간이 훌쩍 흐르는 동안 무관심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학부모가 되었다. 가끔은 조용조용 사교육을 시키는 엄마들의 이야기나 특정 지역의 지나친 교육열에 대해 들은 바가 있긴 하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한 것들은 관심 밖이었다. 간혹 중학교 엄마들이 아이들의 스펙 쌓기에 관해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는 들은 적이 있었다. 엄마들이 시간을 내어 봉사시간을 잡아주거나 각종 대회 일정을 체크하는 걸 보면서 대체 엄마의 손이 어느 선까지 미쳐야 하는 건지 되물었던 적이 있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시작은 좋았다. 지나치게 획일화된 입시교육에 적잖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욕심이 과한 이들은 넘쳐나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교육도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교육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든 간에 지 사교육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부와 권력이 있는 집단들의 교육의 질이나 기회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개성을 반영하는 학생부가 학생을 망쳐가고 있다. 선진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학생부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과반수다. 시스템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임엔 틀림없다.

전체적으로 교사들이 작성하거나 대학 입학 담당자들이 읽기에 양이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는 이런 수상내역을 쓰는 란이 일절 없다는 것이었다. -p.122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이미 작년에 TV에서 방영이 되었던 내용들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이점을 악용한 사례와 공평하고 공정하지 못한 채 점점 변질되고 있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제보와 조사를 통한 팩트라는 사실이 더 믿기지 않았다. 돼지엄마, 몬스터 엄마라는 용어도 처음 접하였지만 학교와 선생들이 혼연 일체가 되어 선택받은 아이들의 학생부를 조작한다. 학생이 어떻게 하면 스펙이 서른 장까지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하다. 만능 천재인가? 그렇게 누군가는 편법으로 올라서고 누구는 미끄러진다. 시작도 못 해본 게임인데 벌써 져 있다. 듣기만 해도 억울한데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래가 어찌 희망적이겠는가.

또한 부모의 손에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이 어떻게 삶이 즐거울 것이며 능동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겠는가.
부모와 아이들은 더 이상 행복할 시간이 없다. 떠밀고 밀려가고 그러다 결국은 시간이 지나 부모가 떠밀린다.

세계에서 제일 공부를 많이 하지만 행복지수는 최하인 나라. 왜 여전히 이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한민국의 지나친 경쟁구도와 지나치게 부에 편중된 사고방식이 가지고 온 문제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개개인의 의식전환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돼지엄마와 그들을 따르는 새끼 돼지들의 의식이 변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다.

결국 학생부의 문제를 인식하였으니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서라도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독서가 학생부 스펙용으로 이루어져서야 되겠는가? 얼마나 읽고 어떤 책을 읽었는 지로 어떻게 한 사람의 인성을 판단한단 말인가. 자발적 봉사가 아닌 학생부의 장수를 늘리기 위한 봉사가 올바른 인성을 길러줄 수 없음은 당연한 결과이다. 내 아이만 잘 되고 또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사고는 협업이 요하는 교육의 장에서는 버려야 할 사고방식이다.

"문학부가 아닌 이상 일본 대학 입시 전형에서는 학생이 읽은 책에 대해서 묻는 일은 거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무슨 책을 읽었는지 묻고 기록하는 것을 굉장히 경계하는 편이라고 했다. -p.124

내가 손놓고 있는 엄마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얇은 귀 팔랑이며 생각 없이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공평하고 균등한 기회를 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주기 위한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
아이들이 막연한 입시로 우왕좌왕하며 십 대를 보내게 할 것이 아니라 진정 본인이 원하는 길목 앞에서 방향을 찾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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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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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결심은 무뎌진다. 돌고 도는 일상에 정신이 노곤해지면 독서의 패턴도 둔해진다. 그러다 여름이란 제목에 이끌려 찾아들어간 포스팅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강렬한 피톤치드 향내가 날것만 같은 표지는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여름을 소재로 한 몇 권의 책을 들였고 이 책을 제일 먼저 펼쳤다.

졸참나무의 장작은 향기로운 냄새가 났고,
가끔 섞인 벚나무 장작에서는 희미하게 달콤한 냄새가 풍겨 팽팽하게 긴장된 신경을 누그러뜨렸다. - p.35

불멍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난 얼마 전 떠났던 첫 캠핑에서 그 단어를 알게 되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을 보며 멍 때린다는 것의 줄임말이다.
불꽃은 장작과 장작 사이에서 태어나는 덧없는 생물 같았다.  - p.41
이렇듯 불멍을 하는 동안 덧없는 생물 같아 보이는 불꽃에도 금세 취한다. 장작 타는 소리에 마음은 고요해지고 불꽃이 일렁이며 뿜어내는 온기에 엔돌핀이 도는 것 같다. 어둠을 둘러싸고 빛 안으로 모여드는 이야기들은 마치 타다 남은 불씨처럼 오랜 여운을 남긴다. 내게 있어 이 한 편의 추억이 그런 잔상을 남겼다.

온갖 새소리에 잠을 깨어 연필 깎는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는 곳. 다른 설계 사무소와는 다르게 세월을 조금 비껴가고 있는 듯하지만 건축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이들이 몸담고 있는 곳. 이곳은 무라이 설계사무소다.
화자인 사카니시군은 무라이 슌스케를 동경하는 건축학도이다. 조용하고 심심한 청년이지만 건축에 대한 열의와 소신이 비친 걸까. 무라이 설계사무소에서는 더 이상의 직원 채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받아들인다. 그의 입사에 맞추어 사무소는 여름 별장으로 일감을 옮겨 온다. 그리고 무라이 선생의 국립 현대 도서관 설계 경합에 대한 플랜이 통보되자 별장은 분주해진다. 무라이 선생은 종교가 없음에도 교회 건축에 혼신의 힘을 다한 분이다. 그러니 책을 사랑하는 선생이 그려내는 도서관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갈 수밖에 없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아.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의지처가 되겠지. p.181

그렇듯 이야기는 경합 준비로 분주했던 별장에서의 일 년 남짓한 시간을 담고 있다. 무라이 선생의 차분한 기운 때문인지 그리 모난 인물도 없는 듯하고 떠들썩한 사건도 없다. 별장 주위의 느긋한 공기를 타고 그들의 순간이 흘러갔고 호흡도 느려졌다. 비록 그들의 열정이 빛을 보진 못했지만 무라이 선생의 건축을 향한 심도 있는 철학을 맘껏 느껴볼 수 있으며 별장안을 가득 메운 장작 냄새와 커피 향기를 상상하며 힐링할 수 있었다. 여름 별장에서의 경합 준비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진 아날로그적인 그들의 일상에 향수를 느꼈다.

이토록 이야기에 심취할 수 있었던 것은 풍요로운 묘사 덕이다. 지나침이 없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은 풍부한 현실감을 제공한다. 공간 감각이 떨어지는 나로서는 자세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섬세한 장면 묘사도 으뜸이다. 그렇게 천천히 다른 책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동안 내내 평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갓 구운 스콘에서 나는 밝고 마른 햇볕 냄새가 궁금할 정도로 그의 문체가 좋았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숲속 여름 별장 주위를 오고 가는 새들의 속삭임, 화산 주위를 돌아다니는 연기의 움직임, 어둑한 밤공기 사이를 틈틈이 빛내고 있는 반딧불이, 그리고 몽당연필이 가득 든 유리병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한 힐링의 공간에서 보이는 건축의 정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 건축의 자부심과 장인정신이 엿보이기도 했다.

나눗셈의 나머지 같은 것이 없으면 건축은 재미가 없지.
사람을 매료시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본래적이지 않은 부분일 경우가 많거든.
그 나눗셈의 나머지는 계산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야. 완성되고 나서 한참 지나야 알 수 있지. - p.180

건축에서의 기술적 요소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인간의 실생활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소한 것에서부터 철학을 배운다. 천장의 높이, 침대의 위치, 열고 닫는 문의 방향과 손잡이 하나까지도 뜻이 숨어 있다. 집이라면 무조건 튼튼하고 견고해야 한다고만 여기고 있던 생각에 무라이 선생의 한마디에 섬뜩한 기분도 들었다.

불탄 들판에, 외롭게 자기 집만 남아 있는 광경을 상상해봐.
주위 사람들은 많이 죽었어. 이쪽은 인명은 물론 가재도구도 전부 무사해.
이건 말이야, 견디기 어려운 광경이야. 그런 사태를 사람이 견뎌낼 수 있을까? - p.202

인생이란 언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다. 돌발변수를 제공했기에 이야기가 더 깊이감 있게 느껴진 건 아닐까. 그렇게 살다가는 사람들. 그 자리를 지키다 흩어진 사람들. 그러나 각자의 삶의 축을 놓지 않고 서로 연결고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인연들. 그런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흐름을 읽었다. 비록 우유부단함으로 그의 첫사랑은 비껴갔지만 한 손에 의지한 채 어둠을 함께 걸었던, 목소리에 반해 그 목소리를 모아두고 싶다던, 함께 사무실 동료들의 식사를 준비하며 새와 풀벌레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녀가 곁에 남아있어 행복해 보였다.

그 시절, 그해 여름 별장에서의 시간이 오래 머문 것은 무라이 선생의 모든 것이자 마지막이었던 플랜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치 거미줄을 걷어내듯 멎은듯한 시간을 걷어낸 별장에서 그의 다음 플랜은 어느 방향으로 흐르게 될까. 귓가에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다가오는 주말은 불멍하러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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