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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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관련된 자서전은 그만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일랜드가 좋았고 영화인이라는 그의 이력이 나를 사로잡았다. 사이먼 피츠모리스는 아일랜드의 신예 예술가였다.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다. 행복을 질투하듯 불현듯 불행이 생을 감싼다. 운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건 얼마나 큰 고통일까. 병이 가해 오는 통증보다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

남들과는 다른 인생의 거리. 남은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긴 사이먼에게 그는 이방인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에겐 모든 순간이 마지막 같다.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만 무의미하다. 이제는 눈앞의 상황들에 집중해야 한다. 놓칠 수 없는 순간들. 어쩌면 마지막이 돼버릴 순간들. 언제 무너져버릴는지 모를 지금에 대한 궁금증이 대신 들어찬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지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혹은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순간을 소중하게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에겐 매 순간이 설렘이다.

그는 추억하고 또 추억한다. 잠깐 엇나갔던 학창시절, 현기증 나던 첫 키스, 아버지와 함께 본 영화 대부, 영화를 위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 그를 흥분시킨 베를린, 건축 현장에서 벽돌을 놓친 그 아찔했던 순간, 그리고 아내 루스를 만난 그 짜릿한 순간까지도 아름답다. 그가 기억을 추억하듯 남겨진 이들도 그를 추억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멋진 아빠이자 남편으로 남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내게 선택지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 일도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거나
무언가 시도하며 다시 삶을 살 수 있었다. -p.201

 

 

몸은 제 기능을 잃어갔어도 영화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않는다. 병을 이겨낼 수는 없었지만 문명의 수혜자였다. 눈빛을 읽어내는 컴퓨터로 시나리오도 집필하고 영화도 제작한다. 짧은 생을 선고받았지만 그는 더 살아내고 제작 현장에서 열정을 쏟아낸다. 기적 같은 일상은 아내가 있기에 가능했다. 늘 생기 넘치던 루스는 그의 인생을 더욱 빛내주었다. 그에게 다섯 아이를 선물하였고 언제나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다. 게다가 사이먼을 둘러싸고 있던 단단한 가족애는 힘들었을 루스에게도 큰 힘이었다. 세상을 나누고 있는 우리라는 울타리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들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세상과 사랑에 빠졌던 남자는 2017년  4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이먼은 죽어가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얼마를 더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했다. 그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시기가 언제든 우리는 죽는다. 죽음을 떠올리면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진다. 인간은 늘 한계에 도전한다. 병을 이겨낼 수는 없었어도 삶의 테두리 안에서 그는 삶의 한계를 극복했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면 인간은 불굴의 의지로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삶과 죽음. 이 두 가지 선택지에서 우리는 살아야 한다.

마치 그의 글은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추억하듯 읽힌다. 영화인 다운 문체에 독립 영화를 본 듯하다. 주저리 나열하지 않은 문장들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저려오는 통증은 인생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깨달음이다. 그래서 한 인간의 생이 아름다워 보였다.

국내에서도 그의 투병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영상에서 만난 그의 눈빛은 정말 살고픈 열망이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이름은 에밀리]라는 장편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이 가장 뭉클했다.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삶을 몸소 가르치고 싶었다던 그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검색 중 아내 루스의 책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에 대한 리뷰를 보았다. 그를 지켜내는 동안 그녀의 심경이 어땠을지 느껴볼 수 있겠다. 그녀의 이야기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니 사이먼의 떠났지만 그는 가족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추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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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매력적인 글쓰기 - 글쓰기 실력이 밥 먹여준다
이형준 지음 / 하늘아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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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일이 늘 힘든 아이들에게 학원을 보내지 않고도 잘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질문은 늘 내 머릿속을 따라다녔고 나름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지만 포기하기 일쑤였다. 싫다는데 굳이 논술학원으로 떠밀고픈 맘은 더더욱 없었다. 크면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을 다시 접고 방법을 찾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이다.
그래서 아이들 글쓰기 지도용 참고서쯤으로 여기고 읽기 시작했다.
역시 현직 선생님께서 쓰신 책이라서 그런가, 정말 속이 후련하다.
어떤 말을,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지,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큰아이에게 늘 하는 말이 제발 생각 좀 하자라는 말이다. 특히 머릿속에서 걸러지지 않고 툭툭 나오는 말들과 좀처럼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던지는 질문들에 황당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잦은 게임과 유튜브 영상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생각할 틈이 줄어드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저자도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생각의 힘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때 생각과 잡념은 또 다른 개념이다. 잡념은 덜어내고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고심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도 종이에 쓰면 훨씬 체계적이고 실속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는 일이 가장 무서운 일임을 강조하면서 생각 없이 사는 이들에게 한방 날려주고픈 멘트들도 한가득이다.

스스로의 생각을 만드는 일은,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보다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의 생각을 풀어 때, 우리는 '표현한다'라고 말한다. 표현하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일 . 나의 생각은 수정되고 확장된다. 그러면서 보편적이고 올바른 생각을 갖게 된다. 글쓰기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p. 51

못난 글이란 어떠한 글인지 딱 꼬집는다. 글쓰기는 될 수 있으면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간결하고 쉽게 써야 한다. 간결한 문장을 위해 불필요한 주어, 조사, 수식어는 자제해야 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한 문장에는 한가지 생각만 들어있는 것이 좋다. 길어져서 모호해진 문장은 읽다 건너뛰게 되고 전달 능력도 떨어진다. 이는 간혹 다른 이들의 서평을 읽을 때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끊어짐 없이 지나치게 늘어진 글 속에서 핵심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단락 없이 붙여 쓴 글도 읽기 싫어진다. 또 지나치게 어렵고 자아도취에 심취한 듯한 글들도 마찬가지로 피하게 된다. 이런 글들은 안타깝지만 정말 혼자 읽는 글이 되고 만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평생 혼자만 읽을 글을 쓴다. -p.21

글의 핵심은 재미있어야 한다. 독자를 끌어들일 유일한 열쇠다. 강의도 연설도 글도 재미있어야 마음이 끌린다. 온라인 서점을 돌아다니며 이런 글을 본적 있다. 가벼운 말장난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현실이 우울하다는 내용이었다. 즉 고전이나 문학작품은 뒷전이고 작가는 팔리기 위한 책만 쓰는 것 같단 얘기였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공감 가는 글이 결국 독자들에게 선택받는 것이다.

쓰기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결국 계속 써야 글이 단단해진다.
처음에 아이들이 일기장에 가장 흔하게 쓰는 내용이 나는 ~ 했다. 참 재미있었다!라고 쓴다. 정말 간결하다. 이거면 되지 뭘 더 쓰냐고 말하는 뉘앙스는 쓰기 싫단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훈련이 필요하다. 무엇 때문에 재미있었는지 한 줄 더 쓰게 만드는 일은 글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준다. 그것이 일기든 반성문이든 구체적으로 풀어쓰게 하는 훈련이 필요함을 느꼈다. 나조차도 글이 잘 써지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 아이들도 그러한 조건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좋겠다.

읽으면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은 괜찮은 건지 점검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쓰다 보면 말과 글은 소통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다. 어려운 글을 보며 감탄하지만 정작 반도 이해 못 하는 경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고픈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결국 좋은 글은 읽기 편한 글임을 다시 새겼다.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 부분도 좀 내려놓아야겠다.

글을 쓰려면 지식이 쌓여 있어야 한다. 당연 독서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입력을 해야 결과물이 나오지 않겠는가.
독서라는 입력과, 글쓰기라는 출력이 항상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게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이다. -p.92

저자가 제시하는 자기만의 글쓰기 노하우는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독서와 공부를 위한 독서법은 다르다. 정독과 속독하는 법을 알면 책 읽기가 편해진다. 지루해도 책을 붙잡고 볼 수 있는 법은 공부할 때 적용하면 좋겠다.
방학마다 시켜왔지만 제대로 되지 않던 것이 독서감상문이다. 늘 하다 말다를 반복하였는데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 제일 반가웠다. 줄칸 노트에 그냥 네 생각을 써보라고 했으니 막연할 수밖에. 그래서 제시돼 있던 서평 쓰기 양식이 제일 반가웠다.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의지가 생겨났다.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나 반가웠다. 더 이상 쓰는 일이 두렵지 않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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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무어 1 - 모리건 크로우와 원드러스 평가전 네버무어 시리즈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박혜원 옮김 / 디오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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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무어는 모리건이 운명을 피해 주피터와 함께 지내고 있는 도시 이름이다. 모리건은 재앙을 부르는 저주받은 운명을 타고난 것도 모자라 열한 살이 되는 생일날 죽어야 한다. 나면서부터 죽음이란 단어에 익숙해진 소녀는 임박해져 오는 시간 앞에서도 담담하다. 그러나 모리건은 운명을 뒤엎을 자신만의 무기가 있었다. 그 능력은 아직 독자도, 모리건도 모르지만 분명 그 모습이 차차 드러나면서 그녀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그녀를 죽음의 운명에서 도망칠 수 있게 해 준 주피터는 모리건을 자신의 후계자로 점 찍고 그녀를 네버무어로 데려온다. 그리고 원드러스 협회에 가입시키기 위해 평가전을 치르게 한다. 이것이 일편의 전반적인 스토리다.

해리 포터의 열렬한 팬으로 늘 판타지물에 목말라 있었기에 네버무어 신간 소식에 귀가 쫑긋했다. 이미 39개국으로 판권이 팔리고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로 제작 중이라는 문구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책을 읽으면서도 해리 포터와 동물 사전 등의 영상이 머릿속을 지났다. 특히 모리건이 묵고 있는 움직이는 호텔과 긴장되는 책 평가전 등이 어떻게 영상화될지 기대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건 방의 크기와 모양이 변하는 것이었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하나뿐이던 창문이, 지금은 아치 모양으로 세 개가 되었다.
어떤 날은 욕실이 무도회장처럼 넓어지고 욕조가 수영장만큼 커졌다.
다음 날에는 벽장만큼 작아졌다. -p.225

아무도 자신이 존재한 사실을 모른 채 잊히는 사실이 가장 두려웠던 소녀는 이제 새로운 인생에 첫발을 내딛는다. 협회의 일원이 되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평생 자신만을 믿어 줄 동기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궁금증을 늘 애매하게 흘려버리는 주피터지만 모리건은 그를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모리건은 갑자기 치솟는 허기를 느꼈다.
협회에 들어가고 싶었다. 형제자매를 갖고 싶었다.
지금까지 바랐던 다른 무엇보다 간절하게 원했다.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어요?” -p.184

18세 때 캐릭터를 구상하고 22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30대 초반의 젊은 작가의 상상력은 이미 출발부터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물론 스토리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리건은 평가전을 극적으로 통과할 것이고 당당히 자신만의 위치에 서서 보이지 않는 악의 세력과 싸우며 자신을 지켜내고 많은 이들을 지켜가며 사랑받는 인물로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숨은 미스터리는 더 탄탄하고 흥미진진하게 독자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메리 포핀스의 우산과 해리 포터의 마법학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속 고양이와 피터팬의 네버랜드가 떠오르는 제목처럼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그렇듯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세계에 적응하는 동안 네버무어의 세계에 안착하게 될 것이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악의 존재에 대한 공포와 모리건과 주피터를 둘러싼 다양한 캐릭터들의 활약,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유머와 유대감 등 이제 그 시작을 알린 새로운 시리즈가 해리 포터에 이어 그 탄생에 빛을 발하길 바란다.

반가운 건 네버무어 시리즈는 책과 멀어지고 있는 큰놈의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놓았다. 판타지 팬인 엄마 덕에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등을 함께 보면서 재미를 느꼈었나 보다. 네버무어 시리즈가 다시 책과 친해질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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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적인 낙관주의자 : 심플하고 유능하게 사는 법에 대하여 - 심플하고 유능하게 사는 법에 대하여
옌스 바이드너 지음, 이지윤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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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양면처럼 선과 악을 양분할 수 없듯이 비관주의나 낙관주의에도 미묘하고 다양한 성향이 존재한다. 이 책은 비관 주의보다 낙관주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나조차도 나 자신의 성향이 헷갈릴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선뜻 선택한 이유도 내가 어떤 유형에 더 가까운지 체크해보고 싶어서이다.

이 책은 첫 장에 자가 테스트 문항이 있다. 문항에 쉽게 그렇다라고 답하지 못하는 사항이 제법 많다는 사실에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윤리적이고 보편적인 관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정작 내 삶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가 좋은 건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삶의 굴곡을 잘 타고 내릴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게 내면을 다스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에 앞서 낙관 주의자 클럽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불안정한 미래만큼 부정적인 생각으로 얼룩진 사람들도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낙관 주의자 클럽이라는 모임은 참 좋은 취지의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낙관 주의자들은 대체적으로 어떠한 삶을 살까. 저자는 첫 문장부터 낙관 주의자에 대한 확신으로 시작한다.
낙관 주의자가 더 잘 산다.
낙관 주의자는 인생을 꿰뚫어 보고, 실감하며, 즐길 줄 안다. 이 사실은 이미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되었다. -p.17

저자의 경험에 의해 쓰인 책인 만큼 우리도 수많은 낙관 주의자들의 태도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나 자신에 대한 물음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명하고 지적인 낙관 주의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어떠한 성향을 키워 나가야 할까.

비관주의자는 세상의 모든 단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한 점을 강점으로 삼아 평생직장으로 삼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를 제외하고 매사가 비관적이라면 타인과의 관계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불평과 비관은 그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불확실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낙천주의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낙천적인 성향도 그 강도에 따라 해가 되기도 하고 득이 되기도 한다. 긍정주의가 넘치는 경우 왜곡된 시선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예전에 고객상담코너에서 일하는 여직원의 라디오 사연이 떠올랐다. 신입 여직원이 지나치게 낙천적이라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언뜻 들으면 낙천적이면 좋은 거 아냐? 하지만 그 직원은 분명 왜곡된 낙천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듯했다. 화가 난 고객 앞에서도 연신 웃어서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한일이나 상사의 질타에도 미소를 짓고 있어 난감했다는 사연을 듣고 있으니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직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습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의 과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주로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낙관주의를 논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이해시키고 있다.
낙관적 기질을 직장생활의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는 불굴의 의지로 표현한다. -p.31라는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설 카이먼의 문장을 인용하여 낙관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강조한다.

낙천적인 성향은 주로 타고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얼마든지 사회화를 통해 부정적인 성향을 낙천적으로 바뀌어 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물론 부모의 양육방식이나 가정환경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바른 학습, 올바른 태도, 정확한 시점의 올바른 행동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

낙관주의는 정신적 시간 여행이라고 불릴 만큼 희망찬 미래를 선사한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상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인간의 기본 속성에 긍정의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낙관주의는 일상의 잠재력을 깨워 좋은 생각을 키우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즉 낙관적 탐색이 가능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난관 주의자를 다섯 가지 유형(목적 낙관주의 / 순진한 낙관주의 / 숨은 낙관주의 / 이타적 낙관주의 / 최고의 낙관주의)으로 분류해 놓은 점이 흥미 있었다.
목적 낙관주의는 장기적 안목이 뛰어난 유형으로 안전한 미래를 계획한다. 반면 순진한 낙관주의는 조금 위험한 것 같다. 희망이 무한하다는 건 조금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그와 상응하는 이타적 낙관주의도 실속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작은 행복에도 만족한다는 숨은 낙관주의자는 때를 기다리다 놓치는 경우도 있을것 같다. 최고의 낙관주의는 성공과 출세에 가장 근접한 성향으로 똑똑하고 영리하다. '행동은 의연하게, 태도는 부드럽게'라는 슬로건이 가능한 이들이 바로 이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와닿았던 건 정보와 자극을 덜어내고 전체를 조망하는 삶 -p.66 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자극적이고 거짓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부정적인 사고가 늘고 있다.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고 부정적인 생각은 비관적인 생각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무엇보다 덜어내어 큰 그림을 보며 긍정적인 사고를 키우는 게 중요하겠다.
그리고 부정적 의견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목표 지향적 낙관주의와 목표 지향적 비관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p.71

이처럼 지적인 낙관 주의자는 멘탈이 강하고 비판을 통해 변화를 꾀하며 자신의 행동에 정확성을 부여한다.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고 빠른 대안을 찾는다. 상호작용이 원활한 이들은 성공의 열쇠를 놓칠 리가 없다. 더불어 그들의 낙관주의 예지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내 경우 인생의 경험으로 인해 낙관주의가 얼마나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는지는 잘 안다. 무리하게 애쓰지 않아도 긍정의 기운으로 버텨낸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조금 더 지적인 낙관주의자가 되기 위해 마음가짐을 다져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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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 고양이 창비아동문고 294
김중미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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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찾아오는 길냥이가 있다. 며칠 전 사무실 뒷문으로 가끔 찾아오던 녀석이 모습을 감춘지 반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이미 구내염이 심해 보이는 상태로 힘들게 사료를 넘기던 애였기에 다시 나를 찾아와준 것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내가 더 고마울 정도였다. 예전보다 경계심은 더 커졌고 몸은 더 야위였지만 나를 쳐다보는 눈빛만큼은 예전보다 애잔했다.

나도 저자만큼 동물과의 추억이 많다. 이미 하늘로 보낸  친구들도 있고 지금은 두 마리 냥이의 집사로 행복한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동물과의 교감은 인간과는 다른 종류의 애정을 만들어낸다.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 하는 이들이라면 눈빛 하나 몸짓 하나에서도 무엇을 원하는지 읽어낼 수 있다.
반면 지구상에서 인간 위를 군림하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들에게 동물은 마냥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길냥이들의 모습을 담은 [꽃섬 고양이] 속 한 줄에 아픔을 느낀다.
길은 사람들의 것이었다. - p.14

버려지고 인간을 피해 숨어 다니다 로드킬을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소외되고 외면받는 이들의 삶과 닮아있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고양이에게 고기를 나눠준다며 폭력을 일삼는 행동에서 느꼈던 삭막함은 외면하고 차별하는 우리들의 시선과 흡사하다.
책 속에서 소개된 네 편의 단편에도 동물이 등장한다.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나약한 동물일 뿐이지만 그들은 그들보다 더 소외된 인간들에게 위안이 되거나 위로를 주는 매개체로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꽃섬 고양이] 속 노랑이는 길 위에서 태어나 험한 인생길에 오른 길냥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랑이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노숙자를 발견한다. 겨우 붙어 있던 숨을 깨워준 노랑이의 행동에 노숙자는 감동을 받는다. 인생을 포기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노랑이의 삶을 보며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는다. 하찮은 동물이 아니라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인간에게 배울 점을 준 것이다. 인간을 피해 더 이상 달아나지 않아도 되는 노랑이 가족의 나들이에 봄 햇살만큼이나 따스함이 전해졌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속 소녀는 보육원에 버려져 입양과 파양을 거치며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울음을 너무 삼켜 울지 못하던 소녀였지만 소녀를 떠안아 준 아줌마와 개들과의 공존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뭉클했다.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고, 버림받은 강아지를 거두어 가족이 되고,  반려견의 죽음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이해하는 동안 소녀의 내면은 성장한다.

[안녕 백곰] 속 백곰은 재개발을 앞둔 산동네의 어느 집 마당에 묶여 있는 신세다.
나는 친구라는 말이 참 좋다. - p.117라는 백곰의 말속에서 모든 동물들의 바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백곰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혼혈아인 미나를 아꼈고 자신에게 따뜻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을 정겹게 바라보았다. 버려진 개 또리를 챙기는 마음 씀씀이가 헛된 일이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배고픈 건 참을 수 있는데, 난 아직도 주인이 왜 나를 두고 갔는지 모르겠어." - p.121

[장군이가 간다] 속 장군이는 외로운 할머니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자식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후 길 위에 놓이게 된다. 잡종이라서, 사이즈가 커서, 똥오줌을 못 가려서, 그리고 개 주제에 차에다 토를 해서. 갖가지 이유를 끌어다 붙인 인간들의 이기심에 또 한 번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이번 여름철에도 또 들려온다. 매년 휴가철이면 버려지는 유기 동물 급증 현상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는 소식 말이다. 장군이도 그렇게 섬에 버려지고 그곳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간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길 위에서 만난 아픈 친구를 챙기며 더 나은 곳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저 너머에 정말 우리를 돌봐 줄 곳이 있을까?"
"찾아봐야지. 내가 널 위해 꼭 찾아낼게." -p.172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은 도무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가슴이 아프지만 반성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많이도 망쳐놓았는지를 깨닫는다면 주위 동물뿐 아니라 생명체의 소중함도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할 이들은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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